## 잿더미 속의 불꽃
**등장인물:**
* **강하준 (30대 초반):** 전직 특수부대 출신. 뛰어난 전술가이자 리더. 냉철하지만 동료를 아끼는 마음이 깊다.
* **윤새롬 (20대 후반):** 전직 의대생. 뛰어난 의술과 함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력을 지녔다.
* **어르신 (70대):** 과거 제국 고위 관료였으나, 제국의 부패에 회의를 느껴 은둔한 지식인.
* **제국군 장교 (40대):** 제국군의 냉혈한 지휘관. 제국의 질서와 권위를 맹신한다.
* **캠프 주민들, 제국군 병사들, 감염체들.**
—
**SCENE 1: 폐허 속의 보루 – 새벽**
(폐허가 된 도시 외곽. 낡은 상가 건물을 요새처럼 개조한 생존자 캠프. 외벽은 굵은 철사망과 파이프 등으로 보강되어 있고, 곳곳에 감시 초소가 보인다. 새벽녘, 매서운 바람이 폐건물들 사이를 휩쓸고 지나간다. 연기 나는 드럼통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이 묵묵히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식량은 얼마 남지 않은 듯, 배급받은 죽을 한 숟가락씩 아껴 먹는 모습이 처연하다. 캠프의 한쪽에서는 강하준이 젊은 대원들과 함께 어설프지만 진지하게 창술 훈련을 하고 있다. 윤새롬은 작은 의무실에서 어제 야간 수색 도중 감염체에게 할퀴어 부상당한 주민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강하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동작 느슨하다! 감염체는 너희가 망설일 시간을 주지 않아! 한 번에, 확실하게 찔러야 살아남는다!
(하준은 직접 나무 창을 휘둘러 시범을 보인다. 그의 움직임은 군더더기 없이 날카롭다. 젊은 대원들은 그의 시범에 눈을 빛내며 따라 하려 노력한다.)
**강하준:** 오늘 수색조는 나, 병철, 그리고 새롬. 남은 식량 확인하고, 최대한 안전하게 움직인다.
**병철:** (땀을 닦으며) 대장님, 요 며칠 감염체 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저번 동쪽 구간에선 떼거지로 몰려다니던데요.
**강하준:** 알아.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우리는 이제 한계에 다다랐어. 이대로는 다음 겨울을 못 넘긴다.
(그의 목소리에는 단호함과 함께 깊은 고뇌가 묻어난다. 그때, 의무실에서 나온 윤새롬이 그에게 다가온다.)
**윤새롬:** 하준 씨, 부상자 처치는 끝났어요. 하지만 약품이 거의 바닥났어요. 특히 항생제는 이제 한 알도 없어요. 이러다 작은 상처에도 감염돼서…
(새롬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깨문다. 그녀의 표정에는 절박함이 역력하다.)
**강하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알고 있어. 이번 수색에서 꼭 찾아야 해. 뭐든 좋으니까, 쓸만한 약품이 있는 곳을 찾아야만 한다.
**윤새롬:** (한숨을 쉬며) 제국군은 대체 뭘 하는 걸까요? 자신들의 안전지대에 틀어박혀서 감염체들을 막지도 않고, 외곽의 민간인들은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네요.
**강하준:** (씁쓸하게 웃으며) 제국? 그들은 이미 자신들의 성벽 안에서 썩어 문드러지고 있어. 우리는 더 이상 그들에게 기대할 게 없어. 살아남으려면 우리 힘으로 방법을 찾아야지.
(그들의 대화 위로, 캠프 외부에서 묵직한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땅이 미세하게 울린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캠프 입구 쪽으로 향한다. 긴장감이 순식간에 캠프를 지배한다.)
—
**SCENE 2: 식량 배급 중 – 제국군 등장**
(캠프 입구의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며 열린다. 먼지를 휘날리며 들어서는 것은 두 대의 장갑차와 완전무장한 제국군 병사들이다. 병사들은 자동소총을 겨누고 위압적으로 캠프 안으로 진입한다. 그들의 군복은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으며, 첨단 장비로 무장한 모습은 이곳의 생존자들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한 장갑차에서 제국군 장교가 내린다. 그의 얼굴에는 거만함이 가득하다.)
**제국군 장교:** (확성기를 들고) 이봐, 우민들! 제국 황제의 명이다! 식량과 노동력 징수를 위해 왔다! 순순히 따르지 않으면 가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캠프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웅성거린다. 몇몇은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아이들은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고 숨는다. 강하준은 앞으로 나선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다.)
**강하준:** (장교를 향해 걸어가며) 징수라니? 우리가 목숨 걸고 구한 식량인데, 대체 무슨 권리로? 당신들은 감염체에게서 우리를 지켜주지도 않았잖아!
**제국군 장교:** (콧방귀를 뀌며) 감히 일개 평민 주제에 제국 황제의 명에 불복하는가!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너희 같은 잔챙이들을 보호할 인력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가 황제 폐하의 안전지대를 지키는 동안, 너희는 마땅히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윤새롬:** (격분하여) 말도 안 되는 소리! 안전지대 안에 틀어박혀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식량을 빼앗고 젊은이들을 끌고 가겠다구요? 그게 질서 유지입니까? 착취지!
**제국군 장교:** (새롬에게 총구를 겨누며) 시끄럽다, 계집! 말대꾸는 네놈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당장 무기를 버리고, 제국군에 협조할 인원들을 내세워라! 특히 건강한 젊은 남녀들은 필수다!
**강하준:** (새롬 앞을 가로막으며) 우리가 가진 식량은 다음 한 달치도 안 돼. 여기서 이걸 빼앗아가면 우리는 다 굶어 죽으라는 거냐? 그리고 사람들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지? 과거처럼 강제 노동에 투입하거나, 아니면… 위험한 실험에 쓰려고?
(장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하준의 말이 그의 약점을 찔렀음을 알 수 있다.)
**제국군 장교:** (총구를 하준에게 돌리며) 쓸데없는 소리 마라! 당장 복종하지 않으면 이 캠프를 감염체들에게 던져주고 가겠다! 황제 폐하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는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병사들이 일제히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겨눈다. 캠프 주민들은 더욱 공포에 질린다. 하준은 잠시 침묵하지만, 그의 눈에는 결의가 번뜩인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한다.)
—
**SCENE 3: 충돌**
**강하준:** (나직하지만 단호하게) 물러서라. 우리를 건드리면 너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제국군 장교:** (비웃으며) 건방진 놈! 고작 나무 창이나 휘두르는 오합지졸들이 제국군을 상대로 뭘 할 수 있다고! 공격!
(장교의 명령과 함께 병사들이 발포하려 한다. 그 순간, 강하준은 번개처럼 몸을 날려 장교의 총을 쳐낸다. 동시에 미리 약속된 신호였는지, 캠프 곳곳에 숨어있던 생존자 전사들이 튀어나온다. 그들은 비록 낡은 무기와 부족한 장비로 무장했지만, 필사적인 눈빛으로 제국군에게 달려든다. 윤새롬은 재빨리 부상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며, 캠프 내에 숨겨둔 폭죽을 터뜨려 제국군의 시선을 교란시킨다.)
**윤새롬:** (고함치며) 후방으로! 건물 사이로 숨어! 일제히 돌격해!
(생존자들은 훈련받은 듯, 좁은 골목과 건물 잔해를 이용해 제국군을 포위하려 한다. 강하준은 맨 앞에서 제국군 장교와 맞선다. 장교는 권총을 뽑아들지만, 하준의 기세에 밀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제국군 장교:**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 따위 우민들이…!
**강하준:** (장교의 목에 칼을 겨누며) 우리는 더 이상 우민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다!
(병철과 다른 대원들이 제국군 병사들을 각개격파하며 무장 해제시킨다. 그들은 압도적인 화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형지물 활용과 필사적인 투지로 우위를 점한다. 제국군은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몇몇 병사들은 감염체에게 쫓기듯 허둥지둥 도망치려 하지만, 생존자들의 포위망에 갇힌다. 전투는 짧지만 격렬하게 진행되고, 이내 제국군 병사들은 모두 무장 해제되거나 도주한다. 장갑차는 시동이 꺼지고, 전리품처럼 캠프 한쪽에 서 있다. 승리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지만, 동시에 다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도 들려온다.)
—
**SCENE 4: 전투 후 – 어르신의 지혜**
(전투가 끝난 캠프. 주민들은 제국군에게서 빼앗은 식량과 무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몇몇은 부상자들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강하준과 윤새롬은 장교가 남기고 간 무전기를 살피고 있다. 어르신이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그의 얼굴에는 감회 어린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어르신:** (나지막이) 결국, 올 것이 왔군.
**강하준:**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어르신:** (고요히 웃으며) 나는 괜찮네. 다만… 자네들이 이제야 그들의 민낯을 직접 확인했으니,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지.
**윤새롬:** 어르신, 대체 이 제국은 왜 이리 썩어빠진 거죠? 우리가 알던 제국이 아니에요. 백성을 버리고, 오히려 착취하려 들다니…
**어르신:** (한숨을 쉬며) 제국은 오래전부터 곪아 터지고 있었네. 감염체 사태는 그저 그들의 부패를 가속화시켰을 뿐이야. 안전지대 안은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위 관료들의 사리사욕과 권력 다툼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지. 심지어…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춘다) 감염체 사태조차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할 기회였네. 외곽의 민초들을 방패막이 삼아, 내부의 불만을 억누르고, 새로운 기술과 자원을 독점하려 했지.
**강하준:** (미간을 찌푸리며) 그렇다면 저들이 우리를 상대로 실험을 했다는 소문도 사실입니까? 안전지대 바깥 사람들을 잡아다가…
**어르신:** (고개를 끄덕인다) 안타깝게도. 나는 한때 제국의 정보국에서 일했네. 그들이 감염체를 ‘통제’하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인 짓을 벌였는지… 직접 보았지. 심지어 감염체를 특정 지역으로 유도하여 민간인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그것을 이용해 불순분자들을 제거하려 한 적도 있었네.
(강하준과 윤새롬은 충격에 휩싸인다. 믿고 의지했던 제국의 진실이 너무나도 추악했기 때문이다.)
**윤새롬:**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 이대로는…!
**어르신:** (하준과 새롬의 눈을 번갈아 보며) 자네들이 오늘 보여준 용기… 그것이 바로 희망일세. 썩어빠진 거목은 뿌리부터 흔들어야만 무너지지. 이대로는 감염체에게 죽든, 제국에게 착취당해 죽든 마찬가지야. 우리는 이제… 맞서 싸워야 할 때네.
**강하준:** (주먹을 꽉 쥐며) 맞서 싸운다… 제국을 상대로요?
**어르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하지만 혼자서는 안 되네. 제국의 힘은 막강해. 우리는 흩어져 있는 잿더미 속 불꽃들을 모아야 해. 자네들처럼 제국에 실망하고 분노한 이들이 분명 더 있을 걸세. 그들을 찾아야 해. 그들과 연대해야만 거대한 폭군에 대항할 수 있어. 제국에는 약점이 분명히 존재하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줄 수 있을 걸세.
—
**SCENE 5: 결의 – 연합을 향하여**
(캠프 중앙, 강하준이 생존자들 앞에 선다. 그의 뒤에는 윤새롬과 어르신이 서 있다. 방금 얻은 제국군의 무기들과 식량이 쌓여 있고, 주민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빛이 엿보인다.)
**강하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우리는 오늘, 제국에 맞서 이겼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버렸고, 이제는 우리를 착취하려 들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됩니다! 감염체에게 쫓기며, 제국에게 이용당하는 삶은 끝내야 합니다!
(주민들 사이에서 웅성거림과 함께 몇몇의 환호가 터져 나온다. 그들은 강하준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듯하다.)
**강하준:** 우리는 더 이상 고립된 약자가 아닙니다! 흩어진 불꽃들이 모이면 거대한 불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넓은 폐허 속에 우리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분명히 더 있을 겁니다. 저는 그들을 찾아 연대할 것입니다! 제국이 만든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의 손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살아남은 모든 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입니다!
(하준의 눈빛은 강렬한 의지로 불타오른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다. 윤새롬은 그런 하준을 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어르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강하준:** (주변을 둘러보며)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함께할 것입니다! 이제, 잿더미 속에서 피어오른 불꽃들이 모여, 어둠을 밝힐 거대한 불길을 일으킬 때입니다!
(생존자들은 강하준의 연설에 점차 동화되며, 그들의 눈빛에도 결의가 서리기 시작한다. 이제 그들은 단순한 생존자를 넘어, 제국의 거대한 그림자에 맞서는 반란의 씨앗이 되었다. 폐허가 된 도시 너머로 석양이 붉게 물든다. 그들은 불타는 노을을 등지고 서서, 미지의 미래를 향한 첫걸음을 내딛을 준비를 한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지만, 그들의 심장에는 희망이라는 작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