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 17화: 시계태엽 심장

아르카나 학원, 그 웅장하고 유서 깊은 외관 아래에는 마치 심연의 밑바닥처럼 알 수 없는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류진은 오래 전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그 직감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 흐르는, 시공간의 미세한 왜곡을 감지하는 기묘한 능력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 학원 지하에서 올라오는, 마치 끊어진 회중시계의 톱니바퀴가 헛도는 듯한 불길한 시간의 울림이 류진의 신경을 갉아먹고 있었다.

“확실해, 서하. 이 문양이야. 도서관 금지 구역 서고에서 몰래 찾아냈던 낡은 비망록에 있던 그거.”

류진의 손가락이 곰팡이 핀 벽돌 사이, 거의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미해진 문양을 더듬었다. 낡은 지하 통로였다. 학원 건물의 가장 오래된 구역, 교사들도 거의 찾지 않는 창고 깊숙한 곳에 숨겨진 입구였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서하는 손에 든 작은 마법 램프를 바짝 들어 올렸다. 램프가 내는 푸른빛이 흔들리며 벽면에 기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너 진짜 괜찮겠어? 혹시라도 교무처에 들키면 바로 퇴학이라고. 게다가 여기, 뭔가 기분 나빠. 시간의 흐름이 이상해.”

서하는 류진의 말을 인용하듯 덧붙였다. 그녀는 류진만큼은 아니었지만, 그의 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미세한 시간의 균열을 어렴풋이 느끼는 능력이 생겼다. 지금 이곳은 정상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시간은 물속의 흐릿한 형상처럼 일렁였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듯한 기시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류진은 서하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양에 새겨진 대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복잡하고 정교한 마법 각인이었다. 비망록에 쓰인 대로, 그는 특정 주술을 중얼거리며 마력을 흘려보냈다.

_스스스스스스…_

벽돌 틈새에서 건조한 흙먼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육중한 바위가 움직이는 듯한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벽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며 어둠을 토해냈다. 램프 불빛조차 빨아들일 듯한 깊이를 알 수 없는 암흑이었다. 낡은 금속과 곰팡이 냄새를 넘어선, 비릿하고 알 수 없는 기운이 흘러나왔다.

“들어갈 거야. 이제 와서 멈출 순 없어. 내가 느끼는 이 울림의 근원이 저 안에 있어.”
류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어둠 너머의 진실을 꿰뚫으려는 듯 빛나고 있었다.

통로는 비좁았다. 발아래는 오랜 세월 닳아버린 듯 매끄러웠고, 축축한 이끼가 미끄러웠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마법 램프의 불빛이 흐릿해지거나 갑자기 밝아지는 기현상이 반복됐다. 서하는 불안한 눈빛으로 류진의 소매를 잡았다.
“류진, 잠시만… 이 공기… 마치 과거와 현재가 뒤섞여 숨 쉬는 것 같아. 폐부가 조이는 느낌이야.”

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 들리는 듯했다. 오래된 학자의 탄식, 어린 학생의 웃음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비명 소리들이 시간을 넘어 뒤섞이는 환청이었다. 그의 능력은 이 지하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폭주하듯 날뛰기 시작했다.

길고 험난한 내리막길이 끝나는 순간, 그들은 거대한 공간에 도달했다. 램프의 푸른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시야에 들어온 것은, 자연 동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거대한 암반이 정교하게 깎여 있었고, 벽면 전체에 얽히고설킨 마법 문양들이 푸른색과 붉은색 빛을 희미하게 내뿜으며 맥동하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심장이 뛰는 듯한 규칙적인 진동이 바닥을 타고 올라와 발바닥을 울렸다.

“이게… 뭐야….”
서하의 입에서 절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시선은 중앙을 향했다.

거대한 공간의 중앙에는, 수십 개의 거대한 수정 기둥들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 영롱하게 빛나는 수정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그 안에 갇힌 섬뜩한 진실이 드러났다. 수정 기둥들은 맑고 투명한 결정이 아니라, 마치 시간을 압축해 굳힌 듯한 투명한 얼음 덩어리 같았다. 그리고 그 얼음 속에는…

“이건… 시간의 결정. 그리고 저 안에 갇힌 건… 파편화된 기억, 아니, 시간의 조각들이야.”
류진의 목소리가 꿰뚫는 듯했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수정 기둥 안에 갇힌 것은, 미세하게 흐릿한 잔영들이었다. 어떤 잔영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이었고, 어떤 잔영은 흐느끼는 듯한 어깨였다. 어떤 것은 갓 피어난 꽃봉오리 같았고, 또 어떤 것은 한없이 늙어버린 손이었다. 모두 생기 없는 잿빛으로 퇴색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갇힌 감정의 흔적만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류진은 홀린 듯 한 수정 기둥에 손을 뻗었다. 그의 손이 수정에 닿는 순간, 거대한 충격이 전신을 휩쓸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영상들이 터져 나왔다.

_삐걱이는 시계 바늘 소리. 거대한 강의실에서 즐겁게 마법을 배우던 어린 학생들의 모습. 이내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공포로 물드는 과정. 무언가에 끌려가듯 지하로 향하는 그림자들. 텅 빈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는 이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는, 검은 망토를 두른 실루엣…._

류진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심장이 발작하듯 뛰었다.
“이건… 이건 아니야. 이런 끔찍한….”

서하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류진, 저기 봐! 저 소리의 근원…!”

서하가 가리킨 곳은 수정 기둥들이 둘러싼 원형 공간의 가장 깊은 곳이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심장이 박동하는 듯한 기계장치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교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와 얽힌 복잡한 관들,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태엽들이 거대한 시계의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시계가 아니었다. 톱니바퀴 사이사이에서 맥동하는 것은 다름 아닌, 기이하게 뒤틀리고 변형된 유기체들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의 일부를 강제로 기계에 꿰어 맞춰 돌리는 듯한 끔찍한 모습이었다.

장치 전체는 어둡고 불길한 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 빛은 마치 생명을 빨아들이는 듯 주변의 모든 활력을 앗아가는 듯했다. 시계태엽 심장, 그 불길한 명칭이 절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계태엽 심장 바로 아래에는 제단처럼 보이는 둥근 구조물이 놓여 있었다. 류진의 눈이 그곳에 박혔다. 제단의 표면에는 마치 누군가가 방금까지 그 위에 서 있었던 것처럼, 희미한 발자국과 알 수 없는 마법진의 잔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섬뜩하게도, 그 위에서 아주 미세하게 느껴지는, 비명 같으면서도 깊은 절망이 응축된 시간의 잔향이 류진의 능력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서하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류진… 설마… 학원의 위대한 시간 마법이… 저런 식으로….”

그 순간, 거대한 시계태엽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쿵, 쿵, 쿵, 하고 박동하기 시작했다. 바닥이 진동하고 벽면의 마법 문양들이 광란하듯 깜빡였다. 그리고 류진의 머릿속에,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온 듯한 고통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리석은 것들… 감히 금지된 영역을 침범하다니….”

목소리는 분명히 들렸지만,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공간 그 자체가 말하는 듯했고, 수많은 존재의 목소리가 하나로 겹쳐진 듯했다. 시계태엽 심장의 빛이 광폭하게 폭발하며 그들의 그림자를 기괴하게 늘어뜨렸다.

“도망쳐야 해! 서하! 지금 당장!”
류진이 서하의 팔을 잡아끌었지만, 그들이 들어왔던 통로 입구에서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시간의 장벽이 솟아올랐다. 출구는 완벽하게 봉쇄되었다.

그들은, 금지된 심연에 갇혔다.
그리고 거대한 시계태엽 심장이, 그들을 향해 더욱 빠르고 흉악하게, 박동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