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시간여행)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칙칙한 먼지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지후는 거미줄이 얼기설기 쳐진 낡은 서고 안에서 깊은 숨을 내쉬었다. 여름 방학은 언제나 무료했지만, 올해만큼은 달랐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 정리를 돕다 우연히 발견한 이 잊힌 공간. 서고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허술하고, 창고라고 하기엔 기이한 물건들로 가득 찬,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었다.

손전등의 희미한 불빛이 켜지지 않는 전등갓을 비췄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의 장난스러운 호기심의 산물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고대 문자 해독에 미쳐 살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런 밀실까지 만들어두셨을 줄이야. 지후는 먼지 쌓인 책더미 사이를 헤치며 걸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은 그의 발걸음마다 불안한 소리를 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한 구석에 멈췄다. 다른 책들에 비해 유독 왜소하고 허름한 나무 상자였다. 마치 세상의 모든 먼지를 다 뒤집어쓴 듯, 그 자체로 고대의 유물 같았다. 여느 서랍장처럼 평범하게 생긴 것이 아니라, 틈새마다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정교하게 조각된 상형문자였다. 이전에 본 적 없는 기묘한 곡선과 직선의 조합.

호기심이 발끝부터 차올랐다. 그는 조심스럽게 상자에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는 나무의 감촉은 놀랍도록 차갑고 단단했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딘 듯한 질감이었다. 상자 위에는 녹슨 자물쇠 대신, 작은 나무 핀이 꽂혀 있었다. 핀을 뽑아내자, 상자 뚜껑이 ‘딸깍’ 하는 작은 소리를 내며 살짝 들렸다. 지후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쩐지 중요한 무언가가 열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상자 안은 의외로 텅 비어 있었다. 그 흔한 낡은 종이 한 장도 없이, 오직 하나의 물건만이 중앙에 놓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을 압축해 놓은 듯한 검은 돌조각이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표면은 매끄럽게 연마되어 있었고, 군데군데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박혀 있었다. 흡사 검은 수정 같기도 했고, 심해의 어둠을 담은 보석 같기도 했다. 그 돌조각에서 아주 미세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진동이 느껴지는 듯했다.

지후는 숨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돌조각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흘러 들어왔다. 그 순간, 그의 몸속 어딘가에서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강렬한 전율이 터져 나왔다. 서고 안의 공기가 마치 물결처럼 일렁였다. 낡은 서가가 일그러지고, 희미한 손전등 불빛이 마구 흔들렸다. 마치 세상의 모든 색채와 형태가 뒤섞이며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젠장…!”

그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지만, 그 소리는 입 밖으로 채 나오기도 전에 찢겨 나가는 듯했다. 시야가 온통 흐려지고, 귀에 닿는 소리들이 마치 수천 개의 조약돌이 한꺼번에 굴러가는 것처럼 변질됐다. 어지럼증과 함께 엄청난 압력이 그를 짓눌렀다. 이대로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돌조각을 놓지 않았다. 손아귀에 꽉 쥐어진 검은 돌은 그의 맥박처럼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칙칙하고 먼지투성이였던 서고는 온데간데없었다. 지후는 거대한 바위들이 솟아오른 낯선 땅에 서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거친 흙바닥이 느껴졌고, 머리 위로는 익숙지 않은 색깔의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거대한 빛덩어리가 두둥실 떠 있었는데, 그것은 해처럼 뜨겁지도, 달처럼 차갑지도 않은 오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멀리서 낮은 음색의 합창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대지가 내쉬는 숨소리처럼 웅장하면서도 서글펐다. 지후는 홀린 듯 그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바위들을 깎아 만든 듯한 원형 제단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낯선 복식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옷은 검푸른색이었고,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은색 실로 정교한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제단의 중앙에 서 있었다. 그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복잡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얼굴은 베일로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기운은 지후가 감히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베일 속 인물은 두 손을 하늘로 향해 뻗었다. 그 손끝에서부터 푸른빛이 희미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빛은 점차 강해져 손목, 팔꿈치를 지나 어깨까지 번져 나갔다. 이내 그의 온몸을 푸른 오라가 감쌌다. 그리고 그 빛이 가장 정점에 달했을 때, 하늘의 빛덩어리에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우주를 가르는 듯한 기세로 제단 중앙의 인물을 향해 쇄도했다. 충돌은 없었다. 그저 빛과 빛이 하나가 되는 순간, 지후의 귓가에 낯선 언어의 단어들이 울려 퍼졌다.

*“시간의 심연이여, 과거의 지혜를 내게 열어라.”*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한 충격이었다. 분명히 처음 듣는 언어였는데, 그 의미는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의 뇌리에 박혔다. 시간. 지혜. 과거. 이 세 단어가 그의 의식 속에서 굉음을 내며 충돌했다. 제단 위의 인물이 무언가를 행하고 있었다. 과거의 무언가를 불러내거나, 시간을 거슬러 힘을 얻으려는 듯한… 고대의 마법.

그 순간, 푸른빛이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빛은 지후가 서 있는 곳까지 덮쳤고, 그의 눈앞을 온통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시야가 다시 한번 뒤틀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순식간이었다.

“흐읍!”

지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일으켰다. 차갑고 단단한 돌조각이 여전히 그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낡은 서고 안. 먼지와 정적. 흐릿한 손전등 불빛. 모든 것이 방금 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똑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심장은 북처럼 격렬하게 울리고 있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환각도 아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검은 돌조각은, 방금 전보다 훨씬 더 뜨거운 온기를 내뿜으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가 뜨자, 손에 쥐인 돌조각에서 아주 희미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마치 작은 숨을 쉬는 것처럼.

지후는 돌조각을 응시했다. 방금 그가 보았던 광경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고대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은 검은 돌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미지의 힘이 그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었다. 평범했던 여름날의 무료함은 한순간에 산산이 부서지고, 그의 눈앞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의 문이 활짝 열렸다. 시간과 과거의 지혜.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힘의 조각이, 지금 이 순간 그의 손바닥 위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지후는 심장이 터져버릴 듯한 압도적인 감각에 휩싸였다. 두려움보다는, 미지에 대한 엄청난 호기심이 더 강하게 그를 자극했다.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뭐야?”

그의 목소리는 서고의 정적 속에 스며들었고, 검은 돌조각은 침묵 속에서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