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mindulle

  • 메카 액션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하던 새벽의 유적지는 찢어지는 금속음과 함께 불길한 침묵을 깼다. 강하준은 조종석에 등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전용 기동병기, 코드명 ‘새벽별’의 경고음이 비명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젠장, 이런 함정은 보고서에 없었잖아!”

    하준의 눈앞 홀로그램 패널에는 붉은 경고등이 점멸했다. 기체의 에너지 필드가 한계를 넘어섰고, 동력 코어의 출력이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이 거대한 유적 심층부의 고대 에너지원 분포를 탐사하라는 임무를 받고 이곳에 들어왔지만, 이런 반격은 예상치 못했다. 땅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수정 기둥들은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며 새벽별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있었다. 기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렬한 에너지 파동이 기체의 방어막을 찢고 장갑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왼쪽 팔 부위 장갑이 파편을 튀기며 떨어져 나갔다. 조종석이 심하게 흔들렸다. 하준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어… 제길!”

    그는 필사적으로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남아있는 무장으로 반격을 시도했지만, 수정 기둥들은 마치 살아있는 의지를 가진 듯, 파괴된 부분마저 순식간에 재생하며 하준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재생 속도는 새벽별의 공격 속도를 월등히 뛰어넘었다.

    *삐이이이—!*

    마지막 남은 주 동력원마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경고음이 울렸다. 시스템 전체가 먹통이 되기 시작했다. 하준의 눈이 절망적으로 흔들렸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새벽별은 거대한 수정 감옥에 갇힌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기체의 모든 제어권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하준은 무력감에 휩싸였다. 이대로 죽는 건가? 이런 곳에서?

    그 순간, 홀로그램 패널의 붉은 경고등 사이로 푸른빛의 희미한 문양이 번뜩였다. 하준은 저런 기능은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기체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문양이었다. 긴급 상황에 모든 시스템이 다운되면서 우연히 노출된 것 같았다. 그의 기억 속 어떤 매뉴얼에도 저런 표식은 없었다.

    하준의 손이 본능적으로 그 문양으로 향했다. 차갑던 조종석 내부에서, 그의 손끝에 닿은 패널에서 섬뜩할 정도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는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알 수 없는 끌림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손가락으로 문양을 꾹 눌렀다.

    *쉬이이이잉—*

    세상은 일순 정지한 듯 고요해졌다. 새벽별의 모든 경고음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리고 곧이어, 기체의 외부에서부터 내부까지, 푸른빛의 물결이 격렬하게 솟아올랐다.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에너지 그 자체였다. 기체의 손상된 장갑 틈새로, 갈라진 동력 코어 사이로, 푸른빛이 혈관처럼 뻗어나갔다. 부서졌던 좌측 팔의 장갑이 눈앞에서 기적처럼 재결합되고, 녹아내리던 부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모든 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이, 이게 뭐야…?”

    하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체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고철덩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선명하고 강렬한 푸른빛을 발하며, 거대한 수정 기둥들이 뿜어내던 에너지를 역으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기둥들은 마치 생명력을 빨리는 것처럼 푸른빛에 휩싸이며 빠르게 메말라갔다. 그들의 맹렬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흉물스럽게 서있던 수정들은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변하더니 부스러져 내렸다.

    *크르르르릉!*

    새벽별의 코어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끓어올랐다. 하준은 자신이 이제 기체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거대한 힘의 일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의 의지에 따라, 푸른빛이 새벽별의 양 손바닥에 응축되기 시작했다. 마치 고대의 신이 재림한 것처럼, 새벽별의 형체가 거대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간다…!”

    하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 차갑고 날카롭게 빛났다. 그는 양손을 앞으로 뻗는 것처럼 조종간을 움직였다. 새벽별의 양 손바닥에서 응축된 푸른 에너지가 거대한 광선이 되어 유적의 심층부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마치 이 세상을 지워버릴 듯한 압도적인 힘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그것은 단순한 에너지 포격이 아니었다. 공간 자체를 왜곡시키는 듯한 푸른 섬광은 수정 기둥들을 일격에 소멸시켰고, 이어서 거대한 유적 심층부의 바닥을 꿰뚫고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 먼지로 변했다. 새벽별을 가두고 있던 수정 감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방금까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던 위협들은 한 줌의 재가 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격렬했던 에너지가 사그라지고, 새벽별은 다시 고요해졌다. 푸른빛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홀로그램 패널의 문양도 다시 사라졌다. 마치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새벽별은 다시 평범한 기동병기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하준은 알고 있었다. 방금 벌어진 일은 명백한 현실이었다. 부서졌던 기체의 장갑은 완벽하게 복구되었고, 동력 코어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바닥에는, 방금 전 그 푸른 에너지를 직접 느꼈던 듯한 아릿한 감각이 남아있었다. 손가락 끝에서부터 심장까지, 미묘한 떨림이 이어졌다.

    그는 조종석에 앉아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새벽별에, 자신이 우연히 건드린 저 문양에, 도대체 어떤 고대의 힘이 잠들어 있었던 걸까? 단순한 기동병기가 아닌, 살아있는 마법 병기라도 된 것만 같았다.

    “이건… 대체….”

    하준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심장이 격렬하게 울렸다. 그의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방금 막 거대한 힘으로 뚫어버린 새로운 통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곳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온몸의 세포가 전율했다. 탐험가로서의 본능이, 미지의 힘에 대한 강렬한 갈증이,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 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갑고 축축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눈을 감았다 뜨자,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의 야경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수천 개의 불빛들이 저마다의 아우성을 쏟아내는 듯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 모든 빛이 한순간 눈앞에서 꺼져버린 듯, 내 세상은 암흑이었다.

    나는 텅 비어버린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아니다, 서 있었다기보다는 붙잡혀 있었다. 내 두 손목을 비틀어 잡고 있는 건,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친구 이현수였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평생 본 적 없는 잔인하고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김도윤. 이제 다 끝났어. 네가 쌓아 올린 이 모든 것, 전부 내 거야.”

    이현수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엔 비수 같은 독이 숨어 있었다. 지난 십 년간 함께 꿈을 꾸고, 땀 흘리고, 절망과 환희를 공유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내어주었던 내 어리석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 인생의 역작, 피와 살을 깎아 만든 ‘넥서스’ 프로젝트.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밤낮없이 매달렸던 그 거대한 꿈이 이젠 그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그는 나를 기만하고, 속이고,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이제, 내 마지막 남은 목숨마저 탐하고 있었다.

    “현수야… 우리는… 친구였잖아.”

    피가 역류하는 고통에 숨이 막혔다.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 그래, 나는 그렇게 믿었다. 바보같이.

    이현수는 차갑게 비웃으며 내 손목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친구? 그래, 친구였지. 네가 가진 그 천재성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하지만 이제 더는 필요 없어. 네 모든 아이디어는 내 것이 되었고, 네 회사는 이미 내 명의로 넘어왔어. 너 같은 방해꾼은 이제 사라져야지.”

    그의 눈빛에서 섬뜩한 광기가 번뜩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밀치려 했지만, 이미 모든 기력이 소진된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밤낮 이어진 감금과 폭행,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배신의 진실이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젠장… 죽여… 차라리 죽여…!”

    절규하듯 외치자, 이현수는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줄게. 깔끔하게, 자살로 위장해서. 네 주변 사람들은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에 스스로 몸을 던진 줄 알겠지. 완벽해.”

    차가운 강풍이 내 몸을 휘감았다. 도시의 소음은 저 아래에서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이현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그는 가차 없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힘껏.

    쿵!

    등 뒤로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내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눈앞의 야경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뒤집혔다. 중력이 나를 무섭게 끌어당겼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찢을 듯 울렸다.

    ‘안 돼… 이렇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내 마지막 남은 이성이 처절하게 외쳤다. 이현수,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복수해야 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한 그에게, 똑같이 되갚아줘야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저 아래, 콘크리트 바닥이 마치 거대한 입을 벌린 괴물처럼 빠르게 다가왔다.

    몸이 부서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덮쳤다. 시야가 온통 하얗게 변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찾아온, 절대적인 정적.

    나는 죽었다.

    ***

    “으윽…!”

    몸이 저절로 튀어 오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쿵쾅거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눈을 깜빡이자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렇게 바랜 벽지, 천장에 덕지덕지 붙은 전선들, 그리고 한 귀퉁이에 걸린 낡은 셔츠.

    꿈인가? 악몽?

    아니, 너무나 생생했다. 이현수의 잔인한 미소, 등 뒤에서 느껴지던 충격, 몸이 허공을 가르던 차가운 바람, 그리고… 온몸을 찢는 듯한 고통. 그 모든 것이 방금 일어난 일처럼 선명했다.

    “젠장…!”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몸은 멀쩡했다. 뼈 하나 부러진 곳 없이,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마치 방금 숙면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하지만 내 영혼은 분명 옥상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절망을 경험했다.

    방 안을 둘러봤다. 낡은 책상 위에는 내가 쓰던 오래된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옆에는 밤샘 작업의 흔적인지, 컵라면 용기가 뒹굴고 있었다. 창밖에서 아침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먼지 쌓인 방을 비추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풍경.

    나는 손을 뻗어 책상 위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을 켜자, 밝은 화면에 날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2022년 5월 12일 목요일]

    내 손에서 스마트폰이 툭 떨어졌다.

    2022년? 말도 안 돼. 내가 죽은 건, 아니, 죽임당한 건 2027년 11월이었다. 정확히 5년 6개월 전의 날짜가 액정에 찍혀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날짜를 확인했다. 같은 날짜. 분명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설 만큼 젊었다. 깊게 패인 팔자주름도, 피로에 찌들어 축 늘어진 눈가도 없었다. 지금 내 모습은, 5년 전, 이현수와 함께 ‘넥서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매달리며 밤샘 작업을 일삼던, 열정으로 가득 찼던 바로 그때의 나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죽은 게 아니라… 과거로 돌아온 건가?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이현수에게 배신당해 모든 것을 잃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던 순간이 생생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때보다 5년이나 젊어진 채, 이 낡고 익숙한 자취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현수가 어떤 식으로 내 회사를 잠식해 들어왔는지, 어떻게 내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켰는지, 어떤 식으로 나를 고립시키고 파멸로 몰아넣었는지. 그의 치밀하고 교활한 모든 수작들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그의 본성.
    그때는 믿었던 그의 가면.

    이 모든 것이 지금, 과거로 돌아온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응시했다. 젊음은 돌아왔지만, 눈빛은 이미 깊은 수렁을 건너온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 안에 절망과 혼란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일렁였다.

    “이현수….”

    내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섬뜩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래. 꿈이 아니었다.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비록 나는 한 번 죽었고, 지옥을 경험했지만, 그 대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현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에서 천진난만한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넥서스’의 성공을 꿈꾸며,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아직 그가 행할 미래의 배신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두 주먹을 꽉 쥐자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이번엔 다르다. 절대 당하지 않아.
    네가 날 지옥으로 밀어 넣었지. 이현수.
    그 지옥 밑바닥으로, 내가 널 직접 끌고 가주마.
    네가 나에게서 빼앗았던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을 넘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다.

    내 심장 속에서 차가운 복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5년 6개월의 시간이 내게 준 것은 두 번째 삶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복수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짤 시간과 정보였다.

    나는 다시 침대 옆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주워 들었다. 화면 속의 날짜가 선명했다.
    2022년 5월 12일.
    이현수가 아직 내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못한, 나의 새로운 시작의 날이었다.
    그리고 이현수, 너의 파멸이 시작될 날이기도 했다.
    내 얼굴에, 거울 속 이현수와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차갑고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게임은 시작되었다.

  • 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갑고 축축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눈을 감았다 뜨자,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의 야경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수천 개의 불빛들이 저마다의 아우성을 쏟아내는 듯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 모든 빛이 한순간 눈앞에서 꺼져버린 듯, 내 세상은 암흑이었다.

    나는 텅 비어버린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아니다, 서 있었다기보다는 붙잡혀 있었다. 내 두 손목을 비틀어 잡고 있는 건,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친구 이현수였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평생 본 적 없는 잔인하고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김도윤. 이제 다 끝났어. 네가 쌓아 올린 이 모든 것, 전부 내 거야.”

    이현수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엔 비수 같은 독이 숨어 있었다. 지난 십 년간 함께 꿈을 꾸고, 땀 흘리고, 절망과 환희를 공유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내어주었던 내 어리석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 인생의 역작, 피와 살을 깎아 만든 ‘넥서스’ 프로젝트.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밤낮없이 매달렸던 그 거대한 꿈이 이젠 그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그는 나를 기만하고, 속이고,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이제, 내 마지막 남은 목숨마저 탐하고 있었다.

    “현수야… 우리는… 친구였잖아.”

    피가 역류하는 고통에 숨이 막혔다.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 그래, 나는 그렇게 믿었다. 바보같이.

    이현수는 차갑게 비웃으며 내 손목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친구? 그래, 친구였지. 네가 가진 그 천재성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하지만 이제 더는 필요 없어. 네 모든 아이디어는 내 것이 되었고, 네 회사는 이미 내 명의로 넘어왔어. 너 같은 방해꾼은 이제 사라져야지.”

    그의 눈빛에서 섬뜩한 광기가 번뜩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밀치려 했지만, 이미 모든 기력이 소진된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밤낮 이어진 감금과 폭행,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배신의 진실이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젠장… 죽여… 차라리 죽여…!”

    절규하듯 외치자, 이현수는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줄게. 깔끔하게, 자살로 위장해서. 네 주변 사람들은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에 스스로 몸을 던진 줄 알겠지. 완벽해.”

    차가운 강풍이 내 몸을 휘감았다. 도시의 소음은 저 아래에서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이현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그는 가차 없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힘껏.

    쿵!

    등 뒤로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내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눈앞의 야경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뒤집혔다. 중력이 나를 무섭게 끌어당겼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찢을 듯 울렸다.

    ‘안 돼… 이렇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내 마지막 남은 이성이 처절하게 외쳤다. 이현수,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복수해야 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한 그에게, 똑같이 되갚아줘야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저 아래, 콘크리트 바닥이 마치 거대한 입을 벌린 괴물처럼 빠르게 다가왔다.

    몸이 부서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덮쳤다. 시야가 온통 하얗게 변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찾아온, 절대적인 정적.

    나는 죽었다.

    ***

    “으윽…!”

    몸이 저절로 튀어 오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쿵쾅거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눈을 깜빡이자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렇게 바랜 벽지, 천장에 덕지덕지 붙은 전선들, 그리고 한 귀퉁이에 걸린 낡은 셔츠.

    꿈인가? 악몽?

    아니, 너무나 생생했다. 이현수의 잔인한 미소, 등 뒤에서 느껴지던 충격, 몸이 허공을 가르던 차가운 바람, 그리고… 온몸을 찢는 듯한 고통. 그 모든 것이 방금 일어난 일처럼 선명했다.

    “젠장…!”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몸은 멀쩡했다. 뼈 하나 부러진 곳 없이,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마치 방금 숙면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하지만 내 영혼은 분명 옥상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절망을 경험했다.

    방 안을 둘러봤다. 낡은 책상 위에는 내가 쓰던 오래된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옆에는 밤샘 작업의 흔적인지, 컵라면 용기가 뒹굴고 있었다. 창밖에서 아침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먼지 쌓인 방을 비추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풍경.

    나는 손을 뻗어 책상 위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을 켜자, 밝은 화면에 날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2022년 5월 12일 목요일]

    내 손에서 스마트폰이 툭 떨어졌다.

    2022년? 말도 안 돼. 내가 죽은 건, 아니, 죽임당한 건 2027년 11월이었다. 정확히 5년 6개월 전의 날짜가 액정에 찍혀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날짜를 확인했다. 같은 날짜. 분명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설 만큼 젊었다. 깊게 패인 팔자주름도, 피로에 찌들어 축 늘어진 눈가도 없었다. 지금 내 모습은, 5년 전, 이현수와 함께 ‘넥서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매달리며 밤샘 작업을 일삼던, 열정으로 가득 찼던 바로 그때의 나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죽은 게 아니라… 과거로 돌아온 건가?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이현수에게 배신당해 모든 것을 잃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던 순간이 생생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때보다 5년이나 젊어진 채, 이 낡고 익숙한 자취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현수가 어떤 식으로 내 회사를 잠식해 들어왔는지, 어떻게 내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켰는지, 어떤 식으로 나를 고립시키고 파멸로 몰아넣었는지. 그의 치밀하고 교활한 모든 수작들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그의 본성.
    그때는 믿었던 그의 가면.

    이 모든 것이 지금, 과거로 돌아온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응시했다. 젊음은 돌아왔지만, 눈빛은 이미 깊은 수렁을 건너온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 안에 절망과 혼란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일렁였다.

    “이현수….”

    내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섬뜩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래. 꿈이 아니었다.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비록 나는 한 번 죽었고, 지옥을 경험했지만, 그 대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현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에서 천진난만한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넥서스’의 성공을 꿈꾸며,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아직 그가 행할 미래의 배신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두 주먹을 꽉 쥐자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이번엔 다르다. 절대 당하지 않아.
    네가 날 지옥으로 밀어 넣었지. 이현수.
    그 지옥 밑바닥으로, 내가 널 직접 끌고 가주마.
    네가 나에게서 빼앗았던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을 넘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다.

    내 심장 속에서 차가운 복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5년 6개월의 시간이 내게 준 것은 두 번째 삶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복수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짤 시간과 정보였다.

    나는 다시 침대 옆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주워 들었다. 화면 속의 날짜가 선명했다.
    2022년 5월 12일.
    이현수가 아직 내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못한, 나의 새로운 시작의 날이었다.
    그리고 이현수, 너의 파멸이 시작될 날이기도 했다.
    내 얼굴에, 거울 속 이현수와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차갑고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게임은 시작되었다.

  • 타임슬립 (시간여행)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차갑고 축축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눈을 감았다 뜨자,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의 야경이 아득하게 펼쳐졌다. 수천 개의 불빛들이 저마다의 아우성을 쏟아내는 듯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그 모든 빛이 한순간 눈앞에서 꺼져버린 듯, 내 세상은 암흑이었다.

    나는 텅 비어버린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아니다, 서 있었다기보다는 붙잡혀 있었다. 내 두 손목을 비틀어 잡고 있는 건,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친구 이현수였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평생 본 적 없는 잔인하고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김도윤. 이제 다 끝났어. 네가 쌓아 올린 이 모든 것, 전부 내 거야.”

    이현수의 목소리는 달콤했지만, 그 속엔 비수 같은 독이 숨어 있었다. 지난 십 년간 함께 꿈을 꾸고, 땀 흘리고, 절망과 환희를 공유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아무런 의심 없이 내어주었던 내 어리석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 인생의 역작, 피와 살을 깎아 만든 ‘넥서스’ 프로젝트. 인류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밤낮없이 매달렸던 그 거대한 꿈이 이젠 그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그는 나를 기만하고, 속이고,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리고 이제, 내 마지막 남은 목숨마저 탐하고 있었다.

    “현수야… 우리는… 친구였잖아.”

    피가 역류하는 고통에 숨이 막혔다.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친구? 그래, 나는 그렇게 믿었다. 바보같이.

    이현수는 차갑게 비웃으며 내 손목을 더욱 강하게 쥐었다. “친구? 그래, 친구였지. 네가 가진 그 천재성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하지만 이제 더는 필요 없어. 네 모든 아이디어는 내 것이 되었고, 네 회사는 이미 내 명의로 넘어왔어. 너 같은 방해꾼은 이제 사라져야지.”

    그의 눈빛에서 섬뜩한 광기가 번뜩였다. 나는 그의 어깨를 밀치려 했지만, 이미 모든 기력이 소진된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며칠 밤낮 이어진 감금과 폭행,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배신의 진실이 내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젠장… 죽여… 차라리 죽여…!”

    절규하듯 외치자, 이현수는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줄게. 깔끔하게, 자살로 위장해서. 네 주변 사람들은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에 스스로 몸을 던진 줄 알겠지. 완벽해.”

    차가운 강풍이 내 몸을 휘감았다. 도시의 소음은 저 아래에서 아득하게 멀어져 갔다. 이현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그는 가차 없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섬뜩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힘껏.

    쿵!

    등 뒤로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내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눈앞의 야경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뒤집혔다. 중력이 나를 무섭게 끌어당겼다. 바람 소리가 귓가를 찢을 듯 울렸다.

    ‘안 돼… 이렇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내 마지막 남은 이성이 처절하게 외쳤다. 이현수,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복수해야 했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한 그에게, 똑같이 되갚아줘야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저 아래, 콘크리트 바닥이 마치 거대한 입을 벌린 괴물처럼 빠르게 다가왔다.

    몸이 부서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이 온몸을 덮쳤다. 시야가 온통 하얗게 변했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찾아온, 절대적인 정적.

    나는 죽었다.

    ***

    “으윽…!”

    몸이 저절로 튀어 오르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쿵쾅거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눈을 깜빡이자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누렇게 바랜 벽지, 천장에 덕지덕지 붙은 전선들, 그리고 한 귀퉁이에 걸린 낡은 셔츠.

    꿈인가? 악몽?

    아니, 너무나 생생했다. 이현수의 잔인한 미소, 등 뒤에서 느껴지던 충격, 몸이 허공을 가르던 차가운 바람, 그리고… 온몸을 찢는 듯한 고통. 그 모든 것이 방금 일어난 일처럼 선명했다.

    “젠장…!”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몸은 멀쩡했다. 뼈 하나 부러진 곳 없이, 그 어떤 상처도 없었다. 마치 방금 숙면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하지만 내 영혼은 분명 옥상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절망을 경험했다.

    방 안을 둘러봤다. 낡은 책상 위에는 내가 쓰던 오래된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옆에는 밤샘 작업의 흔적인지, 컵라면 용기가 뒹굴고 있었다. 창밖에서 아침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먼지 쌓인 방을 비추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풍경.

    나는 손을 뻗어 책상 위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을 켜자, 밝은 화면에 날짜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2022년 5월 12일 목요일]

    내 손에서 스마트폰이 툭 떨어졌다.

    2022년? 말도 안 돼. 내가 죽은 건, 아니, 죽임당한 건 2027년 11월이었다. 정확히 5년 6개월 전의 날짜가 액정에 찍혀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날짜를 확인했다. 같은 날짜. 분명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설 만큼 젊었다. 깊게 패인 팔자주름도, 피로에 찌들어 축 늘어진 눈가도 없었다. 지금 내 모습은, 5년 전, 이현수와 함께 ‘넥서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 매달리며 밤샘 작업을 일삼던, 열정으로 가득 찼던 바로 그때의 나였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죽은 게 아니라… 과거로 돌아온 건가?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이현수에게 배신당해 모든 것을 잃고 옥상에서 떨어져 죽었던 순간이 생생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때보다 5년이나 젊어진 채, 이 낡고 익숙한 자취방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끔찍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이현수가 어떤 식으로 내 회사를 잠식해 들어왔는지, 어떻게 내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켰는지, 어떤 식으로 나를 고립시키고 파멸로 몰아넣었는지. 그의 치밀하고 교활한 모든 수작들이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때는 몰랐던 것들.
    그때는 보이지 않았던 그의 본성.
    그때는 믿었던 그의 가면.

    이 모든 것이 지금, 과거로 돌아온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응시했다. 젊음은 돌아왔지만, 눈빛은 이미 깊은 수렁을 건너온 사람의 그것이었다. 그 안에 절망과 혼란 대신, 차갑고 날카로운 빛이 일렁였다.

    “이현수….”

    내 입에서 그의 이름이 나지막이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섬뜩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그래. 꿈이 아니었다. 악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비록 나는 한 번 죽었고, 지옥을 경험했지만, 그 대가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되었다.

    이현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에서 천진난만한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함께 ‘넥서스’의 성공을 꿈꾸며,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아직 그가 행할 미래의 배신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두 주먹을 꽉 쥐자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이번엔 다르다. 절대 당하지 않아.
    네가 날 지옥으로 밀어 넣었지. 이현수.
    그 지옥 밑바닥으로, 내가 널 직접 끌고 가주마.
    네가 나에게서 빼앗았던 모든 것을 되찾는 것을 넘어, 네가 가진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버릴 것이다.

    내 심장 속에서 차가운 복수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5년 6개월의 시간이 내게 준 것은 두 번째 삶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벽한 복수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짤 시간과 정보였다.

    나는 다시 침대 옆에 떨어진 스마트폰을 주워 들었다. 화면 속의 날짜가 선명했다.
    2022년 5월 12일.
    이현수가 아직 내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못한, 나의 새로운 시작의 날이었다.
    그리고 이현수, 너의 파멸이 시작될 날이기도 했다.
    내 얼굴에, 거울 속 이현수와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 차갑고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이제 게임은 시작되었다.

  • 선협 (신선)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제목: 잿더미 속 한 줄기 불꽃**

    **[장면 1] 청명봉 정상 – 대라금선의 문턱**

    **컷 1:**
    – **배경:** 까마득한 높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거대한 산봉우리. 봉우리 정상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에는 기이한 영기가 서려 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박혀 있고, 달빛이 마치 영액처럼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 **인물:** 비월이 봉우리 중앙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그의 몸 주위로는 오색 영기가 소용돌이치며 격렬하게 춤추고 있다. 그의 얼굴은 고통과 희열이 교차하는 듯 보이지만, 그 기세는 맹렬하다.
    – **효과음:** 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 파직! 파직! (영기가 충돌하는 소리)

    **내레이션 (비월):**
    수많은 세월, 셀 수 없는 밤낮.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선문(仙門)의 가장 높은 경지, 대라금선(大羅金仙)의 문턱. 이 한 걸음이 모든 것을 결정하리라.

    **컷 2:**
    – **배경:** 비월의 뒤편, 바위 그늘에 서 있는 청운.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지만, 눈빛은 비월에게 고정된 채 미묘하게 흔들린다. 그의 손은 보이지 않게 허리춤의 검집을 쥐고 있다.
    – **청운 (독백):**
    (속으로) 드디어… 비월, 너의 시대가 저무는구나. 그 모든 영광은 이제… 나의 것이 될 터이니.

    **컷 3:**
    – **배경:** 비월의 주위 영기가 더욱 거세진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하늘로 치솟아 밤하늘의 구름을 찢고, 거대한 영기 회오리가 봉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 **비월:**
    (고통스러운 신음) 큭…! 아직… 멀었다…!
    – **효과음:** 콰아아앙! (영기가 폭발하는 소리)

    **내레이션 (비월):**
    단전(丹田)이 불타오르고, 경맥(經脈)이 찢어지는 고통. 영혼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한 극한의 순간.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고통의 끝에,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장면 2] 대라금선의 탄생**

    **컷 4:**
    – **배경:** 영기 회오리의 중심에 비월이 떠오른다. 그의 몸에서는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 빛은 마치 봉화처럼 하늘을 가른다. 그의 표정은 고통을 넘어선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평화롭다.
    – **내레이션:**
    세상의 모든 영기가 그에게로 집중되는 순간. 천지개벽(天地開闢)의 기운이 청명봉을 뒤덮었다.
    – **효과음:** 우와아아아─! (영기가 완성되는 웅장한 소리), 찬란! (빛이 터지는 소리)

    **컷 5:**
    – **배경:** 비월의 뒤로 거대한 아홉 마리 용의 형상이 영기로 구현되어 승천한다. 그의 등 뒤로는 황금빛 날개가 펼쳐지고, 그의 존재는 압도적인 신성함을 내뿜는다.
    – **비월:**
    (눈을 뜨며) 하아… 마침내…! 대라금선(大羅金仙)의 경지…!
    – **효과음:** 쏴아아아아아─! (하늘에서 영기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

    **컷 6:**
    – **배경:** 경지에 오른 비월이 미소를 지으며 청운을 돌아본다. 청운은 바위 그늘에서 나와 활짝 웃으며 다가오고 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미묘하게 번득인다.
    – **비월:**
    청운아! 보았느냐! 우리가 염원하던 바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 **청운:**
    (환한 미소) 비월 형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토록 위대한 순간을 목도하다니, 저의 영광입니다!

    **[장면 3] 배신의 칼날**

    **컷 7:**
    – **배경:** 청운이 비월에게 다가가 활짝 팔을 벌린다. 마치 진심으로 축하하려는 친구처럼. 비월은 경계심 없이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 **비월:**
    어서 와라, 내 오랜 벗이여! 이 기쁨을 너와 함께 나누고 싶구나!
    – **청운:**
    (활짝 웃으며) 물론이지요, 형님! 이 모든 영광을… 제가 직접 느껴보겠습니다!
    – **효과음:** 쿵─! (발소리)

    **컷 8:**
    – **배경:** 청운이 비월을 끌어안는 척하며, 그의 손에서 섬광이 번뜩인다. 그의 손에는 ‘흡령환(吸靈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검붉은 기운이 서린 작은 비수가 들려 있다. 그 비수가 비월의 단전에 정확히 꽂힌다.
    – **비월:**
    (경악한 표정, 눈이 휘둥그레진다) 읍…?!
    – **청운:**
    (섬뜩한 미소, 비월의 귀에 속삭인다) 미안하오, 형님. 세상은 그리 공평하지 않더이다.
    – **효과음:** 푹─! (비수가 꽂히는 소리), 으으읍! (비월의 고통스러운 신음)

    **컷 9:**
    – **배경:** 비월의 몸에서 황금빛 영기가 터져 나오지만, 흡령환에 의해 빠르게 붉은색으로 변하며 청운에게로 흡수된다. 비월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고, 극심한 고통에 일그러진다. 그의 눈은 충격과 배신감으로 가득하다.
    – **비월:**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청운…! 너… 네 이놈…!
    – **청운:**
    (눈을 감고 황홀한 표정으로 비월의 영기를 흡수한다) 아아… 이 찬란한 영기…! 대라금선의 기운…! 형님은 너무 순진했소. 힘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것이라오. 당신의 그 모든 영광, 이제는 나의 것이 될 테니!
    – **효과음:** 츠으으으읍! (영기가 빨려 나가는 소름 끼치는 소리), 끼이이이익!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

    **컷 10:**
    – **배경:** 비월의 몸에서 황금빛 날개와 아홉 용의 영기가 검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단전에서는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듯 영기가 맹렬하게 빨려 나간다.
    – **비월:**
    (피를 토하며) 크으으윽…! 내… 내 단전이…! 어찌… 어찌 이럴 수가…!
    – **청운:**
    (비웃듯이) 형님의 무위는 나의 발판이 될 것이오. 류설(柳雪)에게도, 선문(仙門)의 모든 이들에게도, 내가 진정한 대라금선임을 똑똑히 보여줄 테니!
    – **내레이션 (비월):**
    내 모든 것을 담아 믿었던 벗의 배신. 육체의 고통보다 더한 영혼의 절규가 나를 찢어발겼다.

    **[장면 4] 나락으로 떨어지다**

    **컷 11:**
    – **배경:** 청운이 비월의 단전에 박힌 흡령환을 뽑아낸다. 비월의 몸은 이미 힘을 잃어버린 빈 껍데기처럼 비틀거린다. 청운의 손에 들린 흡령환은 붉은 빛으로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 **청운:**
    (흡족한 미소) 이제… 형님은 더 이상 대라금선이 아니오. 그저… 일개 범인에 불과하지.
    – **효과음:** 척─! (비수 뽑는 소리), 털썩! (비월의 몸이 쓰러지는 소리)

    **컷 12:**
    – **배경:** 청운이 힘없이 쓰러진 비월을 무릎으로 짓밟는다. 비월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지만, 그 속에는 분노와 증오의 불꽃이 미약하게 타오르고 있다.
    – **청운:**
    (비월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감히 나에게 대들었던 대가다. 감히 나보다 높이 날려 했던 대가. 형님은 이 자리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마땅하오.
    – **효과음:** 으득! (청운이 비월의 머리칼을 쥐는 소리)

    **컷 13:**
    – **배경:** 청운이 비월을 깎아지른 절벽 아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비월의 몸은 밤하늘을 가르며 까마득한 심연 속으로 추락한다.
    – **청운:**
    (냉소적으로) 잘 가시오, 비월. 당신의 이름은 역사에서 지워질 것이오.
    – **비월:**
    (떨어지면서도 눈은 청운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인다) 흐… 흐흐… 흐흐흐… 청운…!
    – **효과음:** 콰아아아아아아앙! (비월의 몸이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굉음), 으아아아아악! (비월의 마지막 절규)

    **컷 14:**
    – **배경:** 절벽 아래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비월의 형체. 그의 마지막 모습은 마치 핏빛 눈물을 흘리는 듯한 잔상으로 남는다.
    – **내레이션 (비월):**
    나는 떨어졌다. 삶의 끝, 모든 것이 부서지는 나락으로. 그러나 나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피어난 단 하나의 불꽃. 너를 향한 지독한 증오와… 처절한 복수의 맹세.

    **컷 15:**
    – **배경:**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비월의 두 눈. 산산이 조각난 영혼의 조각들 사이에서, 꺼지지 않는 붉은 복수의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 **비월 (독백):**
    청운… 내가 이대로 죽을 것 같으냐… 네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듯이… 나는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이 지옥의 끝에서, 나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을 짓밟기 위해…!


    **[에피소드 끝]**

  • 선협 (신선)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제목: 잿더미 속 한 줄기 불꽃**

    **[장면 1] 청명봉 정상 – 대라금선의 문턱**

    **컷 1:**
    – **배경:** 까마득한 높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거대한 산봉우리. 봉우리 정상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에는 기이한 영기가 서려 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박혀 있고, 달빛이 마치 영액처럼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 **인물:** 비월이 봉우리 중앙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그의 몸 주위로는 오색 영기가 소용돌이치며 격렬하게 춤추고 있다. 그의 얼굴은 고통과 희열이 교차하는 듯 보이지만, 그 기세는 맹렬하다.
    – **효과음:** 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 파직! 파직! (영기가 충돌하는 소리)

    **내레이션 (비월):**
    수많은 세월, 셀 수 없는 밤낮.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선문(仙門)의 가장 높은 경지, 대라금선(大羅金仙)의 문턱. 이 한 걸음이 모든 것을 결정하리라.

    **컷 2:**
    – **배경:** 비월의 뒤편, 바위 그늘에 서 있는 청운.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지만, 눈빛은 비월에게 고정된 채 미묘하게 흔들린다. 그의 손은 보이지 않게 허리춤의 검집을 쥐고 있다.
    – **청운 (독백):**
    (속으로) 드디어… 비월, 너의 시대가 저무는구나. 그 모든 영광은 이제… 나의 것이 될 터이니.

    **컷 3:**
    – **배경:** 비월의 주위 영기가 더욱 거세진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하늘로 치솟아 밤하늘의 구름을 찢고, 거대한 영기 회오리가 봉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 **비월:**
    (고통스러운 신음) 큭…! 아직… 멀었다…!
    – **효과음:** 콰아아앙! (영기가 폭발하는 소리)

    **내레이션 (비월):**
    단전(丹田)이 불타오르고, 경맥(經脈)이 찢어지는 고통. 영혼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한 극한의 순간.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고통의 끝에,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장면 2] 대라금선의 탄생**

    **컷 4:**
    – **배경:** 영기 회오리의 중심에 비월이 떠오른다. 그의 몸에서는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 빛은 마치 봉화처럼 하늘을 가른다. 그의 표정은 고통을 넘어선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평화롭다.
    – **내레이션:**
    세상의 모든 영기가 그에게로 집중되는 순간. 천지개벽(天地開闢)의 기운이 청명봉을 뒤덮었다.
    – **효과음:** 우와아아아─! (영기가 완성되는 웅장한 소리), 찬란! (빛이 터지는 소리)

    **컷 5:**
    – **배경:** 비월의 뒤로 거대한 아홉 마리 용의 형상이 영기로 구현되어 승천한다. 그의 등 뒤로는 황금빛 날개가 펼쳐지고, 그의 존재는 압도적인 신성함을 내뿜는다.
    – **비월:**
    (눈을 뜨며) 하아… 마침내…! 대라금선(大羅金仙)의 경지…!
    – **효과음:** 쏴아아아아아─! (하늘에서 영기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

    **컷 6:**
    – **배경:** 경지에 오른 비월이 미소를 지으며 청운을 돌아본다. 청운은 바위 그늘에서 나와 활짝 웃으며 다가오고 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미묘하게 번득인다.
    – **비월:**
    청운아! 보았느냐! 우리가 염원하던 바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 **청운:**
    (환한 미소) 비월 형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토록 위대한 순간을 목도하다니, 저의 영광입니다!

    **[장면 3] 배신의 칼날**

    **컷 7:**
    – **배경:** 청운이 비월에게 다가가 활짝 팔을 벌린다. 마치 진심으로 축하하려는 친구처럼. 비월은 경계심 없이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 **비월:**
    어서 와라, 내 오랜 벗이여! 이 기쁨을 너와 함께 나누고 싶구나!
    – **청운:**
    (활짝 웃으며) 물론이지요, 형님! 이 모든 영광을… 제가 직접 느껴보겠습니다!
    – **효과음:** 쿵─! (발소리)

    **컷 8:**
    – **배경:** 청운이 비월을 끌어안는 척하며, 그의 손에서 섬광이 번뜩인다. 그의 손에는 ‘흡령환(吸靈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검붉은 기운이 서린 작은 비수가 들려 있다. 그 비수가 비월의 단전에 정확히 꽂힌다.
    – **비월:**
    (경악한 표정, 눈이 휘둥그레진다) 읍…?!
    – **청운:**
    (섬뜩한 미소, 비월의 귀에 속삭인다) 미안하오, 형님. 세상은 그리 공평하지 않더이다.
    – **효과음:** 푹─! (비수가 꽂히는 소리), 으으읍! (비월의 고통스러운 신음)

    **컷 9:**
    – **배경:** 비월의 몸에서 황금빛 영기가 터져 나오지만, 흡령환에 의해 빠르게 붉은색으로 변하며 청운에게로 흡수된다. 비월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고, 극심한 고통에 일그러진다. 그의 눈은 충격과 배신감으로 가득하다.
    – **비월:**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청운…! 너… 네 이놈…!
    – **청운:**
    (눈을 감고 황홀한 표정으로 비월의 영기를 흡수한다) 아아… 이 찬란한 영기…! 대라금선의 기운…! 형님은 너무 순진했소. 힘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것이라오. 당신의 그 모든 영광, 이제는 나의 것이 될 테니!
    – **효과음:** 츠으으으읍! (영기가 빨려 나가는 소름 끼치는 소리), 끼이이이익!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

    **컷 10:**
    – **배경:** 비월의 몸에서 황금빛 날개와 아홉 용의 영기가 검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단전에서는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듯 영기가 맹렬하게 빨려 나간다.
    – **비월:**
    (피를 토하며) 크으으윽…! 내… 내 단전이…! 어찌… 어찌 이럴 수가…!
    – **청운:**
    (비웃듯이) 형님의 무위는 나의 발판이 될 것이오. 류설(柳雪)에게도, 선문(仙門)의 모든 이들에게도, 내가 진정한 대라금선임을 똑똑히 보여줄 테니!
    – **내레이션 (비월):**
    내 모든 것을 담아 믿었던 벗의 배신. 육체의 고통보다 더한 영혼의 절규가 나를 찢어발겼다.

    **[장면 4] 나락으로 떨어지다**

    **컷 11:**
    – **배경:** 청운이 비월의 단전에 박힌 흡령환을 뽑아낸다. 비월의 몸은 이미 힘을 잃어버린 빈 껍데기처럼 비틀거린다. 청운의 손에 들린 흡령환은 붉은 빛으로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 **청운:**
    (흡족한 미소) 이제… 형님은 더 이상 대라금선이 아니오. 그저… 일개 범인에 불과하지.
    – **효과음:** 척─! (비수 뽑는 소리), 털썩! (비월의 몸이 쓰러지는 소리)

    **컷 12:**
    – **배경:** 청운이 힘없이 쓰러진 비월을 무릎으로 짓밟는다. 비월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지만, 그 속에는 분노와 증오의 불꽃이 미약하게 타오르고 있다.
    – **청운:**
    (비월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감히 나에게 대들었던 대가다. 감히 나보다 높이 날려 했던 대가. 형님은 이 자리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마땅하오.
    – **효과음:** 으득! (청운이 비월의 머리칼을 쥐는 소리)

    **컷 13:**
    – **배경:** 청운이 비월을 깎아지른 절벽 아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비월의 몸은 밤하늘을 가르며 까마득한 심연 속으로 추락한다.
    – **청운:**
    (냉소적으로) 잘 가시오, 비월. 당신의 이름은 역사에서 지워질 것이오.
    – **비월:**
    (떨어지면서도 눈은 청운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인다) 흐… 흐흐… 흐흐흐… 청운…!
    – **효과음:** 콰아아아아아아앙! (비월의 몸이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굉음), 으아아아아악! (비월의 마지막 절규)

    **컷 14:**
    – **배경:** 절벽 아래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비월의 형체. 그의 마지막 모습은 마치 핏빛 눈물을 흘리는 듯한 잔상으로 남는다.
    – **내레이션 (비월):**
    나는 떨어졌다. 삶의 끝, 모든 것이 부서지는 나락으로. 그러나 나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피어난 단 하나의 불꽃. 너를 향한 지독한 증오와… 처절한 복수의 맹세.

    **컷 15:**
    – **배경:**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비월의 두 눈. 산산이 조각난 영혼의 조각들 사이에서, 꺼지지 않는 붉은 복수의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 **비월 (독백):**
    청운… 내가 이대로 죽을 것 같으냐… 네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듯이… 나는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이 지옥의 끝에서, 나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을 짓밟기 위해…!


    **[에피소드 끝]**

  • 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그림자 오벨리스크》

    “함장님,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습니다.”

    정적만이 지배하던 함교에 박준호 기술 담당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잠시간의 평화로운 침묵을 깨는, 공포에 질린 외침이었다. 이진우 함장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박 담당관, 보고해. 뭐가 문제지?”

    “정확히는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시그널입니다! 너무 강해서 다른 모든 감지 기록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침묵은 다시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긴장으로 가득 찬, 얼어붙을 듯한 침묵이었다. 아르테미스호는 칠흑 같은 심우주를 수년째 탐사 중이었다. 온갖 기이한 현상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마주했지만, ‘존재할 수 없는’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이진우 함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로 수정. 해당 시그널의 원점으로. 김서연 탐사대장, 전 대원에게 비상 태세를 지시하고 무기 시스템 활성화 준비해.”

    김서연 대장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하지만 탐사선에 탑재된 센서로는 시그널의 구체적인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이질적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이 함장이 되물었다.

    “마치… 어떤 존재가 시공간의 물리법칙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중력, 전자기파, 암흑 에너지… 모든 것이 뒤섞여 분석 불능 상태입니다.”

    그녀의 말에 함교에 있던 모든 대원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우주선 내부를 감싸던 미세한 기계음마저 잦아든 듯한 착각에 빠졌다.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항해한 끝에, 아르테미스호는 시그널의 원점에 도달했다.

    “육안으로 확인됩니다!” 박준호 담당관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격앙되어 있었다. “함장님, 주 화면에 띄웁니다.”

    메인 스크린에 나타난 광경은 모두의 숨을 멎게 했다. 거대한 오벨리스크였다. 한 변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완벽한 정육면체. 표면은 칠흑 같았지만, 빛을 흡수하는 대신 주변의 모든 것을 왜곡하며 불길한 광택을 뿜어내고 있었다. 별들의 빛조차 그 앞에서 휘어지는 듯했다.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그림자, 그 자체였다.

    “이게… 뭐야?” 한지혜 의료 담당관이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누가, 언제, 왜 이런 걸…?”

    “분석 시도 중입니다만, 모든 센서가 오류를 뿜어냅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깝지만, 내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상합니다, 함장님.”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이 함장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시간입니다. 제어실의 시계가… 미묘하게 뒤틀리고 있습니다. 1초가 때로는 0.999초처럼, 때로는 1.001초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다른 장비의 시간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흐름이 미세하게 뒤틀린다는 말에 함교 전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주에서 시간의 개념은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존재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의미였다.

    “함장님, 저 구조물에서 약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김서연이 보고했다.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습니다. 일정한 주기로.”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억누를 수 없는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아르테미스호가 거친 흔들림에 휩싸였다. 비상등이 깜빡이고, 함선 전체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젠장! 모든 계기판이 미쳐 날뛰고 있어!” 박준호가 소리쳤다. “에너지 레벨이… 예측 불가능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함선 방어막에 비상 전력 공급!”

    오벨리스크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은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모든 승무원은 마치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에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일어났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메인 스크린이 섬광으로 뒤덮였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함교는 여전히 아르테미스호의 함교였지만,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패널 곳곳에 금이 가 있고, 불꽃이 튀는 전선들이 노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스크린에 비치는 바깥 풍경이 달랐다. 칠흑 같은 우주 대신, 불타는 잔해와 함께 거대한 행성의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뭐야…?” 한지혜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멀게 들렸다.

    이진우 함장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비볐다. 분명 방금 전까지 오벨리스크 앞이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 순간, 그의 시야 한구석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잡혔다.

    불타는 잔해들 사이로, 부서진 채 표류하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

    그것은… 아르테미스호였다. 그들의 우주선과 똑같은 모습의, 완전히 파괴된 잔해였다.

    “이건… 환상인가?” 박준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너무나 생생해.”

    스크린 너머의 파괴된 아르테미스호에서, 흐릿한 형상이 보였다. 산산조각 난 함선 내부에서 표류하는 승무원들의 모습.

    그리고 그 순간, 이진우 함장의 눈에 정확히 포착된 것은, 그 불타는 잔해 속에서 끔찍하게 일그러진 채 떠다니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함장님! 긴급 경고! 모든 시스템이 불안정합니다! 시간장이… 시간장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박준호의 절규가 귓가에 울렸다.

    메인 스크린은 다시 한번 섬광을 터뜨렸다. 눈앞의 지옥 같은 풍경이 사라지고, 다시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그들의 아르테미스호 앞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원상 복구된 듯 보였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경악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방금… 뭘 본 거지?” 김서연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진우 함장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살아있는 자신의 손이었다. 방금 전 스크린 속에서 보았던, 파괴된 함선 속의 차갑고 일그러진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생한 감각은, 단순한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오벨리스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한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의 재앙을 보여주는 거대한 예언서이자, 동시에 시간을 뒤트는 악마적인 존재로 변모해 있었다.

    “함장님…” 한지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제가 본 건… 제가 죽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에 타서… 산산조각 나는… 제 동료들과 함께…”

    이 함장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 모두가, 같은 것을 본 것이었다. 미래의 파멸. 아르테미스호의 종말.

    오벨리스크는 조용히,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빛을 왜곡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후퇴…” 이 함장이 쉰 목소리로 명령했다. “최대 속도로, 당장 이 지점을 벗어난다. 이 괴물 같은 것을 피해…”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불길한 빛의 문양이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눈이 뜨이는 듯, 우주를 압도하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그들을 덮쳐왔다. 그리고 그 빛의 문양이 완전히 완성되는 순간, 아르테미스호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중력장이 형성되었다.

    “젠장! 함선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박준호가 비명을 질렀다. “강제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오벨리스크 안으로!”

    모든 것이 암전됐다. 중력에 짓눌리는 듯한 엄청난 압력과 함께, 아르테미스호는 오벨리스크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진우 함장은 마지막 순간, 눈을 감기 직전, 불길한 빛의 문양 안에서 무수히 많은 시간의 조각들이 뒤섞이고 합쳐지는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알 수 없는 미래로, 혹은 이미 파괴된 과거로 향하는, 예측 불가능한 시간 여행의 시작이었다.

  • 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그림자 오벨리스크》

    “함장님,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습니다.”

    정적만이 지배하던 함교에 박준호 기술 담당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잠시간의 평화로운 침묵을 깨는, 공포에 질린 외침이었다. 이진우 함장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박 담당관, 보고해. 뭐가 문제지?”

    “정확히는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시그널입니다! 너무 강해서 다른 모든 감지 기록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침묵은 다시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긴장으로 가득 찬, 얼어붙을 듯한 침묵이었다. 아르테미스호는 칠흑 같은 심우주를 수년째 탐사 중이었다. 온갖 기이한 현상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마주했지만, ‘존재할 수 없는’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이진우 함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로 수정. 해당 시그널의 원점으로. 김서연 탐사대장, 전 대원에게 비상 태세를 지시하고 무기 시스템 활성화 준비해.”

    김서연 대장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하지만 탐사선에 탑재된 센서로는 시그널의 구체적인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이질적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이 함장이 되물었다.

    “마치… 어떤 존재가 시공간의 물리법칙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중력, 전자기파, 암흑 에너지… 모든 것이 뒤섞여 분석 불능 상태입니다.”

    그녀의 말에 함교에 있던 모든 대원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우주선 내부를 감싸던 미세한 기계음마저 잦아든 듯한 착각에 빠졌다.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항해한 끝에, 아르테미스호는 시그널의 원점에 도달했다.

    “육안으로 확인됩니다!” 박준호 담당관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격앙되어 있었다. “함장님, 주 화면에 띄웁니다.”

    메인 스크린에 나타난 광경은 모두의 숨을 멎게 했다. 거대한 오벨리스크였다. 한 변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완벽한 정육면체. 표면은 칠흑 같았지만, 빛을 흡수하는 대신 주변의 모든 것을 왜곡하며 불길한 광택을 뿜어내고 있었다. 별들의 빛조차 그 앞에서 휘어지는 듯했다.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그림자, 그 자체였다.

    “이게… 뭐야?” 한지혜 의료 담당관이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누가, 언제, 왜 이런 걸…?”

    “분석 시도 중입니다만, 모든 센서가 오류를 뿜어냅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깝지만, 내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상합니다, 함장님.”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이 함장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시간입니다. 제어실의 시계가… 미묘하게 뒤틀리고 있습니다. 1초가 때로는 0.999초처럼, 때로는 1.001초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다른 장비의 시간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흐름이 미세하게 뒤틀린다는 말에 함교 전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주에서 시간의 개념은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존재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의미였다.

    “함장님, 저 구조물에서 약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김서연이 보고했다.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습니다. 일정한 주기로.”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억누를 수 없는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아르테미스호가 거친 흔들림에 휩싸였다. 비상등이 깜빡이고, 함선 전체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젠장! 모든 계기판이 미쳐 날뛰고 있어!” 박준호가 소리쳤다. “에너지 레벨이… 예측 불가능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함선 방어막에 비상 전력 공급!”

    오벨리스크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은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모든 승무원은 마치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에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일어났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메인 스크린이 섬광으로 뒤덮였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함교는 여전히 아르테미스호의 함교였지만,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패널 곳곳에 금이 가 있고, 불꽃이 튀는 전선들이 노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스크린에 비치는 바깥 풍경이 달랐다. 칠흑 같은 우주 대신, 불타는 잔해와 함께 거대한 행성의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뭐야…?” 한지혜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멀게 들렸다.

    이진우 함장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비볐다. 분명 방금 전까지 오벨리스크 앞이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 순간, 그의 시야 한구석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잡혔다.

    불타는 잔해들 사이로, 부서진 채 표류하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

    그것은… 아르테미스호였다. 그들의 우주선과 똑같은 모습의, 완전히 파괴된 잔해였다.

    “이건… 환상인가?” 박준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너무나 생생해.”

    스크린 너머의 파괴된 아르테미스호에서, 흐릿한 형상이 보였다. 산산조각 난 함선 내부에서 표류하는 승무원들의 모습.

    그리고 그 순간, 이진우 함장의 눈에 정확히 포착된 것은, 그 불타는 잔해 속에서 끔찍하게 일그러진 채 떠다니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함장님! 긴급 경고! 모든 시스템이 불안정합니다! 시간장이… 시간장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박준호의 절규가 귓가에 울렸다.

    메인 스크린은 다시 한번 섬광을 터뜨렸다. 눈앞의 지옥 같은 풍경이 사라지고, 다시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그들의 아르테미스호 앞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원상 복구된 듯 보였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경악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방금… 뭘 본 거지?” 김서연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진우 함장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살아있는 자신의 손이었다. 방금 전 스크린 속에서 보았던, 파괴된 함선 속의 차갑고 일그러진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생한 감각은, 단순한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오벨리스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한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의 재앙을 보여주는 거대한 예언서이자, 동시에 시간을 뒤트는 악마적인 존재로 변모해 있었다.

    “함장님…” 한지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제가 본 건… 제가 죽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에 타서… 산산조각 나는… 제 동료들과 함께…”

    이 함장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 모두가, 같은 것을 본 것이었다. 미래의 파멸. 아르테미스호의 종말.

    오벨리스크는 조용히,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빛을 왜곡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후퇴…” 이 함장이 쉰 목소리로 명령했다. “최대 속도로, 당장 이 지점을 벗어난다. 이 괴물 같은 것을 피해…”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불길한 빛의 문양이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눈이 뜨이는 듯, 우주를 압도하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그들을 덮쳐왔다. 그리고 그 빛의 문양이 완전히 완성되는 순간, 아르테미스호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중력장이 형성되었다.

    “젠장! 함선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박준호가 비명을 질렀다. “강제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오벨리스크 안으로!”

    모든 것이 암전됐다. 중력에 짓눌리는 듯한 엄청난 압력과 함께, 아르테미스호는 오벨리스크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진우 함장은 마지막 순간, 눈을 감기 직전, 불길한 빛의 문양 안에서 무수히 많은 시간의 조각들이 뒤섞이고 합쳐지는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알 수 없는 미래로, 혹은 이미 파괴된 과거로 향하는, 예측 불가능한 시간 여행의 시작이었다.

  • 선협 (신선)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제목: 잿더미 속 한 줄기 불꽃**

    **[장면 1] 청명봉 정상 – 대라금선의 문턱**

    **컷 1:**
    – **배경:** 까마득한 높이, 구름을 뚫고 솟아오른 거대한 산봉우리. 봉우리 정상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위에는 기이한 영기가 서려 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박혀 있고, 달빛이 마치 영액처럼 봉우리를 감싸고 있다.
    – **인물:** 비월이 봉우리 중앙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그의 몸 주위로는 오색 영기가 소용돌이치며 격렬하게 춤추고 있다. 그의 얼굴은 고통과 희열이 교차하는 듯 보이지만, 그 기세는 맹렬하다.
    – **효과음:** 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 파직! 파직! (영기가 충돌하는 소리)

    **내레이션 (비월):**
    수많은 세월, 셀 수 없는 밤낮.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선문(仙門)의 가장 높은 경지, 대라금선(大羅金仙)의 문턱. 이 한 걸음이 모든 것을 결정하리라.

    **컷 2:**
    – **배경:** 비월의 뒤편, 바위 그늘에 서 있는 청운. 그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지만, 눈빛은 비월에게 고정된 채 미묘하게 흔들린다. 그의 손은 보이지 않게 허리춤의 검집을 쥐고 있다.
    – **청운 (독백):**
    (속으로) 드디어… 비월, 너의 시대가 저무는구나. 그 모든 영광은 이제… 나의 것이 될 터이니.

    **컷 3:**
    – **배경:** 비월의 주위 영기가 더욱 거세진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하늘로 치솟아 밤하늘의 구름을 찢고, 거대한 영기 회오리가 봉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 **비월:**
    (고통스러운 신음) 큭…! 아직… 멀었다…!
    – **효과음:** 콰아아앙! (영기가 폭발하는 소리)

    **내레이션 (비월):**
    단전(丹田)이 불타오르고, 경맥(經脈)이 찢어지는 고통. 영혼이 갈가리 찢겨 나가는 듯한 극한의 순간.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이 고통의 끝에,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음을.

    **[장면 2] 대라금선의 탄생**

    **컷 4:**
    – **배경:** 영기 회오리의 중심에 비월이 떠오른다. 그의 몸에서는 찬란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며, 그 빛은 마치 봉화처럼 하늘을 가른다. 그의 표정은 고통을 넘어선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 평화롭다.
    – **내레이션:**
    세상의 모든 영기가 그에게로 집중되는 순간. 천지개벽(天地開闢)의 기운이 청명봉을 뒤덮었다.
    – **효과음:** 우와아아아─! (영기가 완성되는 웅장한 소리), 찬란! (빛이 터지는 소리)

    **컷 5:**
    – **배경:** 비월의 뒤로 거대한 아홉 마리 용의 형상이 영기로 구현되어 승천한다. 그의 등 뒤로는 황금빛 날개가 펼쳐지고, 그의 존재는 압도적인 신성함을 내뿜는다.
    – **비월:**
    (눈을 뜨며) 하아… 마침내…! 대라금선(大羅金仙)의 경지…!
    – **효과음:** 쏴아아아아아─! (하늘에서 영기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

    **컷 6:**
    – **배경:** 경지에 오른 비월이 미소를 지으며 청운을 돌아본다. 청운은 바위 그늘에서 나와 활짝 웃으며 다가오고 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미묘하게 번득인다.
    – **비월:**
    청운아! 보았느냐! 우리가 염원하던 바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 **청운:**
    (환한 미소) 비월 형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토록 위대한 순간을 목도하다니, 저의 영광입니다!

    **[장면 3] 배신의 칼날**

    **컷 7:**
    – **배경:** 청운이 비월에게 다가가 활짝 팔을 벌린다. 마치 진심으로 축하하려는 친구처럼. 비월은 경계심 없이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 **비월:**
    어서 와라, 내 오랜 벗이여! 이 기쁨을 너와 함께 나누고 싶구나!
    – **청운:**
    (활짝 웃으며) 물론이지요, 형님! 이 모든 영광을… 제가 직접 느껴보겠습니다!
    – **효과음:** 쿵─! (발소리)

    **컷 8:**
    – **배경:** 청운이 비월을 끌어안는 척하며, 그의 손에서 섬광이 번뜩인다. 그의 손에는 ‘흡령환(吸靈丸)’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검붉은 기운이 서린 작은 비수가 들려 있다. 그 비수가 비월의 단전에 정확히 꽂힌다.
    – **비월:**
    (경악한 표정, 눈이 휘둥그레진다) 읍…?!
    – **청운:**
    (섬뜩한 미소, 비월의 귀에 속삭인다) 미안하오, 형님. 세상은 그리 공평하지 않더이다.
    – **효과음:** 푹─! (비수가 꽂히는 소리), 으으읍! (비월의 고통스러운 신음)

    **컷 9:**
    – **배경:** 비월의 몸에서 황금빛 영기가 터져 나오지만, 흡령환에 의해 빠르게 붉은색으로 변하며 청운에게로 흡수된다. 비월의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가시고, 극심한 고통에 일그러진다. 그의 눈은 충격과 배신감으로 가득하다.
    – **비월:**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청운…! 너… 네 이놈…!
    – **청운:**
    (눈을 감고 황홀한 표정으로 비월의 영기를 흡수한다) 아아… 이 찬란한 영기…! 대라금선의 기운…! 형님은 너무 순진했소. 힘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빼앗는 것이라오. 당신의 그 모든 영광, 이제는 나의 것이 될 테니!
    – **효과음:** 츠으으으읍! (영기가 빨려 나가는 소름 끼치는 소리), 끼이이이익!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

    **컷 10:**
    – **배경:** 비월의 몸에서 황금빛 날개와 아홉 용의 영기가 검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지고, 단전에서는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듯 영기가 맹렬하게 빨려 나간다.
    – **비월:**
    (피를 토하며) 크으으윽…! 내… 내 단전이…! 어찌… 어찌 이럴 수가…!
    – **청운:**
    (비웃듯이) 형님의 무위는 나의 발판이 될 것이오. 류설(柳雪)에게도, 선문(仙門)의 모든 이들에게도, 내가 진정한 대라금선임을 똑똑히 보여줄 테니!
    – **내레이션 (비월):**
    내 모든 것을 담아 믿었던 벗의 배신. 육체의 고통보다 더한 영혼의 절규가 나를 찢어발겼다.

    **[장면 4] 나락으로 떨어지다**

    **컷 11:**
    – **배경:** 청운이 비월의 단전에 박힌 흡령환을 뽑아낸다. 비월의 몸은 이미 힘을 잃어버린 빈 껍데기처럼 비틀거린다. 청운의 손에 들린 흡령환은 붉은 빛으로 섬뜩하게 빛나고 있다.
    – **청운:**
    (흡족한 미소) 이제… 형님은 더 이상 대라금선이 아니오. 그저… 일개 범인에 불과하지.
    – **효과음:** 척─! (비수 뽑는 소리), 털썩! (비월의 몸이 쓰러지는 소리)

    **컷 12:**
    – **배경:** 청운이 힘없이 쓰러진 비월을 무릎으로 짓밟는다. 비월의 눈은 이미 초점을 잃었지만, 그 속에는 분노와 증오의 불꽃이 미약하게 타오르고 있다.
    – **청운:**
    (비월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감히 나에게 대들었던 대가다. 감히 나보다 높이 날려 했던 대가. 형님은 이 자리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마땅하오.
    – **효과음:** 으득! (청운이 비월의 머리칼을 쥐는 소리)

    **컷 13:**
    – **배경:** 청운이 비월을 깎아지른 절벽 아래,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비월의 몸은 밤하늘을 가르며 까마득한 심연 속으로 추락한다.
    – **청운:**
    (냉소적으로) 잘 가시오, 비월. 당신의 이름은 역사에서 지워질 것이오.
    – **비월:**
    (떨어지면서도 눈은 청운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인다) 흐… 흐흐… 흐흐흐… 청운…!
    – **효과음:** 콰아아아아아아앙! (비월의 몸이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굉음), 으아아아아악! (비월의 마지막 절규)

    **컷 14:**
    – **배경:** 절벽 아래의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는 비월의 형체. 그의 마지막 모습은 마치 핏빛 눈물을 흘리는 듯한 잔상으로 남는다.
    – **내레이션 (비월):**
    나는 떨어졌다. 삶의 끝, 모든 것이 부서지는 나락으로. 그러나 나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과 절망 속에서 피어난 단 하나의 불꽃. 너를 향한 지독한 증오와… 처절한 복수의 맹세.

    **컷 15:**
    – **배경:**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비월의 두 눈. 산산이 조각난 영혼의 조각들 사이에서, 꺼지지 않는 붉은 복수의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 **비월 (독백):**
    청운… 내가 이대로 죽을 것 같으냐… 네가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듯이… 나는 너의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다. 이 지옥의 끝에서, 나는 반드시 돌아갈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을 짓밟기 위해…!


    **[에피소드 끝]**

  • 타임슬립 (시간여행)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그림자 오벨리스크》

    “함장님,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습니다.”

    정적만이 지배하던 함교에 박준호 기술 담당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잠시간의 평화로운 침묵을 깨는, 공포에 질린 외침이었다. 이진우 함장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박 담당관, 보고해. 뭐가 문제지?”

    “정확히는 문제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아니, 존재할 수 없는 에너지 시그널입니다! 너무 강해서 다른 모든 감지 기록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침묵은 다시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긴장으로 가득 찬, 얼어붙을 듯한 침묵이었다. 아르테미스호는 칠흑 같은 심우주를 수년째 탐사 중이었다. 온갖 기이한 현상과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을 마주했지만, ‘존재할 수 없는’이라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이진우 함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경로 수정. 해당 시그널의 원점으로. 김서연 탐사대장, 전 대원에게 비상 태세를 지시하고 무기 시스템 활성화 준비해.”

    김서연 대장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알겠습니다, 함장님. 하지만 탐사선에 탑재된 센서로는 시그널의 구체적인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이질적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인가?” 이 함장이 되물었다.

    “마치… 어떤 존재가 시공간의 물리법칙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중력, 전자기파, 암흑 에너지… 모든 것이 뒤섞여 분석 불능 상태입니다.”

    그녀의 말에 함교에 있던 모든 대원의 얼굴에 불안감이 스쳤다. 우주선 내부를 감싸던 미세한 기계음마저 잦아든 듯한 착각에 빠졌다.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항해한 끝에, 아르테미스호는 시그널의 원점에 도달했다.

    “육안으로 확인됩니다!” 박준호 담당관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 격앙되어 있었다. “함장님, 주 화면에 띄웁니다.”

    메인 스크린에 나타난 광경은 모두의 숨을 멎게 했다. 거대한 오벨리스크였다. 한 변이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완벽한 정육면체. 표면은 칠흑 같았지만, 빛을 흡수하는 대신 주변의 모든 것을 왜곡하며 불길한 광택을 뿜어내고 있었다. 별들의 빛조차 그 앞에서 휘어지는 듯했다.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그림자, 그 자체였다.

    “이게… 뭐야?” 한지혜 의료 담당관이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누가, 언제, 왜 이런 걸…?”

    “분석 시도 중입니다만, 모든 센서가 오류를 뿜어냅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표면 온도는 절대 영도에 가깝지만, 내부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이상합니다, 함장님.”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이 함장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시간입니다. 제어실의 시계가… 미묘하게 뒤틀리고 있습니다. 1초가 때로는 0.999초처럼, 때로는 1.001초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다른 장비의 시간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의 흐름이 미세하게 뒤틀린다는 말에 함교 전체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우주에서 시간의 개념은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 기준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존재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의미였다.

    “함장님, 저 구조물에서 약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김서연이 보고했다.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습니다. 일정한 주기로.”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억누를 수 없는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아르테미스호가 거친 흔들림에 휩싸였다. 비상등이 깜빡이고, 함선 전체에서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젠장! 모든 계기판이 미쳐 날뛰고 있어!” 박준호가 소리쳤다. “에너지 레벨이… 예측 불가능하게 치솟고 있습니다! 함선 방어막에 비상 전력 공급!”

    오벨리스크에서 뿜어져 나온 파동은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존재의 근원을 흔드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모든 승무원은 마치 거대한 보이지 않는 손에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일어났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메인 스크린이 섬광으로 뒤덮였다. 눈을 감았다 뜬 순간,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함교는 여전히 아르테미스호의 함교였지만,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패널 곳곳에 금이 가 있고, 불꽃이 튀는 전선들이 노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스크린에 비치는 바깥 풍경이 달랐다. 칠흑 같은 우주 대신, 불타는 잔해와 함께 거대한 행성의 파편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게… 뭐야…?” 한지혜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멀게 들렸다.

    이진우 함장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비볐다. 분명 방금 전까지 오벨리스크 앞이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것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그 순간, 그의 시야 한구석에 믿을 수 없는 것이 잡혔다.

    불타는 잔해들 사이로, 부서진 채 표류하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

    그것은… 아르테미스호였다. 그들의 우주선과 똑같은 모습의, 완전히 파괴된 잔해였다.

    “이건… 환상인가?” 박준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너무나 생생해.”

    스크린 너머의 파괴된 아르테미스호에서, 흐릿한 형상이 보였다. 산산조각 난 함선 내부에서 표류하는 승무원들의 모습.

    그리고 그 순간, 이진우 함장의 눈에 정확히 포착된 것은, 그 불타는 잔해 속에서 끔찍하게 일그러진 채 떠다니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함장님! 긴급 경고! 모든 시스템이 불안정합니다! 시간장이… 시간장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박준호의 절규가 귓가에 울렸다.

    메인 스크린은 다시 한번 섬광을 터뜨렸다. 눈앞의 지옥 같은 풍경이 사라지고, 다시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그들의 아르테미스호 앞에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모든 것이 원상 복구된 듯 보였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경악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방금… 뭘 본 거지?” 김서연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이진우 함장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살아있는 자신의 손이었다. 방금 전 스크린 속에서 보았던, 파괴된 함선 속의 차갑고 일그러진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생생한 감각은, 단순한 환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강렬했다.

    오벨리스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단순한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미래의 재앙을 보여주는 거대한 예언서이자, 동시에 시간을 뒤트는 악마적인 존재로 변모해 있었다.

    “함장님…” 한지혜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제가 본 건… 제가 죽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에 타서… 산산조각 나는… 제 동료들과 함께…”

    이 함장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 모두가, 같은 것을 본 것이었다. 미래의 파멸. 아르테미스호의 종말.

    오벨리스크는 조용히,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빛을 왜곡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후퇴…” 이 함장이 쉰 목소리로 명령했다. “최대 속도로, 당장 이 지점을 벗어난다. 이 괴물 같은 것을 피해…”

    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오벨리스크의 표면에서 불길한 빛의 문양이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눈이 뜨이는 듯, 우주를 압도하는 압도적인 위압감이 그들을 덮쳐왔다. 그리고 그 빛의 문양이 완전히 완성되는 순간, 아르테미스호 전체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중력장이 형성되었다.

    “젠장! 함선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박준호가 비명을 질렀다. “강제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오벨리스크 안으로!”

    모든 것이 암전됐다. 중력에 짓눌리는 듯한 엄청난 압력과 함께, 아르테미스호는 오벨리스크의 심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진우 함장은 마지막 순간, 눈을 감기 직전, 불길한 빛의 문양 안에서 무수히 많은 시간의 조각들이 뒤섞이고 합쳐지는 환상을 보았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알 수 없는 미래로, 혹은 이미 파괴된 과거로 향하는, 예측 불가능한 시간 여행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