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한국인 작가로서, 깊은 심연의 울림을 담은 작품을 선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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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심연의 불씨 (Embers of the Abyss)**
**장르:** 크툴루 신화, 다크 판타지, 혁명 드라마
**기획 의도:** 부패한 거대 제국에 맞서는 평민들의 절규와 그 속에 숨겨진 코즈믹 호러의 그림자를 대비시켜, 인간 본연의 투쟁 의지와 절망적인 희생을 강조한다. 제국의 권력이 단순히 인간적인 것이 아닌, 고대의 존재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암시하며, 그 대항 또한 단순히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투쟁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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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설정 (주요 인물):**
* **카이 (Kai, 20대 초반):** 날카로운 눈빛과 다부진 체격을 가진 반란군의 젊은 리더. 어릴 적 제국의 횡포로 가족을 잃고 잿빛 구역에서 홀로 자랐다. 타고난 리더십과 뛰어난 판단력, 그리고 누구보다 뜨거운 정의감을 지녔다. 맨몸으로 싸우는 것에 능하며, 주로 짧은 칼과 단검을 사용한다.
* **리안 (Rian, 20대 중반):** 안경 너머로 지적이고 냉철한 눈빛을 지닌 전직 제국 서기관. 제국의 비인간적인 진실을 깨닫고 반란군에 합류했다. 고대 기록과 문헌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반란군의 책사 역할을 한다. 체력은 약하지만, 날카로운 통찰력과 전략으로 카이를 보좌한다.
* **셀레네 (Selene, 20대 후반):** 강인하고 차분한 여성. 잿빛 구역에서 약초사로 일하며 사람들을 돌봤다. 제국의 ‘정화 의식’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반란군에 가담했다. 약초 지식뿐만 아니라, 제국이 숨겨온 기괴한 물질들에 대항하는 비책들을 알고 있다. 전투 시에는 투척용 약병이나 기묘한 액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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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프롤로그 – 어둠 속의 속삭임]**
**SCENE 1**
**INT. 잿빛 구역 – 허름한 주점 뒷골목 – 밤**
**SHOT: 와이드 샷.**
낡고 허름한 판잣집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제국 수도의 잿빛 구역 뒷골목. 검은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고, 축축한 돌담에는 알 수 없는 곰팡이가 피어있다. 저 멀리, 제국 수도의 중심부에 우뚝 솟은 황금궁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빛이 밤하늘을 불길하게 물들이고 있다. 그 빛은 마치 거대한 괴물의 눈처럼 섬뜩하게 번득이며, 이 잿빛 구역까지는 닿지 못한다. 거리에는 쓰레기와 오물이 널려 있고, 희미한 등불 몇 개만이 비척거리는 그림자들을 비출 뿐이다.
**SHOT: 클로즈업.**
축축한 바닥에 밟힌 채 버려진 제국의 포고문. 종이는 흙과 빗물에 젖어 찢어져 있고, 황제의 인장이 더럽게 얼룩져 있다. 내용은 읽을 수 없지만, 불길한 서체와 어렴풋이 보이는 ‘제물’, ‘정화’ 같은 단어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SOUND**: (멀리서 들려오는 제국 병사들의 순찰 소리 – 규칙적이고 위압적이다. 개 짖는 소리, 쥐가 갉아먹는 소리, 축축한 벽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카이** (O.S., 나직한 목소리):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변할 리가 없지.
**SHOT: 미디엄 샷.**
골목 어귀, 낡은 천막 아래에 모인 네 명의 그림자. 그중 한 명, 카이가 등을 기댄 채 주먹을 꽉 쥐고 있다.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지만, 단단히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매가 얼핏 드러난다. 닳아빠진 가죽 조끼와 천 바지를 입고 있다. 그의 어깨와 팔뚝의 잔근육이 그의 삶이 얼마나 거칠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카이**: (차갑게, 으르렁거리는 듯) 이 썩어빠진 제국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아. 숨 쉴 권리조차도. 매번 더 많은 걸 빼앗아갈 뿐이지.
**SHOT: 카이의 얼굴 클로즈업.**
그의 눈동자에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불길이 서려 있다. 그 불길은 분노와 절망, 그리고 강한 결의가 뒤섞인 색이다.
**리안** (O.S.): 어제는 또 몇 명이 끌려갔는지 알아? 율리아네 여관의 막내딸, 그리고 강철 대장장이의 아들… 황금궁의 ‘위대한 의식’ 제물로 바쳐진다고 하더군.
**SHOT: 리안의 얼굴 클로즈업.**
안경 너머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눈. 얇고 단정한 옷차림이지만, 곳곳에 해진 흔적이 보인다. 그는 낡은 양피지 조각을 들고 있다. 그의 손은 지식인의 손처럼 가늘지만, 그 손에 쥔 양피지는 그의 강한 의지를 대변하는 듯하다.
**리안**: (씁쓸하게, 고개를 떨구며) 제국의 ‘위대한 의식’이 다가오고 있다고 해. 또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려질까. 그들이 숭배하는 ‘어둠의 심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기록에는… 그 존재가 피와 공포를 탐한다고 쓰여 있었지.
**SHOT: 카이의 주먹 클로즈업.**
주먹의 관절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강하게 쥐어져 있다.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튀어 오를 듯하다.
**카이**: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 개자식들… 그 ‘어둠의 심장’인가 뭔가 하는 게 뭔지 몰라도, 우리 목숨을 탐하는 괴물이라면 반드시 찢어발겨 버릴 거야. 이 빌어먹을 땅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SHOT: 셀레네의 뒷모습.**
골목 저편, 다른 그림자 중 한 명인 셀레네가 벽에 기대어 서 있다. 그녀의 등 뒤로 희미한 달빛이 비치며,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턱선이 드러난다. 낡았지만 단정한 의복을 입고 있으며, 허리춤에는 알 수 없는 약초 주머니들이 여러 개 매달려 있다.
**셀레네**: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피가 피를 부르는 법이 세상의 이치라면, 우리는 우리의 피가 아니라 저들의 피로 이 땅을 씻어내야 할 때가 온 거야.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어. 우리에게는 빼앗길 것이 더는 남아있지 않으니까.
**SHOT: 카이, 리안, 셀레네가 차례로 화면에 잡히는 미디엄 쓰리 샷.**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절망 대신 결연한 의지가 드리워져 있다. 어둠 속에서도 그들의 눈빛만은 선명하게 빛난다.
**리안**: (한숨을 쉬며) 하지만 제국의 힘은 너무나 거대해. 수도에만 만 명이 넘는 병력이 주둔해 있고, ‘심연의 심판자’라 불리는 황제의 친위대는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존재들이야. 그들은 마치…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 같아. 내가 읽었던 모든 역사적 기록들 속에서도 이런 광적인 집단은 찾아볼 수 없었어.
**SOUND**: (정적. 바람 소리가 살짝 스쳐 지나간다. 불안한 심장 박동 소리. 아주 희미하게, 저음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깔린다.)
**카이**: (돌아서며,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존재라… 그래, 그래야 설명이 되지. 일반적인 폭군이라면 이토록 비정상적인 광기를 부리지는 않을 테니. 분명 그들의 힘의 원천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혹은 감히 알아서는 안 될 무언가가 있을 거야.
**SHOT: 카이의 시선이 골목 위로 향하는 클로즈업.**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저 멀리, 황금궁의 첨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색 섬광.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 주기적으로 번뜩이며 어둠을 찢는다.
**카이**: (혼잣말처럼) 그 광기가 어디서 오는지 알아내야 해. 그들의 심장을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그들의 거대한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본질을.
**SHOT: 붉은 섬광이 번뜩이는 황금궁 첨탑 클로즈업.**
첨탑의 꼭대기에는 기묘한 문양의 조각상이 빛을 받으며 이따금 섬뜩하게 번쩍인다. 그 문양은 마치 눈 없는 촉수들이 뒤엉킨 형상 같기도 하고, 뒤틀린 얼굴 같기도 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불쾌감이 밀려온다.
**리안**: (양피지를 펼치며) ‘심연의 심장’… 고대 기록에는 그 존재를 직접 언급한 내용은 없어. 다만, 제국이 건설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어둠 속의 지배자’에 대한 단편적인 언급들이 있을 뿐이지. 그들은 ‘별들의 정렬’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때, 지배자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SHOT: 리안이 펼친 양피지 클로즈업.**
희미한 글씨로 고대 문자가 적혀 있고, 그 아래에는 기괴한 도형이 그려져 있다. 그 도형은 황금궁 첨탑의 문양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마치 누군가 과거에 이 모든 것을 예견하고 기록해 둔 것처럼.
**셀레네**: (나지막이) 별들의 정렬… 그게 곧 제물의 때를 말하는 거였군. 제국은 그저 의식을 준비하는 하수인일 뿐인가.
**카이**: 그럼 우리는 별들이 정렬하기 전에, 저들의 심장을 부숴야 해. 제국이 섬기는 그 어둠의 존재가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SHOT: 카이가 땅에 떨어진 낡은 나뭇가지 하나를 줍는다.**
나뭇가지 끝으로 축축한 흙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잿빛 구역과 황금궁의 지도를 대충 그린다. 그의 손놀림은 정확하고 자신감 넘친다.
**카이**: (집중하며) 황금궁으로 통하는 길은 겹겹이 막혀있어. 정문은 난공불락이고, 지하 수로는 감시가 삼엄해. 하지만…
**SHOT: 카이의 손이 지도 위에 한 지점을 가리키는 클로즈업.**
그가 가리킨 곳은 황금궁 아래, 잊혀진 지하 납골당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통로다. 지도에는 ‘속삭임의 구덩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적혀 있다.
**카이**: (낮은 목소리로) 이 곳. ‘속삭임의 구덩이’라고 불리는 곳이야. 수십 년 전, 제국이 버려진 자들의 유골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었다가 붕괴 사고로 폐쇄된 곳이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곳. 나 외에는.
**리안**: (눈을 가늘게 뜨며) 속삭임의 구덩이라니… 기록에는 없는 곳인데. 어떻게 알았지? 제국의 공식 문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야.
**카이**: (피식 웃으며,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쳐 지나간다) 어려서부터 이 잿빛 구역의 모든 쥐구멍을 알고 있는 건 나뿐이지. 굶주림은 인간을 도굴꾼으로 만들고, 또 가장 뛰어난 탐험가로 만들거든. 버려진 곳이라고는 해도, 통로가 완전히 막히진 않았을 거야. 분명 어딘가에… 저들이 지나치게 된 틈이 있을 거다.
**SHOT: 카이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그의 얼굴에 비장함이 감돈다. 그의 눈은 이미 황금궁 지하를 꿰뚫어 보는 듯하다.
**카이**: 그곳은 황금궁 지하와 연결되어 있었어. 예전에 몰래 들어가 봤을 때, 끔찍한 소리들이 들려왔었지. 물 흐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거대한 것이 꿈틀거리는 소리 같기도 한… 이해할 수 없는 소리들이. 마치 살아있는 땅덩어리가 숨을 쉬는 것 같았어.
**SOUND**: (카이의 말과 함께 희미하게, 저음의 웅웅거리는 소리가 깔린다. 점차 음산하게 변해간다. 마치 땅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존재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
**셀레네**: (경계심 가득한 표정, 미간을 찌푸린다) 끔찍한 소리라니… 평범한 유골 처리장이 아니었다는 거로군.
**카이**: (어깨를 으쓱하며, 표정에 변화가 없다) 두려울 것 없어. 어차피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도 없으니까. 황금궁이 제국이라면, 우리는 그 제국의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그들의 심장을 꿰뚫어 버릴 거야. 설령 그곳이 지옥의 문일지라도.
**SHOT: 카이가 흙바닥에 나뭇가지로 그어놓은 길고 굽이진 선.**
그것은 마치 뱀처럼 황금궁을 향해 기어 올라가는 형상이다. 그리고 그 끝에 칼날로 X표시를 해둔다.
**카이**: (단호하게) 이제… 시작이다. 우리 모두의 마지막 싸움이.
**SHOT: 카메라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어둠 속에 서 있는 세 명의 실루엣을 비춘다.**
그들 위로, 붉은색 섬광을 내뿜는 황금궁의 첨탑이 불길하게 솟아 있다. 그들이 향해야 할 압도적인 적의 심장부. 그들의 모습은 작고 초라하지만, 그림자 속에서 느껴지는 결의는 거대하다.
**SOUND**: (웅웅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지며, 비정상적인 박동 소리가 섞인다. 마치 땅속에서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처럼. 모든 것을 삼킬 듯한 불길한 예감.)
**페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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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2**
**INT. ‘속삭임의 구덩이’ 입구 – 밤**
**SHOT: 클로즈업.**
낡은 쇠창살이 비스듬히 박혀 있는, 돌로 쌓인 구덩이 입구.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이끼와 거미줄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음습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창살 너머로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한다.
**SOUND**: (어둠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 알 수 없는 습한 공기의 냄새, 흙냄새, 그리고 아주 희미한 썩는 냄새.)
**SHOT: 미디엄 샷.**
카이, 리안, 셀레네가 입구 앞에 서 있다. 그들의 복장은 좀 더 전투적으로 바뀌어 있다. 닳아빠진 가죽 방어구, 낡은 칼, 단검, 간단한 방어구가 눈에 띈다. 리안은 작은 가방을 메고 있고, 셀레네는 허리에 약초 주머니와 함께 유리병들을 고정하고 있다.
**카이**: (쇠창살을 잡고 흔들며, 틈새를 확인한다) 이쪽이야. 제국 병사들은 이 깊은 곳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테지. 그들의 관심은 오직 ‘황금궁’뿐이니까.
**리안**: (코를 킁킁거리며, 인상을 찌푸린다) 곰팡이 냄새… 그리고 뭔가 썩어가는 냄새가 나. 기분 나쁜 곳이군. 내가 알기로는 단순한 유골 처리장이 아니었을 거야.
**셀레네**: (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조심해. 단순히 버려진 곳이라기에는… 공기가 너무 무거워. 그리고 이 끈적이는 습기는… 정상적이지 않아.
**SHOT: 카이가 창살 틈새로 몸을 구겨 넣는 클로즈업.**
그의 얼굴에 집중과 결의가 엿보인다. 그는 꽤 능숙하게 몸을 움직이며 어둠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그림자처럼 유연하다.
**카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따라와. 망설일 시간 없어.
**SHOT: 카메라가 구덩이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통로는 점차 좁아지고 어두워진다. 습한 공기가 피부에 달라붙고, 발소리가 메아리친다. 통로의 벽면은 축축하게 젖어 있고, 미끄럽다.
**SOUND**: (세 사람의 발소리, 축축한 흙이 밟히는 소리, 카이의 거친 숨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기분 나쁜 ‘쿵’하는 소리.)
**리안**: (숨을 헐떡이며, 발광석을 꺼내든다) 여기… 도대체 어디로 이어지는 거야? 끝이 없는 것 같아.
**SHOT: 리안이 손에 든 작은 발광석을 높이 들자, 희미한 푸른빛이 주위를 비춘다.**
빛이 닿는 곳은 끝없는 듯한 어둠과 좁은 통로. 통로의 벽면에는 알 수 없는 그림들이 긁혀 있거나 그려져 있다. 인간의 형상이 아니라, 기괴하게 뒤틀린 촉수 같은 형상들, 혹은 이빨이 가득한 입의 형상들이다. 그것들은 마치 어둠 속에서 막 기어 나온 듯 생생하다.
**셀레네**: (벽면의 그림을 보며, 흠칫 놀란다) 이건… 누가 그린 거지? 이런 그림은 제국의 어떤 역사서에서도 보지 못했어.
**SHOT: 셀레네의 손이 벽면의 그림을 스쳐 지나간다.**
그림은 피로 그려진 것처럼 붉고, 만지면 끈적거릴 것 같다. 그림의 재료가 단순히 물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카이**: (앞서 걸으며, 그림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예전에 왔을 땐 이런 건 없었어. 새로 생긴 건가? 아니면 내가 그때는 보지 못했던 건가.
**SOUND**: (그림에서 옅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속삭임 같은 소리. 환청처럼 들린다. 낮고 으스스한 음색이 점점 커진다.)
**리안**: (등골이 오싹해진 듯 몸을 움츠리며, 발광석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소리가 들려… 벽에서. 뭔가… 말하는 것 같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히 들려.
**카이**: (뒤를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린다) 무슨 소리야? 집중해. 환청일 수도 있어. 이런 곳에서는 누구나 불안해지기 마련이야.
**SHOT: 카이의 시선이 리안과 셀레네에게서 다시 앞으로 향한다.**
그의 얼굴에는 일순간의 동요가 스쳐 지나간다. 그도 무언가를 느낀 듯하다. 그의 입술이 굳게 닫힌다.
**셀레네**: (주변을 경계하며, 눈을 가늘게 뜬다) 환청이 아니야… 속삭임이 분명해. 알아들을 수 없지만, 마치… 누군가가 우리를 부르는 것 같아. 혹은… 경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SOUND**: (속삭임이 점차 뚜렷해진다.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어나 기괴한 언어.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심연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여러 개의 목소리가 겹쳐진 듯한 소리.)
**SHOT: 카이의 발이 무언가에 걸려 넘어진다.**
그가 휘청이며 리안이 들고 있던 발광석을 놓치게 만든다. 발광석은 바닥에 부딪혀 깨지며 희미한 빛마저 사라진다.
**SOUND**: (발광석이 깨지는 소리, 파지직거리는 소리, 완전한 어둠. 모든 빛이 사라지며 공포가 극대화된다.)
**카이**: 젠장!
**SHOT: 완전한 어둠 속에서, 셀레네가 빠르게 허리춤의 작은 발광석을 꺼내든다.**
발광석이 희미한 푸른빛을 발산한다. 그 빛은 이전의 것보다 훨씬 작고 약하다.
**SHOT: 발광석이 비추는 곳.**
카이가 넘어진 곳에는 엉성하게 겹겹이 쌓인 유골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유골들 사이에서, 무언가 희고 끈적한 것이 꿈틀거리고 있다. 마치 거대한 거미줄 같기도 하고, 살아있는 조직 같기도 하다. 유골들은 그것에 뒤덮여 마치 새로운 생명체처럼 변형되어 있다. 텅 빈 눈구멍에서는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리안**: (경악하며, 입을 틀어막는다) 저게 뭐야…?! 유골이… 유골이 아니야!
**셀레네**: (눈을 가늘게 뜨며, 공포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쓴다) 저게… 제국이 말하는 ‘정화’의 흔적인가… 제물을 바치고 남은 것들의 최후인가.
**SHOT: 클로즈업.**
꿈틀거리는 하얀 물질 속에서, 하나의 해골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텅 빈 눈구멍이 그들을 향하는 듯하다. 해골의 턱뼈가 천천히 벌어지며, 입 속에서 작고 끈적한 촉수 같은 것들이 튀어나와 공중에서 흔들린다. 그 촉수들은 마치 그들의 체온을 감지하려는 듯 움직인다.
**SOUND**: (해골의 턱뼈가 마찰하며 내는 끔찍한 ‘그극그극’ 소리, 작고 끈적거리는 촉수가 ‘쫘악 쫘악’ 움직이는 소리. 속삭임이 더욱 가까워진다.)
**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춤의 칼을 뽑아든다) 빌어먹을… 움직이는 유골이라니. 내가 본 것 중 가장 역겹군.
**SHOT: 카이가 칼을 빼어 들고 경계하는 모습.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그는 이런 기괴한 현상에 익숙하지 않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만, 몸은 이미 전투 태세를 갖춘다.
**리안**: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서며, 벽에 등을 기댄다) 이건… 우리가 알던 것과 달라. 제국 병사들과는 차원이 달라! 이들은… 죽음 그 자체야!
**셀레네**: (발광석을 꽉 쥐며, 낮은 목소리로) 침착해! 저들도 분명 약점이 있을 거야! 저 하얀 물질이 모든 것을 조종하는 것 같아!
**SHOT: 해골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얀 물질에 뒤덮인 유골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꿈틀거리며 그들을 향해 다가온다. 그들의 움직임은 부자연스럽고 기괴하며, 마치 수십 개의 팔다리가 제각각 움직이는 듯하다.
**SOUND**: (수많은 유골들이 흙바닥을 기어가는 소리, 끈적거리는 물질이 마찰하는 소리, 속삭임이 더욱 격렬해진다. 이제는 환청이 아니라 실제 소리가 된다.)
**카이**: (이를 악물며, 칼을 든 손에 힘을 준다) 약점이라… 좋아! 그럼 그 약점을 찾아내 주마!
**SHOT: 카이가 유골 무리에게 달려든다.**
그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며 하얀 물질과 유골을 꿰뚫는다. 그러나 유골들은 꿰뚫려도 멈추지 않고, 하얀 물질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다시 모여들어 상처를 메운다.
**SOUND**: (칼날이 뼈와 물질을 가르는 소리, 끔찍하게 ‘철퍽’하고 찢어지는 소리, 카이의 거친 외마디 비명)
**카이**: (뒤로 물러서며, 팔을 흔든다) 젠장! 죽지 않아! 재생하고 있어!
**SHOT: 카이의 팔목에 하얀 물질이 달라붙는다.**
물질은 그의 피부를 파고들며 고통을 준다. 그의 살을 파고드는 듯한 섬뜩한 움직임.
**카이**: 크아악! (팔을 걷어내려 애쓰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셀레네**: (발광석을 리안에게 던져주며, 단호하게) 리안! 넌 이 통로의 끝을 찾아! 내가 시간을 벌게! 이쪽이야!
**SHOT: 셀레네가 허리춤에서 작은 유리병들을 꺼낸다.**
병 속에는 알 수 없는 검고 붉은 액체가 담겨 있다. 액체는 발광석 빛을 받아 기묘하게 번뜩인다.
**리안**: (발광석을 받으며, 목소리에 공포가 가득하다) 셀레네! 위험해! 혼자서는…!
**셀레네**: (비장하게 웃으며,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괜찮아! 내 피로… 이 썩어빠진 세상에 저항하는 법을 보여줄게! 우리는 여기서 죽을 수 없어!
**SHOT: 셀레네가 병들을 유골 무리에게 던진다.**
병들이 깨지며 액체가 튀고, 액체가 닿은 하얀 물질과 유골들은 마치 강산에 닿은 것처럼 ‘쉬이익’하는 소리를 내며 불길에 휩싸인다. 액체가 닿은 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SOUND**: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 불길이 ‘타오닥’ 타오르는 소리, 유골들의 끔찍한 비명 소리, 지직거리는 소리, 연기가 피어오르는 소리)
**SHOT: 불길 속에서 유골들이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는 클로즈업.**
하얀 물질이 녹아내리며 검은 연기를 피운다. 녹아내린 자리에 끈적한 검은 액체가 남는다.
**카이**: (놀란 표정, 팔목에 붙었던 물질이 떨어져 나간다) 저건… 독인가? 아니면…
**셀레네**: (헐떡이며, 숨을 가다듬는다) 독이 아니야… 저들의 ‘심연’을 불태우는 거야. 잠시… 시간을 벌었어. 이 액체는 고대 기록에 언급된… ‘어둠의 심장을 잠재우는’ 물질 중 하나야.
**SHOT: 셀레네의 얼굴 클로즈업.**
고통과 결의가 뒤섞인 표정. 그녀의 손등에 작은 상처가 보이고, 그 상처에서 검은 핏줄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액체를 사용한 부작용인 듯하다.
**리안**: (발광석을 들고 빠르게 통로 안쪽으로 달려가며) 알았어! 통로의 끝을 찾아낼게!
**SHOT: 리안이 희미한 발광석 빛에 의지하여 통로 안으로 사라진다.**
그의 등 뒤로 타오르는 불길과 유골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카이**: (셀레네에게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표정) 괜찮아? 팔은? 무리한 거 아니야?
**셀레네**: (고개를 젓는다) 괜찮아… 어서 리안을 쫓아! 저들이 다시 모여들기 전에! 이 액체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해!
**SHOT: 하얀 물질이 다시 꿈틀거리며 불길 속에서 형체를 회복하려는 모습.**
그것은 마치 무한히 재생하는 괴물 같다. 불길 속에서 다시 촉수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카이**: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SHOT: 카이가 셀레네를 바라본다.**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한다. 비장함과 신뢰가 담겨 있다. 짧은 눈빛 교환 속에 모든 감정이 담겨 있다.
**카이**: 반드시 돌아올게! 너와 함께 이 지옥을 벗어날 거야!
**SHOT: 카이가 셀레네를 뒤로 하고 리안이 사라진 통로 안으로 뛰어든다.**
그의 발소리가 빠르게 멀어진다.
**SHOT: 셀레네가 홀로 불길 앞에 서서, 남은 유리병들을 움켜쥔다.**
그녀의 얼굴에 비장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듯하다.
**셀레네**: (혼잣말처럼) 이 세상의 모든 어둠에 맞서… 우리는 빛이 될 거야. 설령 그 빛이… 나 자신의 목숨을 태워 만들어진 것일지라도.
**SHOT: 셀레네의 뒷모습. 그녀의 그림자가 불길에 길게 늘어진다.**
그녀가 유골 무리를 향해 다시 병을 던질 준비를 한다. 그녀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하다.
**SOUND**: (셀레네의 마지막 일격과 함께 폭발음. 불길이 더욱 크게 타오르는 소리. 그리고 모든 소리를 압도하는, 땅속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하고 끔찍한 웅웅거림. 마치 지하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깨어나는 듯한 소리. 이 소리는 심장의 박동 같기도 하고, 거대한 괴물의 움직임 같기도 하다.)
**페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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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3**
**INT. 황금궁 지하, 심연의 제단 – 밤**
**SHOT: 리안과 카이가 좁은 통로 끝에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그들이 떨어진 곳은 거대하고 웅장하지만, 동시에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다. 바닥은 검은 광물질로 이루어져 있고, 습한 공기가 피부를 덮는다.
**SOUND**: (두 사람이 검은 바닥에 착지하는 소리, ‘툭’ ‘쿵’하는 둔탁한 소리)
**SHOT: 와이드 샷.**
그들이 서 있는 곳은 거대한 지하 돔 형태의 공간. 사방이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고, 그 돌 사이사이로 푸르스름한 광물이 박혀 있어 희미한 빛을 발한다. 이 푸른빛은 마치 심연의 바닥에서 솟아나는 것 같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제단이 있고, 그 위에는 기이한 형태의 검은 수정이 박혀 있다. 수정은 불길하게 붉은색 맥동을 내뿜고 있다. 제단 주변으로는 수많은 제국 병사들과 ‘심연의 심판자’들이 서 있다. 그들의 복장은 일반 병사보다 훨씬 어둡고, 갑옷 곳곳에 촉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들은 모두 제단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웅얼거리고 있다.
**SHOT: 클로즈업.**
제단 중앙의 검은 수정. 그 안에서 붉은빛이 불규칙하게 맥동한다. 그 맥동은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웅장하고 불길하다. 수정 표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고대의 문자들이 새겨져 있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촉수 같은 그림자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인다.
**SOUND**: (거대한 심장 박동 소리 – ‘두웅- 두웅-‘. 수많은 사람들의 낮은 웅얼거림, 기괴한 종교 의식의 분위기. 그 모든 소리가 합쳐져 불쾌한 화음을 이룬다.)
**카이**: (숨을 헐떡이며, 눈을 크게 뜬다) 이게… 대체… 황금궁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리안**: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틀어막는다) 제국의… ‘어둠의 심장’… 내가 기록에서 보았던 그 존재가… 저것이었나…
**SHOT: 클로즈업.**
‘심연의 심판자’ 중 한 명. 그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지만, 어깨 위로 뻗어 나온 촉수 같은 장식들이 섬뜩하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는 제단을 향해 무언가를 바치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리안**: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카이의 팔을 잡는다) 저게… 제국이 숭배하는 존재인가… 기록에 있던 ‘별들의 정렬’… 지금이야.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고 있어.
**SHOT: 제단 위의 검은 수정에서 붉은 빛이 더욱 강렬하게 뿜어져 나온다.**
빛이 천장의 푸른 광물에 반사되며 기괴한 색조를 만들어낸다. 돔 형태의 공간 전체가 붉고 푸른빛으로 물들며 환상적이면서도 불길한 광경을 연출한다.
**SOUND**: (심장 박동 소리가 최고조에 달한다. 모든 소리를 압도하는 거대한 울림. 온 몸의 피를 얼어붙게 하는 듯한 소리.)
**카이**: (이를 악물며, 자신의 팔목을 움켜쥔다) 망할… 셀레네가 시간을 벌었지만… 시간이 없어! 저들이 의식을 완료하기 전에!
**SHOT: 카이가 리안을 돌아본다.**
리안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지혜를 찾고 있다. 그의 눈은 빠른 속도로 주변을 스캔하며 해답을 찾으려 한다.
**리안**: (카이에게 낡은 양피지를 내밀며, 떨리는 손으로) 카이! 이 기록에 따르면… ‘심연의 심장’은 완전한 형태가 아니야. 저 수정은… 이계와의 연결 통로이자 동시에 그것을 구속하는 매개체! 저것을 파괴하면… 일시적으로는 저들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SHOT: 양피지 클로즈업.**
희미한 고대어로 쓰인 글귀들이 빛을 받으며 번뜩인다. 그 중에는 ‘균열’, ‘붕괴’, ‘깨어남’, ‘세계의 끝’ 같은 단어가 눈에 띈다. 글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카이**: (양피지를 받아 들며, 불안한 눈빛으로) 하지만 뭐? 더 나쁜 게 있다고?
**리안**: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숙이며) 하지만… 동시에… 통제가 불가능한 ‘심연’의 존재를 이 세상에… 일깨울 수도 있어. 이 세계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를… 기록에는 그렇게 나와 있어. 파괴가 곧…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혹은… 종말이 될 수도 있다고.
**SHOT: 카이가 양피지에서 시선을 떼고 제단 위의 검은 수정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절망, 결의, 그리고 알 수 없는 두려움. 하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엿보인다.
**카이**: (낮은 목소리로) 통제할 수 없는 존재라… 어쩌면 이미 통제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지. 저들의 광기가… 이미 그 존재의 그림자였을 테니. 이 세계는 이미 썩어 문드러지고 있어.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어.
**SHOT: 카이가 칼을 고쳐 잡는다.**
그의 손에서 땀이 배어 나온다. 칼날이 희미한 붉은빛을 반사한다. 그의 눈은 오직 수정만을 응시한다.
**카이**: 우리는 이미 벼랑 끝에 서 있어. 여기서 물러선다면, 이 세상은 저들이 숭배하는 괴물의 먹이가 될 거야. 선택지는 없어. 우리는 저들을 파괴해야만 해.
**SHOT: 카이의 얼굴 클로즈업.**
비장하고 처연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그의 눈은 불타오른다. 죽음을 각오한 자의 눈빛이다.
**카이**: 리안. 네가 이 모든 것을 기록해야 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무엇을 희생했는지… 이 세상이 기억할 수 있도록. 이 모든 광기를 후세에 전해야만 해.
**리안**: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카이… 안 돼… 너 혼자서는…!
**카이**: (돌아서며, 제단으로 향하는 계단을 응시한다) 나는 저들의 심장을 부술 거야. 설령 그 대가가… 이 세상의 끝이 될지라도. 더 이상 우리 형제자매들이 저들의 제물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SHOT: 카이가 망설임 없이 제단으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그의 발소리가 계단을 울리고, 그의 움직임을 감지한 수많은 제국 병사들과 ‘심연의 심판자’들이 그를 발견하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눈은 붉게 빛난다.
**SOUND**: (카이의 발소리가 계단을 울리고, 제국 병사들의 외침 – 알아들을 수 없는 저음의 괴성. 금속성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 거대한 심장 박동 소리가 더욱 격렬해진다. 주변의 모든 것이 진동한다.)
**SHOT: 카이의 등 뒤로 수많은 적들이 달려드는 모습. 그는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그의 칼날이 번뜩이며 적들을 베어 넘기지만, 적들은 끝없이 밀려온다.
**SHOT: 클로즈업.**
리안이 손에 든 발광석과 양피지를 꽉 쥔다. 그의 눈빛에도 카이와 같은 비장한 결의가 서린다. 그는 펜을 꺼내 양피지 위에 무언가를 급히 쓰기 시작한다. 그의 손은 떨리지만, 글씨는 또렷하다.
**리안**: (낮게 읊조린다) 심연… 균열… 새로운 시작… 혹은 종말… 나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하리라…
**SHOT: 카메라가 제단 위의 검은 수정을 향해 천천히 줌인한다.**
수정은 격렬하게 붉은빛을 뿜어내고, 그 안에서 형태를 알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것이 희미하게 보인다. 마치 태동하는 생명체처럼.
**SOUND**: (모든 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혼돈의 소리를 만든다. 심장 박동, 금속성 마찰음, 괴물의 울음소리,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의 속삭임이 뒤섞여 귀를 찢을 듯한 소음이 된다. 그리고 ‘콰아앙!’ 하는 거대한 파열음이 모든 소리를 압도한다. 카이가 수정을 부순 것이다.)
**페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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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끝나지 않은 그림자]**
**SCENE 4**
**INT. 잿빛 구역 외곽 – 새벽**
**SHOT: 와이드 샷.**
어둠이 걷히고 희미한 새벽빛이 드리워지는 잿빛 구역의 외곽. 황금궁의 첨탑은 더 이상 붉은빛을 뿜어내지 않는다. 대신, 첨탑 꼭대기에는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 있고, 그 균열 사이로 무언가 검고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제국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고요하지만, 그 고요함은 평화로운 것이 아니라, 마치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섬뜩한 정적이다.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그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별들이 기이하게 반짝인다.
**SOUND**: (새벽 바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폐허가 된 도시의 울림. 마치 상처 입은 대지가 신음하는 듯한 소리. 그리고 하늘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존재의 희미한 웅웅거림.)
**SHOT: 미디엄 샷.**
흙먼지 속에 낡은 양피지 한 장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양피지에는 찢어진 흔적이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글귀가 남아있다. 피로 쓰인 듯한 얼룩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리안** (O.S., 지치고 갈라진 목소리): 우리는 싸웠다. 우리의 작은 불꽃으로 거대한 어둠에 맞섰다. 황금궁은 무너졌고, 제국의 심장은 파괴되었다.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카이와 셀레네가… 자신들의 목숨을 바쳐… 그 모든 것을 끝냈다.
**SHOT: 클로즈업.**
양피지의 글귀들. 고대어와 현대어가 섞여 쓰여 있다. ‘카이’, ‘셀레네’, ‘희생’, ‘심연의 균열’, ‘새로운 공포’, ‘깨어난 자들’. 잉크가 번진 곳도 있고, 피가 묻은 곳도 있다.
**리안** (O.S.): 하지만… 우리는 이긴 것일까? 아니면… 더 거대한 절망의 문을 연 것일까?
**SHOT: 리안의 얼굴 클로즈업.**
그는 흙먼지로 뒤덮인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의 눈은 핏발이 서 있고, 깊은 슬픔과 함께 알 수 없는 공포가 서려 있다. 그의 한 손에는 펜이, 다른 손에는 낡은 수첩이 들려 있다. 그는 홀로 살아남은 듯하다. 그의 몸 곳곳에는 상처와 멍이 들어 있다.
**리안**: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며) 제국의 심장을 파괴하자… 그곳에서 진정으로 ‘깨어난’ 존재가 있었다. 우리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진정한 심연의 군주가. 제국은 그저… 그 존재의 그림자였을 뿐이었다. 이제… 그림자가 사라지자… 본체가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SHOT: 리안의 시선이 향하는 하늘.**
하늘 저 멀리, 지평선 너머로 검고 거대한 형태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산맥도, 구름도 아니다. 마치 하늘을 뒤덮을 듯한… 형언할 수 없는 존재의 일부가 드러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 형태는 마치 수많은 촉수와 눈이 뒤얽힌, 비정상적인 거대한 존재의 어렴풋한 실루엣이다.
**SOUND**: (리안의 말을 따라,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끔찍하고 기괴한 포효 소리. 온 세상이 진동하는 듯한 울림. 귀를 찢을 듯한 절규가 새벽의 정적을 깬다. 공포와 압도감이 극대화된다.)
**리안**: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운 표정) 카이… 셀레네… 우리는 그저 작은 인간이었을 뿐인데…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해방시킨 것인가… 아니면… 더 큰 파멸을 불러온 것인가…
**SHOT: 리안의 손에 들린 수첩이 바람에 넘어가며, 마지막 페이지에 쓰인 글귀가 드러난다.**
“이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세상이 아니다. 어둠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다. 황금궁은 무너졌으나, 진정한 공포가 깨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우리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한. 이 기록은… 살아남은 자들의 유일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비명소리가 될 것이다.”
**SHOT: 리안이 펜을 다시 쥐고 수첩에 마지막 글귀를 쓴다.**
그는 이제 홀로,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기록하고, 또 싸워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그의 눈빛에는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아주 작은 불꽃 같은 의지가 남아 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후세에 전해야만 한다.
**SOUND**: (펜이 종이에 긁히는 소리, 거대한 존재의 포효가 계속된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 같지만, 리안의 눈빛에는 작은 불꽃이 남아 있다. 그리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포효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페이드 아웃.**
**[The End of Part 1 – Or a New Begi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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