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 대본 & 스토리보드: 심연의 연가 (深淵의 戀歌)
**장르:** 좀비 아포칼립스, 로맨스, 판타지
**핵심 줄거리:** 잔혹한 종말 속에서 피어난, 인간과 변이된 ‘그들’ 사이의 금지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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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잿빛 세상, 붉은 심장
**(배경 음악: 낮고 음산한 현악기 소리, 이따금씩 날카로운 금속음이 섞인다)**
**[장면 전환]**
**1.1.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 (낮)**
– 렌즈는 하늘에서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온다. 회색빛 먼지로 뒤덮인 고층 빌딩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차량들, 그리고 어디선가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모든 것이 정지한 듯하지만, 어딘가에서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 도시 곳곳에 널브러진 좀비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느리게 움직이거나, 완전히 굳어버린 듯하다.
**1.2. 허물어진 상점가 (낮)**
– **(효과음: 바람 소리, 깨진 유리 조각들이 굴러가는 소리)**
– 낡은 간판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상점의 쇼윈도는 깨져 구멍이 뚫려 있다. 빛바랜 마네킹의 팔이 바닥에 나뒹군다.
– 렌즈는 빠르게 움직이는 한 인물을 따라간다. 전투복 차림의 젊은 여성, **지아 (JI-A, 20대 중반)**. 그녀의 손에는 녹슨 식칼이 단단히 쥐여 있다. 허리춤에는 작은 배낭과 여러 공구들이 매달려 있다.
– 지아의 눈은 날카롭고 불안하다.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며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먼지로 뒤덮인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생존자의 강인함이 배어 있다.
**지아 (내레이션):**
(조용하고 단단한 목소리)
“세상은 끝났다. 익숙했던 모든 것이 허물어지고, 사람들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로 변했다. 남은 우리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이었다. 희망이란 단어는 사치가 된 지 오래.”
**1.3. 좁은 골목길 (낮)**
– 지아가 조심스럽게 골목 안으로 들어선다.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둡고 습하다.
– **(효과음: 끈적이는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
– 그녀가 밟은 바닥에는 핏자국과 알 수 없는 점액질이 엉겨 붙어 있다.
– 갑자기, 골목 저편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지아가 순간 멈춰 서서 숨을 죽인다.
**지아:**
(속삭임)
“젠장…”
**1.4. 폐기물 더미 사이 (낮)**
– 지아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소리가 나는 곳을 엿본다.
– 시야에 들어온 것은 두 마리의 좀비. 다른 좀비들보다 훨씬 크고 빠르다.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피부는 거무튀튀하고, 사지는 기형적으로 비틀려 있다. 일반 좀비보다 훨씬 위협적인 ‘변이종’이다.
– 그들은 무언가를 뜯어먹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끔찍한 광경임은 틀림없다.
– 지아는 재빨리 몸을 숨긴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효과음: 거친 숨소리, 심장 박동 소리)**
**지아 (내레이션):**
“변이종. 일반 좀비와는 격이 달랐다. 놈들은 더 영리하고, 더 잔인하며, 무엇보다… 훨씬 빨랐다.”
**1.5. 지아의 은신처 (낮)**
– 지아가 숨어 있던 낡은 밴 안. 좁은 틈새로 변이종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 그녀는 식칼을 꽉 쥐고,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한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 변이종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 **(효과음: 찢어지는 비명, 좀비들의 으르렁거림)**
– 갑자기, 밴 뒤편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둔탁한 충격음이 들린다. 변이종들이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보인다.
**지아:**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결심한 듯)
“…기회는 지금뿐이야.”
**1.6. 골목길 탈출 (낮)**
– 지아가 밴에서 뛰쳐나와 미친 듯이 달린다. 그녀의 목표는 폐허가 된 병원 건물이다.
– **(효과음: 지아의 거친 발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변이종들의 포효)**
– 병원 입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갑자기 뒤편에서 검은 그림자가 덮쳐온다.
– 변이종 하나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다. 끔찍하게 일그러진 얼굴, 검고 날카로운 손톱이 지아를 향해 뻗어온다.
**지아:**
(숨을 헐떡이며)
“크윽…!”
**1.7. 위기의 순간 (낮)**
– 변이종의 손톱이 지아의 목을 스치려던 찰나, **(효과음: 쇠가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 거대한 형체가 순식간에 나타나 변이종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 **(효과음: 뼈가 부러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 변이종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
– 변이종은 충격에 옆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히고,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다.
– 지아는 충격에 뒤로 나자빠진다. 눈앞에 서 있는 존재를 올려다본다.
**1.8. 카이의 첫 등장 (낮)**
– 지아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압도적인 존재감의 ‘그’.
– 다른 좀비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키는 족히 2미터는 넘어 보이고, 근육질의 몸은 단단한 갑주처럼 보인다. 피부는 다른 좀비처럼 썩어 문드러지지 않고, 검은색과 회색이 섞인 듯한 기묘한 색을 띠고 있다. 찢어진 상의는 간신히 몸을 가리고 있다.
–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의 얼굴이었다. 턱과 볼에는 검은 힘줄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지만, 기괴하게 일그러진 일반 좀비의 얼굴과는 달리, 어딘가 인간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다.
– 그리고, 그의 눈. 핏발 선 노란색 눈동자는 지아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분노나 광기가 아닌, 차갑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 **카이 (KAI)**. 그는 쓰러진 변이종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다시 지아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어떠한 공격적인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지아:**
(숨을 헐떡이며, 공포에 질린 목소리)
“너… 너는 대체…”
**1.9. 침묵의 응시 (낮)**
– 카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아를 내려다볼 뿐이다.
– 지아는 식칼을 든 채 뒷걸음질 치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 카이의 시선은 지아의 식칼, 그리고 그녀의 얼굴로 향한다. 그의 입술이 아주 미세하게 열리는 듯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다.
– **(효과음: 정적, 지아의 격렬한 심장 소리)**
– 한참의 침묵 끝에, 카이는 천천히 몸을 돌려 골목 깊숙한 곳으로 사라진다.
– 지아는 그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미동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지아 (내레이션):**
“그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아니, 죽이려 하지 않았다. 그 핏빛 눈동자 속에는… 내가 아는 좀비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어떤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 세상의 균열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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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어둠 속의 조우 (Encounter in the Darkness)
**(배경 음악: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서 미스테리하고 약간은 슬픈 멜로디로 바뀐다)**
**2.1. 생존자 캠프 (밤)**
– 낡은 폐공장 건물 안에 작은 불빛들이 모여 있다. 몇몇 생존자들이 모닥불 주변에 앉아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눈다.
– 지아는 한쪽 구석에 앉아 차가운 전투식량을 먹고 있다. 그녀의 시선은 허공을 응시한다. 낮에 만난 카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 듯하다.
– **현수 (HYUN-SU, 30대 초반, 리더격 인물):** 강인하고 책임감이 강한 생존자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 지아를 아낀다.
– 현수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현수:**
“지아, 괜찮아? 표정이 안 좋네. 오늘 수색은 어땠어? 특별한 건 없었고?”
**지아:**
(고개를 살짝 젓는다)
“아니요… 그냥 평소랑 비슷했어요. 식량 조금이랑… 보급품 몇 개.”
**현수:**
(지아의 옆에 쪼그려 앉으며)
“그래. 요 며칠 좀비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아서 걱정이다. 특히 변이종들. 네가 나간 곳 근처에서 놈들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소문도 있고…”
**지아:**
(순간 움찔한다)
“네… 조심할게요.”
**현수:**
“항상 조심해야지. 넌 우리 캠프의 소중한 전력이니까. 그나저나 며칠 밤잠을 설치는 것 같던데, 혹시 악몽이라도 꿔?”
**지아:**
(현수에게서 시선을 돌려 모닥불을 응시한다)
“아니요… 그냥 좀 피곤해서요.”
**현수:**
(지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그래. 무리하지 말고 쉬어. 내일은 내가 수색 나갈 테니 넌 좀 쉬는 게 좋겠어.”
**지아:**
“괜찮아요. 제가 갈게요. 익숙한 곳이라 제가 더 나을 거예요.”
**현수:**
(지아를 빤히 바라본다)
“정말 괜찮아?”
**지아:**
(억지로 미소 짓는다)
“네, 그럼요.”
– 현수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돌아선다. 지아는 다시 시선을 허공에 던진다. 카이의 눈빛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2.2. 지아의 침대 (밤)**
– 낡은 천막 안, 간이 침대에 누운 지아가 잠 못 이루고 뒤척인다.
– **(효과음: 멀리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밤벌레 소리)**
– 그녀는 눈을 감지만, 자꾸만 카이의 모습이 플래시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 핏빛 눈동자, 압도적인 존재감, 그리고 자신을 해치지 않았던 그 순간.
**지아 (내레이션):**
“그는 왜 나를 살려두었을까? 변이종들이라면 살아있는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것이 본능일 텐데. 그는… 달랐다. 그의 눈빛은 굶주린 짐승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2.3. 다음 날, 도시 폐허 (낮)**
– 지아가 다시 홀로 수색에 나선다. 그녀의 발걸음은 어제 카이를 만났던 골목 쪽으로 향한다.
– 주변을 경계하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어딘가 호기심이 섞여 있다.
– **(효과음: 지아의 조심스러운 발걸음 소리, 바람 소리)**
– 그녀는 어제 카이를 만났던 곳에 도착한다. 변이종의 시체는 간데없고, 핏자국만 희미하게 남아 있다.
**지아:**
(주변을 둘러보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
**2.4. 폐허 속의 그림자 (낮)**
– 지아가 주변을 살피다, 문득 시선을 느낀다.
– 낡은 건물 옥상, 햇빛을 등지고 서 있는 거대한 실루엣. 카이였다.
– 그는 지아를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그녀가 다시 이곳으로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 지아는 숨을 멈춘다. 놀라움과 함께, 어쩐지 알 수 없는 이끌림이 느껴진다.
– 카이는 천천히 사라진다. 그림자가 사라지듯이.
**지아:**
(작게 중얼거린다)
“또다시… 나타났어.”
**2.5. 지아의 은밀한 관찰 (며칠 후, 낮/밤)**
– 지아는 수색을 나설 때마다 카이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 **(몬타주 시퀀스)**
– 지아가 망원경으로 멀리 떨어진 건물 옥상에 앉아 있는 카이를 관찰한다. 그는 움직임 없이 앉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낮)
– 지아가 폐허가 된 도서관의 책장 뒤에 숨어, 폐가 안을 조용히 걸어 다니는 카이를 엿본다. 그는 아무것도 찾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하는 듯하다. (어스름)
– 지아가 버려진 상점 창문 너머로 카이를 지켜본다. 카이는 빗물에 젖은 채, 허물어진 동상처럼 미동도 없이 서 있다. (비 오는 밤)
– 카이는 항상 혼자였다. 다른 좀비들과 어울리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찾아 헤매지도 않았다. 그저 존재할 뿐이었다.
– 지아는 그를 관찰하며 점차 공포보다는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그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고, 그것은 지아에게 ‘의미 없는 존재’로만 여겨졌던 좀비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 특히 그의 눈빛. 그는 지아를 볼 때마다 경계심이나 적의보다는, 마치 깊은 슬픔을 담은 듯한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지아 (내레이션):**
“그는 마치… 살아있는 유령 같았다. 인간이 아닌 존재, 그럼에도 인간의 고뇌를 품고 있는 것만 같은. 나의 세상은 그를 만난 후로, 더 이상 흑백이 아니었다. 어딘가에 희미한 색채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2.6. 폐허 속의 사투 (낮)**
– 지아가 식량 수색 중, 예상치 못한 좀비 떼와 마주친다. 일반 좀비들이지만 수가 많다.
– **(효과음: 좀비들의 끔찍한 신음 소리, 지아의 격렬한 전투음)**
– 지아는 식칼과 낡은 쇠파이프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인다. 한 마리, 두 마리 쓰러뜨리지만, 끝없이 밀려드는 좀비들에 점점 밀린다.
– 팔뚝에 깊은 상처를 입고, 바닥에 넘어질 위기에 처한다.
– **(효과음: 지아의 고통스러운 신음, 좀비들의 달려드는 소리)**
**지아:**
(절규하듯)
“크아악! 안 돼…!”
**2.7. 카이의 재등장 (낮)**
– 바로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좀비 떼 위로 드리워진다.
– **(효과음: 둔탁한 충격음, 좀비들의 찢어지는 소리)**
– 카이가 나타나 단숨에 좀비들을 짓이겨버린다. 그의 움직임은 인간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빠르고, 정확하며, 압도적인 힘을 과시한다.
– 그는 지아에게 다가오려는 마지막 좀비의 머리를 한 손으로 으스러뜨리고, 그대로 멈춰 선다.
– 지아는 바닥에 쓰러진 채 카이를 올려다본다. 상처 입은 팔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2.8. 침묵의 구원 (낮)**
– 카이는 쓰러진 좀비들을 한 번 흘끗 보고는, 다시 지아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 그의 핏빛 눈동자는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어딘가 걱정스러운 기색이 스치는 듯했다.
– 그는 한 손을 천천히 뻗어 지아에게 내민다. 크고 검은 손, 날카로운 손톱이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그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 지아는 망설인다. 공포와 동시에, 이상하게도 이 손을 잡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 **(클로즈업: 지아의 불안하면서도 흔들리는 눈빛, 카이의 뻗은 손)**
**지아 (내레이션):**
“그는 또다시 나를 구했다. 이번엔 분명하게. 그 검은 손을 마주했을 때, 내 안의 모든 경계심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차갑게 식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의 손에서 어떤 ‘온기’를 느꼈다.”
**2.9. 손을 잡다 (낮)**
– 지아는 결국 망설임을 딛고, 자신의 작은 손을 카이의 거대한 손 위에 얹는다.
– **(효과음: 옷 스치는 소리, 정적)**
– 카이는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다. 그의 손은 예상대로 차가웠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 지아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 **(클로즈업: 지아와 카이의 눈, 서로에게 깊이 빠져드는 시선)**
– 카이는 지아의 팔뚝에서 흐르는 피를 발견한다. 그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려지는 듯했다.
– 그는 아무 말 없이 지아의 팔목을 잡고, 폐허의 골목길 안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지아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를 따라간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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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침묵의 그림자 (Silent Shadow)
**(배경 음악: 서정적이고 잔잔한 멜로디, 희미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3.1. 숨겨진 공간 (낮)**
– 카이가 지아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낡고 허물어진 지하 주차장이었다. 입구는 무너진 건물 잔해들로 교묘하게 가려져 있어, 외부에서는 전혀 눈치챌 수 없다.
– 어둠침침한 공간 안으로 들어서자, 습하고 차가운 공기가 느껴진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낡은 상자들이 쌓여 있고, 한쪽에는 깨끗한 천조각들이 개어져 있다.
– 카이는 지아를 한쪽 벽에 기대앉히고, 천천히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는다.
– 그의 눈은 여전히 지아의 상처 입은 팔에 고정되어 있다.
**지아:**
(작은 목소리로)
“여긴… 네 은신처야?”
– 카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천 조각과 낡은 물병을 가져온다.
– 그는 물병의 물을 천에 적셔 지아의 팔뚝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준다. 그의 손길은 크고 거칠었지만, 놀랍도록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지아 (내레이션):**
“인간이라면… 아니, 살아있는 존재라면 모두가 경계해야 할 ‘그’가, 내 상처를 치료해주고 있었다. 그의 차가운 손이 내 피부에 닿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온기가 차오르는 것 같았다.”
**3.2. 침묵 속의 치료 (낮)**
– 카이가 지아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주고, 깨끗한 천으로 붕대를 감아준다.
– 지아는 고통스러운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카이의 행동을 말없이 지켜본다.
– 그의 얼굴은 여전히 감정을 읽기 어려웠지만, 그 깊은 눈동자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일렁였다.
– 치료가 끝나자, 카이는 지아의 팔을 한 번 살피고는 고개를 든다.
– 그들의 눈이 다시 마주친다.
**지아:**
(조심스럽게)
“고마워… 또다시 날 구해줬네.”
– 카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아를 바라볼 뿐이다.
– 지아는 문득 그의 손을 잡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그녀는 주저하다가, 자신의 손을 조용히 그의 손 위에 얹는다.
– 카이는 자신의 손을 거두지 않는다. 차가운 피부 아래로, 희미하게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
**지아:**
(작은 미소를 지으며)
“넌… 이름이 뭐야?”
– 카이는 지아의 질문에 반응하는 듯했다. 그의 핏빛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고, 그의 입술이 아주 희미하게 움직인다. 낮은 으르렁거림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소리 같기도 했다.
– **(효과음: 희미하고 낮은, 짐승 같지만 어딘가 절박한 소리)**
– 그는 자신의 가슴팍을 손으로 가리키고는, 희미하게 고개를 젓는다.
**지아:**
“이름… 없다는 거야? 그럼… 내가 지어줄까?”
– 카이는 지아를 빤히 바라본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아:**
“음… 넌 강하고, 고독하고… 그리고 어쩐지 슬퍼 보여. 꼭 심연의 끝에서 태어난 존재 같아. 그럼… ‘카이’는 어때? ‘어둠 속에서 피어난 자’라는 뜻도 있고, ‘승리자’라는 뜻도 있대.”
– 카이는 ‘카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아주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다. 그의 눈동자에 아주 희미한 빛이 스치는 것 같았다.
**지아:**
(싱긋 웃으며)
“그래, 그럼 오늘부터 넌 카이야. 괜찮지?”
– 카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는 좀 더 분명하게.
**지아 (내레이션):**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그를 ‘몬스터’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 행위는, 나의 외롭고 메마른 심장에 작은 새싹을 틔웠다.”
**3.3. 지하 은신처에서의 시간 (낮/밤)**
– 지아는 그날 이후로, 주기적으로 카이의 은신처를 찾아간다.
– **(몬타주 시퀀스)**
– 지아가 가져온 전투식량이나 통조림을 카이에게 건넨다. 카이는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조용히 받아먹는다. 그의 먹는 모습은 거칠지 않았다. (낮)
– 지아가 카이에게 캠프에서 가져온 낡은 책을 읽어준다. 카이는 지아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때때로 고개를 기울이기도 한다. (어스름)
– 지아가 지친 몸으로 잠이 들면, 카이는 그녀의 곁에 묵묵히 앉아 그녀를 지킨다. 그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밤)
– 지아가 낡은 천조각에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자신이 본 카이의 모습을 그린다. 카이는 그녀의 어깨너머로 그림을 지켜본다. 그림 속 자신의 모습이 어딘가 쓸쓸하게 표현되어 있다.
– 그들의 관계는 대화가 없어도 깊어졌다. 지아는 카이의 눈빛, 미세한 표정 변화, 그리고 그의 침묵 속에서 수많은 감정들을 읽어냈다. 고독, 슬픔, 그리고 자신을 향한 알 수 없는 배려.
– 카이는 지아의 존재를 통해 조금씩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듯했다. 가끔은 지아의 말에 희미한 콧소리를 내기도 하고, 그녀가 위험에 처하면 맹렬하게 그녀를 보호했다.
– 그들의 세상은 둘만의 것이었다. 바깥의 잔혹한 아포칼립스와는 동떨어진, 금지된 낙원.
**3.4. 캠프의 의심 (어느 날 밤)**
– 지아가 캠프로 돌아오자, 현수와 몇몇 생존자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 **(효과음: 웅성거리는 소리, 긴장감 넘치는 정적)**
**현수:**
“지아. 너 요새 어디 가는 거야? 수색 나간다고 하고는 너무 오래 비어 있고, 가끔은 아예 밤을 새기도 하잖아.”
**지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냥… 좀 멀리까지 다녀왔어요. 물자를 찾기가 힘들어서…”
**생존자 1:**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우리 구역은 이미 싹 다 뒤진 곳이야. 뭘 찾겠다고 그렇게 멀리 가? 밤새워 가면서?”
**생존자 2:**
“그리고 네가 가져오는 식량도 줄었어! 우리가 널 믿고 수색을 맡긴 건데, 너 혼자 빼돌리는 거 아니야?”
**지아:**
(당황하며)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해요! 오해예요!”
**현수:**
(손을 들어 생존자들을 진정시킨다)
“다들 진정해. 지아가 그럴 리 없어. 하지만… 지아. 확실히 네 행동이 의심스러운 건 사실이야. 솔직하게 말해줘. 대체 어디에 가는 거야?”
**지아:**
(카이를 말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입술을 깨문다)
“말씀드릴 수 없어요… 하지만 캠프에 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현수:**
(한숨을 쉬며)
“말씀드릴 수 없다니… 지아. 이 상황에서 비밀은 독이야. 네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모르면, 우린 널 믿을 수 없어.”
– 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카이의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 그는 캠프의 모든 생존자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현수:**
“오늘부터 당분간 수색은 나오지 마. 네가 솔직하게 말해줄 때까지… 우린 널 온전히 믿을 수 없어.”
– 지아는 고개를 숙인다. 멸시와 의심이 가득한 생존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힌다.
**지아 (내레이션):**
“그들의 눈빛은 차가웠다. 내가 아는 ‘가족’이라고 믿었던 그들은, 이제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카이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나는 그들에게서 멀어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금지된 끈이, 나를 이 세상에서 더욱 고립시키고 있었다.”
**[장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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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금단의 끈 (Forbidden Connection)
**(배경 음악: 비장하고 로맨틱한 멜로디, 위험하고 아름다운 분위기)**
**4.1. 지아의 고독 (낮)**
– 캠프에서 고립된 지아는 지하 은신처에서 카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 그녀는 더 이상 캠프의 일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그녀를 피했고, 그녀 또한 그들과 거리를 뒀다.
– 지아는 카이에게 지난 일들을 이야기한다. 캠프의 의심, 그리고 자신이 느낀 배신감.
– 카이는 그녀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준다. 그의 눈은 지아에게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는다.
**지아:**
(한숨을 쉬며)
“그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좀비나 다름없는 널… 내가 숨기고 있다는 건 상상조차 못 하겠지. 아니, 상상해도 안 돼. 그들은 널 보면 바로 죽일 거야. 아무 망설임 없이.”
– 카이는 지아의 말을 듣고, 미세하게 고개를 떨군다. 그의 검은 손이 지아의 손 위에 조용히 겹쳐진다.
**지아:**
(카이의 손을 잡으며)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널 만난 게 후회되지 않아, 카이.”
– 카이는 고개를 들어 지아를 바라본다. 그의 눈동자에 짙은 감정이 서려 있다.
– 그는 자신의 다른 손으로 지아의 뺨을 조심스럽게 감싼다. 그의 차가운 손이 지아의 따뜻한 뺨에 닿는다.
– **(클로즈업: 카이의 손, 지아의 뺨, 그리고 서로에게 향하는 눈빛)**
– 지아는 카이의 손에 자신의 뺨을 기댄다. 알 수 없는 위로와 안정감을 느낀다.
**지아 (내레이션):**
“그의 차가운 손은 내 모든 불안을 잠재웠다. 우리는 다른 종족이었다. 그는 인류의 적, 나는 그들의 희생양. 하지만 이 지하의 어둠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였다.”
**4.2. 감정의 폭발 (어느 날 밤)**
– 바깥 세상에는 폭우가 쏟아진다. 천둥 번개가 치며 지하 은신처에도 그 소리가 둔탁하게 울려 퍼진다.
– **(효과음: 격렬한 빗소리, 천둥 소리)**
– 지아는 카이에게 기댄 채 앉아 있다.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문득 깊은 외로움이 밀려온다.
– 그녀는 카이에게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동시에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 사이에서 갈등한다.
**지아:**
(낮게 흐느끼듯)
“카이… 난 가끔 두려워. 네가… 정말 날 떠날까 봐. 아니, 사실은… 내가 네 곁에 있어도 되는 걸까. 우리가… 정말 괜찮을까.”
– 카이는 지아의 흐느낌에 반응한다. 그의 팔이 지아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 그는 지아의 얼굴을 자신의 쪽으로 돌리고, 자신의 이마를 지아의 이마에 맞댄다.
– **(클로즈업: 이마를 맞댄 지아와 카이. 그의 핏빛 눈동자가 지아의 눈동자에 투영된다.)**
– 카이의 핏빛 눈동자 속에는 깊은 연민과 함께, 지아를 향한 강렬한 갈망이 담겨 있었다.
– 그의 입술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지아의 입술로 향한다.
– 지아는 눈을 감는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들의 입술이 맞닿는다.
– **(효과음: 정적, 빗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온다)**
– 차갑고, 동시에 뜨거운 입맞춤이었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금지된 감정의 폭발.
– 그 순간, 지아는 모든 의심과 두려움을 잊었다. 그녀에게는 오직 카이만이 존재했다.
**지아 (내레이션):**
“차가운 입술,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마음.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입맞춤은 인간의 어떤 사랑보다도 절실하고 순수했다. 이 순간, 우리는 종족을 넘어선 단 하나의 존재가 되었다.”
**4.3. 위험의 그림자 (다음 날 아침)**
– 빗줄기가 잦아들고, 동이 트기 시작한다.
– 지아와 카이는 서로를 안은 채 잠들어 있다. 평화로운 한때.
– 갑자기, 지하 은신처 바깥에서 둔탁한 발소리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 **(효과음: 흙과 돌이 부서지는 소리, 사람들의 거친 목소리)**
– 지아가 화들짝 놀라 눈을 뜬다. 카이 또한 눈을 번쩍 뜬다. 그의 핏빛 눈동자에 경계심이 가득하다.
**지아:**
(속삭임)
“무슨 소리지…?”
– 카이는 아무 말 없이 지아를 자신의 뒤로 숨긴다. 그의 몸이 단단히 굳는다.
**4.4. 은신처 발각 (아침)**
– 무너진 잔해들이 걷히면서, 외부의 빛이 지하 은신처로 쏟아져 들어온다.
– 빛과 함께, 현수와 몇몇 생존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 현수의 눈에 카이와 그의 뒤에 숨어 있는 지아가 들어온다. 현수의 얼굴은 충격과 분노로 일그러진다.
**현수:**
(떨리는 목소리로)
“지아… 네가… 네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 생존자들이 카이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일부는 총을 겨누고, 일부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친다.
**생존자 1:**
“저… 저건 변이종이야! 지아 옆에… 저게 왜 있어?!”
**생존자 2:**
“지아가 저 괴물과 한패였어! 감히 우리를 속이고 괴물과 어울리고 있었다니!”
– 카이는 지아를 완벽하게 보호하며 생존자들을 노려본다. 그의 목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터져 나온다. **(효과음: 카이의 위협적인 으르렁거림)**
**지아:**
(카이의 앞에서 팔을 벌리며)
“아니에요! 현수 오빠! 오해예요! 카이는… 그는 날 도와줬어요! 그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괴물이 아니에요!”
**현수:**
(칼을 치켜들며)
“괴물이 아니라고? 봐! 놈의 눈을 봐! 저건 피에 굶주린 짐승의 눈이야! 비켜, 지아! 어서 저놈에게서 떨어져!”
– 현수와 생존자들이 카이를 향해 다가온다. 총구가 카이를 겨냥한다.
**지아:**
(절규하듯)
“안 돼! 죽이지 마! 그는 날 지켜줬어!”
– 카이는 지아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는다. 그의 눈동자에 슬픔과 함께, 맹렬한 분노가 폭발하는 듯하다.
– 그는 지아를 위해, 세상 모든 적과 맞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아 (내레이션):**
“세상이 우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고, 비난하고, 심지어 죽이려 해도… 상관없었다. 나의 세상은 오직 그였다. 그리고 그의 세상도 오직 나였음을, 나는 직감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금지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장면 전환]**
—
### 4화: 경계의 심장 (Heart on the Borderline)
**(배경 음악: 긴박하고 격정적인 멜로디, 웅장하면서도 비극적인 분위기)**
**5.1. 일촉즉발의 대치 (아침)**
– 지하 은신처 입구에서, 현수와 생존자들, 그리고 카이와 지아가 대치하고 있다.
– 카이는 지아를 자신의 뒤에 숨긴 채,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생존자들을 노려본다. 그의 자세는 언제든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현수는 총을 겨눈 채, 지아에게 외친다.
**현수:**
“지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저런 괴물과 함께하다니, 제정신이야?! 어서 이리 와! 우리에게 돌아와!”
**지아:**
(눈물을 글썽이며)
“오빠… 제발 믿어줘요! 카이는 달라요! 그는 우리를 해치지 않아요! 나를 지켜줬다고요!”
**생존자 3:**
“지아, 미쳤군! 좀비에게 홀렸어! 저건 전염병이야!”
**생존자 4:**
“현수 형, 망설일 때가 아니야! 저 괴물을 죽여야 해!”
– **(효과음: 총기 장전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진다)**
– 현수는 고뇌한다. 지아를 믿고 싶지만, 눈앞의 ‘괴물’은 너무나 위협적이다.
**현수:**
(이를 악물며)
“지아… 마지막 경고야. 저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면, 우리도 널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어!”
**지아:**
(카이의 손을 꽉 잡으며)
“싫어요! 난 카이를 버릴 수 없어요! 당신들이 카이를 해치려 한다면… 나도 당신들과 싸울 거예요!”
– 현수의 눈빛이 얼어붙는다. 그는 결심한 듯 총을 카이에게 겨눈다.
**현수:**
“유감이다, 지아. 하지만 우린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도 용납할 수 없어!”
– **(효과음: 총성!)**
– 현수가 발사한 총알이 카이의 어깨를 스쳐 지나간다. 카이는 꿈쩍도 하지 않고, 지아를 더욱 단단히 보호한다.
**지아:**
“카이! 괜찮아?!”
– 카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의 핏빛 눈동자가 더욱 맹렬하게 타오른다.
– 그는 지아를 뒤에 둔 채, 압도적인 속도로 생존자들 사이로 돌진한다.
**5.2. 절규의 전투 (아침)**
– **(효과음: 격렬한 전투음, 총성, 비명,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
– 카이는 총알 세례 속에서도 거침없이 전진한다. 그의 검은 손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둘러진다.
– 그는 생존자들을 죽이지 않았다. 그저 무기들을 부수고, 몸을 던져 제압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힘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생존자들은 공포에 질려 쓰러진다.
– 현수 또한 카이에게 달려들지만, 카이의 강력한 주먹에 쇠파이프가 박살 나고, 그대로 나가떨어진다.
– 지아는 카이의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위해 폭력적인 본능을 억제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지아 (내레이션):**
“그는 나를 위해 싸웠다. 자신을 향한 모든 적개심과 공포 속에서도, 나에게 상처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해 폭력을 최소화했다. 그의 분노는 나를 향한 사랑만큼이나 깊었다.”
**5.3. 예상치 못한 위협 (아침)**
– 카이가 마지막 생존자를 제압하려던 순간, **(효과음: 둔탁한 파열음,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 갑자기 지하 은신처의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외부의 포격 소리가 들린다.
– **(효과음: 멀리서 들려오는 포격음, 좀비들의 끔찍한 비명)**
– 현수가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지른다.
**현수:**
“이럴 수가! 다른 캠프에서 온 좀비 사냥꾼들이야! 이쪽으로 놈들을 유인한 건가?!”
– 현수의 말대로, 무너진 천장 틈새로 끔찍하게 변이된 대규모 좀비 떼가 쏟아져 들어온다.
– 일반 좀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흉측한 외형, 거대한 덩치, 그리고 지독한 악취를 풍긴다. ‘알파 좀비’라고 불리는 최악의 변이종들이다.
**생존자 5:**
“저건… 알파 종이야! 우린 끝났어!”
– 생존자들은 아까 카이에게 느꼈던 공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인다.
– 지아 또한 알파 좀비들의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일반 좀비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이다.
**지아:**
“저… 저건…! 카이…!”
– 카이는 지아의 앞에서 알파 좀비들을 노려본다. 그의 핏빛 눈동자에 격렬한 적의가 깃든다.
– 그는 이제 지아의 ‘사람들’이 아닌, 인류 전체의 공공의 적과 맞서야 했다.
**5.4. 공존을 위한 선택 (아침)**
– 알파 좀비들이 은신처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지아와 생존자들은 절망에 빠진다.
– **(효과음: 알파 좀비들의 끔찍한 울음소리, 건물 파괴음)**
– 현수가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겨우 일어나 지아에게 소리친다.
**현수:**
“지아! 도망쳐! 여긴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저놈들은 우리 모두를 죽일 거야!”
– 지아는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그녀는 카이의 손을 꽉 잡는다.
– 카이는 망설임 없이 알파 좀비들을 향해 달려든다. 그들의 강력한 힘과 맞서 싸운다.
– 하지만 알파 좀비들의 수는 너무나 많고, 그들의 공격은 맹렬했다. 카이는 점차 밀리는 듯했다.
– 지아는 카이가 자신을 위해, 그리고 캠프 생존자들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보며 결심한다.
**지아:**
(현수에게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우며)
“현수 오빠! 우리… 우리도 싸워야 해요! 카이는 혼자가 아니에요!”
**현수:**
(지아의 눈을 보며)
“지아… 네가…!”
**지아:**
“우린 살아야 해요! 여기서 죽을 순 없어요! 카이는 우리를 지키고 있어요!”
– 현수는 지아의 눈빛에서 강한 의지를 읽는다. 그는 카이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카이는 다른 좀비들을 향해 맹렬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생존자들에게는 단 한 번도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 **(클로즈업: 현수의 눈빛, 카이와 알파 좀비들의 격렬한 전투)**
**현수:**
(이를 악물고, 다른 생존자들에게 소리친다)
“모두 들어! 저 괴물과 싸워! 우리도 살아야 해! 저 지아의 괴물이 우리를 위해 싸우고 있어! 우리도 질 수 없어!”
– 현수의 외침에 생존자들은 망설이면서도, 무기를 들고 알파 좀비들에게 맞서기 시작한다.
– 카이와 지아, 그리고 캠프 생존자들이 한 공간에서 공공의 적과 맞서는 기묘한 연합이 형성된다.
**지아 (내레이션):**
“증오와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기묘한 공존을 시작했다. 종족을 넘어선 사랑은, 세상을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나와 그를 믿어준 몇몇 사람들의 심장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싸워야 했다. 이 금지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인류의 조각들을 지켜내기 위해.”
**[장면 전환]**
—
### 5화: 균열 (The Rift)
**(배경 음악: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서사적인 멜로디, 여운을 남기는 분위기)**
**6.1. 전투의 흔적 (아침)**
– 알파 좀비와의 격렬한 전투가 끝난 지하 은신처. 바닥에는 셀 수 없는 좀비들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고, 생존자들은 지친 몸으로 쓰러져 있다.
– **(효과음: 거친 숨소리, 희미한 신음 소리, 비 갠 후의 고요함)**
– 카이는 몸에 수많은 상처를 입은 채 서 있다. 그의 몸에서 검은 점액질 같은 피가 흘러내린다. 그는 지아를 보호하듯 그녀의 곁에 묵묵히 서 있다.
– 지아는 상처 입은 현수를 부축한다. 현수는 카이를 복잡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현수:**
(낮게 중얼거린다)
“…그가… 우리를 살렸어. 정말로…”
**지아:**
(눈물을 흘리며)
“카이는… 날 지켜줬던 것처럼, 우리 모두를 지켜줬어요.”
– 다른 생존자들 또한 카이를 바라본다.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공포가 서려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경외심과 혼란이 섞여 있었다.
– 좀비가 좀비를 죽였다. 그것도 자신들을 위해. 그들의 세계관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6.2. 결단의 순간 (아침)**
– 현수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카이에게 다가간다. 지아는 긴장한 채 그들을 지켜본다.
– 현수는 카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현수:**
“너… 대체 뭐야? 왜 우리를… 지킨 거야?”
– 카이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지아를 한 번 바라보고, 다시 현수를 바라볼 뿐이다. 그의 눈빛은 맹렬한 전투를 마친 후에도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었다.
– 현수는 카이의 눈빛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듯했다. 그는 카이의 어깨에 남은 총상 자국을 본다. 자신이 쏜 총알이었다.
– **(클로즈업: 현수의 흔들리는 눈빛, 카이의 상처)**
**현수:**
(한숨을 깊게 내쉬며)
“우린… 널 받아들일 수 없어. 아무리 네가 우릴 도와줬다고 해도… 넌… 인간이 아니니까. 우리 캠프에 함께 있을 수는 없어.”
– 지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카이는 지아의 어깨를 조용히 잡는다.
**현수:**
“하지만… 널 죽이지도 않을 거야. 네가 지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우리에게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는 한… 우린 널 건드리지 않을게. 그리고 지아… 넌… 넌 이제 더 이상 우리 캠프의 일원이 아니야.”
– 지아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온다. 그녀는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직접 듣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지아:**
“오빠…!”
**현수:**
(고개를 돌리며)
“이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야. 이 결정은… 우리 모두를 위한 거야.”
– 현수는 다른 생존자들을 이끌고 천천히 은신처를 나선다. 생존자들은 지아와 카이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떠난다.
– 지하 은신처에는 다시 지아와 카이만이 남는다.
**지아 (내레이션):**
“나는 버려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포기했다. 캠프는 나를 저버렸지만… 나는 그 순간,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자유로웠다. 나의 선택은 옳았다. 후회는 없었다.”
**6.3. 둘만의 세상 (낮)**
– 지아는 카이에게 다가가 그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 **(효과음: 지아의 작은 흐느낌)**
**지아:**
“아팠지…? 미안해… 내가 널… 위험하게 만들었어.”
– 카이는 지아의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을 그녀의 손에 기댄다. 그의 눈동자에 깊은 위로와 애정이 담겨 있다.
– 그는 지아의 눈물을 닦아주듯,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뺨을 스친다.
**카이 (음성: 낮고 거친,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
“…지아…”
– 지아는 깜짝 놀란다. 카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른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인간의 그것과는 달랐지만, 분명한 ‘목소리’였다. 그녀를 부르는 ‘이름’이었다.
**지아:**
(놀라움과 감격에 휩싸여)
“카이… 방금… 날 불렀어?”
– 카이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눈동자에 희미한 미소 같은 것이 스치는 듯했다.
**카이 (음성):**
“…너… 내… 세상…”
– 그의 서툰 말에, 지아는 감정이 폭발한다. 그녀는 카이를 와락 끌어안는다.
**지아:**
(흐느끼며)
“응… 나도… 나도 네가 내 세상이야, 카이. 우리… 둘이 함께라면… 어디든 괜찮아. 어디든.”
– 카이는 지아를 단단히 끌어안는다. 그의 차가운 몸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온기.
– 그들은 지하 은신처의 입구를 다시 잔해들로 막는다. 바깥세상과의 연결을 스스로 끊어낸다.
– 이제 그들에게는 서로밖에 없었다.
**6.4. 새로운 시작 (해질녘)**
– 렌즈는 지아와 카이가 함께 지하 은신처를 정리하는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묵묵히 움직인다.
– **(배경 음악: 희망적이면서도 쓸쓸한 멜로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듯한 느낌)**
– 지아는 낡은 천조각에 카이와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인간의 모습과 변이된 모습이 함께 서 있는 그림. 그들의 손은 서로 맞잡고 있다.
– 카이는 그 그림을 지켜본다. 그의 눈동자에 깊은 감정이 서려 있다.
**지아 (내레이션):**
“종족을 뛰어넘는 금지된 사랑. 세상은 우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는 우리를 괴물로, 이단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우리의 사랑이, 이 잿빛 세상 속에서 피어난 가장 순수하고, 가장 강렬한 빛이라는 것을.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라면, 어떤 어둠도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
**6.5. 마지막 장면 (밤)**
– 렌즈는 지하 은신처의 작은 틈새로 보이는 밤하늘을 비춘다. 별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 그리고 화면은 다시 은신처 안, 서로에게 기댄 채 잠들어 있는 지아와 카이의 모습을 클로즈업한다.
– 카이의 한쪽 팔이 지아를 감싸 안고 있고, 지아는 그의 품에 파묻혀 잠들어 있다.
– 그들의 모습은 세상의 모든 비난과 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된 듯, 평화로워 보인다.
– 하지만 그들의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끔찍한 종말 속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건설하고 있었다.
– 카이의 핏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이내 다시 감긴다.
**(배경 음악이 최고조에 달하며, 서서히 페이드아웃된다.)**
**[검은 화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