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강철의 밀실 (Steel Locked Room)

**장르:**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추리

**등장인물:**
* **류:** 천재 탐정. 날카로운 눈빛, 냉소적이지만 통찰력 넘치는 인물. 세상에 미련 없는 듯 보이나 진실을 추구한다.
* **은:** 류의 파트너. 현실적이고 정의감 강한 생존자. 류의 기행을 다 받아주면서도 그를 믿고 따른다.
* **강대장:** 피해자. 지하 7층 생존자 그룹의 리더. 엄격하고 카리스마 있었으나, 최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 **정반장:** 생존자 그룹의 작업반장. 강직하고 다혈질. 강대장과 종종 마찰이 있었다.
* **박기술자:** 기술 담당.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 기계 수리 및 유지보수를 담당한다.
* **김의무관:** 의료 담당. 차분하고 온화하지만, 이 환경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 **[장면 1]**

**1.1**
[어둡고 낡은 지하 통로. 녹슨 파이프들이 천장을 복잡하게 가로지르고, 간헐적으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좁은 통로를 따라 류와 은이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류는 손전등을 바닥에 비추며 뭔가에 집중하는 듯하다. 은은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핀다.]

**은:** (낮은 목소리, 한숨 섞인) 벌써 일주일째에요, 류. 바깥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식량도, 연료도 간당간당하구요. 이런 때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누가 그랬을까요?

**류:** (무심한 듯,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누가 그랬을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떻게’ 그랬는지가 중요하지.

**은:** (짜증 섞인 한숨) 류는 항상 그래요. 사람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트릭만 쫓으니까… 강대장님은 이 지하 7층의 기둥이었어요. 그분이 사라지면 우리 전부…

**류:** (피식) 기둥이라. 기둥은 균열 하나에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법이지.

**1.2**
[류가 갑자기 멈춰 선다. 그의 손전등이 통로 벽면의 낡은 계기판을 비춘다. 먼지 쌓인 유리 너머로 희미하게 바늘이 떨리고 있다. 계기판에는 ‘공기 순환 시스템’이라고 쓰여 있다.]

**류:** 흐음… 이 구역의 공기 순환 시스템은 정상 작동 중인가.

**은:** (계기판을 올려다보며) 박기술자 말로는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하지만 워낙 노후된 설비라 언제 고장 날지 모른다고 했어요. 매일 불안해하고 있죠.

**류:**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으며) 불안… 좋은 재료가 되겠군.

**은:** 재료라뇨? 대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류:** (은의 질문을 무시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자, 서두르자. ‘강철의 밀실’은 우릴 기다리지 않을 테니.

### **[장면 2]**

**2.1**
[강대장의 집무실 앞. 두터운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문틈으로 낡은 페인트가 벗겨져 있고, 강렬한 강철 냄새가 섞인 퀴퀴한 공기가 감돈다. 정반장이 팔짱을 낀 채 서 있고, 박기술자가 문 여기저기를 불안하게 만지고 있다. 김의무관은 한쪽 구석에서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다. 모두의 얼굴에 피로와 불안감이 역력하다.]

**정반장:** (류와 은을 향해 거칠게) 대체 뭘 꾸물거리는 거야! 벌써 며칠째야! 문은 안 열리고, 안에서 소식도 없고… 강대장이 어떻게 된 건지 빨리 알아내야 할 거 아니야!

**은:** (정반장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정반장님,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류가 이제 막 현장에 도착했으니…

**정반장:** 류? 그 녀석은 올 때마다 뭘 제대로 한 적이 없잖아! 그냥 시답잖은 소리만 지껄이다 사라지기나 하고! 이 문은 대체 누가 열 수 있냐고!

**박기술자:** (작은 목소리, 떨리는 손으로 문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리며) 정반장님… 이 문은… 제가 아는 한 외부에서는 열 수 없습니다. 내부에서 이중 잠금장치가 작동한 상태고… 외부에서 파손 없이 여는 건 불가능해요.

**정반장:** 그럼 강대장이 자기 발로 죽음의 방에 들어갔다는 거야?! 말이 돼?!

**김의무관:** (고개를 들며, 눈가가 붉다) 강대장님은 항상 그 방을 ‘안전한 성채’라고 부르셨어요. 밖의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류:** (묵묵히 철문 앞으로 다가간다. 손전등을 꺼내 문 전체를 훑는다. 특히 문 아래 틈과 문 옆 경첩 부분을 자세히 살펴본다.)
[류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움직인다. 그는 손가락으로 문틈을 스쳐 지나가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하다. 작은 먼지 덩어리를 집어 올리더니 냄새를 맡는다. 아무런 향도 나지 않는다.]

**류:** 안에서 잠겼군. 완벽하게.

**정반장:** 그럼 누가 강대장을 죽였다는 거야! 유령이라도 들어갔다 나왔다는 거냐?!

**류:** (정반장을 힐끗 보더니 다시 문에 시선을 고정한다.) 유령보다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 더 현실적이지.

### **[장면 3]**

**3.1**
[몇 시간 후. 결국 문을 부수고 집무실 안으로 진입했다. 강대장은 책상에 엎드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의 등에는 날카로운 칼날에 찔린 듯한 상처가 선명하다. 방 안은 조용하고, 강대장의 시신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흐트러짐이 없다. 방의 모든 창문은 두꺼운 강철판으로 막혀 있고, 환풍구도 작고 촘촘한 철망으로 막혀 있다. 방 안에는 침대, 책상, 몇 권의 낡은 책이 전부다. 조명은 간신히 버티는 듯 깜빡인다.]

**은:** (경악하며 입을 가린다) 세상에… 강대장님…

**정반장:** (분을 삭이지 못하는 표정으로, 분노에 가득 차) 이… 이봐 류! 이제 좀 설명해봐! 저 문이 잠겨있었는데, 어떻게 사람이 들어와서 강대장님을 죽일 수 있단 말이야!

**류:** (강대장의 시신 주변을 천천히 맴돈다. 바닥의 먼지, 책상 위 물건들, 벽의 상태를 하나하나 눈으로 훑는다. 그는 허리를 굽혀 강대장의 등 상처를 자세히 살핀다.)
[류의 표정이 더욱 냉철해진다. 그는 상처 주변 피부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듯하다.]

**류:** (작게 중얼거린다) 칼날이… 조금 특별하군.

**김의무관:** (울먹이며 시신에 다가가려 하지만, 류의 눈빛에 멈칫한다.) 류… 그의 상처를 좀 더 자세히 봐도 될까요? 제가 응급처치라도…

**류:** (단호하게) 필요 없어. 이미 늦었군. 그리고 이 상처는 단순히 칼에 찔린 상처가 아니야.

**은:** (류에게 다가가 속삭인다) 류… 대체 뭘 본 거예요? 밀실인데… 범인은 유령이 아니라면서요. 그럼 도대체 어떻게…

**류:** (강대장의 시신 옆 바닥에 아주 작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긁힌 자국을 발견한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본다.)
[류가 시선을 올려 문 아래 틈새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류:** 이 방의 환풍구는 중앙 공조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나?

**박기술자:** (놀란 듯, 목소리가 떨린다) 예? 아… 예, 그렇습니다. 강대장님이 안전을 위해 비상시에는 독립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두셨지만… 평소에는 중앙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류:** (의미심장하게 웃는다) 흐음… 중앙 시스템이라… 그렇다면 모든 것이 연결되는군. 보이지 않는 끈으로.

**정반장:** (답답하다는 듯) 자꾸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말고! 범인이 누구냐고!

**류:** (모두를 둘러본다. 그의 시선이 정반장, 박기술자, 김의무관 순으로 훑고 지나간다.) 범인은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어. 하지만 살인을 저지를 충분한 기회와 능력이 있었지.

### **[장면 4]**

**4.1**
[다시 지하 통로. 류는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고, 은은 그런 류의 옆을 조용히 따른다. 통로 중간중간 낡은 배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은:** 류…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범인이 들어오지 않고 강대장님을 죽일 수 있었죠? 환풍구는 너무 작고, 문은 부수기 전까지 굳게 잠겨 있었잖아요.

**류:** (손전등을 꺼내 통로 바닥의 낡은 배관을 비춘다.) 배관은? 이런 오래된 건물에는 온갖 종류의 배관이 숨겨져 있지. 폐쇄된 배관, 용도를 알 수 없는 배관… 그리고 그 배관들이 통하는 곳.

**은:** 설마… 배관을 통해서요? 하지만 그건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지 않을 텐데요.

**류:** 사람이 들어가는 게 아니야. ‘칼날’이 들어가는 거지.

**은:** (경악) 칼날이요? 어떻게?

**류:** (걸음을 멈추고 낡은 배관 하나를 두드린다. 텅,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강대장의 등에 난 상처를 봤지? 일반적인 칼자국과는 달랐어. 길고 가늘면서도, 깊숙이 박힌… 마치 유연한 송곳 같은 것에 찔린 듯한.

**은:** 유연한 송곳…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런 걸 어떻게 만들어요?

**류:** 이 지하 벙커에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 폐기물들 중에는 쓸모를 알 수 없는 금속 조각들이 많아. 길고, 가늘고, 강한… 예를 들어, 낡은 로봇 팔의 관절 부분에 사용되던 고강도 합금 와이어 같은 것들. 극도의 열과 압력을 견디는 동시에 유연성을 잃지 않는 재료들이지.

**은:** (몸서리친다) 그, 그걸 개조해서… 칼날처럼 만들었다는 말이에요? 미쳤어…

**류:** (고개를 끄덕인다) 아주 길게, 그리고 충분히 날카롭게. 강대장은 침대에 누워 잠들었겠지. 평화롭게. 그리고 누군가는 그 ‘칼날’을 강대장의 방으로 들여보내야 했겠지. 밀실의 유일한 약점을 통해. 중앙 공조 시스템의 환풍구를 말이야.

### **[장면 5]**

**5.1**
[류와 은이 강대장의 집무실로 돌아온다. 정반장, 박기술자, 김의무관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 류는 곧장 박기술자를 향한다.]

**류:** (박기술자를 향해) 박기술자. 이 방의 환풍구 망은 누가 마지막으로 점검했나?

**박기술자:** (당황하며 식은땀을 흘린다) 환풍구 망이요? 그건 제가… 제가 주기적으로 점검합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류:** (강대장의 시신이 있던 자리 옆 바닥에 쪼그려 앉는다. 손가락으로 바닥의 먼지를 쓸어내더니, 아주 미세한 금속 가루를 발견한다. 그것을 박기술자에게 내민다.) 이 금속 가루… 익숙한가?

**박기술자:** (가까이 다가와 들여다보더니, 눈을 크게 뜬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이… 이건… 고강도 합금 가루입니다. 이런 종류의 합금은… 오래전에 폐기된 ‘중장비 수리용 로봇’의 부품에서나 볼 수 있던 건데… 그걸 다루려면 아주 정밀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류:** (박기술자를 똑바로 쳐다본다. 류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롭다.) 그리고 그 로봇 부품들을 해체하고 가공할 수 있는 기술자는 이곳에 당신뿐이지.

**박기술자:** (뒷걸음질 친다. 목소리가 잔뜩 쉬어 있다) 아, 아닙니다! 전… 전 그저 오래된 부품들을 분류했을 뿐입니다! 그걸 가지고 뭘 만들거나 한 적은 없습니다!

**류:** (강대장의 집무실 천장을 가리킨다. 환풍구 망은 여전히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이 방의 환풍구 망은 겉으로는 튼튼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쪽 구석의 나사 하나가 닳아있어. 그리고 그 나사는 다른 나사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조여져 있었지. 누군가 망을 일시적으로 제거했다가 다시 조립한 흔적이야. 그게 당신의 기술로는 완벽하지 못했군.

**정반장:** (분노에 찬 목소리로 박기술자를 노려본다) 박기술자! 이게 무슨 소리야! 네가 강대장을 죽였다는 거야?!

**박기술자:** (겁에 질려 몸을 떨며, 결국 무릎을 꿇는다) 아,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저는… 저는 그저 강대장님에게 불만이 있었을 뿐이지… 죽일 생각은…

**류:** (냉정하게 말을 잇는다.) 강대장은 이 방을 ‘안전한 성채’라 불렀지. 하지만 그 성채의 가장 큰 약점은,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환풍구’였다. 낡은 시스템의 빈틈을 이용한 거야. 박기술자는 중앙 환풍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고, 강대장의 방으로 통하는 환풍구를 통해 길고 유연한 ‘칼날’을 밀어 넣었지. 그리고 강대장이 잠든 틈을 타… 심장을 꿰뚫었어. 그 상처는 심장을 정확히 노렸고, 치명적이었지.

**김의무관:** (작게 신음한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하지만… 칼날이 그렇게 길면… 어떻게 그걸 다시 빼낼 수 있었죠?

**류:** (피식 웃는다) 빼내는 건 간단해. 살인 후, 칼날은 다시 환풍구를 통해 회수하면 돼. 그리고 환풍구 망은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는 거지. 아니, 사실은 완벽하게 돌려놓지 못했어. 내가 발견한 그 닳은 나사가 바로 증거야. 그리고 이 바닥의 금속 가루도. 칼날을 밀어 넣고 빼내는 과정에서 생긴 마찰의 흔적이지.

**은:** (소름 돋는다는 표정으로 박기술자를 본다) 왜… 왜 그랬어요? 대체 왜…

**박기술자:**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며, 목소리가 간신히 이어진다) 강대장님은… 저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려 했어요. 전력 문제, 식량 배급 문제… 모든 게 제 잘못이라고… 밤마다 와서 저를 윽박질렀어요. 살려달라고 빌어도 소용없었어요. 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이 지하 7층은 저에게 감옥이나 다름없었어요…

**정반장:** (주먹을 꽉 쥔다. 분노와 실망감이 뒤섞인 표정) 그래서… 그래서 사람을 죽여?!

**류:** (박기술자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 친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철하다.) 이 좁고 어두운 곳에서, 모든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지. 절망이 분노를 낳고, 그 분노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약점을 파고들어. 강대장은 자신의 성채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믿었지만, 정작 가장 큰 위협은… 내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지.

### **[장면 6]**

**6.1**
[박기술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다. 정반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노려보고, 김의무관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은은 류를 바라본다.]

**은:** (낮은 목소리로) 류…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모든 비극의 끝은… 항상 사람이었어.

**류:** (어두운 집무실을 한 바퀴 둘러본다. 그의 시선이 벽에 걸린 낡은 달력에 잠시 머문다. 달력은 이미 몇 달째 넘어가지 않은 채 멈춰 있다.) 비극은 끝이 없어. 다만 새로운 막이 오를 뿐이지. 밀실의 비밀은 풀렸지만, 이 지하 7층의 사람들은 이제 또 다른 질문과 마주할 거야. ‘누가 다음 대장이 될 것인가?’ ‘과연 이 지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은:** (한숨) 류는 가끔 너무 냉정해서 무서울 때가 있어요.

**류:** (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살아남기 위해선 냉정해야 해. 그리고…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지. 가자, 은. 우리의 다음 여정을 떠날 시간이야. 이 낡은 지하 벙커에 숨겨진 비밀은… 강대장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을 테니까.

**6.2**
[류와 은이 강대장의 집무실을 나선다. 두터운 철문이 닫히고, 다시 어둠이 내려앉는다. 류의 손전등이 어두운 통로를 비추며 멀어져 간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낡은 지하 벙커에 메아리친다. 통로 저편, 알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희미한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