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발명가의 실패담 – 제55화

교수 허준호는 낡은 작업실 한가운데 놓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진 금속 더미를 멍하니 응시했다. ‘감성 공명 증폭기 3호’라고 자랑스럽게 명명했던 그의 최신 발명품이었다. 지금은 흡사 거대한 캔을 발로 짓밟아 놓은 듯한,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인류의 감성 교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굳게 믿었던, 그의 모든 열정과 희망이 응축된 결과물이었다.

어제 오후, 공개 시연회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작은 마을의 허름한 강당에는 호기심에 찬 몇몇 주민과, 항상 그를 염려하는 유일한 조수이자 조카딸인 윤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교수는 떨리는 손으로 스위치를 눌렀다. 기기는 웅장한 소리를 내며 작동했고, 알록달록한 빛을 뿜어냈다. 처음에는 잔잔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왔고,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는 듯했다. 교수는 미소 지었다. 드디어 성공인가? 그러나 그 미소는 곧 공포로 바뀌었다.

갑자기 한 아주머니가 격렬하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은 슬픔은 순식간에 거대한 비탄이 되어 강당 전체를 집어삼켰다. 옆에 앉아있던 청년은 이내 분노에 휩싸여 책상을 뒤엎었고, 어르신 한 분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옆 사람을 밀쳐 넘어뜨렸다. 기계는 인간의 감성을 안정화시키기는커녕, 내면에 잠재된 감정의 불씨를 무자비하게 휘발유로 적셔 폭발시키는 장치였다. 강당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고, 윤서가 황급히 전원 코드를 뽑자 비로소 광기가 멈췄다.

그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작업실의 습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실패는 그의 오랜 동반자였다. ‘자동 발효 김치냉장고’는 김치를 폭발시켜 천장을 붉게 물들였고, ‘기억 정화 장치’는 시험 대상의 기억을 완전히 지워버려 병원으로 실려 가게 만들었다. ‘만능 지팡이’는 스스로 걷기 시작하더니 마을을 벗어나 산으로 도망쳐버렸다. 헤아릴 수 없는 실패의 기록들. 그의 등 뒤에는 빛바랜 특허 신청서와 실패한 발명품들의 스케치가 가득했다.

“교수님, 괜찮으세요?”

문득 들려오는 윤서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윤서는 항상 그를 지켜보고, 때로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단 한 번도 그를 포기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과 함께 은근한 체념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괜찮다니, 윤서야. 이 지경인데 괜찮을 리가 있니.” 교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는데… 결과는 또다시 이 꼴이군.”

윤서는 조용히 교수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삼촌의 기묘한 발명품들과 함께 자랐다. 비록 그 발명품들이 단 한 번도 세상에 이로운 존재로 증명된 적은 없었지만, 윤서는 그 과정 속에서 삼촌의 반짝이는 눈빛과 식지 않는 열정을 보아왔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삼촌은 실패할 때마다 좌절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교수님. 저는 어제 그 기계가… 아주 조금은 놀라웠어요.” 윤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렇게까지 인간의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건, 분명 가능성이 있다는 뜻 아닐까요? 방향만 바꾸면… 예를 들면,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크게 증폭시켜 준다든가, 아니면 고통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교수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에 조금씩 생기가 돌아오는 듯했다. “그래, 윤서야. 네 말이 맞아. 방향이 문제였어. 나는 감정을 증폭시키는 것에만 몰두했지, 그 증폭된 감정을 어떻게 제어할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

그는 비록 실패했지만, 그 실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듯 보였다. 발명가의 뇌는 고장 난 기계처럼 멈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라는 연료를 통해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용광로 같았다.

“교수님, 배고프시죠? 제가 따뜻한 국밥이라도 사 올게요.”

윤서가 일어서자, 교수는 손을 저었다. “아니다. 지금은… 아니다, 윤서야. 국밥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그는 낡은 작업대 위로 몸을 숙였다. 수십 년간 수많은 아이디어를 끄적였던 너덜너덜한 노트 한 권을 펼쳤다. 연필을 쥔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그 떨림 속에는 좌절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전율이 담겨 있었다. 찌그러진 ‘감성 공명 증폭기 3호’의 잔해를 흘끗 보더니, 그의 눈빛은 다시 반짝였다.

“봐라, 윤서야. 감정의 주파수를 역이용해서… 음… 그래! ‘감정 진정 안마기’는 어떠니? 아니면 ‘희망 투영 홀로그램’이라든가!”

그의 목소리는 다시 활기를 띠었고, 얼굴에는 전에 없던 들뜬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윤서는 한숨을 쉬었지만, 그 한숨 속에는 여전히 삼촌에 대한 깊은 애정과 함께, 이 기나긴 실패의 여정이 언젠가 작은 성공의 씨앗을 맺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교수는 이미 다음 발명품의 구상에 몰두해 있었다. 실패가 그를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실패는 그에게 더 큰 추진력을 주었다. 작업실에는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음악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엉뚱한 발명가는 또다시 다음 실패를 향한, 혹은 어쩌면 아주 작은 성공을 향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의 굽은 어깨 위로, 내일의 해가 다시 뜨겁게 떠오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