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Original Stories

  • 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잿빛 하늘 아래 첫 발자국

    **작품명:** 잔해의 노래 (Song of the Ruins)
    **장르:** 대체 역사물,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기
    **에피소드 제목:** 잿빛 하늘 아래 첫 발자국

    **프롤로그 (Prologue)**

    **나레이션 (태율):**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이 잿빛 하늘이, 이 갈라진 땅이 한때는 생기로 넘쳤다는 것을. 찬란한 불빛이 밤을 밝히고, 강물은 맑게 흘렀으며,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내일을 꿈꿨다는 것을. 하지만 대격변(大激變)은 모든 것을 삼켰다. 번영했던 역사는 폐허가 되었고, 내일은 오늘을 살아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장면 1**

    **[배경]**
    시간: 아침. 뿌옇게 해가 떠오르는 회색빛 하늘.
    장소: 구 서울 외곽 지역의 폐허. 붕괴된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남은 채 스산하게 서 있고, 바닥에는 콘크리트 조각과 녹슨 철근들이 널려 있다.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는 그마저도 반쯤 무너져 기형적인 모습이다. 바람에 먼지가 휘날리며 황량함을 더한다.

    **[패널 1]**
    한 젊은 남자가 폐허의 잔해 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낡고 헤진 방진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깨에는 낡은 배낭이, 한 손에는 개조된 쇠 지팡이가 들려 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강태율 – 20대 초반. 생존자 치고는 체격이 좋고 다부지다.)

    **나레이션 (태율):**
    50년 전, ‘대격변’이 휩쓸고 지나간 한반도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문명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남은 자들끼리 작은 공동체를 이루었다. 우리가 사는 ‘새벽마을’은 그중 하나.
    나는 오늘, 필수 보급품을 찾아 이곳, 옛 수도의 잔해로 나왔다. 이곳은 죽은 도시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창고다. 물론, 죽음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패널 2]**
    태율이 발아래 깔린 흙먼지를 걷어내며 멈춰 서 있다. 흙더미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의 시선은 날카롭게 한 곳에 고정된다.
    **SFX:** (바스락) (흙먼지)

    **[패널 3]**
    태율의 손이 조심스럽게 흙더미를 헤치고, 거기서 녹슨 금속 조각 하나를 들어 올린다. 오래된 기계 장치의 일부인 듯, 복잡한 회로 흔적과 마모된 기어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찾던 것이 아닌지, 짧게 한숨을 쉬며 다시 내려놓는다.
    **태율 (독백):**
    하아… 이것도 쓸모없군.

    **[패널 4]**
    태율이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이는, 그나마 온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 잔해를 응시한다. 낡은 상점 간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삐걱거린다.
    **태율 (독백):**
    중앙 보급 창고. 소문에 따르면 아직 쓸만한 물건이 남아있다는데… 매번 실패만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운이 좋기를.

    **장면 2**

    **[배경]**
    시간: 정오. 회색빛 하늘은 여전히 무겁다.
    장소: 붕괴된 중앙 보급 창고 건물 내부. 어두컴컴하고 습기가 차 있다. 천장 일부가 무너져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사이로 희미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선반들은 뒤틀리고 물건들은 대부분 파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패널 5]**
    태율이 건물 내부로 들어선다. 입구에 걸려 있던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며 그의 뒤로 닫힌다. 그는 손전등을 켜고 조심스럽게 내부를 살핀다. 빛줄기가 닿는 곳마다 쥐들이 찍찍거리며 도망간다.
    **SFX:** (끼이익- 철문 닫히는 소리) (찍찍!)

    **나레이션 (태율):**
    이런 폐쇄된 공간은 언제나 위험하다. 예측 불가능한 붕괴의 위험도 있지만… 진짜 위협은, 어둠 속에 숨어있는 것들이다.

    **[패널 6]**
    태율이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상자들을 발견한다. 먼지로 뒤덮여 있지만, 다른 것들에 비해 그나마 멀쩡해 보인다. 그는 지팡이 끝으로 상자를 건드려본다.
    **SFX:** (툭- 텅!)

    **[패널 7]**
    상자 더미를 치우자, 그 뒤편에 숨겨진 작은 공간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찌그러진 금속 용기 몇 개가 보인다. 용기 표면에는 ‘정제수’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태율 (독백):**
    이런 곳에… 정제수라니.

    **[패널 8]**
    태율이 조심스럽게 용기 하나를 집어 든다. 생각보다 묵직하다. 귀를 기울여 흔들어보니, 안에서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안도감이 스친다. 마을에 가져가면 한동안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SFX:** (찰랑찰랑)

    **[패널 9]**
    태율이 용기를 배낭에 넣으려는 순간, 그의 고글이 순간적으로 섬광을 감지한다. 건물 안쪽 깊숙한 곳,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그림자.
    **SFX:** (스윽…) (싸늘한 기척)

    **태율 (독백):**
    …젠장. 혼자가 아니었나.

    **[패널 10]**
    태율이 재빨리 몸을 웅크리고 숨는다. 손전등을 끄고, 쇠 지팡이를 꽉 움켜쥔다. 숨소리마저 죽인 채 어둠 속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SFX:** (정적…)

    **[패널 11]**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짐승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짐승이 아니다. 회색빛 털은 듬성듬성 빠져있고, 곳곳에 기형적인 돌기들이 튀어나와 있다. 눈은 충혈되어 붉게 빛나고, 이빨은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다. ‘변종 들개’.
    **SFX:** (으르르르…) (낮은 울음소리)

    **[패널 12]**
    변종 들개 한 마리가 주변을 경계하듯 코를 킁킁거리며 움직인다. 태율이 숨어 있는 상자 더미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태율 (독백):**
    젠장, 녀석들은 시각보다 후각이 예민해. 바람 방향이… 최악이군.

    **장면 3**

    **[배경]**
    시간: 계속.
    장소: 중앙 보급 창고 내부.

    **[패널 13]**
    변종 들개가 코를 태율이 숨어 있는 상자 더미에 바싹 들이대고 킁킁거린다. 태율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들개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림자 속에서 빛난다.
    **SFX:** (킁킁… 끄응…)

    **[패널 14]**
    들개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으르렁거린다. 태율은 순간적으로 들켰음을 직감한다.
    **SFX:** (크르르르르!!!!)

    **[패널 15]**
    들개가 맹렬히 태율에게 달려든다! 태율은 기민하게 몸을 피하며 지팡이를 휘둘러 들개의 머리를 가격한다.
    **SFX:** (콰앙!) (날카로운 파열음)

    **[패널 16]**
    들개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뒹군다. 태율은 자세를 바로잡고 들개를 노려본다. 들개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들개:** (끼잉… 끼이이잉!)

    **태율:**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방에 끝낼 순 없나.

    **[패널 17]**
    나뒹굴었던 들개가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그 뒤로,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들개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세 마리의 들개가 태율을 에워싼다.
    **SFX:** (으르르르…) (짐승들의 포효)

    **태율 (독백):**
    세 마리… 이건 좀 힘든데.

    **[패널 18]**
    태율은 주위를 둘러본다. 탈출할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쇠 지팡이를 꽉 쥐고, 등 뒤의 배낭을 더욱 단단히 잡는다. 배낭 속의 정제수는 포기할 수 없다.
    **태율 (독백):**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지아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이 물이 필요해.

    **[패널 19]**
    세 마리의 들개가 동시에 태율에게 달려든다. 태율은 몸을 날려 한 마리의 목덜미를 지팡이로 후려치고, 다른 한 마리의 공격을 피하며 몸을 돌린다. 혼란스러운 격투가 벌어진다.
    **SFX:** (퍽! 콰직! 으르르!) (격렬한 전투음)

    **[패널 20]**
    싸움은 치열해진다. 태율의 팔에 들개의 발톱이 스치며 깊은 상처를 남긴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마을을 위해 싸운다.
    **SFX:** (크윽!)

    **[패널 21]**
    태율은 재빨리 붕괴된 선반 위로 뛰어오른다. 들개들이 아래에서 으르렁거린다. 태율은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핀다. 그의 눈에, 천장의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줄기가 들어온다. 그 빛줄기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녹슨 밸브가 보인다. 오래된 배관의 일부인 듯하다.

    **[패널 22]**
    태율이 밸브로 달려가 힘껏 돌린다. 낡은 밸브가 삐걱거리며 돌아가고, 이내 천장 파이프에서 녹슨 물이 뿜어져 나온다!
    **SFX:** (끼이이이익!) (콸콸콸콸!)

    **[패널 23]**
    녹슨 물이 들개들을 덮친다. 녀석들은 갑작스러운 물줄기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진다. 끈적하고 오염된 물은 녀석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들개:** (끼야아아악!) (컥컥!)

    **[패널 24]**
    그 틈을 타 태율이 선반 아래로 뛰어내린다. 그는 망설임 없이 출구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뒤에서 들개들의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따라붙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SFX:** (타다다닥!)

    **장면 4**

    **[배경]**
    시간: 오후.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하늘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장소: 새벽마을. 폐허가 된 건물 잔해들을 방벽 삼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움집들. 중앙에는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몇몇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패널 25]**
    태율이 지친 몸을 이끌고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그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옷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배낭은 묵직하다.
    **SFX:** (헉… 헉…) (거친 숨소리)

    **[패널 26]**
    마을 입구를 지키던 노인이 그를 발견하고 반갑게 달려온다. 노인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친다.
    **노인:**
    태율아! 무사했구나! 걱정했다…

    **[패널 27]**
    그때, 한 소녀가 달려와 태율의 품에 안긴다. 태율의 여동생 같은 존재인 ‘지아’다. 그녀의 눈은 걱정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지아 (울먹이며):**
    오빠! 너무 늦어서… 또 다쳤잖아!

    **[패널 28]**
    태율이 한 팔로 지아를 안고, 다른 손으로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의 얼굴에 비로소 긴장이 풀린 듯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태율:**
    괜찮아, 지아. 별거 아니야.
    (배낭을 내려놓으며)
    봐라, 오늘은 아주 귀한 걸 구해왔지.

    **[패널 29]**
    태율이 배낭에서 찌그러진 정제수 용기들을 꺼낸다. 마을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빛난다. 촌장이 다가와 용기를 들어 올린다.
    **촌장:**
    정제수… 정말 귀한 걸 구해왔구나, 태율아. 덕분에 한동안은 걱정 없겠어. 고맙다.

    **[패널 30]**
    마을 사람들이 기쁨에 찬 얼굴로 태율을 바라본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어른들은 고마움에 고개를 숙인다. 태율은 그들을 바라보며 지친 미소를 짓는다.
    **SFX:** (와아아!) (웅성웅성)

    **나레이션 (태율):**
    이 작은 공동체가, 이 황량한 세계에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지만, 이들의 미소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패널 31]**
    지아가 태율의 상처 난 팔을 치료해준다. 그녀의 손길은 조심스럽고 따뜻하다. 태율은 지그시 눈을 감고 그녀의 온기를 느낀다.
    **지아:**
    오빠, 다음에는 정말 무리하지 마. 알았지?

    **태율:**
    (눈을 뜨며)
    알았어.

    **[패널 32]**
    태율이 지아의 손을 잡는다. 노을이 지는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지만, 마을의 모닥불은 따뜻하게 타오른다. 멀리 보이는 폐허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태율 (독백):**
    이곳은 끝없이 우리를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낼 것이다. 대격변이 모든 것을 바꾸었지만, 인간의 의지까지 꺾을 수는 없을 테니까. 언젠가는 이 잿빛 하늘 아래에서도, 푸른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패널 33]**
    태율이 지아와 함께 모닥불을 바라본다. 불꽃이 어둠을 가르고 피어오른다.
    **나레이션 (태율):**
    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내일도,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에필로그 (Epilogue)**

    **[배경]**
    시간: 밤.
    장소: 새벽마을. 모든 불빛이 꺼지고, 태율과 지아의 움집 안에 희미한 등불 하나만 빛난다.

    **[패널 34]**
    태율이 잠든 지아의 머리맡에 앉아, 오늘 구해온 정제수 용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난 상처를 조용히 매만진다. 그의 눈빛은 고요하지만, 깊은 결의가 담겨 있다.
    **SFX:** (밤벌레 소리) (정적)

    **나레이션 (태율):**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알지 못한다. 다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찬란했던 과거를 상상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우리가 살아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잿빛 하늘은 여전히 무겁고,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노래는 계속될 것이다. 이 잔해의 땅 위에서, 우리의 생존을 노래하는.

    **[패널 35]**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옛 서울의 폐허들이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낸다. 그 위로, 핏빛 노을이 아직 남아있다. 폐허는 여전히 거대하고 위협적이지만, 그 아래 작은 마을의 불빛은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다.

    **나레이션 (태율):**
    우리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피소드 끝)

  • 대체 역사물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잿빛 하늘 아래 첫 발자국

    **작품명:** 잔해의 노래 (Song of the Ruins)
    **장르:** 대체 역사물,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기
    **에피소드 제목:** 잿빛 하늘 아래 첫 발자국

    **프롤로그 (Prologue)**

    **나레이션 (태율):**
    우리는 종종 잊는다. 이 잿빛 하늘이, 이 갈라진 땅이 한때는 생기로 넘쳤다는 것을. 찬란한 불빛이 밤을 밝히고, 강물은 맑게 흘렀으며,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내일을 꿈꿨다는 것을. 하지만 대격변(大激變)은 모든 것을 삼켰다. 번영했던 역사는 폐허가 되었고, 내일은 오늘을 살아내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그저,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이.

    **장면 1**

    **[배경]**
    시간: 아침. 뿌옇게 해가 떠오르는 회색빛 하늘.
    장소: 구 서울 외곽 지역의 폐허. 붕괴된 고층 빌딩들이 뼈대만 남은 채 스산하게 서 있고, 바닥에는 콘크리트 조각과 녹슨 철근들이 널려 있다. 멀리 보이는 남산 타워는 그마저도 반쯤 무너져 기형적인 모습이다. 바람에 먼지가 휘날리며 황량함을 더한다.

    **[패널 1]**
    한 젊은 남자가 폐허의 잔해 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낡고 헤진 방진 마스크와 고글을 착용하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어깨에는 낡은 배낭이, 한 손에는 개조된 쇠 지팡이가 들려 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경계심으로 가득하다.
    (강태율 – 20대 초반. 생존자 치고는 체격이 좋고 다부지다.)

    **나레이션 (태율):**
    50년 전, ‘대격변’이 휩쓸고 지나간 한반도는 죽음의 땅이 되었다. 문명은 무너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남은 자들끼리 작은 공동체를 이루었다. 우리가 사는 ‘새벽마을’은 그중 하나.
    나는 오늘, 필수 보급품을 찾아 이곳, 옛 수도의 잔해로 나왔다. 이곳은 죽은 도시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창고다. 물론, 죽음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패널 2]**
    태율이 발아래 깔린 흙먼지를 걷어내며 멈춰 서 있다. 흙더미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숙인다. 그의 시선은 날카롭게 한 곳에 고정된다.
    **SFX:** (바스락) (흙먼지)

    **[패널 3]**
    태율의 손이 조심스럽게 흙더미를 헤치고, 거기서 녹슨 금속 조각 하나를 들어 올린다. 오래된 기계 장치의 일부인 듯, 복잡한 회로 흔적과 마모된 기어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찾던 것이 아닌지, 짧게 한숨을 쉬며 다시 내려놓는다.
    **태율 (독백):**
    하아… 이것도 쓸모없군.

    **[패널 4]**
    태율이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보이는, 그나마 온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 잔해를 응시한다. 낡은 상점 간판이 바람에 흔들리며 삐걱거린다.
    **태율 (독백):**
    중앙 보급 창고. 소문에 따르면 아직 쓸만한 물건이 남아있다는데… 매번 실패만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운이 좋기를.

    **장면 2**

    **[배경]**
    시간: 정오. 회색빛 하늘은 여전히 무겁다.
    장소: 붕괴된 중앙 보급 창고 건물 내부. 어두컴컴하고 습기가 차 있다. 천장 일부가 무너져 구멍이 뚫려 있고, 그 사이로 희미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선반들은 뒤틀리고 물건들은 대부분 파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상태다.

    **[패널 5]**
    태율이 건물 내부로 들어선다. 입구에 걸려 있던 낡은 철문이 삐걱거리며 그의 뒤로 닫힌다. 그는 손전등을 켜고 조심스럽게 내부를 살핀다. 빛줄기가 닿는 곳마다 쥐들이 찍찍거리며 도망간다.
    **SFX:** (끼이익- 철문 닫히는 소리) (찍찍!)

    **나레이션 (태율):**
    이런 폐쇄된 공간은 언제나 위험하다. 예측 불가능한 붕괴의 위험도 있지만… 진짜 위협은, 어둠 속에 숨어있는 것들이다.

    **[패널 6]**
    태율이 한쪽 구석에 쌓여 있는 상자들을 발견한다. 먼지로 뒤덮여 있지만, 다른 것들에 비해 그나마 멀쩡해 보인다. 그는 지팡이 끝으로 상자를 건드려본다.
    **SFX:** (툭- 텅!)

    **[패널 7]**
    상자 더미를 치우자, 그 뒤편에 숨겨진 작은 공간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찌그러진 금속 용기 몇 개가 보인다. 용기 표면에는 ‘정제수’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태율 (독백):**
    이런 곳에… 정제수라니.

    **[패널 8]**
    태율이 조심스럽게 용기 하나를 집어 든다. 생각보다 묵직하다. 귀를 기울여 흔들어보니, 안에서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얼굴에 희미한 안도감이 스친다. 마을에 가져가면 한동안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SFX:** (찰랑찰랑)

    **[패널 9]**
    태율이 용기를 배낭에 넣으려는 순간, 그의 고글이 순간적으로 섬광을 감지한다. 건물 안쪽 깊숙한 곳,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그림자.
    **SFX:** (스윽…) (싸늘한 기척)

    **태율 (독백):**
    …젠장. 혼자가 아니었나.

    **[패널 10]**
    태율이 재빨리 몸을 웅크리고 숨는다. 손전등을 끄고, 쇠 지팡이를 꽉 움켜쥔다. 숨소리마저 죽인 채 어둠 속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SFX:** (정적…)

    **[패널 11]**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짐승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짐승이 아니다. 회색빛 털은 듬성듬성 빠져있고, 곳곳에 기형적인 돌기들이 튀어나와 있다. 눈은 충혈되어 붉게 빛나고, 이빨은 날카롭게 튀어나와 있다. ‘변종 들개’.
    **SFX:** (으르르르…) (낮은 울음소리)

    **[패널 12]**
    변종 들개 한 마리가 주변을 경계하듯 코를 킁킁거리며 움직인다. 태율이 숨어 있는 상자 더미 쪽으로 천천히 다가온다.
    **태율 (독백):**
    젠장, 녀석들은 시각보다 후각이 예민해. 바람 방향이… 최악이군.

    **장면 3**

    **[배경]**
    시간: 계속.
    장소: 중앙 보급 창고 내부.

    **[패널 13]**
    변종 들개가 코를 태율이 숨어 있는 상자 더미에 바싹 들이대고 킁킁거린다. 태율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얼어붙어 있다. 들개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림자 속에서 빛난다.
    **SFX:** (킁킁… 끄응…)

    **[패널 14]**
    들개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으르렁거린다. 태율은 순간적으로 들켰음을 직감한다.
    **SFX:** (크르르르르!!!!)

    **[패널 15]**
    들개가 맹렬히 태율에게 달려든다! 태율은 기민하게 몸을 피하며 지팡이를 휘둘러 들개의 머리를 가격한다.
    **SFX:** (콰앙!) (날카로운 파열음)

    **[패널 16]**
    들개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나뒹군다. 태율은 자세를 바로잡고 들개를 노려본다. 들개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들개:** (끼잉… 끼이이잉!)

    **태율:**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 방에 끝낼 순 없나.

    **[패널 17]**
    나뒹굴었던 들개가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선다. 그 뒤로, 어둠 속에서 또 다른 들개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세 마리의 들개가 태율을 에워싼다.
    **SFX:** (으르르르…) (짐승들의 포효)

    **태율 (독백):**
    세 마리… 이건 좀 힘든데.

    **[패널 18]**
    태율은 주위를 둘러본다. 탈출할 곳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쇠 지팡이를 꽉 쥐고, 등 뒤의 배낭을 더욱 단단히 잡는다. 배낭 속의 정제수는 포기할 수 없다.
    **태율 (독백):**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지아에게, 마을 사람들에게 이 물이 필요해.

    **[패널 19]**
    세 마리의 들개가 동시에 태율에게 달려든다. 태율은 몸을 날려 한 마리의 목덜미를 지팡이로 후려치고, 다른 한 마리의 공격을 피하며 몸을 돌린다. 혼란스러운 격투가 벌어진다.
    **SFX:** (퍽! 콰직! 으르르!) (격렬한 전투음)

    **[패널 20]**
    싸움은 치열해진다. 태율의 팔에 들개의 발톱이 스치며 깊은 상처를 남긴다.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버틴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마을을 위해 싸운다.
    **SFX:** (크윽!)

    **[패널 21]**
    태율은 재빨리 붕괴된 선반 위로 뛰어오른다. 들개들이 아래에서 으르렁거린다. 태율은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핀다. 그의 눈에, 천장의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줄기가 들어온다. 그 빛줄기 아래, 희미하게 빛나는 녹슨 밸브가 보인다. 오래된 배관의 일부인 듯하다.

    **[패널 22]**
    태율이 밸브로 달려가 힘껏 돌린다. 낡은 밸브가 삐걱거리며 돌아가고, 이내 천장 파이프에서 녹슨 물이 뿜어져 나온다!
    **SFX:** (끼이이이익!) (콸콸콸콸!)

    **[패널 23]**
    녹슨 물이 들개들을 덮친다. 녀석들은 갑작스러운 물줄기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진다. 끈적하고 오염된 물은 녀석들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든다.
    **들개:** (끼야아아악!) (컥컥!)

    **[패널 24]**
    그 틈을 타 태율이 선반 아래로 뛰어내린다. 그는 망설임 없이 출구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뒤에서 들개들의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따라붙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SFX:** (타다다닥!)

    **장면 4**

    **[배경]**
    시간: 오후. 해가 서쪽으로 기울며 하늘이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장소: 새벽마을. 폐허가 된 건물 잔해들을 방벽 삼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움집들. 중앙에는 모닥불이 피어오르고, 몇몇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패널 25]**
    태율이 지친 몸을 이끌고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그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옷은 흙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배낭은 묵직하다.
    **SFX:** (헉… 헉…) (거친 숨소리)

    **[패널 26]**
    마을 입구를 지키던 노인이 그를 발견하고 반갑게 달려온다. 노인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친다.
    **노인:**
    태율아! 무사했구나! 걱정했다…

    **[패널 27]**
    그때, 한 소녀가 달려와 태율의 품에 안긴다. 태율의 여동생 같은 존재인 ‘지아’다. 그녀의 눈은 걱정과 기쁨으로 가득하다.
    **지아 (울먹이며):**
    오빠! 너무 늦어서… 또 다쳤잖아!

    **[패널 28]**
    태율이 한 팔로 지아를 안고, 다른 손으로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의 얼굴에 비로소 긴장이 풀린 듯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태율:**
    괜찮아, 지아. 별거 아니야.
    (배낭을 내려놓으며)
    봐라, 오늘은 아주 귀한 걸 구해왔지.

    **[패널 29]**
    태율이 배낭에서 찌그러진 정제수 용기들을 꺼낸다. 마을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빛난다. 촌장이 다가와 용기를 들어 올린다.
    **촌장:**
    정제수… 정말 귀한 걸 구해왔구나, 태율아. 덕분에 한동안은 걱정 없겠어. 고맙다.

    **[패널 30]**
    마을 사람들이 기쁨에 찬 얼굴로 태율을 바라본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어른들은 고마움에 고개를 숙인다. 태율은 그들을 바라보며 지친 미소를 짓는다.
    **SFX:** (와아아!) (웅성웅성)

    **나레이션 (태율):**
    이 작은 공동체가, 이 황량한 세계에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지만, 이들의 미소가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패널 31]**
    지아가 태율의 상처 난 팔을 치료해준다. 그녀의 손길은 조심스럽고 따뜻하다. 태율은 지그시 눈을 감고 그녀의 온기를 느낀다.
    **지아:**
    오빠, 다음에는 정말 무리하지 마. 알았지?

    **태율:**
    (눈을 뜨며)
    알았어.

    **[패널 32]**
    태율이 지아의 손을 잡는다. 노을이 지는 하늘은 여전히 잿빛이지만, 마을의 모닥불은 따뜻하게 타오른다. 멀리 보이는 폐허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태율 (독백):**
    이곳은 끝없이 우리를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낼 것이다. 대격변이 모든 것을 바꾸었지만, 인간의 의지까지 꺾을 수는 없을 테니까. 언젠가는 이 잿빛 하늘 아래에서도, 푸른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패널 33]**
    태율이 지아와 함께 모닥불을 바라본다. 불꽃이 어둠을 가르고 피어오른다.
    **나레이션 (태율):**
    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내일도,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에필로그 (Epilogue)**

    **[배경]**
    시간: 밤.
    장소: 새벽마을. 모든 불빛이 꺼지고, 태율과 지아의 움집 안에 희미한 등불 하나만 빛난다.

    **[패널 34]**
    태율이 잠든 지아의 머리맡에 앉아, 오늘 구해온 정제수 용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난 상처를 조용히 매만진다. 그의 눈빛은 고요하지만, 깊은 결의가 담겨 있다.
    **SFX:** (밤벌레 소리) (정적)

    **나레이션 (태율):**
    나는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알지 못한다. 다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서 찬란했던 과거를 상상할 뿐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우리가 살아낼 미래를 위해, 오늘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잿빛 하늘은 여전히 무겁고,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노래는 계속될 것이다. 이 잔해의 땅 위에서, 우리의 생존을 노래하는.

    **[패널 35]**
    어둠 속에서, 멀리 보이는 옛 서울의 폐허들이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낸다. 그 위로, 핏빛 노을이 아직 남아있다. 폐허는 여전히 거대하고 위협적이지만, 그 아래 작은 마을의 불빛은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다.

    **나레이션 (태율):**
    우리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에피소드 끝)

  •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독립적인 단편 소설

    회색빛 재앙이 모든 것을 뒤덮은 지 수십 년. 하늘은 언제나 희미한 잿빛이었고, 땅은 녹슨 철과 뒤틀린 콘크리트의 무덤이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잊힌 도시의 잔해 속에 웅크려 살았고, 밤의 장막 아래에서는 ‘이형種(이형종)’이라 불리는 변이된 존재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유나는 그런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냥꾼이었다. 그녀의 등에는 낡은 활이 메어져 있었고, 허리춤에는 녹슨 단검이 항상 함께했다.

    그날도 유나는 식량과 쓸 만한 부품을 찾아 무너진 빌딩 숲을 헤매고 있었다. 습한 공기 속에는 곰팡이와 부패한 금속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삐걱거리는 철골을 밟고 층계를 오르던 유나의 귀에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익숙한 위협의 소리였다. 거대한 몸집의 돌연변이 쥐가 어둠 속에서 불그스름한 눈을 빛내며 기어 나왔다. 녀석의 이빨은 톱니처럼 날카로웠고, 털은 거친 솔 같았다.

    유나는 망설임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쉬익-‘ 화살이 어둠을 가르고 날아갔지만, 쥐는 기민하게 피하며 돌진했다. 유나의 왼쪽 팔을 스치며 지나간 녀석의 발톱에 살갗이 찢겼다. 뜨거운 통증이 확 번졌다. 그녀가 단검을 뽑아 들었을 때, 돌연변이 쥐의 뒤편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이형종이었다. 다른 인간들이 ‘야수족’이라 부르며 공포에 떨던 존재. 그러나 유나가 마주한 그 이형종은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인간과 유사한 골격이었지만, 피부는 단단한 가죽과 짧고 거친 털로 덮여 있었고, 뾰족한 귀와 길고 유연한 꼬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깊고 날카로웠다. 그는 거침없이 돌연변이 쥐에게 달려들어, 강철 같은 발톱으로 녀석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크아악!’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쥐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정적이 흘렀다. 유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응시했다. 그는 거친 숨을 고르며 유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황금빛이었고, 그 시선은 날카로웠지만 왠지 모르게 깊은 슬픔을 담고 있는 듯했다. 유나는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몸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매혹이 그녀의 심장을 옥죄었다.

    “다쳤군.”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인간의 언어였지만, 사냥개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유나는 움찔했다.

    “괜찮아.” 그녀는 겨우 대답했다. 팔의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유나에게 다가왔다. 유나는 손에 든 단검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그가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흙먼지와 그의 몸에서 나는 옅은 짐승의 냄새가 섞여 유나의 코를 스쳤다. 그는 상처를 확인하듯 유나의 팔을 훑어보았다. 그의 손가락은 길고 거칠었지만, 예상외로 부드럽게 피부에 닿았다. 잠시 후 그는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유나는 그가 남긴 묘한 여운 속에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며칠 후, 유나는 다시 그 빌딩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팔의 상처는 덧나고 있었고, 열기가 느껴졌다. 식량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폐허의 그림자 속에서 그가 나타났다. 그는 말없이 유나의 앞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짙은 풀잎 몇 개와 알 수 없는 뿌리였다.

    “이것… 뭐지?” 유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약. 상처에… 바르면 된다.” 그는 이번에는 더 유창하게 말했다.

    유나는 망설였다. 이형종이 건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의 상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약초를 받아들였다. 잎을 으깨어 상처에 바르자 시원한 감각과 함께 통증이 가라앉았다. 다음 날, 상처는 눈에 띄게 나아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유나는 그를 ‘카이’라고 불렀다. 카이는 ‘메아리족’이라 불리는 이형종 부족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멸망 전 도시의 지하 깊숙한 곳이나 숲이 우거진 외곽에서 살며, 인간의 언어를 익혔지만 결코 인간과 섞이지 않았다. 인간들은 그들을 경계했고, 그들 역시 인간을 경계했다. 카이는 부족의 사냥꾼이자, 거의 지도자 격인 존재였다. 그가 인간인 유나와 만나는 것은 분명 금기였다.

    둘은 몰래 만났다. 낡은 도서관의 잔해 속, 혹은 물이 말라붙은 지하수로에서. 유나는 카이에게 멸망 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가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던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도시의 모습을. 카이는 말없이 들었다. 그의 황금빛 눈에는 언제나 묘한 빛이 서려 있었다.

    카이는 유나에게 이 땅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어떤 버섯은 먹을 수 있고, 어떤 덩굴은 독이 없으며, 어떤 동물의 발자국은 피해야 하는지. 그의 가르침 덕분에 유나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카이의 눈빛 속에서 단순한 짐승의 야성이 아닌, 깊은 지혜와 외로움을 보았다. 그는 유나에게 인간의 잔혹함과 이형종에 대한 두려움 뒤에 숨겨진 진정한 모습이었다.

    어느 날, 유나는 카이에게 말했다. “넌 정말 이상해. 다른 인간들은 널 보면 도망치거나 공격하려 할 텐데… 넌 나를 해치지 않았어.”

    카이는 고개를 기울였다. “인간도… 이상하다. 약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계속 싸우려 한다.” 그의 시선은 유나의 얼굴에 머물렀다. “너는… 다르다.”

    유나의 심장이 크게 울렸다. 그 순간, 폐허의 차가운 공기마저 따뜻하게 느껴졌다. 종족을 뛰어넘는 경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카이의 거친 뺨을 만졌다. 그의 털이 섞인 피부는 따뜻했다. 카이는 눈을 감고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관계는 깊어졌다. 서로의 존재는 잿빛 세상에 드리운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하지만 금지된 사랑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했다.

    어느 날 밤, 유나가 카이와 만나기로 한 옛 발전소 터로 향할 때였다. 그림자 속에서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유나의 마을에서 온 사냥꾼들이었다. 그중 리더 격인 ‘강혁’은 유나와 아는 사이였다.

    “유나! 너였군! 대체 뭘 하는 거냐, 이 시간에!” 강혁이 비좁은 통로를 막아서며 소리쳤다. 그의 손에는 녹슨 철봉이 들려 있었다.

    유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냥… 재료를 찾고 있었어.” 그녀는 얼버무렸다.

    강혁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거짓말 하지 마. 네 흔적이 이형종 구역 근처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설마… 그 괴물들과 어울리는 건 아니겠지?”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과 함께 의심이 가득했다.

    그때, 발전소 안쪽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카이의 경고음이었다. 그는 유나를 기다리다 인간들의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저것 봐라! 정말 이형종이 있었어!” 강혁의 동료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유나, 저것들한테 홀린 거냐? 정신 차려!”

    유나는 강혁을 밀치고 안쪽으로 달려갔다. “카이, 도망쳐!”

    하지만 카이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성큼 걸어 나와 유나의 앞에 섰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털이 섞인 팔의 근육은 잔뜩 부풀어 있었다. 위협적인 모습에 강혁과 그의 동료들은 뒷걸음질 쳤다.

    “괴물…! 역시 인간을 노리고 있었어!” 강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며 철봉을 휘둘렀다.

    카이는 가볍게 철봉을 피하고, 강혁의 손에서 철봉을 빼앗아 부러뜨렸다. 다른 두 명의 사냥꾼도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카이는 그들에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유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카이, 안 돼!”

    카이는 유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유나의 간절한 눈빛에 흔들렸다. 그는 인간들을 향한 분노를 삭이는 듯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강혁은 유나와 카이가 서로를 보는 눈빛에서 모든 것을 알아챘다. “네가…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인간의 피를 가진 주제에… 저런 괴물과!” 그의 목소리는 증오로 가득 찼다. “감히 종족의 명예를 더럽히다니! 너희 둘 다 여기서 끝내주겠다!”

    그때,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그림자들이 솟아올랐다. 이번에는 카이의 메아리족 동료들이었다. 그들 역시 인간의 침입을 눈치채고 나타난 것이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눈은 유나와 인간들을 동시에 노려보았다. 카이와 유나는 양쪽에서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메아리족의 한 전사가 카이에게 낮게 으르렁거렸다. “카이, 저 인간은 뭐냐! 감히 우리 부족의 터에 인간을 데리고 오다니!”

    카이는 단호하게 부족원들을 막아섰다. “내게 맡겨라.”

    “안 돼! 저 여자는 인간이다! 제거해야 해!” 부족원들은 흥분했다.

    유나는 카이의 손을 꽉 잡았다. “카이, 어떡해…”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카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카이는 유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양쪽을 번갈아 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녀를 버리지 않는다.”

    그의 말에 메아리족 전사들은 경악했고, 강혁과 인간들은 기겁했다. 강혁은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의 권총을 꺼내 들었다. 녹슨 총구는 카이를 겨냥했다. “죽어라, 괴물!”

    ‘탕!’ 총성이 폐허를 갈랐다. 카이는 재빠르게 유나를 끌어안고 몸을 날렸다. 총알은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카이의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카이!” 유나가 비명을 질렀다.

    카이는 고통을 참으며 유나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는 부족원들을 향해 낮게 울부짖었다. “그녀는 나의 짝이다! 누구도 그녀를 해칠 수 없다!”

    부족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의 지도자가 인간 여자를 ‘짝’이라고 부르다니! 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카이는 유나를 안은 채 폐허의 깊은 곳으로 몸을 숨겼다. 인간들은 겁에 질려 발포를 주저했고, 메아리족 부족원들은 충격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낡은 터널을 지나고, 무너진 지하실을 헤치며, 그들은 쫓기듯 달렸다. 카이의 어깨에서 흐르는 피는 점점 많아졌다.

    유나는 울먹였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 카이가 짧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갈라져 있었지만, 결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침내 오래된 지하철역의 잔해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곳이었다. 더 이상 그들을 쫓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둘만의 세상에 고립된 듯했다.

    유나는 카이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피투성이가 된 어깨를 보고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해야 해…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해?”

    카이는 지친 몸을 일으켜 유나를 마주 보았다. 그의 황금빛 눈에는 슬픔과 함께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어디든… 함께.” 그는 유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거칠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

    폐허 속 잿빛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종족의 경계를 넘어, 모든 편견과 증오를 뒤로한 채,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심장은 이제 하나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으로, 잿빛 세상에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독립적인 단편 소설

    회색빛 재앙이 모든 것을 뒤덮은 지 수십 년. 하늘은 언제나 희미한 잿빛이었고, 땅은 녹슨 철과 뒤틀린 콘크리트의 무덤이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잊힌 도시의 잔해 속에 웅크려 살았고, 밤의 장막 아래에서는 ‘이형種(이형종)’이라 불리는 변이된 존재들이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유나는 그런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냥꾼이었다. 그녀의 등에는 낡은 활이 메어져 있었고, 허리춤에는 녹슨 단검이 항상 함께했다.

    그날도 유나는 식량과 쓸 만한 부품을 찾아 무너진 빌딩 숲을 헤매고 있었다. 습한 공기 속에는 곰팡이와 부패한 금속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 삐걱거리는 철골을 밟고 층계를 오르던 유나의 귀에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익숙한 위협의 소리였다. 거대한 몸집의 돌연변이 쥐가 어둠 속에서 불그스름한 눈을 빛내며 기어 나왔다. 녀석의 이빨은 톱니처럼 날카로웠고, 털은 거친 솔 같았다.

    유나는 망설임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쉬익-‘ 화살이 어둠을 가르고 날아갔지만, 쥐는 기민하게 피하며 돌진했다. 유나의 왼쪽 팔을 스치며 지나간 녀석의 발톱에 살갗이 찢겼다. 뜨거운 통증이 확 번졌다. 그녀가 단검을 뽑아 들었을 때, 돌연변이 쥐의 뒤편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솟아올랐다.

    그것은 이형종이었다. 다른 인간들이 ‘야수족’이라 부르며 공포에 떨던 존재. 그러나 유나가 마주한 그 이형종은 다른 이들과는 달랐다. 인간과 유사한 골격이었지만, 피부는 단단한 가죽과 짧고 거친 털로 덮여 있었고, 뾰족한 귀와 길고 유연한 꼬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깊고 날카로웠다. 그는 거침없이 돌연변이 쥐에게 달려들어, 강철 같은 발톱으로 녀석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크아악!’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쥐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정적이 흘렀다. 유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를 응시했다. 그는 거친 숨을 고르며 유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황금빛이었고, 그 시선은 날카로웠지만 왠지 모르게 깊은 슬픔을 담고 있는 듯했다. 유나는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몸은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공포와 함께 알 수 없는 매혹이 그녀의 심장을 옥죄었다.

    “다쳤군.”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인간의 언어였지만, 사냥개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유나는 움찔했다.

    “괜찮아.” 그녀는 겨우 대답했다. 팔의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유나에게 다가왔다. 유나는 손에 든 단검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그가 한 걸음 다가설 때마다 흙먼지와 그의 몸에서 나는 옅은 짐승의 냄새가 섞여 유나의 코를 스쳤다. 그는 상처를 확인하듯 유나의 팔을 훑어보았다. 그의 손가락은 길고 거칠었지만, 예상외로 부드럽게 피부에 닿았다. 잠시 후 그는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유나는 그가 남긴 묘한 여운 속에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며칠 후, 유나는 다시 그 빌딩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팔의 상처는 덧나고 있었고, 열기가 느껴졌다. 식량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폐허의 그림자 속에서 그가 나타났다. 그는 말없이 유나의 앞에 무언가를 내려놓았다. 짙은 풀잎 몇 개와 알 수 없는 뿌리였다.

    “이것… 뭐지?” 유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약. 상처에… 바르면 된다.” 그는 이번에는 더 유창하게 말했다.

    유나는 망설였다. 이형종이 건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의 상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약초를 받아들였다. 잎을 으깨어 상처에 바르자 시원한 감각과 함께 통증이 가라앉았다. 다음 날, 상처는 눈에 띄게 나아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유나는 그를 ‘카이’라고 불렀다. 카이는 ‘메아리족’이라 불리는 이형종 부족의 일원이었다. 그들은 멸망 전 도시의 지하 깊숙한 곳이나 숲이 우거진 외곽에서 살며, 인간의 언어를 익혔지만 결코 인간과 섞이지 않았다. 인간들은 그들을 경계했고, 그들 역시 인간을 경계했다. 카이는 부족의 사냥꾼이자, 거의 지도자 격인 존재였다. 그가 인간인 유나와 만나는 것은 분명 금기였다.

    둘은 몰래 만났다. 낡은 도서관의 잔해 속, 혹은 물이 말라붙은 지하수로에서. 유나는 카이에게 멸망 전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가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던 파란 하늘, 푸른 바다,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도시의 모습을. 카이는 말없이 들었다. 그의 황금빛 눈에는 언제나 묘한 빛이 서려 있었다.

    카이는 유나에게 이 땅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어떤 버섯은 먹을 수 있고, 어떤 덩굴은 독이 없으며, 어떤 동물의 발자국은 피해야 하는지. 그의 가르침 덕분에 유나는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녀는 카이의 눈빛 속에서 단순한 짐승의 야성이 아닌, 깊은 지혜와 외로움을 보았다. 그는 유나에게 인간의 잔혹함과 이형종에 대한 두려움 뒤에 숨겨진 진정한 모습이었다.

    어느 날, 유나는 카이에게 말했다. “넌 정말 이상해. 다른 인간들은 널 보면 도망치거나 공격하려 할 텐데… 넌 나를 해치지 않았어.”

    카이는 고개를 기울였다. “인간도… 이상하다. 약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계속 싸우려 한다.” 그의 시선은 유나의 얼굴에 머물렀다. “너는… 다르다.”

    유나의 심장이 크게 울렸다. 그 순간, 폐허의 차가운 공기마저 따뜻하게 느껴졌다. 종족을 뛰어넘는 경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카이의 거친 뺨을 만졌다. 그의 털이 섞인 피부는 따뜻했다. 카이는 눈을 감고 그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관계는 깊어졌다. 서로의 존재는 잿빛 세상에 드리운 한 줄기 빛과 같았다. 하지만 금지된 사랑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했다.

    어느 날 밤, 유나가 카이와 만나기로 한 옛 발전소 터로 향할 때였다. 그림자 속에서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유나의 마을에서 온 사냥꾼들이었다. 그중 리더 격인 ‘강혁’은 유나와 아는 사이였다.

    “유나! 너였군! 대체 뭘 하는 거냐, 이 시간에!” 강혁이 비좁은 통로를 막아서며 소리쳤다. 그의 손에는 녹슨 철봉이 들려 있었다.

    유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냥… 재료를 찾고 있었어.” 그녀는 얼버무렸다.

    강혁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거짓말 하지 마. 네 흔적이 이형종 구역 근처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설마… 그 괴물들과 어울리는 건 아니겠지?”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과 함께 의심이 가득했다.

    그때, 발전소 안쪽에서 낮은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카이의 경고음이었다. 그는 유나를 기다리다 인간들의 소리를 들은 모양이었다.

    “저것 봐라! 정말 이형종이 있었어!” 강혁의 동료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유나, 저것들한테 홀린 거냐? 정신 차려!”

    유나는 강혁을 밀치고 안쪽으로 달려갔다. “카이, 도망쳐!”

    하지만 카이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어둠 속에서 성큼 걸어 나와 유나의 앞에 섰다. 그의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고, 털이 섞인 팔의 근육은 잔뜩 부풀어 있었다. 위협적인 모습에 강혁과 그의 동료들은 뒷걸음질 쳤다.

    “괴물…! 역시 인간을 노리고 있었어!” 강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며 철봉을 휘둘렀다.

    카이는 가볍게 철봉을 피하고, 강혁의 손에서 철봉을 빼앗아 부러뜨렸다. 다른 두 명의 사냥꾼도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카이는 그들에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지만, 유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카이, 안 돼!”

    카이는 유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유나의 간절한 눈빛에 흔들렸다. 그는 인간들을 향한 분노를 삭이는 듯 깊은 숨을 내쉬었다.

    강혁은 유나와 카이가 서로를 보는 눈빛에서 모든 것을 알아챘다. “네가…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인간의 피를 가진 주제에… 저런 괴물과!” 그의 목소리는 증오로 가득 찼다. “감히 종족의 명예를 더럽히다니! 너희 둘 다 여기서 끝내주겠다!”

    그때, 어둠 속에서 또 다른 그림자들이 솟아올랐다. 이번에는 카이의 메아리족 동료들이었다. 그들 역시 인간의 침입을 눈치채고 나타난 것이었다. 그들의 날카로운 눈은 유나와 인간들을 동시에 노려보았다. 카이와 유나는 양쪽에서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메아리족의 한 전사가 카이에게 낮게 으르렁거렸다. “카이, 저 인간은 뭐냐! 감히 우리 부족의 터에 인간을 데리고 오다니!”

    카이는 단호하게 부족원들을 막아섰다. “내게 맡겨라.”

    “안 돼! 저 여자는 인간이다! 제거해야 해!” 부족원들은 흥분했다.

    유나는 카이의 손을 꽉 잡았다. “카이, 어떡해…”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카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카이는 유나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양쪽을 번갈아 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녀를 버리지 않는다.”

    그의 말에 메아리족 전사들은 경악했고, 강혁과 인간들은 기겁했다. 강혁은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의 권총을 꺼내 들었다. 녹슨 총구는 카이를 겨냥했다. “죽어라, 괴물!”

    ‘탕!’ 총성이 폐허를 갈랐다. 카이는 재빠르게 유나를 끌어안고 몸을 날렸다. 총알은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카이의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카이!” 유나가 비명을 질렀다.

    카이는 고통을 참으며 유나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는 부족원들을 향해 낮게 울부짖었다. “그녀는 나의 짝이다! 누구도 그녀를 해칠 수 없다!”

    부족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의 지도자가 인간 여자를 ‘짝’이라고 부르다니! 그들이 망설이는 사이, 카이는 유나를 안은 채 폐허의 깊은 곳으로 몸을 숨겼다. 인간들은 겁에 질려 발포를 주저했고, 메아리족 부족원들은 충격에 빠져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낡은 터널을 지나고, 무너진 지하실을 헤치며, 그들은 쫓기듯 달렸다. 카이의 어깨에서 흐르는 피는 점점 많아졌다.

    유나는 울먹였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아니.” 카이가 짧게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갈라져 있었지만, 결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침내 오래된 지하철역의 잔해에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드는 곳이었다. 더 이상 그들을 쫓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둘만의 세상에 고립된 듯했다.

    유나는 카이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피투성이가 된 어깨를 보고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해야 해… 우리 이제 어디로 가야 해?”

    카이는 지친 몸을 일으켜 유나를 마주 보았다. 그의 황금빛 눈에는 슬픔과 함께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어디든… 함께.” 그는 유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거칠고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을 감쌌다.

    폐허 속 잿빛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종족의 경계를 넘어, 모든 편견과 증오를 뒤로한 채,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불확실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통해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심장은 이제 하나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으로, 잿빛 세상에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메카 액션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밤샘지기: 심연의 파수꾼

    **[장면 1: 어두운 지하 통로 – 밤샘지기 조종석]**

    **화면:** 어둠에 잠긴 거대한 지하 통로. 육중한 암석 벽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곳곳이 허물어져 있다. 태혁이 조종하는 탐사 메카 ‘밤샘지기’가 묵직한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밤샘지기’의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가르며 길을 밝히지만, 빛은 이 거대한 공간의 극히 일부만을 비출 뿐이다. 메카의 장갑은 긁히고 패인 상처투성이지만, 묵묵히 전진한다.

    **사운드:** (밤샘지기 발소리, 묵직한 금속음) 쿵, 쿵, 쿵-! (작동음) 지이이잉-…

    **태혁(내레이션):** (낮게 깔린 목소리)
    벌써 일주일째, 이 망할 놈의 통로는 끝이 보이질 않아. ‘깊은 잠의 문명’이라니. 그저 미친 탐험가들의 헛된 망상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 모든 게 진짜라면?

    **[화면 전환: 밤샘지기 조종석 내부 – 클로즈업: 태혁의 얼굴]**

    **화면:** 태혁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두 눈은 레이저처럼 예리하게 전방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턱수염은 거칠게 자라 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다.

    **태혁:** (마이크를 향해)
    아민, 수신 상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어. 지질 데이터에 뭔가 이상한 게 잡혀. 자연적인 암반층이 아니야.

    **[화면 전환: 지상 기지 – 아민의 오퍼레이터 부스]**

    **화면:** 첨단 장비로 가득 찬 지상 기지의 오퍼레이터 부스. 류아민이 여러 개의 홀로그램 스크린을 능숙하게 조작하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지만, 눈동자에는 피로와 함께 미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다. 벽에는 고대 문양과 알 수 없는 기호가 새겨진 탁본들이 걸려 있다.

    **아민:** (침착하게, 그러나 목소리엔 걱정이 묻어난다)
    양호합니다, 태혁 씨. 하지만 통신 신호 감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이 지층… 인공적인 구조물일 가능성이 90% 이상이에요. 고대 문명의 구조물, 그것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화면 전환: 밤샘지기 조종석]**

    **태혁:** (피식 웃음)
    차원이 다르든 말든, 결국 다 박살 내고 들어가면 그만이지. 전방 스캔! 뭔가 거대한 게 막고 있어.

    **아민:** (숨을 들이켠다)
    데이터 수신 중…! 맙소사. 거대한 에너지 장벽이에요. 지름 50미터에 달하는… 완전 밀폐된 구조물입니다.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로도 구성되지 않았어요. 예상했던 심연의 문.

    **태혁:** (입꼬리가 올라간다)
    심연의 문이라… 멋진 이름이군. ‘밤샘지기’, 출력 최대로! 고주파 드릴! 간만에 팔다리 좀 풀어볼까!

    **사운드:** (밤샘지기 드릴 작동음) 웅———-! (고주파 음) 삐이이이이익-!

    **[장면 2: 심연의 문 앞 – 드릴 공격]**

    **화면:** ‘밤샘지기’의 오른팔에 장착된 거대한 드릴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드릴 끝에서 푸른색 에너지가 이글거린다. ‘밤샘지기’는 거대한 에너지 장벽을 향해 돌진한다. 장벽은 어둠 속에서 짙은 보라색 빛을 뿜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운드:** (드릴이 장벽에 부딪히는 굉음) 콰아아앙-! (에너지 충격파) 지지직-! (밤샘지기 내부 경고음) 삐빅-! 삐비비빅-!

    **아민:** (다급하게)
    태혁 씨! 출력 한계치 초과! 메인 프레임에 과부하가 걸려요! 이대로 가면 드릴도, 기체도 버티지 못해요!

    **태혁:** (이를 악물고)
    빌어먹을! 이 정도 가지고 무너지지 않아! 내가 녀석에게 굴복할 것 같나! 녀석들이 이렇게 단단하게 막아놓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가 뭔지,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

    **화면:** ‘밤샘지기’는 온몸으로 장벽에 저항하며 드릴을 더욱 깊이 박아 넣는다. 메카의 장갑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고, 조종석 안의 태혁은 온몸으로 충격을 견뎌낸다. 그의 눈빛은 광기에 가까운 집념으로 불타고 있다.

    **[화면 전환: 아민의 모니터]**

    **화면:** 아민의 모니터에 장벽의 에너지 수치가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그래프가 나타난다. 갑자기, 그래프가 최고점을 찍더니 수직으로 떨어진다.

    **아민:** (놀란 표정)
    태혁 씨! 됐어요! 장벽이 무너지고 있어요!

    **사운드:** (장벽 붕괴음)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장면 3: 심연의 문 개방 – 고대 방어 시스템]**

    **화면:** 굉음과 함께 보라색 에너지 장벽이 산산이 조각나며 사라진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어두컴컴한 통로가 아닌, 광활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이었다. 거대한 아치형 천장,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으로 가득한 벽, 그리고 중앙으로 뻗어 나가는 길이. 모든 것이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듯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태혁:** (숨을 헐떡이며)
    하아… 하아… 젠장, 해냈군…!

    **아민:** (감탄한 목소리)
    이건… 경이롭네요. 상상 그 이상이에요.

    **화면:** ‘밤샘지기’가 거대한 공간 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서는 순간, 공간의 벽면에서 섬광이 번뜩인다. 수많은 작은 구멍들이 열리고, 그 안에서 금속성 포탑들이 튀어나온다. 포탑의 끝에서 푸른색 에너지 충전이 시작된다.

    **사운드:** (기계음) 위이잉-! (포탑 활성화) 츠즈즈즈-! (에너지 충전음) 쉬이이이이익-!

    **태혁:**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 망할! 환영 인사가 너무 격렬한데?!

    **아민:** (다급하게)
    경고! 고대 방어 시스템이 활성화됐어요! 에너지 패턴 분석 결과… 파괴력이 상당합니다! 태혁 씨, 피하세요!

    **[화면 전환: 밤샘지기 시점]**

    **화면:** 수십 개의 포탑에서 푸른색 에너지탄이 맹렬하게 발사된다. 에너지탄은 섬광을 뿜으며 ‘밤샘지기’를 향해 날아온다.

    **사운드:** (에너지탄 발사) 퓨슈슈슈슝-! (폭발음) 콰과광-!

    **[장면 4: 밤샘지기 vs 고대 방어 시스템]**

    **화면:** 태혁은 노련하게 ‘밤샘지기’를 조종하며 에너지탄을 피한다. ‘밤샘지기’는 육중한 몸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민첩성으로 옆으로 회피하거나, 등에 장착된 에너지 방패를 펼쳐 공격을 막아낸다. 방패에 부딪힌 에너지탄은 폭발하며 섬광을 터뜨린다.

    **사운드:** (회피음) 팟-! 팟-! (방패 충격음) 콰앙-! 콰콰광-! (밤샘지기 모터음) 우우우웅-!

    **태혁:** (땀을 닦으며)
    제법인데?!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다더니, 아직도 힘이 팔팔하잖아?!

    **아민:** (지도를 보며)
    측정 결과, 이 방어 시스템은 이 공간 전체를 커버하고 있어요! 무작정 돌파하기엔 너무 위험해요! 약점을 찾아야 합니다!

    **화면:** 태혁은 회피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탑들을 스캔한다. 그의 눈에 포탑의 코어 부분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이 포착된다.

    **태혁:** (결심한 듯)
    약점이라… 그래, 눈먼 기관총도 한계는 있는 법이지! 아민, 저 포탑들의 동력원 위치를 파악해!

    **아민:**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며)
    잠시만요…! 찾았어요! 각 포탑의 후면부에 약 3초 간격으로 노출되는 에너지 코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노출 시간이 너무 짧아요!

    **태혁:** (씨익 웃으며)
    3초면 충분해! ‘밤샘지기’,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다!

    **화면:** ‘밤샘지기’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포탑들이 밀집된 구간으로 돌진한다. 에너지탄이 사방에서 쏟아지지만, ‘밤샘지기’는 마치 춤을 추듯 그 사이를 파고든다. 태혁은 극한의 집중력으로 포탑의 노출 타이밍을 계산한다.

    **사운드:** (밤샘지기 돌진) 쐐애애액-! (집중 발사음) 퓨슈슈슈슝-! (스캔음) 삐이- 삐이-

    **태혁:** (카운트다운)
    3! 2! 1! 지금이다!

    **화면:** ‘밤샘지기’의 왼팔에 장착된 소형 캐논이 맹렬하게 불을 뿜는다. 정교하게 조준된 에너지탄이 포탑의 노출된 코어를 정확히 강타한다.

    **사운드:** (캐논 발사음) 콰아아앙-! 콰앙-! 콰앙-!

    **화면:** 연달아 폭발하는 포탑들. 푸른색 섬광과 함께 금속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몇 초 만에 수십 개의 포탑이 무력화된다.

    **아민:** (놀라움과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
    성공했어요! 태혁 씨! 대단해요!

    **태혁:**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아… 하아…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난 강태혁이니까.

    **[장면 5: 고대 문명의 심장부 – 거대한 홀]**

    **화면:** 모든 방어 시스템이 침묵하자, ‘밤샘지기’는 조용히 전진한다. 포탑의 잔해를 넘어, 마침내 거대한 홀의 중앙에 다다른다. 홀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천장은 수백 미터 위에서 아득하게 솟아 있었고, 벽면에는 알 수 없는 문양과 그림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바닥은 거울처럼 매끄러운 검은 돌로 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사운드:** (정적, 밤샘지기 발소리만 울려 퍼진다) 쿵… 쿵…

    **아민:** (넋을 잃은 목소리)
    이건… 믿을 수가 없네요. 이 규모는… 지상에서 발견된 어떤 고대 유적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마치… 도시 전체가 지하에 잠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태혁:** (황홀경에 빠진 듯)
    도시라… 그래서 ‘깊은 잠의 문명’인가. 녀석들은 대체 뭘 숨기고 싶었던 걸까.

    **화면:** 태혁은 ‘밤샘지기’를 조종해 홀 중앙의 원형 구조물 가까이 다가간다. 구조물은 거대한 제단처럼 보였다. 그 위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수정 구슬이 놓여 있었다. 수정 구슬은 아무런 빛도 내지 않고 그저 검은 심연처럼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 보였다.

    **태혁:** (나지막이 읊조린다)
    이건… 뭐지? 아무런 에너지 반응도 없어.

    **아민:** (데이터를 분석하며)
    아무런 데이터도 잡히지 않아요. 그 어떤 금속이나 광물로도 분석되지 않는 물질이에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져요.

    **[장면 6: 심연의 눈물 – 활성화]**

    **화면:** 태혁이 ‘밤샘지기’의 팔을 뻗어 검은 수정 구슬에 조심스럽게 접촉한다. 메카의 손끝이 구슬에 닿는 순간, 홀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사운드:** (공간의 진동)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기계음) 지이이이이이잉-!

    **태혁:** (놀라며)
    뭐… 뭐야?!

    **아민:** (경악하며)
    태혁 씨! 구슬에서… 구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어요! 홀 전체의 고대 장치들이 활성화되고 있어요!

    **화면:** 검은 수정 구슬에서 짙은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빛은 점점 강해지며 홀의 천장과 벽면을 가득 채운다. 벽에 새겨져 있던 고대 문양들이 빛을 발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운드:** (에너지 방출음)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익-! (빛의 파동) 파앙-!

    **[화면 전환: 검은 수정 구슬 – 클로즈업]**

    **화면:** 검은 수정 구슬은 이제 더 이상 검지 않다. 마치 우주를 담고 있는 듯, 구슬 안에서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거대한 은하들이 소용돌이치는 환영이 펼쳐진다. 그 환영의 중앙에서,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가 형상화된다. 검은 동공이 섬뜩하게 확장되며 태혁을 응시한다.

    **사운드:** (알 수 없는 웅장한 음성) ───────── (이해할 수 없는 고대 언어)

    **[화면 전환: 밤샘지기 조종석]**

    **화면:** 태혁은 그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잃은 채 화면을 바라본다. 거대한 눈동자가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에, 몸 안의 모든 털이 곤두선다.

    **태혁:** (목소리가 떨린다)
    저… 저건… 대체…

    **아민:** (경악과 공포에 질린 목소리)
    태혁 씨! 비상! 구슬에서… 홀로그램이 투영되고 있어요! 거대한… 거대한 무언가!

    **[화면 전환: 홀 전체 – 밤샘지기 뒤에서 본 시점]**

    **화면:** 홀의 중앙에 투영된 홀로그램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를 드러낸다. 그것은 거대한 고대 도시도, 강력한 무기도 아니었다. 수많은 촉수와 날카로운 칼날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듯한 거대한 요새였다. 그 요새의 가장 높은 첨탑에는 아까 그 거대한 눈동자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요새는… 땅속 깊은 곳이 아니라, 별이 없는 심연의 우주 공간을 유영하고 있었다.

    **사운드:** (웅장하고 불길한 효과음) 꾸우우우우우우욱-! (공포스러운 정적)

    **태혁(내레이션):**
    우리는 거대한 비밀을 파헤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가 마주한 건… 이 지하의 고대 문명만이 아니었어.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오래된… 심연의 존재였지. 그리고 그 심연은…

    **[장면 7: 클로즈업: 태혁의 눈 – 충격과 결의]**

    **화면:** 태혁의 눈동자에 투영된 우주의 요새. 공포가 스쳐 지나가지만, 이내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불굴의 탐험가만이 가질 수 있는 섬뜩한 결의와 호기심이 새겨진다.

    **태혁(내레이션):**
    이제 깨어나…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텍스트: 심연의 눈동자가 깨어난다. 고대 문명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인가?]**
    **[그림: ‘밤샘지기’가 홀로그램으로 투영된 우주 요새를 향해 무기를 겨누는 실루엣.]**

  • 선협 (신선)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아파트의 기운 (Apartment’s Aura)

    **장르:** 선협 (현대 배경)
    **핵심 줄거리:**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프롤로그]**

    **[장면 #1: 도시의 밤]**
    * **배경:** 빌딩 숲을 배경으로 어둠이 내린 서울의 야경. 수많은 아파트 불빛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그중 한 아파트의 창문이 클로즈업된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아 누군가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나레이션 (차분하게):** 현대 도시의 심장부. 그곳에는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문명의 첨단에서 우리는 안락함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 **나레이션 (점차 낮고 불안하게):** 가끔, 아주 가끔은, 이 완벽한 장막 아래에서 설명할 수 없는 균열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혹은 애써 외면하던 오래된 기운들이…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할 때.

    **[본편]**

    **[장면 #1: 현우의 아파트, 퇴근 후]**
    * **배경:** 깔끔하지만 어딘가 텅 빈 느낌의 아파트 거실. 현관문이 열리고 현우가 지친 표정으로 들어선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다. 늦은 시간.
    * **현우 (독백):** 하아… 빌어먹을 야근. 오늘도 숨만 쉬다 왔네.
    * **[컷 1]**
    * 현관에 신발을 대충 벗어놓고 가방을 소파에 던지듯 내려놓는 현우의 뒷모습. 거실 한쪽 벽에 걸린 액자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기운다.
    * **현우:** 물이나 한 잔 마시고 씻어야지.
    * **[컷 2]**
    * 현우가 주방으로 향하는 동안, 거실 벽의 액자가 한 번 더, 그리고 이번엔 조금 더 명확하게 ‘끄륵’ 소리를 내며 기울어진다. 하지만 현우는 이미 주방으로 들어서 시야에서 사라진 뒤다.
    * **(효과음: 끄륵)**
    * **[컷 3]**
    * 현우가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따르는 모습.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마신다. 그 순간, 거실 책장에 꽂혀 있던 꽤 두꺼운 양장본 소설책 한 권이 마치 누군가 건드리듯 ‘툭’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 **(효과음: 툭!)**
    * **현우:** 으악!
    * **[컷 4]**
    *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린 현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실을 바라본다. 바닥에 떨어진 책이 클로즈업된다.
    * **현우 (독백):** 뭐지? 방금… 책이 떨어진 건가?
    * **[컷 5]**
    * 조심스럽게 거실로 다가가는 현우.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낡은 아파트라 진동이 있었나 싶지만, 이 정도 진동은 아니었다.
    * **현우:** 설마… 지진인가? 아니, 이런 진동은 없었는데. 이 건물이 워낙 오래되긴 했지만…
    * **[컷 6]**
    * 책을 주워 다시 책장에 꽂는 현우.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싸늘한 시선.
    * **현우 (독백):** 기분 탓이겠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장면 #2: 침실의 불안]**
    * **배경:** 밤이 깊어진 현우의 침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스탠드를 켜놓고 침대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창밖에서는 간간이 차 소리만 들려올 뿐 고요하다.
    * **[컷 1]**
    * 현우가 침대에 기대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 집중하고 있다. 그때, 방 안의 스탠드 불빛이 갑자기 ‘깜빡-‘하고 크게 흔들린다.
    * **(효과음: 깜빡!)**
    * **[컷 2]**
    * 현우가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고 스탠드를 바라본다. 전구가 수명을 다했나 싶어 스탠드 갓을 툭툭 건드려본다.
    * **현우:** 벌써 고장인가? 산지 얼마 안 됐는데.
    * **[컷 3]**
    * 스탠드 불빛이 다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규칙 없이 ‘깜빡깜빡깜빡-!’ 거칠게 깜빡이기 시작한다. 거의 스트로보 조명처럼. 방 안이 번개 치듯 순식간에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 **(효과음: 깜빡깜빡깜빡-!)**
    * **[컷 4]**
    * 현우의 얼굴이 깜빡이는 불빛에 의해 번갈아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동공이 흔들린다. 명백히 비정상적인 현상에 불길함을 느낀다.
    * **현우 (독백):** 이건… 고장이 아니잖아.
    * **[컷 5]**
    * 결국 현우가 스탠드 플러그를 뽑아버린다. 방 안은 완전히 어둠에 잠긴다. 어둠 속에서 현우의 눈동자만 희미하게 빛난다.
    * **(효과음: 퍽-!)** (플러그 뽑는 소리)
    * **[컷 6]**
    * 현우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쉬이익-‘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마치 벽 속에서 바람이 새는 듯한, 혹은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
    * **(효과음: 쉬이익… 쉬이익…)**
    * **현우 (독백):** 환청이야… 피곤해서 그래. 잠들어야 해. 제발…

    **[장면 #3: 벽장 속의 존재]**
    * **배경:** 여전히 어두운 현우의 침실.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현우의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방 안의 침묵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 **[컷 1]**
    * 방 한쪽 벽에 붙어있는 붙박이 벽장 문이 클로즈업된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아주 천천히,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한다.
    * **(효과음: 삐이이익-…)**
    * **[컷 2]**
    *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현우의 귀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흠칫 놀라 몸을 살짝 떤다.
    * **현우 (독백):** …? 무슨 소리지?
    * **[컷 3]**
    * 결국 참지 못하고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현우. 그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열리는 벽장 문을 향한다. 문의 틈새로 검은 어둠이 점점 더 넓게 드러난다.
    * **현우 (독백):** 말도 안 돼… 내가 잠그고 잤는데…
    * **[컷 4]**
    * 벽장 문이 완전히 열린다. 안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문이 열리면서 방 안으로 싸늘한 냉기가 한꺼번에 훅 끼쳐 들어온다.
    * **(효과음: 스으읍-!)** (냉기가 확 퍼지는 소리)
    * **현우 (독백):** 으으… 추워… 에어컨도 안 켰는데…
    * **[컷 5]**
    * 어둠 속의 벽장 안. 희미한 실루엣으로 걸려있는 현우의 코트가 보인다. 그 코트가 마치 누군가 뒤에서 확 밀치기라도 한 듯, ‘휘익-!’ 하고 강하게 흔들린다.
    * **(효과음: 휘이익-! 펄럭-!)**
    * **[컷 6]**
    * 코트가 흔들리는 것을 본 현우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그의 눈은 벽장 안의 어둠에 고정되어 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섬뜩함.
    * **현우:** 으아아아악!
    * **[컷 7]**
    *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뛰쳐나온 현우가 벽 쪽의 전등 스위치를 향해 돌진한다. 필사적인 몸짓.
    * **(효과음: 쿵! 쿵! 쿵!)**
    * **[컷 8]**
    * ‘찰칵!’ 스위치를 올리자 방 안이 환하게 밝아진다. 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장에 시선을 고정한다. 벽장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고, 코트는 여전히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다.
    * **(효과음: 찰칵! 삐-익… [형광등 켜지는 소리])**
    * **현우:** 하아… 하아… 이, 이건…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 **[컷 9]**
    * 현우가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벽장 안을 응시한다. 그 순간, 벽장 안쪽의 가장 깊은 곳, 어둠이 짙게 깔린 곳에서 아주 희미한 녹색빛이 ‘움찔’하며 솟아오르는 것을 본다. 마치 어둠 속에서 맥박이 뛰는 듯한 빛.
    * **(효과음: 스으윽… 움찔… [낮고 희미한 기운 소리])**
    * **현우 (독백):** 저… 저게 뭐야…?

    **[장면 #4: 깨어나는 기운]**
    * **배경:** 빛이 켜진 침실, 하지만 여전히 섬뜩한 기운이 감도는 벽장 앞에서 현우가 얼어붙어 있다.
    * **[컷 1]**
    * 벽장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빛이 점차 강렬해진다. 단순히 빛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웅-웅-‘ 하는 소리를 내며 희미하게 진동하는 듯하다. 현우의 눈에 그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닌, 어떤 ‘기운’으로 감지된다.
    * **(효과음: 웅-웅-… [낮고 깊은 진동음])**
    * **[컷 2]**
    *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뱃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라 팔과 손끝으로 집중되는 것을 깨닫는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각이다.
    * **현우 (독백):** 이… 이 감각은…? 뜨거워…
    * **[컷 3]**
    * 벽장 속 녹색빛이 점점 더 형태를 갖춰간다. 단순히 점멸하는 빛이 아니라, 흐릿하지만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며 소용돌이치는 듯하다. 인간의 형상도, 짐승의 형상도 아닌, 순수한 에너지 덩어리. 불쾌하고 억압적인 기운이 현우를 향해 쏟아져 나온다.
    * **[컷 4]**
    * 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뻗는다. 손바닥을 벽장 쪽으로 향한 채. 마치 투명한 벽을 밀어내는 듯한 자세다. 그의 팔과 손끝으로 집중된 뜨거운 기운이 폭발할 듯 꿈틀거린다.
    * **현우 (독백):** 피… 피하고 싶어… 하지만…
    * **[컷 5]**
    * 현우의 손바닥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선명한 푸른색 기운의 파동이 ‘쉬이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일렁임처럼, 하지만 명확하게 벽장 속의 녹색 기운을 향해 날아간다.
    * **(효과음: 쉬이익-! [바람 가르는 듯한, 압축된 기운 소리])**
    * **[컷 6]**
    * 현우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푸른 기운과 벽장 속 녹색 기운이 충돌한다. 녹색 기운은 마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힌 듯, ‘크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 소용돌이치던 형체도 순간 흐트러진다.
    * **(효과음: 크아아악-! [날카롭고 불쾌한 비명])**
    * **[컷 7]**
    * 녹색 기운이 급격히 힘을 잃고 벽장 안쪽 깊숙이 수축한다. 빛은 희미해지고, 소용돌이치던 형체는 사라진다. 그리고 이내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장 문이 저절로 닫힌다.
    * **(효과음: 쿵-! [벽장 문 닫히는 소리])**
    * **[컷 8]**
    * 벽장은 다시 굳게 닫혔고, 방 안은 원래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현우는 뻗었던 손을 내리고 멍하니 벽장 문을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더불어 알 수 없는 혼란, 그리고 미약한 경외심이 뒤섞여 있다.
    * **현우 (독백):** 내가… 뭘 한 거지?
    * **[컷 9]**
    * 현우는 떨리는 손을 바라본다. 아직 손끝에는 미약한 열감과 전기가 흐르는 듯한 찌릿함이 남아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더 이상 공포 때문만은 아니었다.
    * **현우:** 이… 이게… 대체… 뭐야?
    * **[에필로그]**
    * 어둠이 다시 내린 현우의 아파트. 닫힌 벽장 문이 클로즈업된다. 그 안에서 아주 희미한, 하지만 명백히 느껴지는 ‘숨결’ 같은 기운이 감지된다.
    * **나레이션 (낮고 중후하게):** 도시의 틈새에서, 잠들어 있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여, 또 다른 기운이… 마침내 눈을 떴다. 현대의 아파트, 그 안에서 시작된 고대의 부름. 현우는 이제 알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제1화 끝]**

  • 스팀펑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에피소드 제목**: 나선의 미궁, 첫 번째 발자취

    **씬 1: 잊혀진 심연의 문**

    **배경**: 오래되고 거대한 지하 유적의 깊숙한 곳. 천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고, 거대한 기둥들이 불규칙하게 솟아있다. 낡고 녹슨 증기 파이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벽면에는 알 수 없는 고대 문자가 새겨져 있다. 공기는 습하고 차갑지만, 진의 증기식 등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빛이 먼지 가득한 공간을 간신히 밝히고 있다.

    **컷 1**: (전신 샷) 진이 낡은 가죽 고글을 이마에 올린 채 허리를 굽혀 바닥에 흩어진 파편들을 살피고 있다. 그의 어깨에는 밧줄과 갈고리가 매달린 배낭이 메어져 있고, 한 손에는 투박하지만 강력해 보이는 증기식 손전등을 들고 있다. 옆에는 잔해에 덮인 거대한 원형 문이 희미하게 보인다.

    **진**: “젠장, 발에 채이는 게 유물 덩어리인데, 쓸 만한 건 하나도 없군. 카이, 여기도 영 시원찮은데요?”

    **컷 2**: (클로즈업) 카이의 얼굴. 돋보기로 벽면의 고대 문자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의 깊게 패인 눈가에는 오랜 연구의 흔적이 역력하고, 낡은 가죽 재킷 위에는 온갖 주머니와 도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웅얼거린다.

    **카이**: “음… ‘시간의 심연이 삼킨… 영혼의 나선은… 잊혀진… 문을 열리라…’ 젠장, 해독이 어렵군. 이 문양은 내가 아는 어떤 고대 문명과도 달라. 하지만… 이 양식은 분명… ‘공허의 시대’ 이전의 것인데…”

    **컷 3**: (진과 카이가 한 컷에) 진이 손전등을 들어 거대한 원형 문을 비춘다. 녹슨 황동과 부식된 철재가 얽혀 있는데, 그 중앙에는 마치 거대한 톱니바퀴가 맞물릴 것 같은 빈 공간이 있다. 문양은 마치 뱀이 똬리를 튼 듯한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가득하다.

    **진**: “공허의 시대 이전이요?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발굴했던 것들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거네요? 이야, 대박인데. 그럼 이 문은… 뭐에 쓰는 문일까요? 뭔가 으스스하게 생기긴 했는데.”

    **카이**: (문의 중앙을 가리키며) “이 홈… 그리고 이 문양의 배열. 분명 어떤 동력원이나 핵심 장치를 필요로 하는 형태다. 봐라, 이 문양들 사이사이에 미세한 증기 통로의 흔적이 있지? 거대한 압력으로 작동하는 복잡한 기계 장치일 거야. 하지만… 모든 동력부가 파괴되어 있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군.”

    **컷 4**: (진의 시점) 진의 눈에 문 근처 바닥에 굴러다니는, 뭔가 빠져나온 듯한 둥근 쇳조각이 보인다. 먼지를 털어내자 그 안에 정교하게 맞물린 작은 기어들이 빛을 발한다. 낡고 작지만, 무언가를 작동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진**: “여기요, 카이! 이거 혹시… 뭔가 빠진 조각 아닐까요? 이 홈이랑 딱 맞을 것 같은데?”

    **카이**: (흥분한 목소리로) “뭐라고? 가져와 봐!”

    **컷 5**: (진이 쇳조각을 카이에게 건네는 모습) 카이가 쇳조각을 받아들고 돋보기로 자세히 살핀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카이**: “이런… 이런 제기랄!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지? 이건… ‘나선의 핵’이다! 고대 문서에서만 전해지던 전설의 장치!”

    **진**: “나선의 핵이요? 그게 뭔데요? 문 열 수 있어요?”

    **카이**: “이것은 단순한 기어가 아니야, 진! 고대 문명을 지탱했던 핵심 장치 중 하나다. 이 녀석이 있다면… 이 문을 열어볼 수도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 고대 동력원은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했으니까.”

    **컷 6**: (원형 문 중앙의 홈과 ‘나선의 핵’이 클로즈업) ‘나선의 핵’이 홈에 정확히 들어맞을 듯한 구도를 잡는다. 작은 기어들이 섬세하게 맞물려 있다.

    **진**: “위험이고 나발이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순 없죠! 가봐야죠, 안 그래요?” 진의 눈에 모험심이 가득하다.

    **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래… 네 말대로다. 여기까지 왔는데… 가봐야지.” 그의 눈에도 잊혀졌던 탐험가의 불꽃이 다시 피어오른다.

    **씬 2: 깨어나는 톱니바퀴의 속삭임**

    **배경**: 여전히 거대한 지하 유적의 문 앞. 먼지 자욱한 공간에 긴장감이 흐른다.

    **컷 7**: (진과 카이가 문 앞에 서 있는 모습) 카이가 조심스럽게 ‘나선의 핵’을 문 중앙의 홈에 끼워 넣는다. ‘딸깍’하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카이**: “좋아, 들어맞았어! 이제 동력을 연결해야 하는데… 이 근처에 분명 조작부가 있을 거야. 진, 저기 왼쪽 기둥 뒤쪽을 살펴봐라! 거대한 레버 같은 것이 보일지도 몰라!”

    **컷 8**: (진이 재빠르게 왼쪽 기둥 뒤로 달려가는 모습) 거미줄과 덩굴에 가려져 있던 낡은 레버가 모습을 드러낸다. 녹이 슬었지만,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진**: “찾았어요! 여기 레버가 있어요! 당겨볼까요?!”

    **카이**: “아니! 잠깐! 무턱대고 당기지 마! 이 문양의 배열을 봐서는… 순서가 있을 것 같아. 자칫 잘못하면 폭발할 수도… 아니면 문이 영원히 닫혀버릴 수도 있다!”

    **컷 9**: (카이가 들고 있던 낡은 저널을 펼쳐 보여주는 모습) 저널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과 복잡한 도면이 손으로 그려져 있다. 그 중 한 페이지를 진에게 보여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카이**: “봐라, 이 저널에 있는 문양과… 이 문의 외곽에 새겨진 문양이 일치하는 것 같아! 저널에 따르면, 이 고대 문명은 ‘세 개의 별, 두 개의 달, 하나의 태양’의 순서로 에너지를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지.”

    **컷 10**: (진의 시점) 진이 레버 옆에 새겨진 작은 문양들을 확인한다. 별, 달, 태양 모양의 문양들이 순서대로 늘어서 있다. 그의 표정에 미묘한 깨달음이 스친다.

    **진**: “세 개의 별… 두 개의 달… 하나의 태양… 알겠습니다!”

    **컷 11**: (진이 레버를 조작하는 모습) 먼저 ‘별’ 문양 옆의 작은 레버를 세 번 ‘철컥, 철컥, 철컥’ 소리를 내며 당긴다. 이어서 ‘달’ 문양 옆 레버를 두 번, 마지막으로 ‘태양’ 문양 옆 레버를 한 번 당긴다.

    **효과음**: 철컥! 콰앙! 웅-!

    **컷 12**: (원의 중심부터 거대한 문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하는 모습) 낡은 기어들이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파이프에서 압축된 증기가 ‘쉬이이익’ 소리를 내며 분출된다. 바닥의 먼지가 진동으로 인해 솟아오른다.

    **진**: “흐읍! 움직인다! 카이, 성공했어요!”

    **카이**: (흥분과 경외심이 뒤섞인 표정) “이런… 믿을 수 없어… 정말 성공했군! ‘나선의 핵’이 동력을… 증폭시키고 있어!”

    **씬 3: 나선형 통로의 서막**

    **배경**: 거대한 원형 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는 지하 유적 내부. 증기 소리와 기어 돌아가는 소리가 굉음을 이룬다.

    **컷 13**: (문이 천천히 옆으로 열리면서 내부가 드러나는 모습) 문의 안쪽은 단순한 복도가 아니었다. 마치 거대한 나선형 통로가 지하로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광경이다. 통로의 벽면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듯한 고대 동력 장치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다.

    **효과음**: 크르르릉… 콰아앙-!

    **컷 14**: (진과 카이의 놀란 얼굴 클로즈업) 두 사람의 눈은 경외심과 탐욕,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진**: “세상에… 이건… 복도가 아니잖아…! 끝도 없이 내려가는 것 같아요! 저 푸른 빛은… 고대 동력원인가?”

    **카이**: “푸른… 빛…! 저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야, 진! 고대 문명이 남긴 ‘영혼의 결정’ 에너지원이다! 이 문이… 우리를 ‘나선의 미궁’의 진정한 심장부로 인도하는 길이었어!”

    **컷 15**: (문이 완전히 열린 후 나선형 통로의 내부를 멀리서 보여주는 전신 샷) 통로의 아래는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지만, 그 너머에 뭔가 거대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푸른빛이 깜빡이는 통로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혈관 같다.

    **카이**: (떨리는 목소리로) “진… 우리는 지금… 인류의 역사에서 잊혀졌던… 가장 위대한 비밀의 문 앞에 서 있다.”

    **컷 16**: (진의 결의에 찬 눈빛 클로즈업) 그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반사되어 섬뜩하게 빛난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진다.

    **진**: “그럼, 이제 들어가 봐야겠죠, 카이? 어떤 비밀이 우릴 기다릴지… 정말 기대되네요.”

    **컷 17**: (진과 카이가 열린 문턱을 넘어 나선형 통로 안으로 발을 내딛는 뒷모습) 그들의 그림자가 푸른빛이 깜빡이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 간다. 다음 모험을 예고하며.

    **내레이션 (캡션)**: ‘나선의 미궁’은 그들에게 무엇을 드러낼 것인가? 인류의 잊혀진 과거는, 이제 막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 선협 (신선)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아파트의 기운 (Apartment’s Aura)

    **장르:** 선협 (현대 배경)
    **핵심 줄거리:** 현대 도시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폴터가이스트 현상.

    **[프롤로그]**

    **[장면 #1: 도시의 밤]**
    * **배경:** 빌딩 숲을 배경으로 어둠이 내린 서울의 야경. 수많은 아파트 불빛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그중 한 아파트의 창문이 클로즈업된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아 누군가 생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나레이션 (차분하게):** 현대 도시의 심장부. 그곳에는 고층 빌딩과 아파트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문명의 첨단에서 우리는 안락함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 **나레이션 (점차 낮고 불안하게):** 가끔, 아주 가끔은, 이 완벽한 장막 아래에서 설명할 수 없는 균열이 벌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혹은 애써 외면하던 오래된 기운들이…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할 때.

    **[본편]**

    **[장면 #1: 현우의 아파트, 퇴근 후]**
    * **배경:** 깔끔하지만 어딘가 텅 빈 느낌의 아파트 거실. 현관문이 열리고 현우가 지친 표정으로 들어선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다. 늦은 시간.
    * **현우 (독백):** 하아… 빌어먹을 야근. 오늘도 숨만 쉬다 왔네.
    * **[컷 1]**
    * 현관에 신발을 대충 벗어놓고 가방을 소파에 던지듯 내려놓는 현우의 뒷모습. 거실 한쪽 벽에 걸린 액자가 아주 미세하게, 거의 눈치챌 수 없을 정도로 기운다.
    * **현우:** 물이나 한 잔 마시고 씻어야지.
    * **[컷 2]**
    * 현우가 주방으로 향하는 동안, 거실 벽의 액자가 한 번 더, 그리고 이번엔 조금 더 명확하게 ‘끄륵’ 소리를 내며 기울어진다. 하지만 현우는 이미 주방으로 들어서 시야에서 사라진 뒤다.
    * **(효과음: 끄륵)**
    * **[컷 3]**
    * 현우가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따르는 모습. 아무 생각 없이 물을 마신다. 그 순간, 거실 책장에 꽂혀 있던 꽤 두꺼운 양장본 소설책 한 권이 마치 누군가 건드리듯 ‘툭’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 **(효과음: 툭!)**
    * **현우:** 으악!
    * **[컷 4]**
    * 깜짝 놀라 어깨를 움츠린 현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실을 바라본다. 바닥에 떨어진 책이 클로즈업된다.
    * **현우 (독백):** 뭐지? 방금… 책이 떨어진 건가?
    * **[컷 5]**
    * 조심스럽게 거실로 다가가는 현우.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낡은 아파트라 진동이 있었나 싶지만, 이 정도 진동은 아니었다.
    * **현우:** 설마… 지진인가? 아니, 이런 진동은 없었는데. 이 건물이 워낙 오래되긴 했지만…
    * **[컷 6]**
    * 책을 주워 다시 책장에 꽂는 현우. 문득,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싸늘한 시선.
    * **현우 (독백):** 기분 탓이겠지. 너무 피곤해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장면 #2: 침실의 불안]**
    * **배경:** 밤이 깊어진 현우의 침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스탠드를 켜놓고 침대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창밖에서는 간간이 차 소리만 들려올 뿐 고요하다.
    * **[컷 1]**
    * 현우가 침대에 기대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 집중하고 있다. 그때, 방 안의 스탠드 불빛이 갑자기 ‘깜빡-‘하고 크게 흔들린다.
    * **(효과음: 깜빡!)**
    * **[컷 2]**
    * 현우가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고 스탠드를 바라본다. 전구가 수명을 다했나 싶어 스탠드 갓을 툭툭 건드려본다.
    * **현우:** 벌써 고장인가? 산지 얼마 안 됐는데.
    * **[컷 3]**
    * 스탠드 불빛이 다시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규칙 없이 ‘깜빡깜빡깜빡-!’ 거칠게 깜빡이기 시작한다. 거의 스트로보 조명처럼. 방 안이 번개 치듯 순식간에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한다.
    * **(효과음: 깜빡깜빡깜빡-!)**
    * **[컷 4]**
    * 현우의 얼굴이 깜빡이는 불빛에 의해 번갈아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동공이 흔들린다. 명백히 비정상적인 현상에 불길함을 느낀다.
    * **현우 (독백):** 이건… 고장이 아니잖아.
    * **[컷 5]**
    * 결국 현우가 스탠드 플러그를 뽑아버린다. 방 안은 완전히 어둠에 잠긴다. 어둠 속에서 현우의 눈동자만 희미하게 빛난다.
    * **(효과음: 퍽-!)** (플러그 뽑는 소리)
    * **[컷 6]**
    * 현우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다. 귀를 막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쉬이익-‘ 소리가 귀를 파고든다. 마치 벽 속에서 바람이 새는 듯한, 혹은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
    * **(효과음: 쉬이익… 쉬이익…)**
    * **현우 (독백):** 환청이야… 피곤해서 그래. 잠들어야 해. 제발…

    **[장면 #3: 벽장 속의 존재]**
    * **배경:** 여전히 어두운 현우의 침실.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현우의 모습이 보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방 안의 침묵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 **[컷 1]**
    * 방 한쪽 벽에 붙어있는 붙박이 벽장 문이 클로즈업된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아주 천천히,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한다.
    * **(효과음: 삐이이익-…)**
    * **[컷 2]**
    *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현우의 귀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흠칫 놀라 몸을 살짝 떤다.
    * **현우 (독백):** …? 무슨 소리지?
    * **[컷 3]**
    * 결국 참지 못하고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현우. 그의 시선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열리는 벽장 문을 향한다. 문의 틈새로 검은 어둠이 점점 더 넓게 드러난다.
    * **현우 (독백):** 말도 안 돼… 내가 잠그고 잤는데…
    * **[컷 4]**
    * 벽장 문이 완전히 열린다. 안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문이 열리면서 방 안으로 싸늘한 냉기가 한꺼번에 훅 끼쳐 들어온다.
    * **(효과음: 스으읍-!)** (냉기가 확 퍼지는 소리)
    * **현우 (독백):** 으으… 추워… 에어컨도 안 켰는데…
    * **[컷 5]**
    * 어둠 속의 벽장 안. 희미한 실루엣으로 걸려있는 현우의 코트가 보인다. 그 코트가 마치 누군가 뒤에서 확 밀치기라도 한 듯, ‘휘익-!’ 하고 강하게 흔들린다.
    * **(효과음: 휘이익-! 펄럭-!)**
    * **[컷 6]**
    * 코트가 흔들리는 것을 본 현우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그의 눈은 벽장 안의 어둠에 고정되어 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섬뜩함.
    * **현우:** 으아아아악!
    * **[컷 7]**
    *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듯 뛰쳐나온 현우가 벽 쪽의 전등 스위치를 향해 돌진한다. 필사적인 몸짓.
    * **(효과음: 쿵! 쿵! 쿵!)**
    * **[컷 8]**
    * ‘찰칵!’ 스위치를 올리자 방 안이 환하게 밝아진다. 현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장에 시선을 고정한다. 벽장은 여전히 활짝 열려 있고, 코트는 여전히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다.
    * **(효과음: 찰칵! 삐-익… [형광등 켜지는 소리])**
    * **현우:** 하아… 하아… 이, 이건…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 **[컷 9]**
    * 현우가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벽장 안을 응시한다. 그 순간, 벽장 안쪽의 가장 깊은 곳, 어둠이 짙게 깔린 곳에서 아주 희미한 녹색빛이 ‘움찔’하며 솟아오르는 것을 본다. 마치 어둠 속에서 맥박이 뛰는 듯한 빛.
    * **(효과음: 스으윽… 움찔… [낮고 희미한 기운 소리])**
    * **현우 (독백):** 저… 저게 뭐야…?

    **[장면 #4: 깨어나는 기운]**
    * **배경:** 빛이 켜진 침실, 하지만 여전히 섬뜩한 기운이 감도는 벽장 앞에서 현우가 얼어붙어 있다.
    * **[컷 1]**
    * 벽장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녹색빛이 점차 강렬해진다. 단순히 빛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웅-웅-‘ 하는 소리를 내며 희미하게 진동하는 듯하다. 현우의 눈에 그 빛은 단순한 빛이 아닌, 어떤 ‘기운’으로 감지된다.
    * **(효과음: 웅-웅-… [낮고 깊은 진동음])**
    * **[컷 2]**
    * 현우는 자신도 모르게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뱃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아올라 팔과 손끝으로 집중되는 것을 깨닫는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각이다.
    * **현우 (독백):** 이… 이 감각은…? 뜨거워…
    * **[컷 3]**
    * 벽장 속 녹색빛이 점점 더 형태를 갖춰간다. 단순히 점멸하는 빛이 아니라, 흐릿하지만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며 소용돌이치는 듯하다. 인간의 형상도, 짐승의 형상도 아닌, 순수한 에너지 덩어리. 불쾌하고 억압적인 기운이 현우를 향해 쏟아져 나온다.
    * **[컷 4]**
    * 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뻗는다. 손바닥을 벽장 쪽으로 향한 채. 마치 투명한 벽을 밀어내는 듯한 자세다. 그의 팔과 손끝으로 집중된 뜨거운 기운이 폭발할 듯 꿈틀거린다.
    * **현우 (독백):** 피… 피하고 싶어… 하지만…
    * **[컷 5]**
    * 현우의 손바닥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선명한 푸른색 기운의 파동이 ‘쉬이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일렁임처럼, 하지만 명확하게 벽장 속의 녹색 기운을 향해 날아간다.
    * **(효과음: 쉬이익-! [바람 가르는 듯한, 압축된 기운 소리])**
    * **[컷 6]**
    * 현우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푸른 기운과 벽장 속 녹색 기운이 충돌한다. 녹색 기운은 마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힌 듯, ‘크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움찔하며 뒤로 물러선다. 소용돌이치던 형체도 순간 흐트러진다.
    * **(효과음: 크아아악-! [날카롭고 불쾌한 비명])**
    * **[컷 7]**
    * 녹색 기운이 급격히 힘을 잃고 벽장 안쪽 깊숙이 수축한다. 빛은 희미해지고, 소용돌이치던 형체는 사라진다. 그리고 이내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장 문이 저절로 닫힌다.
    * **(효과음: 쿵-! [벽장 문 닫히는 소리])**
    * **[컷 8]**
    * 벽장은 다시 굳게 닫혔고, 방 안은 원래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현우는 뻗었던 손을 내리고 멍하니 벽장 문을 응시한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와 더불어 알 수 없는 혼란, 그리고 미약한 경외심이 뒤섞여 있다.
    * **현우 (독백):** 내가… 뭘 한 거지?
    * **[컷 9]**
    * 현우는 떨리는 손을 바라본다. 아직 손끝에는 미약한 열감과 전기가 흐르는 듯한 찌릿함이 남아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더 이상 공포 때문만은 아니었다.
    * **현우:** 이… 이게… 대체… 뭐야?
    * **[에필로그]**
    * 어둠이 다시 내린 현우의 아파트. 닫힌 벽장 문이 클로즈업된다. 그 안에서 아주 희미한, 하지만 명백히 느껴지는 ‘숨결’ 같은 기운이 감지된다.
    * **나레이션 (낮고 중후하게):** 도시의 틈새에서, 잠들어 있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여, 또 다른 기운이… 마침내 눈을 떴다. 현대의 아파트, 그 안에서 시작된 고대의 부름. 현우는 이제 알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제1화 끝]**

  • 어반 판타지 (현대 판타지) 독립적인 단편 소설

    도시의 핏줄과도 같은 에테르 그리드가 밤하늘을 수놓은 네온사인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고층 빌딩의 첨탑마다 매달린 ‘감시자의 눈’은 끊임없이 도시의 모든 움직임을 스캔했고, 그 아래를 지나는 이들의 뇌리에는 언제나 ‘헤게모니’의 존재가 각인되어 있었다. 윤아는 녹슨 스쿠터에 몸을 싣고 고층 주거지구를 가로질러 달렸다. 배달 앱에서 깜빡이는 ‘긴급’ 알림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오늘은 왠지 숨 막히는 공기가 폐부를 짓눌렀다.

    “윤아 씨, 이번에도 늦으면 수당 삭감이에요. 명심하세요.”

    헬멧 속 내장 스피커에서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렸다. 윤아는 이를 악물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낡은 그리드-코어를 쓰는 바람에 늘 이런 식이었다. 헤게모니가 관리하는 중앙 그리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매끄러운 에너지 흐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이 도시에서, 헤게모니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단 한 뼘도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으리으리한 빌딩의 100층, 그곳은 방금 전까지 진행되던 ‘에테르 연회’가 아수라장으로 변한 상태였다. 빌딩 외벽을 타고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특수 장비로 무장한 헤게모니 집행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윤아의 눈에 들어온 것은 깨진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붉은 마나의 섬광, 그리고 바닥에 흩뿌려진 검은 깃털들이었다. 깃털들은 마치 누군가의 옷에서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이봐, 배달원. 여긴 통제 구역이다. 즉시 이탈해.”

    차가운 목소리가 윤아의 귀를 때렸다. 집행관 중 한 명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동자는 헬멧의 푸른빛 아래 섬뜩하게 빛났다. 윤아는 얼어붙은 듯 스쿠터 위에 앉아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날아든 작은 금속 조각이 집행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각은 빌딩 벽에 박히며 스파크를 튀겼다.

    “오랜만이야, 제국견들.”

    목소리의 주인공은 빌딩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검은 후드를 깊이 눌러쓴 채였다. 후드 아래로 보이는 날카로운 턱선과 번뜩이는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뚜렷했다. 그가 손을 뻗자 허공에서 푸른 마나의 끈들이 솟아올라 집행관들을 휘감았다. 집행관들은 혼란에 빠져 마나를 역류시키려 했지만, 끈들은 거미줄처럼 단단했다.

    “이안!” 집행관 중 한 명이 외쳤다. “도망칠 곳은 없다! 헤게모니의 눈은 어디에나 있다!”

    이안이라고 불린 남자는 비웃듯 피식 웃었다. “어디에나 있겠지. 하지만 오늘은, 눈을 좀 가려야 할 거다.”

    그는 윤아에게 시선을 던졌다. 순간, 윤아의 심장이 발작적으로 뛰었다.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이안은 마치 그녀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공중에서 그의 몸은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집행관들이 뒤늦게 난간으로 달려갔지만, 이안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윤아는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그곳을 벗어났다. 스쿠터를 몰고 가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안의 마지막 눈빛과 붉은 마나의 섬광이 맴돌았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의 배달 앱에 새로운 알림이 떴다. 발신자는 알 수 없음.

    「헤게모니의 그리드 아래 갇힌 영혼이여, 자유를 원하는가?」

    알 수 없는 메시지는 단 한 문장이었다. 윤아는 처음에는 스팸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제 본 이안의 얼굴이 겹쳐지자 손가락이 저절로 메시지를 클릭했다. 메시지가 사라지면서 좌표 하나가 전송되었다. 도시 외곽의 낡은 공장 지대였다.

    밤늦게, 윤아는 조심스럽게 스쿠터를 몰고 좌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낡은 공장 건물은 버려진 지 오래된 듯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와 함께 어둠이 그녀를 맞았다. 안으로 들어서자 희미한 마나 램프가 켜져 있었다. 그곳에는 어제 본 이안이 앉아있었다. 그의 옆에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평범한 차림이었다. 나이든 기술자, 마른 체구의 상인, 그리고 젊은 학생처럼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오는군, 예상했던 대로.” 이안이 고개를 들어 윤아를 보았다. 그의 눈에는 여전한 날카로움과 함께 미묘한 피로감이 서려 있었다.

    윤아는 망설이며 물었다. “어제… 당신이 그 사람이죠? 연회장에서.”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안. 그리고 우리는… 이 거대한 감옥에서 숨 쉬려는 자들이다.”

    “감옥이라니… 헤게모니가 그렇게 나쁜 짓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들이 있어서 도시가 유지되는 건데…” 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헤게모니를 변호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옆에 앉아있던 나이든 여인이 낮게 웃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어 있었지만, 눈빛은 형형했다. “유지? 그래, 잘 유지되고 있지. 몇몇 특별한 놈들을 위해서 말이야. 이 도시는 마나의 흐름 위에 세워졌어. 하지만 그 마나의 흐름을 누가 독점하고 있지? 누가 우리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통제하고 있지? 바로 헤게모니야. 그들은 모든 각성자의 힘을 등록시키고, 그중 99%를 자신들의 그리드에 종속시키지. 1%만이 고위직의 노예가 되는 걸 허락받아.”

    여인의 목소리에는 깊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윤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평생 에테르 그리드를 통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고, 헤게모니의 감시 덕분에 범죄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나는 칼리스.” 여인이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너도, 우리와 같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 않나?”

    칼리스의 말이 끝나자 윤아의 손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왔다. 윤아는 놀라 손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종종 손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꼈지만, 그저 피곤해서 착각하는 것이라고 치부해왔었다.

    “우리는 ‘야생 마나’를 믿는다. 헤게모니가 통제하는 정제된 마나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곳에 흐르는 자유로운 마나 말이야.” 이안이 말했다. “헤게모니는 그 야생 마나가 도시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거야.”

    “그래서… 제가 뭘 할 수 있죠?” 윤아는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동시에 심장이 알 수 없는 열기로 들끓었다.

    이안은 벽에 걸린 도시의 홀로그램 지도를 가리켰다. “헤게모니는 오늘 밤, 도시 중앙에 위치한 제1 마나 코어의 정기 점검을 실시할 거다. 그 코어는 도시의 모든 에테르 그리드에 마나를 공급하는 심장이나 다름없지. 우리는 그 심장을 잠시 멈추게 할 거야.”

    “멈춘다구요? 그게 가능해요?” 윤아의 눈이 커졌다.

    “혼자서는 불가능하지. 하지만 우리의 야생 마나는 기존 그리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 헤게모니가 정교하게 짜놓은 마나 회로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지. 우리는 각자 맡은 구역에서 동시에 마나 교란을 일으켜야 한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제1 마나 코어의 방어막이 약해질 거야.”

    칼리스가 이어서 말했다. “그 순간, 네가 필요해. 네 안에 잠재된 야생 마나는 다른 이들보다 훨씬 강력해. 너는 교란된 마나를 한 점으로 모아, 코어의 방어막에 균열을 낼 수 있어. 헤게모니의 마나 코어는 너 같은 ‘새로운 각성자’들의 힘을 가장 두려워하거든.”

    윤아는 자신의 손에서 다시금 푸른빛이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힘이었다. 그녀는 평범한 배달원이었다.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던 존재. 하지만 지금, 그녀의 어깨 위에는 이 도시의 숨통을 끊을 수 있는, 혹은 해방시킬 수 있는 기회가 놓여 있었다.

    “위험한 일이에요. 붙잡히면…” 윤아가 말을 흐렸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을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는 이미 죽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헤게모니의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숨만 쉬는 시체에 불과해.” 칼리스가 윤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선택은 네 몫이야, 윤아. 이대로 다시 시스템으로 돌아가 평생 허상 속에 살 것인지, 아니면 불꽃이 되어 어둠을 가를 것인지.”

    윤아는 낡은 공장 건물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창문 너머로 도시의 거대한 네온사인이 스며들어왔다. 그 빛은 한없이 찬란했지만, 동시에 모든 것을 억압하는 철벽처럼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어떤 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요.”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단단했다. “할게요.”

    그날 밤, 도시는 잠들지 않았다. 자정, 이안의 신호와 함께 도시 곳곳에서 희미한 빛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재래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낡은 아파트의 옥상에서, 버려진 지하철 역사의 깊은 곳에서… 헤게모니의 에테르 그리드에 미세한 균열이 생겨났다.

    윤아는 제1 마나 코어 빌딩에서 멀리 떨어진 옥상에 서 있었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손바닥에서는 맹렬한 푸른 마나의 기운이 솟구쳤다. 눈앞의 마나 코어는 거대한 마나 기둥처럼 도시 중앙에서 빛나고 있었다. 평소에는 완벽하게 보호되던 그 코어가, 지금은 일렁이는 안개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이안이 말했던 ‘틈’이었다.

    “이제야. 윤아, 지금이야!” 이안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윤아는 모든 것을 집중했다. 자신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야생 마나를 응축시켰다. 에테르 그리드와는 다른, 거칠고 원초적인 마나의 흐름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았다. 마치 폭풍의 눈이 되는 것처럼, 그녀의 정신은 오직 마나 코어의 균열에만 집중했다.

    “간다!”

    그녀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마나 덩어리가 밤하늘을 가르며 마나 코어를 향해 날아갔다.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마나 코어의 방어막에 섬광이 터졌다. 쾅!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마나 코어가 요동쳤다. 도시의 모든 네온사인이 일제히 꺼지고, 암흑이 찾아왔다. 비명과 함께 혼란이 시작되었다.

    고작 몇 초에 불과한 암흑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헤게모니의 완벽한 시스템은 삐걱거렸다. 곧바로 비상 발전기가 가동되고 백업 그리드가 연결되었지만, 도시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쉽게 걷히지 않았다.

    윤아는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생생한 희망과 전율이 번졌다.

    “성공했어…” 이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힘이, 헤게모니의 심장을 일시적으로 멈췄어. 그들은 지금 혼란에 빠졌을 거야.”

    암흑이 걷힌 도시의 마천루는 다시금 빛을 발했지만, 윤아의 눈에는 이전과 다르게 보였다. 완벽했던 헤게모니의 시스템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이 그녀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해.” 윤아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우리는 이 거대한 감옥에 갇히지 않을 거야. 절대로.”

    그녀의 손에서 다시금 희미한 푸른빛이 피어올랐다. 이제 그 빛은 단순한 잠재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반란의 불씨였다. 도시는 다시 잠잠해졌지만, 윤아의 심장 속에서는 거대한 폭풍이 시작되고 있었다. 헤게모니의 시대에, 평범한 이들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 메카 액션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밤샘지기: 심연의 파수꾼

    **[장면 1: 어두운 지하 통로 – 밤샘지기 조종석]**

    **화면:** 어둠에 잠긴 거대한 지하 통로. 육중한 암석 벽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곳곳이 허물어져 있다. 태혁이 조종하는 탐사 메카 ‘밤샘지기’가 묵직한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밤샘지기’의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가르며 길을 밝히지만, 빛은 이 거대한 공간의 극히 일부만을 비출 뿐이다. 메카의 장갑은 긁히고 패인 상처투성이지만, 묵묵히 전진한다.

    **사운드:** (밤샘지기 발소리, 묵직한 금속음) 쿵, 쿵, 쿵-! (작동음) 지이이잉-…

    **태혁(내레이션):** (낮게 깔린 목소리)
    벌써 일주일째, 이 망할 놈의 통로는 끝이 보이질 않아. ‘깊은 잠의 문명’이라니. 그저 미친 탐험가들의 헛된 망상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 모든 게 진짜라면?

    **[화면 전환: 밤샘지기 조종석 내부 – 클로즈업: 태혁의 얼굴]**

    **화면:** 태혁의 얼굴은 땀과 먼지로 얼룩져 있지만, 그의 두 눈은 레이저처럼 예리하게 전방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턱수염은 거칠게 자라 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다.

    **태혁:** (마이크를 향해)
    아민, 수신 상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어. 지질 데이터에 뭔가 이상한 게 잡혀. 자연적인 암반층이 아니야.

    **[화면 전환: 지상 기지 – 아민의 오퍼레이터 부스]**

    **화면:** 첨단 장비로 가득 찬 지상 기지의 오퍼레이터 부스. 류아민이 여러 개의 홀로그램 스크린을 능숙하게 조작하고 있다. 그녀의 표정은 차분하지만, 눈동자에는 피로와 함께 미묘한 긴장감이 서려 있다. 벽에는 고대 문양과 알 수 없는 기호가 새겨진 탁본들이 걸려 있다.

    **아민:** (침착하게, 그러나 목소리엔 걱정이 묻어난다)
    양호합니다, 태혁 씨. 하지만 통신 신호 감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말씀하신 대로, 이 지층… 인공적인 구조물일 가능성이 90% 이상이에요. 고대 문명의 구조물, 그것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화면 전환: 밤샘지기 조종석]**

    **태혁:** (피식 웃음)
    차원이 다르든 말든, 결국 다 박살 내고 들어가면 그만이지. 전방 스캔! 뭔가 거대한 게 막고 있어.

    **아민:** (숨을 들이켠다)
    데이터 수신 중…! 맙소사. 거대한 에너지 장벽이에요. 지름 50미터에 달하는… 완전 밀폐된 구조물입니다. 우리가 아는 어떤 물질로도 구성되지 않았어요. 예상했던 심연의 문.

    **태혁:** (입꼬리가 올라간다)
    심연의 문이라… 멋진 이름이군. ‘밤샘지기’, 출력 최대로! 고주파 드릴! 간만에 팔다리 좀 풀어볼까!

    **사운드:** (밤샘지기 드릴 작동음) 웅———-! (고주파 음) 삐이이이이익-!

    **[장면 2: 심연의 문 앞 – 드릴 공격]**

    **화면:** ‘밤샘지기’의 오른팔에 장착된 거대한 드릴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드릴 끝에서 푸른색 에너지가 이글거린다. ‘밤샘지기’는 거대한 에너지 장벽을 향해 돌진한다. 장벽은 어둠 속에서 짙은 보라색 빛을 뿜어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사운드:** (드릴이 장벽에 부딪히는 굉음) 콰아아앙-! (에너지 충격파) 지지직-! (밤샘지기 내부 경고음) 삐빅-! 삐비비빅-!

    **아민:** (다급하게)
    태혁 씨! 출력 한계치 초과! 메인 프레임에 과부하가 걸려요! 이대로 가면 드릴도, 기체도 버티지 못해요!

    **태혁:** (이를 악물고)
    빌어먹을! 이 정도 가지고 무너지지 않아! 내가 녀석에게 굴복할 것 같나! 녀석들이 이렇게 단단하게 막아놓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가 뭔지,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어!

    **화면:** ‘밤샘지기’는 온몸으로 장벽에 저항하며 드릴을 더욱 깊이 박아 넣는다. 메카의 장갑 곳곳에서 스파크가 튀고, 조종석 안의 태혁은 온몸으로 충격을 견뎌낸다. 그의 눈빛은 광기에 가까운 집념으로 불타고 있다.

    **[화면 전환: 아민의 모니터]**

    **화면:** 아민의 모니터에 장벽의 에너지 수치가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그래프가 나타난다. 갑자기, 그래프가 최고점을 찍더니 수직으로 떨어진다.

    **아민:** (놀란 표정)
    태혁 씨! 됐어요! 장벽이 무너지고 있어요!

    **사운드:** (장벽 붕괴음)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장면 3: 심연의 문 개방 – 고대 방어 시스템]**

    **화면:** 굉음과 함께 보라색 에너지 장벽이 산산이 조각나며 사라진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어두컴컴한 통로가 아닌, 광활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이었다. 거대한 아치형 천장,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으로 가득한 벽, 그리고 중앙으로 뻗어 나가는 길이. 모든 것이 수천 년의 세월을 견딘 듯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태혁:** (숨을 헐떡이며)
    하아… 하아… 젠장, 해냈군…!

    **아민:** (감탄한 목소리)
    이건… 경이롭네요. 상상 그 이상이에요.

    **화면:** ‘밤샘지기’가 거대한 공간 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서는 순간, 공간의 벽면에서 섬광이 번뜩인다. 수많은 작은 구멍들이 열리고, 그 안에서 금속성 포탑들이 튀어나온다. 포탑의 끝에서 푸른색 에너지 충전이 시작된다.

    **사운드:** (기계음) 위이잉-! (포탑 활성화) 츠즈즈즈-! (에너지 충전음) 쉬이이이이익-!

    **태혁:**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 망할! 환영 인사가 너무 격렬한데?!

    **아민:** (다급하게)
    경고! 고대 방어 시스템이 활성화됐어요! 에너지 패턴 분석 결과… 파괴력이 상당합니다! 태혁 씨, 피하세요!

    **[화면 전환: 밤샘지기 시점]**

    **화면:** 수십 개의 포탑에서 푸른색 에너지탄이 맹렬하게 발사된다. 에너지탄은 섬광을 뿜으며 ‘밤샘지기’를 향해 날아온다.

    **사운드:** (에너지탄 발사) 퓨슈슈슈슝-! (폭발음) 콰과광-!

    **[장면 4: 밤샘지기 vs 고대 방어 시스템]**

    **화면:** 태혁은 노련하게 ‘밤샘지기’를 조종하며 에너지탄을 피한다. ‘밤샘지기’는 육중한 몸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민첩성으로 옆으로 회피하거나, 등에 장착된 에너지 방패를 펼쳐 공격을 막아낸다. 방패에 부딪힌 에너지탄은 폭발하며 섬광을 터뜨린다.

    **사운드:** (회피음) 팟-! 팟-! (방패 충격음) 콰앙-! 콰콰광-! (밤샘지기 모터음) 우우우웅-!

    **태혁:** (땀을 닦으며)
    제법인데?!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다더니, 아직도 힘이 팔팔하잖아?!

    **아민:** (지도를 보며)
    측정 결과, 이 방어 시스템은 이 공간 전체를 커버하고 있어요! 무작정 돌파하기엔 너무 위험해요! 약점을 찾아야 합니다!

    **화면:** 태혁은 회피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탑들을 스캔한다. 그의 눈에 포탑의 코어 부분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이 포착된다.

    **태혁:** (결심한 듯)
    약점이라… 그래, 눈먼 기관총도 한계는 있는 법이지! 아민, 저 포탑들의 동력원 위치를 파악해!

    **아민:**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하며)
    잠시만요…! 찾았어요! 각 포탑의 후면부에 약 3초 간격으로 노출되는 에너지 코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노출 시간이 너무 짧아요!

    **태혁:** (씨익 웃으며)
    3초면 충분해! ‘밤샘지기’,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다!

    **화면:** ‘밤샘지기’가 갑자기 속도를 높여 포탑들이 밀집된 구간으로 돌진한다. 에너지탄이 사방에서 쏟아지지만, ‘밤샘지기’는 마치 춤을 추듯 그 사이를 파고든다. 태혁은 극한의 집중력으로 포탑의 노출 타이밍을 계산한다.

    **사운드:** (밤샘지기 돌진) 쐐애애액-! (집중 발사음) 퓨슈슈슈슝-! (스캔음) 삐이- 삐이-

    **태혁:** (카운트다운)
    3! 2! 1! 지금이다!

    **화면:** ‘밤샘지기’의 왼팔에 장착된 소형 캐논이 맹렬하게 불을 뿜는다. 정교하게 조준된 에너지탄이 포탑의 노출된 코어를 정확히 강타한다.

    **사운드:** (캐논 발사음) 콰아아앙-! 콰앙-! 콰앙-!

    **화면:** 연달아 폭발하는 포탑들. 푸른색 섬광과 함께 금속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몇 초 만에 수십 개의 포탑이 무력화된다.

    **아민:** (놀라움과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
    성공했어요! 태혁 씨! 대단해요!

    **태혁:**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하아… 하아… 이 정도는 되어야지. 난 강태혁이니까.

    **[장면 5: 고대 문명의 심장부 – 거대한 홀]**

    **화면:** 모든 방어 시스템이 침묵하자, ‘밤샘지기’는 조용히 전진한다. 포탑의 잔해를 넘어, 마침내 거대한 홀의 중앙에 다다른다. 홀은 상상할 수 없는 규모로, 천장은 수백 미터 위에서 아득하게 솟아 있었고, 벽면에는 알 수 없는 문양과 그림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바닥은 거울처럼 매끄러운 검은 돌로 되어 있었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었다.

    **사운드:** (정적, 밤샘지기 발소리만 울려 퍼진다) 쿵… 쿵…

    **아민:** (넋을 잃은 목소리)
    이건… 믿을 수가 없네요. 이 규모는… 지상에서 발견된 어떤 고대 유적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마치… 도시 전체가 지하에 잠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태혁:** (황홀경에 빠진 듯)
    도시라… 그래서 ‘깊은 잠의 문명’인가. 녀석들은 대체 뭘 숨기고 싶었던 걸까.

    **화면:** 태혁은 ‘밤샘지기’를 조종해 홀 중앙의 원형 구조물 가까이 다가간다. 구조물은 거대한 제단처럼 보였다. 그 위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검은 수정 구슬이 놓여 있었다. 수정 구슬은 아무런 빛도 내지 않고 그저 검은 심연처럼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 보였다.

    **태혁:** (나지막이 읊조린다)
    이건… 뭐지? 아무런 에너지 반응도 없어.

    **아민:** (데이터를 분석하며)
    아무런 데이터도 잡히지 않아요. 그 어떤 금속이나 광물로도 분석되지 않는 물질이에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압도적인 존재감이 느껴져요.

    **[장면 6: 심연의 눈물 – 활성화]**

    **화면:** 태혁이 ‘밤샘지기’의 팔을 뻗어 검은 수정 구슬에 조심스럽게 접촉한다. 메카의 손끝이 구슬에 닿는 순간, 홀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사운드:** (공간의 진동) 우우우우우우우우웅-! (기계음) 지이이이이이잉-!

    **태혁:** (놀라며)
    뭐… 뭐야?!

    **아민:** (경악하며)
    태혁 씨! 구슬에서… 구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되고 있어요! 홀 전체의 고대 장치들이 활성화되고 있어요!

    **화면:** 검은 수정 구슬에서 짙은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빛은 점점 강해지며 홀의 천장과 벽면을 가득 채운다. 벽에 새겨져 있던 고대 문양들이 빛을 발하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운드:** (에너지 방출음)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익-! (빛의 파동) 파앙-!

    **[화면 전환: 검은 수정 구슬 – 클로즈업]**

    **화면:** 검은 수정 구슬은 이제 더 이상 검지 않다. 마치 우주를 담고 있는 듯, 구슬 안에서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거대한 은하들이 소용돌이치는 환영이 펼쳐진다. 그 환영의 중앙에서,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가 형상화된다. 검은 동공이 섬뜩하게 확장되며 태혁을 응시한다.

    **사운드:** (알 수 없는 웅장한 음성) ───────── (이해할 수 없는 고대 언어)

    **[화면 전환: 밤샘지기 조종석]**

    **화면:** 태혁은 그 압도적인 광경에 넋을 잃은 채 화면을 바라본다. 거대한 눈동자가 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에, 몸 안의 모든 털이 곤두선다.

    **태혁:** (목소리가 떨린다)
    저… 저건… 대체…

    **아민:** (경악과 공포에 질린 목소리)
    태혁 씨! 비상! 구슬에서… 홀로그램이 투영되고 있어요! 거대한… 거대한 무언가!

    **[화면 전환: 홀 전체 – 밤샘지기 뒤에서 본 시점]**

    **화면:** 홀의 중앙에 투영된 홀로그램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를 드러낸다. 그것은 거대한 고대 도시도, 강력한 무기도 아니었다. 수많은 촉수와 날카로운 칼날로 이루어진, 살아있는 듯한 거대한 요새였다. 그 요새의 가장 높은 첨탑에는 아까 그 거대한 눈동자가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요새는… 땅속 깊은 곳이 아니라, 별이 없는 심연의 우주 공간을 유영하고 있었다.

    **사운드:** (웅장하고 불길한 효과음) 꾸우우우우우우욱-! (공포스러운 정적)

    **태혁(내레이션):**
    우리는 거대한 비밀을 파헤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가 마주한 건… 이 지하의 고대 문명만이 아니었어.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오래된… 심연의 존재였지. 그리고 그 심연은…

    **[장면 7: 클로즈업: 태혁의 눈 – 충격과 결의]**

    **화면:** 태혁의 눈동자에 투영된 우주의 요새. 공포가 스쳐 지나가지만, 이내 사라진다. 그 자리에는 불굴의 탐험가만이 가질 수 있는 섬뜩한 결의와 호기심이 새겨진다.

    **태혁(내레이션):**
    이제 깨어나…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화 예고]**
    **[텍스트: 심연의 눈동자가 깨어난다. 고대 문명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지키려 했던 것인가?]**
    **[그림: ‘밤샘지기’가 홀로그램으로 투영된 우주 요새를 향해 무기를 겨누는 실루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