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심연의 자물쇠

**[장면 1: 고즈넉한 저택, 밤]**

**1컷.**
(어둠이 짙게 깔린 숲 속, 낡고 웅장한 저택이 으스스한 실루엣을 드러낸다. 창문 몇 개에만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핏빛 같은 달이 건물 위로 위태롭게 떠 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한다.)
**나레이션 (서리):** 세상은 상상 이상으로 기묘하며,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은 그 기묘함의 아주 얇은 껍질에 불과하다. 그리고 가끔, 그 껍질은 너무나 쉽게 찢어진다.

**2컷.**
(저택의 정문 앞. 경찰차 몇 대가 서 있고, 경광등이 밤의 정적을 깨뜨리며 번뜩인다. 비에 젖은 형사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3컷.**
(차에서 내리는 한 여자. 얇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긴 머리를 단정하게 묶었다. 안색은 창백할 정도로 희지만, 눈빛은 예리하고 깊다. 그녀의 이름은 서리.)
**강형사 (목소리, 다급하게):** 서리 씨! 이쪽입니다!

**4컷.**
(서리가 차에서 내려 빗속을 뚫고 걸어온다. 그녀의 걸음은 차분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초연하다.)
**서리 (독백):** 또 다시, 인간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불가능’을 위한 호출인가.

**5컷.**
(강형사가 서리를 맞이한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당혹감이 역력하다. 그는 머리를 긁적인다.)
**강형사:** 미안해요, 늦은 밤에… 그런데 이번 사건은 정말이지… 환장하겠습니다.

**6컷.**
(서리는 말없이 강형사를 올려다본다. 그녀의 시선은 질문 대신 기다림을 담고 있다.)
**강형사:** 밀실 살인입니다. 완벽한 밀실. 그리고 시신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저지른 짓 같지가 않아요.

**[장면 2: 사건 현장 – 한 교수의 서재]**

**7컷.**
(저택 2층의 서재 문 앞. 문은 굳게 닫혀 있고,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문고리에는 낡고 거대한 놋쇠 자물쇠가 걸려 있다. 잠겨진 문틈으로는 어두운 내부가 살짝 보인다.)
**서리 (독백):** 완벽한 밀실이라… 그 완벽함에 균열을 내는 것이 내 일이지.

**8컷.**
(강형사가 문을 가리키며 설명한다.)
**강형사:** 이 문 말입니다. 안에서 걸쇠가 굳게 잠겨 있었고, 창문도 전부 쇠창살로 막혀있어요. 안에서 잠글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피해자인 한 교수는 죽어 있었고… 잠금을 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말이죠. 문고리 쪽에는 지문도 없고,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습니다.

**9컷.**
(서리가 문고리와 자물쇠를 유심히 살핀다. 그녀의 손가락이 낡은 놋쇠를 스친다. 미세한 얼룩, 혹은 균열이라기엔 너무나 불분명한 흔적을 감지하는 듯하다.)
**서리:** 그럼 시신은요?

**10컷.**
(강형사가 굳은 표정으로 서재 문을 연다. 삐걱이는 소리가 정적을 가른다.)
**강형사:** 들어오세요. 직접 보셔야…

**11컷.**
(서재 내부. 고풍스러운 가구들, 벽을 가득 채운 낡은 책들. 온통 먼지로 뒤덮여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다. 책상 위에는 수많은 종이와 필기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다. 공기마저 무겁고 차갑다.)
**나레이션 (서리):** 죽음의 냄새는 언제나 비슷하다. 하지만 가끔, 그 죽음이 남긴 잔향은 기묘하게 이질적일 때가 있다. 이곳이 그랬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오래된 먼지와 알 수 없는 금속의 비릿한 향이 뒤섞인.

**12컷.**
(방 중앙에 놓인 육중한 오크나무 책상. 그 위로 한 남자의 시신이 쓰러져 있다. 중년의 남자, 한 교수다. 얼굴은 편안하게 잠든 듯 평온해 보이지만, 눈은 크게 뜨여 천장을 응시하고 있다. 그 눈동자에는… 어떤 알 수 없는 경이와 함께 극한의 공포가 서려 있다.)
**강형사:** 한 교수입니다. 고고학 겸 신화학자였죠. 몇 년째 세상과 단절하고 이 저택에 틀어박혀 연구만 했다고 합니다. 가족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유일한 목격자이자 발견자는 저택의 집사… 그는 어젯밤부터 교수가 서재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고, 인기척이 없어서 걱정돼 문을 따고 들어갔다고 진술했습니다.

**13컷.**
(서리가 시신에 다가간다. 그녀는 한 교수의 얼굴을 면밀히 살핀다. 평온한 얼굴과 대조되는 공포에 질린 눈동자.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피부는 기묘하게 푸르스름하며,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지하에 갇혀 있던 시신처럼 건조해 보였다.)
**서리:** 외상은요?

**14컷.**
(강형사가 조심스럽게 설명한다.)
**강형사:** 없습니다. 칼자국도, 총상도, 둔기에 맞은 흔적도. 독극물 검사도 아직이지만, 외부에서 침입한 사람이 없으니… 자살인가 했는데, 유서도 없고, 무엇보다 이 시신 상태가…

**15컷.**
(서리가 시신의 손을 살핀다. 손톱 끝이 미세하게 갈라져 있고, 검은 흙 같은 것이 끼어 있다. 그리고 책상 위, 한 교수의 머리맡에 놓인 잉크병 근처에… 핏빛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검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작은 웅덩이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잉크가 아니었다.)
**서리:** 이건… 혈흔이 아니군요.

**16컷.**
(강형사가 고개를 젓는다.)
**강형사:** 감식반에서는 아직 정체를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혈흔 반응은 안 나왔다고 해요. 마치… 원유 같기도 하고, 좀 끈적거리는 것이…

**17컷.**
(서리가 검은 액체에 손가락을 살짝 대본다. 차갑고, 미끈거린다. 그리고 희미하게… 쇠 비린내가 아닌, 어떤 거대한 바다 생물의 비늘에서 날 법한, 역겨우면서도 알 수 없는 기원의 향이 느껴진다. 마치 심해의 악취 같았다.)
**서리 (작은 소리로):** 역겹군…

**18컷.**
(서리가 시신 옆, 한 교수의 손이 뻗어 있던 곳을 본다. 낡은 양피지 문서가 펼쳐져 있다. 알아볼 수 없는 기이한 문자와 상형문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문자의 형태는 부자연스럽고, 시선을 따라가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서리 (독백):** 이것이… 그의 마지막 유산이었나.

**19컷.**
(서리가 책상 위를 더듬는다. 펼쳐진 양피지 아래, 한 권의 낡은 책이 놓여 있다. 겉표지는 닳아 해져 제목조차 알아보기 힘들지만, 미세하게 번들거리는 질감과 기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책에서는 옅은 금속 향이 올라왔다.)
**강형사:** 그 책이요? 교수님이 항상 끼고 살았다는 책입니다. 정체불명의 언어로 쓰여서 아무도 해독하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20컷.**
(서리가 조심스럽게 책을 펼쳐본다. 낡은 종이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 페이지마다 기이한 그림들과 해독 불가능한 문자들이 가득하다. 특정 페이지에는 붉은색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는데, 그 안에는 촉수 같은 것을 가진 거대한 존재가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서리 (독백):**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도저히 그릴 수 없는… 형태.

**21컷.**
(서리가 책을 덮는다. 그리고 서재의 벽면을 훑는다. 온통 책장으로 가득한 벽. 그런데 한 책장, 바닥에 가까운 부분에 미세한 먼지 흐트러짐이 보인다. 다른 곳의 먼지는 수십 년간 쌓인 듯 고요한데, 그곳만 아주 희미하게, 마치 작은 바람이라도 스친 듯한 흔적이었다.)
**서리:** 이쪽 벽, 책장 아래쪽… 혹시 조사했습니까?

**22컷.**
(강형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강형사:**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만…

**23컷.**
(서리가 책장 아래로 무릎을 꿇는다. 먼지 흐트러짐이 있던 곳을 손가락으로 쓸어본다. 아주 미세한, 거미줄 같은 섬유질이 손가락에 묻어난다. 그리고 바닥의 마루 틈새에, 아주 작고 검은, 육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비늘 조각 같은 것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서리 (독백):** 비늘? 이것은… 어둠 속을 헤엄치는 심해의 잔해인가.

**24컷.**
(그녀는 그 비늘 조각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린다. 그리고 서재의 문으로 향한다. 문고리와 놋쇠 자물쇠를 다시 살핀다. 자물쇠의 안쪽 면, 문틈과 닿는 부분에 아주 미세한 흠집이 있었다. 마치 억지로 벌린 듯한, 하지만 힘을 가한 흔적은 아닌, 아주 날카로운 것으로 스쳐 지나간 듯한 흠집.)
**서리 (작은 소리로):** 완벽한 밀실… 사람이 잠그고 죽은 것이 아니다. 그럼 대체…

**[장면 3: 서리의 추리]**

**25컷.**
(서리가 서재 한가운데에 선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 공기 중의 미세한 입자들, 먼지의 움직임, 냄새, 모든 것이 그녀의 감각 속에서 재구성되는 듯하다.)
**서리 (독백):** 완벽한 밀실은 없다. 존재하지 않는 열쇠로 열리는 문도 없다. 있다면, 우리가 ‘문’이라 부르는 것과 ‘열쇠’라 부르는 것, 그리고 ‘밀실’이라 믿는 것의 정의가 다른 것이다.

**26컷.**
(서리의 눈이 번쩍 뜨인다. 그녀의 시선이 한 교수의 시신, 검은 액체, 양피지, 그리고 문제의 낡은 책으로 향한다.)
**서리:** 강형사님. 이 한 교수는 무엇을 연구하고 있었습니까?

**27컷.**
(강형사가 감식반원을 향해 손짓한다. 감식반원이 들고 있던 서류를 건넨다.)
**강형사:** 유품 정리하다가 나온 연구 일지입니다. 내용은 난해해서 저희는 도저히… 주로 고대 문명이나 사라진 신들의 전설 같은 것들을 파고들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어둠 속의 지배자’라는 존재에 대해 집착했더군요.

**28컷.**
(서리가 일지를 받아든다. 페이지마다 빼곡히 적힌 글씨들. 한 교수의 광기 어린 탐구 정신이 느껴진다. 특정 페이지에는 불안한 필체로 이렇게 쓰여 있다.)
**일지 내용 (글자 강조):** “…경계는 흐릿하다.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우리 곁을 배회한다. 그들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차원은 찢어지고… 문은 열린다. 중요한 것은… ‘지불할 대가’다. 그들은 아무것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 문을 열었다면, 문을 닫는 것도… 그들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

**29컷.**
(서리가 일지와 책, 그리고 시신을 번갈아 본다.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경이로움과 함께 섬뜩한 이해가 스쳐 지나간다.)
**서리 (독백):** 지불할 대가… 문을 열고 닫는 방식…

**30컷.**
(서리가 다시 문을 향한다. 그리고 문고리의 미세한 흠집과 그 아래의 비늘 조각을 다시 본다.)
**서리:** 이 문고리 흠집은 사람이 낸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비늘… 깊은 바다, 혹은 더 깊은 심연에 사는 존재의 것입니다.

**31컷.**
(강형사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리를 바라본다.)
**강형사:** 심해의 존재요? 서리 씨, 지금 무슨… 괴물이라도 나타났다는 말씀이십니까?

**32컷.**
(서리가 고개를 젓는다.)
**서리:** 괴물… 우리가 정의하는 괴물과는 다를 겁니다. 이 한 교수는 밀실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이 서재가 ‘밀실’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33컷.**
(서리가 책상 위 검은 액체에 시선을 고정한다.)
**서리:** 그는 ‘그들’을 소환했습니다. 저 책과 이 일지에 적힌 의식을 통해서요. 어둠 속의 존재를요. 그리고 그 존재는… 우리의 물리 법칙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34컷.**
(강형사의 얼굴에 공포가 서서히 스며든다.)
**강형사:** 그럼… 죽인 게… 그 소환된 존재라는 겁니까? 밀실은 어떻게…

**35컷.**
(서리가 고요하게 말한다.)
**서리:** 그 존재에게 ‘문’은 우리가 생각하는 문이 아니었습니다. 벽도, 창문도, 물리적인 자물쇠도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죠. 그들은 차원을 왜곡하고, 공간을 넘나들며, 때로는… 우리의 인식을 흐트러트립니다.

**36컷.**
(서리가 문고리 흠집과 바닥의 비늘을 가리킨다.)
**서리:** 한 교수는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는… 이 방으로 들어왔죠. 죽음은… 육체적인 타격이 아니었습니다. 아마 정신적인 영역을 공격했을 겁니다. 혹은… 그의 존재 자체를 소멸시켰겠죠. 이 검은 액체는 그 과정에서 부산물처럼 남은 것일 테고, 그의 몸이 그렇게 메마르게 된 것도… 그 존재에게 무언가를 빼앗겼기 때문일 겁니다.

**37컷.**
(강형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강형사:** 하지만 밀실은요? 어떻게 된 겁니까? 존재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라졌다면… 문은 안에서 잠겨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38컷.**
(서리가 한 교수의 시신을 다시 한번 응시한다. 그의 눈동자에 서린 극한의 공포. 그리고 그의 마지막 순간에 잡고 있던 양피지.)
**서리:** 한 교수는… 그 존재를 돌려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이 일지에도 적혀있죠. ‘문을 열었다면, 문을 닫는 것도 그들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

**39컷.**
(서리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문득, 벽에 걸린 낡은 태피스트리 뒤로 희미하게 보이는, 고대에 사용되었을 법한 환기구 같은 것을 발견한다.)
**서리 (독백):** 아니, 더 간단하고… 더 끔찍하게.

**40컷.**
(서리가 문고리 쪽으로 다시 다가가며 말을 잇는다.)
**서리:** 한 교수는 스스로 밀실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그 존재를 돌려보내기 위해… ‘대가’를 지불했고, 그 ‘대가’는 아마도 자신의 목숨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 깨달았을 겁니다. 이 문은… 밖에서 잠겨야만 비로소 ‘닫힐’ 수 있다는 것을요.

**41컷.**
(서리가 문 안쪽의 걸쇠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리고 시신을 바라본다.)
**서리:** 그는 죽는 순간까지… 안에서 문을 잠그려 했습니다. 비록 그 행위가 그 존재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었을지라도, 마지막 의지였겠죠. 그의 손이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걸쇠를 내리는 순간… 존재는 이미 그의 영혼을 가져갔고, 그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완벽한 밀실은… 살인범이 만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자신의 죽음으로 완성한 것입니다. 스스로. 마지막 발악으로.

**42컷.**
(강형사의 얼굴이 완전히 창백해진다. 그의 시선이 문고리와 한 교수의 시신을 번갈아 본다.)
**강형사:** 스스로… 밀실을 잠그고… 죽었다는 말입니까? 대체 왜?!

**43컷.**
(서리의 눈이 다시 한번 검은 액체와 그 옆에 놓인 비늘 조각, 그리고 책을 향한다.)
**서리:** 그 존재가 다시… 이 서재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겠죠. 마지막 순간의 인류애. 혹은… 단순히 저 존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저 문을 ‘닫고’ 싶었던 겁니다. 저 비늘은… 그 존재가 이 문을 통과하면서 남긴 흔적입니다. 물리적인 장애물이 아닌, 차원적 장애물을 넘나들 때 생기는, 일종의 흔적.

**44컷.**
(강형사가 몸서리친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표정이다.)
**강형사:** 말도 안 돼… 그런… 그런 일이…

**45컷.**
(서리가 책상 위 양피지에 적힌 기이한 문자를 손가락으로 짚는다. 문자는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착각을 준다.)
**서리:** 한 교수는 완벽한 밀실을 만들어 그 존재를 봉인하려 했지만… 그 존재는 밀실 따위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에게는 ‘문’의 개념 자체가 다르니까요. 밀실 트릭은 바로 이것입니다. 범인이 없다는 것. 이 방을 오간 것은… 우리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이 방은 결코 완벽하게 ‘닫힌’ 것이 아니라는 것.

**46컷.**
(서리가 서재 문을 등지고 선다. 그녀의 눈은 저택의 어두운 복도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서리 (독백):** 완벽한 밀실은 없다. 존재하지 않는 열쇠로 열리는 문도 없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문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존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흔적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47컷.**
(강형사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어올린다.)
**강형사:** 보고해야… 아니, 대체 뭐라고 보고를…

**48컷.**
(서리가 차갑게 웃는다. 그녀의 웃음은 어딘가 서글프고, 깊은 지식을 아는 자의 피로감을 담고 있었다.)
**서리:** 그냥… 미제 사건으로 남겨두세요. 어쩌면… 그 편이 더 안전할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에는… 굳이 열지 않는 편이 나은 판도라의 상자가 너무나 많으니까요.

**49컷.**
(서재 문이 다시 천천히 닫힌다. 삐걱이는 소리가 저택 전체에 메아리친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 검고 끈적거리는 형체가 희미하게 움직이는 듯한 환상이 스쳐 지나간다.)
**나레이션 (서리):**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서, 현실의 얇은 껍질은 끊임없이 찢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틈새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들이 고개를 내민다. 한 교수는 그중 하나와 마주했고, 그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과연, 그 존재는 정말로 이 밀실에 갇혔을까?

**50컷.**
(닫힌 서재 문. 그 위로, 기묘하고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양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마치 문이 아니라, 어떤 경계처럼.)
**나레이션 (서리):** 밀실 살인 사건의 트릭은 풀렸지만… 더 큰 수수께끼는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