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층 유령 (高層幽靈)
**장르:** 좀비 아포칼립스, 심리 스릴러, 오컬트 호러
**시놉시스:**
알 수 없는 전염병으로 세상이 무너지고 좀비가 활개 치는 도시. 20층 아파트에 고립된 이하루는 바깥의 지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애쓴다. 그러나 그녀의 유일한 안식처인 아파트 안에서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시작되고, 점차 그 강도는 심해진다. 하루는 아파트 안에 도사린 보이지 않는 악의에 맞서, 혹은 도망쳐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과연 아파트 밖의 괴물과 아파트 안의 유령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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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이하루 (Lee Haru):**
20대 후반. 평범한 직장인이었으나, 아포칼립스 이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생존자. 타고난 예민함과 현실적인 성격 덕분에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이 있지만, 점차 아파트 내부의 기괴한 현상에 정신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다.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그녀는 믿지 않던 존재에 의해 심리적 혼란을 겪으며, 생존 본능과 공포 사이에서 갈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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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1: 깨진 컵과 벽 속의 속삭임]
**시간:** 아포칼립스 발발 3주 후. 늦은 오후에서 밤까지.
**장소:** 이하루의 아파트 (20층).
**SOUND:**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 찢어지는 듯한 비명. 이따금씩 ‘쿵’ 하는 둔탁한 진동음과 함께 건물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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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1.1. EXT. 도시 전경 – 늦은 오후 (WIDE SHOT)**
잿빛 노을이 핏빛처럼 도시를 물들인다. 수많은 고층 아파트 건물들이 텅 빈 채 거대한 묘비처럼 서 있다. 아스팔트 도로는 폐허가 되었고, 차량들은 뒤집히거나 불에 탄 채 방치되어 있다. 멀리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다. 하루가 사는 아파트 20층 창문에서만, 마치 꺼져가는 심장처럼 희미한 불빛이 깜빡인다.
**1.2.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늦은 오후 (MID SHOT)**
이하루(20대 후반, 며칠 밤을 새운 듯 초췌한 얼굴에 트레이닝복 차림)는 무릎을 끌어안고 낡은 소파에 웅크려 있다. 켜놓은 TV 화면에서는 송출이 끊긴 테스트 화면만 지직거린다. 옆에는 반쯤 비운 라면 그릇이 놓여 있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을 향해 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도시가 어둠에 잠기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린다.
**하루 (내레이션/독백 – 지치고 불안한 목소리):**
또 하루가 저문다. 바깥은 여전히 지옥이겠지. 괴물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 괴물들보다 더한 짐승으로 변했을 테고. 이곳은… 내게 남은 유일한 성이었다. 높고 견고한 성벽으로 지옥을 막아주는… 유일한 안식처. 하지만 가끔, 이 성벽마저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SOUND:** (갑자기 TV 화면이 일그러지며 ‘쉬익-‘ 하는 노이즈가 고조된다. 화면 속 테스트 패턴이 녹아내리는 듯 일그러진다.)
**1.3.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늦은 오후 (CLOSE UP)**
하루의 미간이 불안하게 찌푸려진다. 불안한 눈빛으로 TV를 본다. 노이즈에 섞여 희미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녀는 귀를 기울인다.
**하루:** (작게 중얼거린다)
망할, 또 전압이 불안정한가. 아니면… 배가 고파서 헛것이 들리는 건가.
**SOUND:** (노이즈가 잦아들고 화면은 다시 평범한 테스트 패턴으로 돌아온다.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사라진다.)
**1.4. INT. 하루의 아파트 주방 – 저녁 (MID SHOT)**
하루가 소파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향한다. 남아 있는 물을 컵에 따르려는데, 싱크대 위에 놓여 있던 유리컵 하나가 갑자기 ‘쨍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컵은 산산조각 난다.
**SOUND:** (유리컵 깨지는 소리 ‘쨍그랑!’. 하루의 짧고 날카로운 비명 ‘흡!’)
**1.5. INT. 하루의 아파트 주방 – 저녁 (CLOSE UP)**
놀란 하루가 굳은 채 깨진 컵 조각들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동공은 확장되어 있다.
**하루:** (떨리는 목소리)
이… 이게 뭐야. 지진? 아니… 진동은 없었는데. 내가 제대로 놓지 않았던 건가?
**하루 (내레이션/독백):**
아니다. 나는 컵을 항상 그 자리에, 완벽하게 놓아두는 사람이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야. 착각일 리 없어.
**1.6.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저녁 (FULL SHOT)**
하루가 조심스럽게 깨진 조각들을 치우기 위해 움직인다. 문득, 거실의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튼이 미세하게 ‘스윽’ 하고 움직이는 것을 발견한다. 창문은 굳게 잠겨 있고,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SOUND:** (커튼이 미세하게 스치는 소리 ‘스윽-‘)
**1.7.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저녁 (CLOSE UP)**
하루의 시선이 커튼에 고정된다. 그녀는 천천히,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커튼 쪽으로 다가간다.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고동친다.
**하루:** (속으로)
확실히 잠겨 있었어. 바람이 들어올 틈이 없었는데. 혹시… 누가 들어온 건가?
**1.8.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저녁 (OVER THE SHOULDER SHOT – 하루의 시점으로 커튼을 본다)**
하루가 손을 뻗어 커튼을 조심스럽게 만져본다. 아무런 바람도 느껴지지 않는다. 공기는 차갑고 정체되어 있다. 그러나 커튼은 다시 한번 ‘스윽-‘ 하고 짧게 흔들린다. 마치 누군가 그 뒤에 숨어 있다가 그녀의 손길에 맞춰 움직인 것처럼.
**SOUND:** (커튼 스치는 소리 ‘스윽-‘.)
**하루:** (겁에 질린 목소리로)
누구… 누구 있어? 장난치지 마. 나와!
(정적. 아파트 내부에는 하루의 거친 숨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루 (내레이션/독백):**
대답이 없다. 하지만 존재를 느끼지 못할 수가 없었다. 차가운 공기의 흐름, 미세한 압력… 섬뜩함이 온몸을 감쌌다. 밖은 괴물들의 세상이다. 그런데… 내 집 안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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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시간:** 다음 날 새벽.
**장소:** 하루의 아파트 침실.
**SOUND:** (멀리서 들리는 끊임없는 으르렁거리는 소리. 밤새도록 이어진다. 이따금씩 ‘크르륵’ 하는 소리가 아파트 벽을 타고 넘어오는 듯하다.)
**2.1. INT. 하루의 아파트 침실 – 새벽 (CLOSE UP)**
하루는 침대 위에서 잔뜩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한 표정이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더욱 짙어졌다.
**2.2. INT. 하루의 아파트 침실 – 새벽 (MID SHOT)**
갑자기 침대 옆 탁자에 놓여 있던 물컵이 ‘삐걱’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마치 누군가 컵의 밑동을 잡고 좌우로 흔드는 것처럼.
**SOUND:** (물컵 흔들리는 소리 ‘삐걱’. 하루가 움찔하며 비명을 삼키고 잠에서 깬다.)
**2.3. INT. 하루의 아파트 침실 – 새벽 (CLOSE UP)**
하루의 눈이 번쩍 뜨인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인다. 밤새 잠들지 못한 공포가 그녀의 눈에 가득하다.
**하루:** (속삭이듯)
뭐야… 꿈인가? 설마… 밤새 날 지켜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하루 (내레이션/독백):**
분명히 자각몽이 아니었다. 어제의 그 섬뜩한 공기가 내 침실까지 스며든 것이다.
**2.4. INT. 하루의 아파트 침실 – 새벽 (FULL SHOT)**
하루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다. 그러나 그녀는 어딘가 모를 싸늘하고 끈적이는 기운을 느낀다.
문득, 침대 발치에 놓인 작은 곰 인형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인형의 눈은 마치 하루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SOUND:** (인형 떨어지는 소리 ‘툭’. 하루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심장이 요동친다.)
**2.5. INT. 하루의 아파트 침실 – 새벽 (CLOSE UP)**
하루의 동공이 확장된다. 그녀는 인형을 노려본다. 인형은 마치 그녀를 보고 있는 것처럼 섬뜩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듯하다. 이성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본능은 비명을 지른다.
**하루:** (목소리가 갈라진다)
…누가… 누가 내 인형을 건드렸어? 누가 여기 들어온 거야?
(정적. 침묵이 그녀를 옥죄어 온다.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굳어버린 듯하다.)
**2.6. INT. 하루의 아파트 침실 – 새벽 (MID SHOT)**
하루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떨어진 인형 쪽으로 다가간다. 그녀의 손이 인형에 닿으려는 순간, 방문이 ‘쾅!’ 하고 크게 닫힌다. 바람 한 점 없는 밀폐된 공간에서, 엄청난 힘으로 닫힌 것이다.
**SOUND:** (방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 바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하루의 비명 ‘꺄악!’)
**2.7. INT. 하루의 아파트 침실 – 새벽 (FULL SHOT)**
하루는 바닥에 주저앉아 귀를 막는다.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방금 닫힌 방문을 보며, 그것이 단순한 바람이 아님을 직감한다. 그녀의 집은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감옥이 되어가고 있다.
**하루 (내레이션/독백):**
착각이 아니었다. 환청도 아니었다. 내 집에…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 아니, 어쩌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 공포를 먹고 자라는 걸까? 아니면… 날 쫓아내려는 걸까? 아니면… 더 깊은 곳으로 나를 끌어들이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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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시간:** 날이 밝은 후.
**장소:** 하루의 아파트 거실.
**SOUND:** (멀리서 희미하게 들리는 으르렁거림. 여전히 불안한 정적 속에서 하루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린다.)
**3.1.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MID SHOT)**
하루는 며칠 밤낮을 새운 듯 초췌한 모습이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고, 손에는 주방에서 가져온 식칼을 꽉 쥐고 있다. 그녀는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벽장 문을 열고 닫으며, 가구 뒤편을 확인한다. 이미 수십 번을 반복한 행동이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루:** (혼잣말)
누구라도 들어온 거라면… 숨어있을 만한 곳은 다 봤어. 외부 침입 흔적도 없고. 창문도 잠겨있고… 도대체…
**하루 (내레이션/독백):**
누군가가 들어온 것이 아니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게 아니야. 보이지 않는 존재. 형체가 없는 악의.
**3.2. INT. 하루의 아파트 주방 – 낮 (CLOSE UP)**
하루가 주방 싱크대 문을 열어 본다. 텅 비어 있다. 찬장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눈빛은 점차 광기로 물들어가는 듯하다.
**3.3.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FULL SHOT)**
하루가 거실로 돌아와 식칼을 든 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그녀의 시선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무언가를 쫓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뜨거운 공기의 일렁임을 보는 것처럼, 시선이 흔들리는 곳을 향해 움직인다.
**SOUND:** (갑자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볼펜이 ‘또르르’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진다. 그 뒤를 이어 작은 종이 조각들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허공에서 떠다니다 떨어진다.)
**3.4.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CLOSE UP)**
하루가 떨어진 볼펜을 노려본다. 그리고 그 주변의 허공을 뚫어져라 본다. 공기 중에 마치 투명한 손길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루:** (이를 악문다. 목소리에 분노와 공포가 뒤섞여 있다.)
나와. 정체를 드러내!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니까! 나를 괴롭히지 마!
**3.5.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MID SHOT)**
하루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실 벽에 걸려 있던 액자가 ‘쿵!’ 소리와 함께 벽에서 떨어져 바닥에 박살 난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액자 속 웃고 있는 가족사진은 산산조각 난다. 그 웃음은 그녀의 현실과 대비되어 더욱 비극적이다.
**SOUND:** (액자 떨어져 깨지는 소리 ‘쿵! 쨍그랑!’. 하루의 격한 숨소리.)
**3.6.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CLOSE UP)**
하루는 깨진 액자를 멍하니 바라본다. 액자 속 행복했던 가족들의 얼굴, 멀쩡했던 과거의 파편이 그녀의 짓밟힌 현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그녀의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다.
**하루 (내레이션/독백):**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었다. 이젠 명백한 공격이었다. 나를 향한, 혹은 나의 존재를 부정하는… 악의. 내 과거를, 내 삶을, 나라는 존재 자체를 부수려는 잔인한 의지.
**3.7.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FULL SHOT – SLOW ZOOM OUT)**
하루가 고개를 들자, 거실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미세하게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액자 파편, 책, 컵, 심지어 무거운 소파까지. 마치 건물이 통째로 진동하는 것처럼, 혹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모든 것을 움켜쥐고 흔드는 것처럼. 진동음은 점점 더 커진다.
**SOUND:** (모든 물건들이 함께 떨리는 진동 소리 ‘우우웅-‘. 점차 고조되며 건물이 울리는 듯한 저음이 섞인다.)
**하루:**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
이게… 이게 뭐야?!
**3.8.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PANNING SHOT – 하루의 시선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카메라가 거실을 훑는다. 떨리는 물건들 위로, 마치 안개처럼 희미하고 검은 형체가 ‘스르륵’ 하고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빠르게, 그리고 불분명하게. 마치 꿈속의 잔상처럼. 그 형체는 벽을 따라 이동한다.
**3.9.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CLOSE UP – 하루의 눈동자)**
하루의 눈동자가 그 희미한 그림자를 쫓는다. 그림자는 거실 벽 한가운데에 멈춰 선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벽지가 ‘스으윽’ 하고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한다. 마치 누군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긁어내듯. 벽지 밑의 회반죽 가루가 떨어져 내린다.
**SOUND:** (벽지 뜯어지는 소리 ‘스으윽-‘. 점점 더 커지는 진동음과 함께 벽에서 부스러지는 소리.)
**3.10.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MID SHOT)**
벽지가 뜯어진 자리에는 차갑고 거친 콘크리트 벽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콘크리트 위에, 붉은색으로 긁힌 자국들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마치, 피 묻은 손가락으로 쓴 글자 같았다. 선명하고 섬뜩하게.
**하루:** (경악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저건… 글씨…? 설마…
**3.11.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EXTREME CLOSE UP – 벽에 새겨진 글씨)**
벽에 새겨진 글씨를 클로즈업한다.
「 나 가 」
세 글자. 섬뜩하고 간결한 글자였다. ‘나가.’ 명령이자 경고. 그녀의 유일한 피난처에서 그녀를 쫓아내는 선고.
**하루 (내레이션/독백):**
그것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리고… 나의 유일한 안식처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잔혹한 선고였다. 마치 벽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악의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처럼. 이 집에 갇힌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가 이곳에 가둔 것이다. 나는 과연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벗어난다고 한들, 바깥 세상이 날 받아줄까. 아파트 안의 악령과, 아파트 밖의 괴물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3.12. INT. 하루의 아파트 거실 – 낮 (FULL SHOT)**
하루가 벽에 쓰인 글자를 보며 얼어붙어 있다. 그녀의 뒤로, 창밖에서는 잿빛 하늘과 삭막한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저 멀리, 폐허가 된 거리에서 희미하게 일렁이는 인영들이 보인다. 어둠이 빠르게 내리기 시작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아파트의 고요를 깨트린다.
**SOUND:** (멀리서 들려오는 섬뜩한 울음소리 ‘우우우우우-‘. 진동음과 함께 고조된다. 하루의 흐느낌이 섞인다.)
**FADE OU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