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도시의 심장이 울리는 소리가 아스팔트 바닥을 타고 발끝까지 전해져 왔다.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음, 증기압이 배출되는 쉬익거리는 숨소리, 그리고 어딘가에서 쇠망치로 단련되는 금속의 비명까지. 연무 도시 베레타는 언제나 그렇게 살아 숨 쉬는 거대한 기계 괴물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고급 주거지이자 상류층의 유흥가인 ‘황금 톱니 지구’는 증기와 기름, 그리고 쾌락의 냄새로 범벅되어 있었다.

카이는 어둠 속에 잠긴 비좁은 골목길을 스치는 바람처럼 미끄러져 들어갔다. 낡은 작업복 위로 두터운 방풍 코트를 걸치고, 얼굴의 절반을 가린 방진 마스크 너머로 예리한 눈동자만이 빛나고 있었다. 그의 손목시계는 단순한 시간을 알리는 기계가 아니었다. 십여 개의 정교한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며, 골목길 저편에서 들려오는 순찰 로봇의 발소리 패턴을 분석하고 있었다. 투박한 외형과 달리 섬세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젠장, 3번 로봇의 순찰 간격이 17초에서 18.5초로 늘었어.”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 카이는 주머니에서 놋쇠로 된 작은 만능 드라이버를 꺼내 시계의 측면 나사를 조였다. 미세한 클릭 소리와 함께 시계판의 숫자가 재조정되고, 그제야 0.5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17.8초. 이제 완벽했다.

그의 시선은 한 건물, 에녹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거대한 강철 정문을 향했다. 번쩍이는 황동 장식과 육중한 철문은 그 자체로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옛 친구, 에녹이 있었다.

3년 전,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차갑게 식어버릴 것만 같았다. 둘이 함께 밤을 새워가며 완성했던 ‘무중력 제어 엔진’의 설계도. 세상의 흐름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 영광은 카이가 아닌 에녹의 것이 되었다. 동업자라는 이름 아래, 그는 카이의 모든 연구 성과를 가로챘고, 심지어는 기밀 유출이라는 누명까지 씌워 지하 감옥으로 던져버렸다. 지하의 축축한 공기 속에서 카이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우정이란, 탐욕 앞에서는 한낱 부서지는 유리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쉬이이익, 쿵. 쉬이이익, 쿵.*

순찰 로봇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카이는 지체 없이 움직였다. 그의 등 뒤에 숨겨진 특수 제작된 ‘증기 추진 갈고리’가 쉬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뻗어 나갔다. 쇠줄 끝의 갈고리가 건물 외벽의 정교한 장식물에 정확히 박혔다. 드르륵, 팽팽하게 당겨지는 쇠줄의 진동이 손끝까지 전해졌다.

“이 빌어먹을 장식물도 네놈의 허영심만큼이나 쓸모가 있군.”

카이는 중얼거리며 몸을 공중으로 날렸다. 증기압이 등 뒤의 추진기를 밀어 올리자, 그는 마치 거미처럼 가파른 벽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톱니바퀴 문양의 조명들이 그의 움직임을 잠시 비췄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목표는 건물 3층에 위치한 작은 환기구였다. 에녹이 가장 아끼는 보물들, 그 중에서도 특히 ‘푸른 심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희귀한 광물 샘플이 보관된 비밀 연구실과 연결된 통로였다.

환기구 철망 앞. 카이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철망을 두드렸다. 미세한 진동이 그의 귀에 닿았다. 일반적인 강철이 아니었다. 특수 합금. 에녹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둘 터였다. 하지만 카이에게는 모든 것이 계산되어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서 얇고 긴 공구 – ‘금고 따개’라는 별명이 붙은 –를 꺼냈다. 끝부분은 마치 의료용 메스처럼 날카로웠지만, 미세한 증기압을 이용해 진동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다. 철망의 볼트 이음새에 공구의 끝을 갖다 대자, 미세한 진동음과 함께 볼트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지이잉… 지이잉…*

수십 개의 볼트를 풀어내는데 걸린 시간은 단 3분. 숙련된 기술자의 솜씨였다. 철망이 조용히 떨어져 나가자, 환기구 내부의 어둡고 답답한 공간이 드러났다. 먼지와 기름때가 퀴퀴한 냄새를 풍겼다. 카이는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내부는 예상대로 좁았다. 강철 덕트 내부를 기어가는 동안, 그의 코트가 벽면에 쓸리며 먼지를 일으켰다. 이따금씩 덕트 내부를 오가는 작은 청소 로봇들을 피하며, 그는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수많은 가지들로 뻗어 나간 덕트 통로 중에서, 에녹의 연구실로 향하는 정확한 길을 아는 자는 세상에 몇 안 될 터였다. 하지만 카이는 달랐다. 이 건물의 모든 배관, 모든 전선, 심지어는 공기 흐름까지, 그는 에녹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건물 설계에 참여했던 사람이 바로 그였으니까.

마침내, 목적지였다. 덕트 끝에 연결된 얇은 금속판 아래로, 연구실 내부의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조심스럽게 금속판을 들어 올리자,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과거의 자신과 에녹이 함께 꾸었던 꿈의 공간이, 철저히 에녹만의 왕국이 되어버린 풍경이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으스스한 푸른빛을 내뿜는 거대한 광물 샘플, ‘푸른 심장’이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수많은 설계도와 알 수 없는 장치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에녹은 분명 이 광물의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신의 ‘무중력 엔진’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려 하고 있을 터였다.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이는 재빨리 몸을 숨겼다.

“에녹 님, 자정을 넘겼습니다. 휴식을 취하시는 게…”

문을 열고 들어선 이는 에녹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거구의 경비대장, 라그나였다. 그의 얼굴에는 온통 흉터가 가득했고, 한쪽 팔은 증기 동력으로 움직이는 의수였다.

에녹의 나지막하지만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다, 라그나. 곧 있으면 마지막 단계에 돌입한다. 이 ‘푸른 심장’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면, 베레타의 모든 하늘을 우리 가문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야.”

카이의 심장이 차갑게 수축했다. 그의 예상대로였다. 에녹은 자신과의 약속, 세상을 위한 기술이라는 대의를 짓밟고, 오직 개인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이 모든 기술을 독점하려 했다.

“하지만 에녹 님, 최근 주변에서 이상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몇몇 하급 연구원들이 사라졌고, 외곽 기계 공장에서는 정체불명의 소형 증기 로봇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혹시… 그 자일까요?” 라그나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에녹은 조용히 웃었다.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웃음이었다.
“카이? 하! 그놈은 3년 전, 그 빌어먹을 감옥에서 영원히 썩어 없어졌을 거야. 설령 살아남았다고 한들, 그의 기술력만으로는 우리 가문의 철통같은 보안을 뚫을 수 없어. 그리고 사라진 연구원들은 그저 불필요한 존재들이었을 뿐이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카이의 숨이 턱 막혔다. 에녹은 아직도 자신을 경멸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필요한 존재… 카이는 바로 그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 수많은 밤을 증오와 복수심으로 지새웠다.

‘내가 불필요하다고? 네놈의 왕국을 무너뜨리는 데 필요충분조건이 될 텐데.’

라그나가 연구실을 떠나고, 에녹이 다시 ‘푸른 심장’ 앞에 섰을 때, 카이는 기회를 엿보았다. 그가 계획한 첫 번째 복수는 ‘푸른 심장’ 그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에녹의 자존심이자, 그가 가장 신뢰하는 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것이었다.

카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기폭 장치가 달린 증기 캡슐을 꺼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이 캡슐은 특정 주파수를 발생시켜 기계 시스템의 오작동을 유발하는 장치였다. 그는 캡슐을 손에 쥐고 조용히 대기했다. 에녹이 책상에 놓인 커피잔을 들고 등을 돌리는 찰나의 순간, 카이는 캡슐을 공중으로 던졌다.

*쉬익!*

작은 캡슐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정교하게 천장의 환기구 덮개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에녹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카이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완벽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다음 날 아침, 에녹 가문의 대저택에 비상이 걸렸다. 밤새도록 저택의 핵심 보안 시스템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마비되었고, 모든 경비 로봇들이 일시적으로 오작동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재산상의 피해는 없었지만, 이 철통같은 보안이 뚫렸다는 사실 자체에 에녹은 격노했다.

에녹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연구실로 향했다. 그가 아끼는 ‘푸른 심장’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유리 케이스 속에서 푸른빛을 내뿜는 광물을 확인하고 나서야 에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광물 옆에 놓인 작은 조각상으로 옮겨지는 순간,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와 카이가 함께 작업하던 시절, 처음으로 성공적인 무중력 엔진 모형을 만들었을 때, 카이가 기념으로 직접 깎아 만든 작은 톱니바퀴 조각상이었다. 아무런 의미 없는 조각품이라며, 에녹 자신이 직접 쓰레기통에 버렸던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톱니바퀴 조각상 위에, 작은 종이쪽지가 놓여 있었다. 에녹은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집어 들었다. 그 위에는 단 한 문장이, 낡고 잊혀졌을 법한 잉크로 쓰여 있었다.

『에녹,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부터 부서뜨려 주마.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쪽지에는 카이의 서명 대신, 그들 둘만의 은밀한 표식, 망치와 톱니바퀴가 교차된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에녹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고,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가득했다.
“카이… 네 이놈…!”

그의 외침은 거대한 저택의 벽에 부딪혀 메아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울리는 소리뿐이었다. 연무 도시 베레타의 하늘 아래, 잊혀진 줄 알았던 복수의 톱니바퀴가, 이제 막 첫 바퀴를 돌리기 시작한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