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미지의 기어, 심연의 노래

망망대해처럼 펼쳐진 우주, 그 아득한 심연을 유유히 가르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낡은 증기기관선이 파도를 가르듯, 둔탁한 금속음과 수증기 분출음을 내며 항해하는 우주선, 바로 탐사선 ‘성운호’였다. 동력 기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테르 증기가 선체 곳곳의 황동 파이프를 따라 펄펄 끓어올랐고, 리벳으로 촘촘히 박힌 강철 선체는 미지의 우주선이 아닌, 바다 위를 떠다니는 철갑선처럼 육중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조종석은 고풍스러운 계기판들로 가득했다. 번뜩이는 증기압력계,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아날로그 속도계, 그리고 수동 레버와 황동 버튼들이 즐비한 제어판. 투박하지만 견고한 이 장치들은 성운호의 모든 움직임을 통제했다. 스팀 펑크 시대의 로망을 고스란히 담은 이 조종석의 한가운데, 최현우 항해사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크고 작은 밸브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함장님 지시대로 에테르 순환계 2단계로 강제 상승. 35도 우현, 전속 항진!”

그의 굵고 낮은 목소리가 조종석을 울렸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 귀를 때리는 증기 분출음, 그리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별똥별들이 항해의 고단함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성운호는 인류가 정립한 성도(星圖)의 가장자리, 그 너머의 미개척지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벌써 반년째, 그들은 이 광활한 어둠 속에서 오직 ‘새로운 발견’이라는 한 가지 목표만을 좇고 있었다.

“현우 씨, 아직도 이 광대한 공간에서 새로운 찻잔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건 아니겠죠?”

뒤편에서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에 현우는 빙긋 웃었다. 이지은 박사. 성운호의 수석 연구원이자 이 탐사의 총괄 과학자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단정한 제복 위에 돋보기 안경을 걸치고 고문서 같은 스크롤을 펼쳐 들고 있었다. 스크롤 끝에는 증기로 작동하는 펜이 자동으로 글씨를 써 내려가는 진기한 기록 장치가 달려 있었다.

“박사님. 찻잔이라뇨. 전 그저 인류의 지평선을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을 뿐입니다. 미지의 아름다움, 상상 너머의 경이로움… 그런 걸 기대한다면 저 너무 꿈이 큰 건가요?”

“글쎄요. 적어도 이 우주에서 ‘차’를 마실 만한 존재를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군요.”

지은 박사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조종석 중앙의 낡은 레이더 스크린이 갑작스레 붉은색 경고등을 깜빡이며 날카로운 경보음을 토해냈다.

“삐이이익! 삐이이익!”

“무슨 일이지?” 현우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는 즉시 레이더를 조작했다. “이런… 전례 없는 에너지 시그널입니다. 출처 불명, 유형 불분명! 기존의 어떤 데이터베이스와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출력은?” 지은 박사가 스크롤을 고쳐 잡으며 다가왔다. 그녀의 표정은 이미 진지했다.

“측정 불능에 가까울 정도로 미약합니다. 마치… 아주 오래된, 거의 죽어가는 신호처럼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합니다.”

경고음은 계속 울렸다. 미약하지만 끈질기게. 현우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건 단순한 유성이 아니다.

그때, 조종석 문이 육중하게 열리며 증기를 뿜어냈다. 강태산 함장이었다. 그의 두 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를 닮아 있었다. 낡은 가죽 코트와 닳아빠진 장갑, 그리고 늘 손에 들고 다니는 망원경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무슨 소란이지? 잠자던 거인을 깨울 작정인가, 현우 항해사.”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카리스마는 모든 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죄송합니다, 함장님. 미지의 시그널이 감지되었습니다. 극도로 미약하지만,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현우는 빠르게 보고했다. 태산 함장은 말이 없었다. 그는 손에 든 망원경을 스크린에 겨누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지은 박사를 쳐다봤다.

“박사,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함장님. 저희가 지금껏 탐사해 온 영역을 고려하면, 이 시그널은 완전히 예상 밖입니다. 자연 현상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인공적인 신호라고 보기에도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지은 박사는 안경을 치켜 올렸다. “마치… 우주의 심연이 직접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태산 함장은 턱을 어루만졌다.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

“위치를 특정할 수 있나?”

“대략적인 방향은 파악했습니다. 북서 방향, 성운 간 공간입니다.”

“속도를 줄여라. 그리고 접근한다. 최저 속도로, 하지만 멈추지는 마라.”

“함장님!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현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험 없는 탐사는 박물관에서나 하는 거지.” 태산 함장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났다. “인류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곳까지 온 이상, 더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 낡은 배를 타고 여기까지 온 이유다.”

“알겠습니다!” 현우는 곧바로 스로틀 레버를 뒤로 당겼다. ‘쉬이이익, 콰앙!’ 거대한 증기 배출음과 함께 성운호의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둔탁한 추진력은 멈추지 않았다.

성운호는 마치 거대한 심해어처럼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조종석의 조명도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함선 내부에서는 고동치는 증기기관의 소리만이 유일한 동반자처럼 울려 퍼졌다. 10분, 20분…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었다.

“선수 12시 방향. 육안으로 포착되었습니다!”

갑판 망루에 있던 김민준 선임 연구원의 흥분 어린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조종석으로 전해졌다. 민준은 이번 탐사에 새로 합류한 젊은 과학자였다. 그의 눈에 비친 미지의 존재는 어떤 모습일까.

“스크린에 띄워!” 태산 함장의 지시에 따라, 메인 스크린에 희미한 형체가 포착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어둠 속의 한 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운호가 조금씩 더 가까워질수록, 그 형체는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상상 속의 어떤 것도 닮지 않았다.

거대한… 다면체였다.

무수히 많은 면으로 이루어진, 흡사 거대한 흑요석 수정 같기도 한 존재. 그러나 그 표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수십, 수백, 수천 개의 정교한 황동 기어와 톱니바퀴들이 그 거대한 표면에 박혀 있었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된 파이프와 밸브들, 그리고 각 기어의 중심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그러나 너무나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기어는 다른 기어와 맞물려 천천히 회전하고, 어떤 밸브는 미세하게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그 모든 움직임에서,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히 ‘노래’와 같은 낮은 웅웅거림이 들려왔다. 마치 우주의 심장이 천천히 고동치는 소리 같았다.

“이건… 대체…” 지은 박사는 숨을 삼켰다. 그녀의 눈은 경이와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어떤 지적 생명체가 만든 인공물이 아니에요. 하지만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완벽한 기계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기계로 이루어진 생명체 같군요.”

“젠장… 이건 내 평생 본 어떤 것과도 달라.” 최현우 항해사도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공포와 동시에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때, 기관실에서 거친 음성이 들려왔다.

“함장님! 선체 에테르압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무언가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박진철 기관장의 목소리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라고?” 태산 함장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의 망원경이 미지의 유물에 고정되었다.

거대한 흑요석 다면체, 그 표면의 황동 기어들이 미세하게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물의 중심부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하게 깜빡였다. 성운호의 선체 곳곳에서 ‘끼이익, 덜컥!’ 하는 기계음과 함께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거대한 존재가 기지개를 켜듯, 성운호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함장님! 에너지 손실 속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기관이 정지됩니다!” 박진철 기관장의 절규가 다시 한번 터져 나왔다.

태산 함장은 망설였다. 후퇴할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이 이 미지의 존재와 마주할 것인가. 그의 눈은 이미 유물의 심연에 갇혀 있었다. 바로 그때, 유물의 가장 거대한 면이 천천히, 마치 거대한 성문처럼 양옆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안에서는 어둠조차 빨아들일 것 같은 깊은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십 개의 작은 황동 기어들이 튀어나와 성운호를 향해 맹렬한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흡사 벌떼 같았다. 아니, 태엽 감긴 거대한 금속 곤충 떼 같았다.

“이런 젠장! 모두 방어 태세! 모든 화력 집중!”

태산 함장의 외침이 조종석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이미 늦었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너무나도 늦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