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Original Stories

  • 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빗줄기가 대지를 적셨다. 핏물과 뒤섞여 붉고 탁한 웅덩이를 만들고, 폐허가 된 마을의 흙바닥 위로 흩뿌려졌다. 한때 정겨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던 돌담은 이제 검게 그을려 무너져 내렸고, 잔해 곳곳에 박힌 제국군의 깃발은 승리자의 오만함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크아악!”

    낡은 나무 방패가 마법총의 섬광에 산산조각 났다. 방패 뒤에 몸을 숨겼던 청년 병사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몸에서 피어난 푸른 마법 불꽃은 순식간에 그의 갑옷을 녹여버렸고, 주변에 있던 반란군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전진!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제국군 총사령관, 레온 장군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전장을 꿰뚫었다. 그의 강철 갑옷은 빗물에도 흐트러짐 없이 번뜩였고, 냉혹한 푸른 눈빛은 패배의 그림자를 찾아 헤매는 사냥꾼의 그것이었다. 그의 명령과 함께 제국군 병사들은 파상적으로 몰아쳤다. 그들의 마법총은 쉴 새 없이 섬광을 뿜어냈고, 강력한 마법사들은 거대한 불꽃과 얼음의 벽을 만들어 반란군의 전열을 붕괴시켰다.

    반란군의 지휘관, 카이는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옆에서 또 다른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그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곳, ‘밤그늘 마을’은 제국군에게 있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반란군에게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이곳을 잃으면, 수도로 향하는 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퇴는 없다! 밤그늘 마을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고향이다!” 카이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모두 힘을 내! 우리는 저 폭군들에게 우리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병사들은 카이의 외침에 잠시 용기를 얻어 다시 방패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사기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며칠 밤낮 이어진 전투로 모두가 지쳐 있었고, 식량과 마법 자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거대한 제국의 군대를, 오합지졸에 불과한 자신들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젠장…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한 병사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잠시 갈라지며, 저 멀리 동쪽 지평선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아직 해가 뜨기엔 이른 시각, 새벽을 알리는 푸른빛이 구름 사이를 뚫고 전장을 비추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지?”

    병사들 중 누군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점에 불과했던 빛은, 점차 커지며 강렬한 섬광으로 변해갔다. 마치 밤하늘의 별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국군의 신무기인가?” 레온 장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그는 잠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 빛은 전장의 중앙,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곤두박질쳤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았고, 잠시 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제국군과 반란군 모두 숨을 죽인 채 그곳을 바라보았다.

    먼지가 걷히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모두의 눈앞에 펼쳐졌다.

    한 소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짙은 밤색 머리카락이 별빛처럼 반짝이는 푸른색 리본으로 묶여 있었고, 낡은 평민 복장 대신 은은한 광채를 뿜어내는 흰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마법 복장을 입고 있었다. 등에 달린 날개 장식은 마치 새벽의 서광처럼 은은하게 빛났고, 한 손에는 투명한 수정처럼 빛나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밤하늘처럼 검었지만, 그 안에는 별들의 반짝임이 가득했다.

    “시아…?” 카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희미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평범한 마을 소녀였던 시아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에서는 따뜻하고도 강렬한 마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희의 폭정은… 여기까지다.”

    소녀의 목소리는 비록 가늘었지만, 그 어떤 제국군 장군의 고함보다도 강력하게 전장을 울렸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푸른 별빛이 피어올랐다.

    “감히 하찮은 평민 여자아이가…!” 레온 장군이 코웃음을 쳤다. “당장 저 아이를 처리해라!”

    제국군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날렸다. 불덩이, 얼음 송곳, 번개 줄기가 시아를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시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팡이를 부드럽게 휘두르자, 푸른 별빛이 마치 살아있는 방패처럼 그녀를 감쌌다. 제국군의 모든 마법은 그 별빛에 닿자마자 허무하게 소멸했다.

    “정화의 빛…!”

    시아의 목소리와 함께 지팡이 끝에서 눈부신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전장을 가득 채웠던 제국군의 마법 에너지를 흡수하듯 빨아들였고, 이내 거대한 파동이 되어 제국군을 향해 밀려갔다. 빛의 파동에 휩쓸린 제국군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모든 마법력을 상실한 채 나가떨어졌고, 그들이 들고 있던 마법총은 무력한 쇠붙이로 변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말도 안 돼! 저런 마법은 본 적이 없다!” 레온 장군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아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그녀의 주변에서 푸른 별빛이 피어올라, 부상당한 반란군 병사들의 상처를 치유했다. 고통에 신음하던 병사들이 눈을 번쩍 떴다. 상처에서 피어오르던 마법 불꽃이 사라지고, 메말랐던 기운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우리는 승리할 수 있어요!” 시아의 목소리는 지쳐 쓰러져 가던 병사들의 심장에 뜨거운 불꽃을 지폈다.

    카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시아가 가져온 이 기적 같은 변화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일어나라! 모두 일어나! 새벽별님이 오셨다! 우리의 희망이 오셨다!”

    반란군 병사들은 다시 일어섰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체념이 아닌,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마법력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제국군을 향해, 그들은 낡은 칼과 방패를 들고 용맹하게 돌격했다.

    시아는 전장의 중심에서 빛났다. 그녀는 지팡이를 휘둘러 제국군의 마법 결계를 무너뜨리고, 거대한 별빛 회오리를 만들어 적들의 대열을 흩트렸다. 그녀의 마법은 화려하면서도 강력했고, 그녀의 움직임은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내리는 한 줄기 새벽별빛과 같았다.

    레온 장군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 일방적인 승리라 확신했던 전세가 한순간에 뒤집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강력한 마법에 그의 정예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퇴각하라! 전열을 정비한다! 저 마법소녀의 정보를 즉시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

    레온 장군의 다급한 명령과 함께, 제국군은 혼란 속에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남긴 것은 파괴된 마을의 잔해와, 공허한 승리자의 깃발들뿐이었다.

    전투가 끝났다. 빗줄기는 잦아들고, 먹구름 사이로 진짜 새벽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밤그늘 마을 위로, 희미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지친 몸으로 시아에게 다가간 카이는 무릎을 꿇었다. “새벽별님…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시아는 온화한 미소로 카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어린 소녀의 순수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인함으로 가득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카이 단장님. 저는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이 땅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국이 드리운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저의 사명이에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희망을 되찾은 병사들의 얼굴에는 비록 상처가 가득했지만, 그들의 눈빛은 다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작은 승리가, 언젠가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관통할 불꽃이 되리라.

    시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벽별이 사라진 자리,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길고 긴 밤이 끝나고, 마침내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새벽은, 거대한 폭풍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 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빗줄기가 대지를 적셨다. 핏물과 뒤섞여 붉고 탁한 웅덩이를 만들고, 폐허가 된 마을의 흙바닥 위로 흩뿌려졌다. 한때 정겨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던 돌담은 이제 검게 그을려 무너져 내렸고, 잔해 곳곳에 박힌 제국군의 깃발은 승리자의 오만함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크아악!”

    낡은 나무 방패가 마법총의 섬광에 산산조각 났다. 방패 뒤에 몸을 숨겼던 청년 병사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몸에서 피어난 푸른 마법 불꽃은 순식간에 그의 갑옷을 녹여버렸고, 주변에 있던 반란군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전진!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제국군 총사령관, 레온 장군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전장을 꿰뚫었다. 그의 강철 갑옷은 빗물에도 흐트러짐 없이 번뜩였고, 냉혹한 푸른 눈빛은 패배의 그림자를 찾아 헤매는 사냥꾼의 그것이었다. 그의 명령과 함께 제국군 병사들은 파상적으로 몰아쳤다. 그들의 마법총은 쉴 새 없이 섬광을 뿜어냈고, 강력한 마법사들은 거대한 불꽃과 얼음의 벽을 만들어 반란군의 전열을 붕괴시켰다.

    반란군의 지휘관, 카이는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옆에서 또 다른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그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곳, ‘밤그늘 마을’은 제국군에게 있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반란군에게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이곳을 잃으면, 수도로 향하는 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퇴는 없다! 밤그늘 마을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고향이다!” 카이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모두 힘을 내! 우리는 저 폭군들에게 우리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병사들은 카이의 외침에 잠시 용기를 얻어 다시 방패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사기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며칠 밤낮 이어진 전투로 모두가 지쳐 있었고, 식량과 마법 자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거대한 제국의 군대를, 오합지졸에 불과한 자신들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젠장…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한 병사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잠시 갈라지며, 저 멀리 동쪽 지평선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아직 해가 뜨기엔 이른 시각, 새벽을 알리는 푸른빛이 구름 사이를 뚫고 전장을 비추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지?”

    병사들 중 누군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점에 불과했던 빛은, 점차 커지며 강렬한 섬광으로 변해갔다. 마치 밤하늘의 별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국군의 신무기인가?” 레온 장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그는 잠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 빛은 전장의 중앙,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곤두박질쳤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았고, 잠시 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제국군과 반란군 모두 숨을 죽인 채 그곳을 바라보았다.

    먼지가 걷히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모두의 눈앞에 펼쳐졌다.

    한 소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짙은 밤색 머리카락이 별빛처럼 반짝이는 푸른색 리본으로 묶여 있었고, 낡은 평민 복장 대신 은은한 광채를 뿜어내는 흰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마법 복장을 입고 있었다. 등에 달린 날개 장식은 마치 새벽의 서광처럼 은은하게 빛났고, 한 손에는 투명한 수정처럼 빛나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밤하늘처럼 검었지만, 그 안에는 별들의 반짝임이 가득했다.

    “시아…?” 카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희미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평범한 마을 소녀였던 시아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에서는 따뜻하고도 강렬한 마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희의 폭정은… 여기까지다.”

    소녀의 목소리는 비록 가늘었지만, 그 어떤 제국군 장군의 고함보다도 강력하게 전장을 울렸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푸른 별빛이 피어올랐다.

    “감히 하찮은 평민 여자아이가…!” 레온 장군이 코웃음을 쳤다. “당장 저 아이를 처리해라!”

    제국군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날렸다. 불덩이, 얼음 송곳, 번개 줄기가 시아를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시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팡이를 부드럽게 휘두르자, 푸른 별빛이 마치 살아있는 방패처럼 그녀를 감쌌다. 제국군의 모든 마법은 그 별빛에 닿자마자 허무하게 소멸했다.

    “정화의 빛…!”

    시아의 목소리와 함께 지팡이 끝에서 눈부신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전장을 가득 채웠던 제국군의 마법 에너지를 흡수하듯 빨아들였고, 이내 거대한 파동이 되어 제국군을 향해 밀려갔다. 빛의 파동에 휩쓸린 제국군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모든 마법력을 상실한 채 나가떨어졌고, 그들이 들고 있던 마법총은 무력한 쇠붙이로 변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말도 안 돼! 저런 마법은 본 적이 없다!” 레온 장군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아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그녀의 주변에서 푸른 별빛이 피어올라, 부상당한 반란군 병사들의 상처를 치유했다. 고통에 신음하던 병사들이 눈을 번쩍 떴다. 상처에서 피어오르던 마법 불꽃이 사라지고, 메말랐던 기운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우리는 승리할 수 있어요!” 시아의 목소리는 지쳐 쓰러져 가던 병사들의 심장에 뜨거운 불꽃을 지폈다.

    카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시아가 가져온 이 기적 같은 변화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일어나라! 모두 일어나! 새벽별님이 오셨다! 우리의 희망이 오셨다!”

    반란군 병사들은 다시 일어섰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체념이 아닌,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마법력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제국군을 향해, 그들은 낡은 칼과 방패를 들고 용맹하게 돌격했다.

    시아는 전장의 중심에서 빛났다. 그녀는 지팡이를 휘둘러 제국군의 마법 결계를 무너뜨리고, 거대한 별빛 회오리를 만들어 적들의 대열을 흩트렸다. 그녀의 마법은 화려하면서도 강력했고, 그녀의 움직임은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내리는 한 줄기 새벽별빛과 같았다.

    레온 장군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 일방적인 승리라 확신했던 전세가 한순간에 뒤집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강력한 마법에 그의 정예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퇴각하라! 전열을 정비한다! 저 마법소녀의 정보를 즉시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

    레온 장군의 다급한 명령과 함께, 제국군은 혼란 속에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남긴 것은 파괴된 마을의 잔해와, 공허한 승리자의 깃발들뿐이었다.

    전투가 끝났다. 빗줄기는 잦아들고, 먹구름 사이로 진짜 새벽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밤그늘 마을 위로, 희미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지친 몸으로 시아에게 다가간 카이는 무릎을 꿇었다. “새벽별님…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시아는 온화한 미소로 카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어린 소녀의 순수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인함으로 가득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카이 단장님. 저는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이 땅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국이 드리운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저의 사명이에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희망을 되찾은 병사들의 얼굴에는 비록 상처가 가득했지만, 그들의 눈빛은 다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작은 승리가, 언젠가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관통할 불꽃이 되리라.

    시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벽별이 사라진 자리,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길고 긴 밤이 끝나고, 마침내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새벽은, 거대한 폭풍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 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각성하는 증오**

    차가운 바닥이 등줄기를 훑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의식이 희미한 틈 사이로, 거친 숨소리가 폐허가 된 공간을 채웠다. 눈을 뜨자, 짙은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어둠은 그의 전부를 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부서진 돌기둥들이 그림자처럼 솟아있는 곳. 이끼 낀 벽과 무너져 내린 천장이, 이곳이 한때 신성한 장소였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죽음과 절망만이 서려 있는, 거대한 무덤에 지나지 않았다. 차디찬 돌바닥이 찢겨나간 살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 피는 그의 것이었다.

    “크윽…”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갈라진 입술 새로 피 맛이 났다. 끔찍한 갈증이 목구멍을 태웠다. 그는 손을 들어 제 가슴을 더듬었다. 흉터가, 아물지 않은 깊은 상흔이 손끝에 닿았다. 누군가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찔렀던 자리였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혹은 조금만 더 옆이었다면.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얼굴이 떠올랐다.

    환하게 웃던,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얼굴. 금빛 머리카락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던, 선량하고 곧은 영혼을 가진 줄 알았던 그 얼굴.

    시온.

    친구라 불렀던 자의 이름이, 그의 뇌리를 칼날처럼 꿰뚫었다.

    등에 꽂힌 칼날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했다. 따뜻한 체온이 갑자기 차갑게 변하며, 심장을 꿰뚫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마비시켰던 그 순간. 그의 등 뒤에 서서 웃고 있던 시온의 모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지옥의 풍경으로 그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배신감?

    아니, 그것은 이미 너무나 미약한 감정이었다. 배신감이란 단어로는 이 끔찍한 고통을 담아낼 수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것은 단순한 배신감이 아니었다. 절단된 혼의 파편들이 산산이 흩어지는 듯한 고통,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시온은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았다. 영광스러운 기사단에서의 명예를, 그가 꿈꾸던 미래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 자체를. 이 폐허에 버려져 죽어가던 자신을 비웃는 듯한 시온의 잔인한 미소는, 밤마다 그의 악몽을 지배하며 피를 토하게 만들었다.

    죽음은 그를 비웃는 듯했다.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상처는 곪아 터지고, 열병에 시달리며 그는 수없이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온의 얼굴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그는 이를 악물었다. 피 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복수해야 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가 죽음을 거부할 때마다, 어둠이 속삭였다.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유혹. 그의 존재를 파고드는 불경하고도 강력한 힘.

    “네 증오가 너를 살렸다.”

    어둠 속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심장을 직접 울리는 듯한 음성이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그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죽음의 유혹에 흔들릴 때, 혹은 시온을 향한 증오가 극에 달할 때.

    “이곳은 죽은 자들의 땅. 너는 죽음을 거부했다. 어둠이 너를 받아들였다.”

    목소리는 그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무엇을 원하느냐. 너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어둠은 너에게 답할 것이다.”

    아렌은 고개를 들었다. 피로 얼룩진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이미 그의 눈동자에는 과거의 빛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그곳에는 오직 복수를 향한 맹렬한 광기만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복수.”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의 의지는 그 어떤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시온의 모든 것을 부술 힘. 그가 내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을, 내가 그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힘.”

    “네가 원하는 것은 고통인가? 파괴인가? 아니면 죽음인가?” 목소리는 조용히 물었다.

    “그 모든 것. 그리고 그 이상.” 아렌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내게 안겨준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돌려주리라. 그가 내게서 앗아간 삶보다 더 처참한 파멸을 선사하리라.”

    어둠 속의 목소리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존재 전체를 흔드는 듯한 묵직한 울림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대가는?”

    아렌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내 영혼, 내 존재, 내 모든 것. 이 육신마저도, 당신의 의지대로 사용하소서.”

    그 말이 끝나자마자, 폐허가 된 신전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벽에 박힌 돌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바닥에는 균열이 생겨났다. 아렌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었다. 혐오스러울 정도로 진하고, 압도적인 힘이었다.

    피부 위로 불타는 듯한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을 노렸던 상처는 검붉은 빛을 내며 아물어 갔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고 거대한 문신처럼 그의 가슴팍에 새겨졌다.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전율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그를 휩쓸었다.

    내면에 잠자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소리. 뼈와 살이 뒤틀리는 듯한 감각. 그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어 갔다. 과거의 순수했던 아렌은 죽었다. 이제 그곳에는 오직 복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고 있었다.

    “시온… 네가 나를 이리 만들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아렌은 천천히 일어섰다. 몸을 휘감던 통증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막대한 힘이 채웠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고, 그의 존재는 어둠 그 자체와 동화되어 가는 듯했다.

    폐허의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번뜩였다. 핏빛으로 물든 차가운 광채였다. 그는 부서진 돌기둥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돌은 그의 손길 아래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그는 폐허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처럼 느껴졌다.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발걸음이었다. 피와 증오로 얼룩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서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제, 아렌의 복수극에 휘말릴 것이다.

  • 메카 액션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아르카나의 쇠 심장

    ## 1장: 그림자 아래의 속삭임

    아르카나 마법학원은 언제나 그랬다. 드높은 첨탑은 흰 구름을 꿰뚫고, 고대 마법으로 벼려진 벽돌들은 햇빛 아래서 은은한 무지갯빛을 뿜어냈다. 수천 년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이곳은, 마법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지식의 요람이자 권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진우는, 언제나 그 찬란한 빛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 쪽에 더 관심이 많았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대 마법 생물학’ 강의 시간. 교수님의 나긋하면서도 졸음을 유발하는 목소리는 칠판을 가득 채운 고블린의 생태 주기만큼이나 따분했다. 창밖으로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 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마나 결정들이 학원 곳곳에 심어진 보호 마법진 위에서 춤을 추었다. 그러나 내 시선은 교실 벽에 걸린 낡은 태피스트리에 꽂혀 있었다. 먼지 앉은 실크 위에 수놓인, 기묘하게 뒤틀린 문양. 학원 역사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는, 오래된 금속 기계를 연상시키는 무늬였다.

    “진우, 또 딴생각이야?”

    옆구리를 쿡 찌르는 건 역시나 내 오랜 친구, 박선아였다. 곱슬거리는 금발 머리에 늘 말간 얼굴을 한 선아는 학원에서도 손꼽히는 우등생이었다. 마법 적성도 우수했고, 무엇보다 성실했다. 그런 선아가 늘 말썽만 피우는 나와 어울려 다니는 것이 학원 내에서는 미스터리 중 하나로 통했다.

    “응? 아, 아니. 고블린의 짝짓기 방식이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말이야.” 나는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선아는 한숨을 쉬면서도 옅게 미소 지었다.

    “거짓말도 참. 또 지하 서고 탐색할 생각이지? 너 지난번에 거기 들어갔다가 사감님한테 딱 걸려서 일주일 내내 마법진 청소했잖아.”

    “이번엔 다를 거야. 어쩐지 오늘따라 저 태피스트리, 저 문양에서 뭔가 날 부르는 것 같지 않아?”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태피스트리를 가리켰다. 선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그냥 오래된 먼지 덩어리 같은데.”

    선아의 현실적인 평가에도 내 마음은 이미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르카나 마법학원에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은밀한 소문이 하나 있었다. 학원 지하에 거대한 미로가 숨겨져 있고, 그 미로의 끝에는 학원 설립조차 아득히 뛰어넘는, 끔찍한 금기가 잠들어 있다는 소문이었다. 호기심 많고 고집 센 나는 그 소문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왔다. 그리고 그 태피스트리의 문양이, 어쩐지 그 소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점심시간, 나는 선아의 만류를 뒤로하고 홀로 학원 도서관의 가장 깊숙한 곳, 일반 학생들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고문헌 보관고’로 향했다. 낡은 복도를 따라 걸을수록 마나의 흐름은 희미해지고, 대신 쿰쿰한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은 학원의 빛나는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어둡고 잊힌 공간이었다.

    고문헌 보관고는 마치 살아있는 미로 같았다. 빽빽하게 들어선 서가들은 천장까지 닿아 있었고, 손때 묻은 고서들은 빼곡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능숙하게 서가 사이를 헤치고, 아무도 찾지 않을 법한 구석으로 들어섰다. 이전 탐색에서 발견한, 벽면에 새겨진 희미한 마법진을 찾아서였다. 평범한 눈에는 그저 낡은 벽돌로 보일 테지만, 마나를 집중하면 미약하게나마 이질적인 파동이 느껴지는 곳.

    손가락 끝에 마나를 모아 마법진을 따라 그렸다. 벽돌 한 개가 튀어나오며 안쪽의 공간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공기가 확 끼쳐왔다. 역시나, 비밀 통로였다.

    “후우.”

    나는 심호흡을 하고 몸을 구겨 넣어 통로로 들어섰다. 등 뒤에서 벽돌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닫히는 소리가 났다. 완전한 어둠. 지팡이 끝에 작은 발광 마법을 걸자, 희미한 푸른빛이 통로를 밝혔다. 예상대로,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왠지 모르게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마나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듯, 공기 자체가 묵직하고 탁했다. 벽면은 습기로 축축했고, 거미줄이 여기저기 엉켜 있었다. 한참을 내려갔을까, 계단은 끝없이 이어지는 듯했고, 나는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었다.

    마침내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 다다랐다. 발밑은 축축한 흙바닥으로 변해 있었고, 거대한 지하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둠은 너무나 깊어서 지팡이의 빛만으로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곳이 평범한 지하 창고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벽면을 지탱하는 듯한 거대한 기둥들, 그리고 그 기둥들을 잇는 굵은 금속 파이프들. 녹이 슬고 낡았지만, 그 형태는 분명히 현대 마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계적인 구조물들이었다. 나는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안쪽으로 발을 디뎠다. 멀리서 낮은 진동이 느껴졌다. 웅- 하는, 땅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듯한 소리.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자,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들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신전의 유적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유적은 돌과 흙이 아닌, 알 수 없는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저것은… 골렘인가? 하지만 내가 아는 어떤 골렘보다도 훨씬 크고, 육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법적인 조작보다는, 정교한 기계 장치를 닮아 있었다.

    발밑에 무언가 걸렸다. 나는 지팡이의 빛을 아래로 향했다. 흙먼지 속에 파묻힌 채, 닳고 해진 금속 명판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명판을 들어 올렸다. 낡고 바랜 글자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고대의 심장. 잠들지 않은 재앙. 절대… 깨우지 말 것.」*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재앙’이라는 단어에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멀리서 들려오던 웅- 하는 진동이 갑자기 더욱 강해지더니, 거대한 기계음으로 변했다.

    **끼이이이이잉- 콰아앙-!**

    마치 지하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굉음이었다. 천장에서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지고, 나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지팡이의 빛이 흔들리는 순간, 어둠 속의 거대한 그림자들이 일제히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유적이 아니었다. 낡고 거대한, 마치 거대한 전사들이 잠들어 있는 듯한 형상들이었다. 그리고 그 형상들의 심장부에서, 붉고 섬뜩한 빛이 희미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대체 뭐지? 엘리트 마법 학원 아르카나의 지하에, 이런 것이 숨겨져 있었다니? 소문은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다. 학원 설립조차 아득히 뛰어넘는 금기, ‘고대의 심장’은 바로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붉은 빛은 점점 더 강렬해지고, 기계적인 진동음은 뇌를 울리는 듯했다. 나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그때였다. 가장 거대한 형상의 머리 부분에서, 마치 지옥의 눈동자처럼 붉은 빛이 번쩍, 하고 터져 나왔다.

    **”침입자… 탐지 완료.”**

    금속이 갈리는 듯한, 차갑고 무감각한 목소리가 지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내가 움직이기도 전에, 붉은 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금속 팔이 어둠 속에서 튀어나와 나를 향해 뻗어왔다.

    나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검은 그림자에 휩싸였다.
    엘리트 마법학원 아르카나의 지하, 그 끔찍한 금기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재앙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 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각성하는 증오**

    차가운 바닥이 등줄기를 훑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의식이 희미한 틈 사이로, 거친 숨소리가 폐허가 된 공간을 채웠다. 눈을 뜨자, 짙은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어둠은 그의 전부를 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부서진 돌기둥들이 그림자처럼 솟아있는 곳. 이끼 낀 벽과 무너져 내린 천장이, 이곳이 한때 신성한 장소였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죽음과 절망만이 서려 있는, 거대한 무덤에 지나지 않았다. 차디찬 돌바닥이 찢겨나간 살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 피는 그의 것이었다.

    “크윽…”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갈라진 입술 새로 피 맛이 났다. 끔찍한 갈증이 목구멍을 태웠다. 그는 손을 들어 제 가슴을 더듬었다. 흉터가, 아물지 않은 깊은 상흔이 손끝에 닿았다. 누군가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찔렀던 자리였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혹은 조금만 더 옆이었다면.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얼굴이 떠올랐다.

    환하게 웃던,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얼굴. 금빛 머리카락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던, 선량하고 곧은 영혼을 가진 줄 알았던 그 얼굴.

    시온.

    친구라 불렀던 자의 이름이, 그의 뇌리를 칼날처럼 꿰뚫었다.

    등에 꽂힌 칼날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했다. 따뜻한 체온이 갑자기 차갑게 변하며, 심장을 꿰뚫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마비시켰던 그 순간. 그의 등 뒤에 서서 웃고 있던 시온의 모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지옥의 풍경으로 그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배신감?

    아니, 그것은 이미 너무나 미약한 감정이었다. 배신감이란 단어로는 이 끔찍한 고통을 담아낼 수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것은 단순한 배신감이 아니었다. 절단된 혼의 파편들이 산산이 흩어지는 듯한 고통,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시온은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았다. 영광스러운 기사단에서의 명예를, 그가 꿈꾸던 미래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 자체를. 이 폐허에 버려져 죽어가던 자신을 비웃는 듯한 시온의 잔인한 미소는, 밤마다 그의 악몽을 지배하며 피를 토하게 만들었다.

    죽음은 그를 비웃는 듯했다.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상처는 곪아 터지고, 열병에 시달리며 그는 수없이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온의 얼굴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그는 이를 악물었다. 피 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복수해야 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가 죽음을 거부할 때마다, 어둠이 속삭였다.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유혹. 그의 존재를 파고드는 불경하고도 강력한 힘.

    “네 증오가 너를 살렸다.”

    어둠 속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심장을 직접 울리는 듯한 음성이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그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죽음의 유혹에 흔들릴 때, 혹은 시온을 향한 증오가 극에 달할 때.

    “이곳은 죽은 자들의 땅. 너는 죽음을 거부했다. 어둠이 너를 받아들였다.”

    목소리는 그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무엇을 원하느냐. 너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어둠은 너에게 답할 것이다.”

    아렌은 고개를 들었다. 피로 얼룩진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이미 그의 눈동자에는 과거의 빛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그곳에는 오직 복수를 향한 맹렬한 광기만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복수.”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의 의지는 그 어떤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시온의 모든 것을 부술 힘. 그가 내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을, 내가 그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힘.”

    “네가 원하는 것은 고통인가? 파괴인가? 아니면 죽음인가?” 목소리는 조용히 물었다.

    “그 모든 것. 그리고 그 이상.” 아렌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내게 안겨준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돌려주리라. 그가 내게서 앗아간 삶보다 더 처참한 파멸을 선사하리라.”

    어둠 속의 목소리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존재 전체를 흔드는 듯한 묵직한 울림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대가는?”

    아렌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내 영혼, 내 존재, 내 모든 것. 이 육신마저도, 당신의 의지대로 사용하소서.”

    그 말이 끝나자마자, 폐허가 된 신전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벽에 박힌 돌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바닥에는 균열이 생겨났다. 아렌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었다. 혐오스러울 정도로 진하고, 압도적인 힘이었다.

    피부 위로 불타는 듯한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을 노렸던 상처는 검붉은 빛을 내며 아물어 갔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고 거대한 문신처럼 그의 가슴팍에 새겨졌다.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전율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그를 휩쓸었다.

    내면에 잠자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소리. 뼈와 살이 뒤틀리는 듯한 감각. 그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어 갔다. 과거의 순수했던 아렌은 죽었다. 이제 그곳에는 오직 복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고 있었다.

    “시온… 네가 나를 이리 만들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아렌은 천천히 일어섰다. 몸을 휘감던 통증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막대한 힘이 채웠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고, 그의 존재는 어둠 그 자체와 동화되어 가는 듯했다.

    폐허의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번뜩였다. 핏빛으로 물든 차가운 광채였다. 그는 부서진 돌기둥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돌은 그의 손길 아래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그는 폐허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처럼 느껴졌다.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발걸음이었다. 피와 증오로 얼룩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서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제, 아렌의 복수극에 휘말릴 것이다.

  • 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차가운 빗줄기가 대지를 적셨다. 핏물과 뒤섞여 붉고 탁한 웅덩이를 만들고, 폐허가 된 마을의 흙바닥 위로 흩뿌려졌다. 한때 정겨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던 돌담은 이제 검게 그을려 무너져 내렸고, 잔해 곳곳에 박힌 제국군의 깃발은 승리자의 오만함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다.

    “크아악!”

    낡은 나무 방패가 마법총의 섬광에 산산조각 났다. 방패 뒤에 몸을 숨겼던 청년 병사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의 몸에서 피어난 푸른 마법 불꽃은 순식간에 그의 갑옷을 녹여버렸고, 주변에 있던 반란군 병사들은 공포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

    “전진!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황제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제국군 총사령관, 레온 장군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전장을 꿰뚫었다. 그의 강철 갑옷은 빗물에도 흐트러짐 없이 번뜩였고, 냉혹한 푸른 눈빛은 패배의 그림자를 찾아 헤매는 사냥꾼의 그것이었다. 그의 명령과 함께 제국군 병사들은 파상적으로 몰아쳤다. 그들의 마법총은 쉴 새 없이 섬광을 뿜어냈고, 강력한 마법사들은 거대한 불꽃과 얼음의 벽을 만들어 반란군의 전열을 붕괴시켰다.

    반란군의 지휘관, 카이는 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옆에서 또 다른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지만, 그에게는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곳, ‘밤그늘 마을’은 제국군에게 있어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반란군에게는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이곳을 잃으면, 수도로 향하는 길이 완전히 열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후퇴는 없다! 밤그늘 마을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의 고향이다!” 카이의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모두 힘을 내! 우리는 저 폭군들에게 우리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병사들은 카이의 외침에 잠시 용기를 얻어 다시 방패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사기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며칠 밤낮 이어진 전투로 모두가 지쳐 있었고, 식량과 마법 자원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저 거대한 제국의 군대를, 오합지졸에 불과한 자신들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점차 사그라들고 있었다.

    “젠장… 이대로 끝나는 건가….” 한 병사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체념의 빛이 떠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잠시 갈라지며, 저 멀리 동쪽 지평선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아직 해가 뜨기엔 이른 시각, 새벽을 알리는 푸른빛이 구름 사이를 뚫고 전장을 비추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지?”

    병사들 중 누군가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점에 불과했던 빛은, 점차 커지며 강렬한 섬광으로 변해갔다. 마치 밤하늘의 별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제국군의 신무기인가?” 레온 장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그는 잠시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 빛은 전장의 중앙,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곤두박질쳤다. 거대한 폭음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았고, 잠시 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제국군과 반란군 모두 숨을 죽인 채 그곳을 바라보았다.

    먼지가 걷히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모두의 눈앞에 펼쳐졌다.

    한 소녀가 그곳에 서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짙은 밤색 머리카락이 별빛처럼 반짝이는 푸른색 리본으로 묶여 있었고, 낡은 평민 복장 대신 은은한 광채를 뿜어내는 흰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마법 복장을 입고 있었다. 등에 달린 날개 장식은 마치 새벽의 서광처럼 은은하게 빛났고, 한 손에는 투명한 수정처럼 빛나는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깊은 밤하늘처럼 검었지만, 그 안에는 별들의 반짝임이 가득했다.

    “시아…?” 카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희미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평범한 마을 소녀였던 시아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에서는 따뜻하고도 강렬한 마법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너희의 폭정은… 여기까지다.”

    소녀의 목소리는 비록 가늘었지만, 그 어떤 제국군 장군의 고함보다도 강력하게 전장을 울렸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푸른 별빛이 피어올랐다.

    “감히 하찮은 평민 여자아이가…!” 레온 장군이 코웃음을 쳤다. “당장 저 아이를 처리해라!”

    제국군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날렸다. 불덩이, 얼음 송곳, 번개 줄기가 시아를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시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녀가 지팡이를 부드럽게 휘두르자, 푸른 별빛이 마치 살아있는 방패처럼 그녀를 감쌌다. 제국군의 모든 마법은 그 별빛에 닿자마자 허무하게 소멸했다.

    “정화의 빛…!”

    시아의 목소리와 함께 지팡이 끝에서 눈부신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전장을 가득 채웠던 제국군의 마법 에너지를 흡수하듯 빨아들였고, 이내 거대한 파동이 되어 제국군을 향해 밀려갔다. 빛의 파동에 휩쓸린 제국군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모든 마법력을 상실한 채 나가떨어졌고, 그들이 들고 있던 마법총은 무력한 쇠붙이로 변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말도 안 돼! 저런 마법은 본 적이 없다!” 레온 장군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시아는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그녀의 주변에서 푸른 별빛이 피어올라, 부상당한 반란군 병사들의 상처를 치유했다. 고통에 신음하던 병사들이 눈을 번쩍 떴다. 상처에서 피어오르던 마법 불꽃이 사라지고, 메말랐던 기운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우리는 승리할 수 있어요!” 시아의 목소리는 지쳐 쓰러져 가던 병사들의 심장에 뜨거운 불꽃을 지폈다.

    카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시아가 가져온 이 기적 같은 변화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일어나라! 모두 일어나! 새벽별님이 오셨다! 우리의 희망이 오셨다!”

    반란군 병사들은 다시 일어섰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체념이 아닌,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마법력을 잃고 혼란에 빠진 제국군을 향해, 그들은 낡은 칼과 방패를 들고 용맹하게 돌격했다.

    시아는 전장의 중심에서 빛났다. 그녀는 지팡이를 휘둘러 제국군의 마법 결계를 무너뜨리고, 거대한 별빛 회오리를 만들어 적들의 대열을 흩트렸다. 그녀의 마법은 화려하면서도 강력했고, 그녀의 움직임은 우아하면서도 치명적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내리는 한 줄기 새벽별빛과 같았다.

    레온 장군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 일방적인 승리라 확신했던 전세가 한순간에 뒤집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의 강력한 마법에 그의 정예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퇴각하라! 전열을 정비한다! 저 마법소녀의 정보를 즉시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

    레온 장군의 다급한 명령과 함께, 제국군은 혼란 속에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남긴 것은 파괴된 마을의 잔해와, 공허한 승리자의 깃발들뿐이었다.

    전투가 끝났다. 빗줄기는 잦아들고, 먹구름 사이로 진짜 새벽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폐허가 된 밤그늘 마을 위로, 희미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

    지친 몸으로 시아에게 다가간 카이는 무릎을 꿇었다. “새벽별님…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희는….”

    시아는 온화한 미소로 카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어린 소녀의 순수함이 남아 있었지만, 그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인함으로 가득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카이 단장님. 저는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이 땅의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제국이 드리운 어둠을 몰아내는 것이 저의 사명이에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희망을 되찾은 병사들의 얼굴에는 비록 상처가 가득했지만, 그들의 눈빛은 다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작은 승리가, 언젠가 거대한 제국의 심장을 관통할 불꽃이 되리라.

    시아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벽별이 사라진 자리,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길고 긴 밤이 끝나고, 마침내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작은 새벽은, 거대한 폭풍의 전주곡에 불과하다는 것을.

  • 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각성하는 증오**

    차가운 바닥이 등줄기를 훑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의식이 희미한 틈 사이로, 거친 숨소리가 폐허가 된 공간을 채웠다. 눈을 뜨자, 짙은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어둠은 그의 전부를 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부서진 돌기둥들이 그림자처럼 솟아있는 곳. 이끼 낀 벽과 무너져 내린 천장이, 이곳이 한때 신성한 장소였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죽음과 절망만이 서려 있는, 거대한 무덤에 지나지 않았다. 차디찬 돌바닥이 찢겨나간 살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그 피는 그의 것이었다.

    “크윽…”

    터져 나오는 신음을 막을 수 없었다. 갈라진 입술 새로 피 맛이 났다. 끔찍한 갈증이 목구멍을 태웠다. 그는 손을 들어 제 가슴을 더듬었다. 흉터가, 아물지 않은 깊은 상흔이 손끝에 닿았다. 누군가 정확히 심장을 노리고 찔렀던 자리였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혹은 조금만 더 옆이었다면. 그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얼굴이 떠올랐다.

    환하게 웃던,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얼굴. 금빛 머리카락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던, 선량하고 곧은 영혼을 가진 줄 알았던 그 얼굴.

    시온.

    친구라 불렀던 자의 이름이, 그의 뇌리를 칼날처럼 꿰뚫었다.

    등에 꽂힌 칼날의 감촉은 아직도 생생했다. 따뜻한 체온이 갑자기 차갑게 변하며, 심장을 꿰뚫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마비시켰던 그 순간. 그의 등 뒤에 서서 웃고 있던 시온의 모습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지옥의 풍경으로 그의 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배신감?

    아니, 그것은 이미 너무나 미약한 감정이었다. 배신감이란 단어로는 이 끔찍한 고통을 담아낼 수 없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것은 단순한 배신감이 아니었다. 절단된 혼의 파편들이 산산이 흩어지는 듯한 고통,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시온은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았다. 영광스러운 기사단에서의 명예를, 그가 꿈꾸던 미래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삶 자체를. 이 폐허에 버려져 죽어가던 자신을 비웃는 듯한 시온의 잔인한 미소는, 밤마다 그의 악몽을 지배하며 피를 토하게 만들었다.

    죽음은 그를 비웃는 듯했다. 여러 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상처는 곪아 터지고, 열병에 시달리며 그는 수없이 의식을 잃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온의 얼굴이 그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그는 이를 악물었다. 피 맛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복수해야 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가 죽음을 거부할 때마다, 어둠이 속삭였다. 차가우면서도 달콤한 유혹. 그의 존재를 파고드는 불경하고도 강력한 힘.

    “네 증오가 너를 살렸다.”

    어둠 속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울렸다. 그의 심장을 직접 울리는 듯한 음성이었다. 소리의 근원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늘 그의 곁에 있었다. 그가 고통에 몸부림칠 때, 죽음의 유혹에 흔들릴 때, 혹은 시온을 향한 증오가 극에 달할 때.

    “이곳은 죽은 자들의 땅. 너는 죽음을 거부했다. 어둠이 너를 받아들였다.”

    목소리는 그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무엇을 원하느냐. 너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어둠은 너에게 답할 것이다.”

    아렌은 고개를 들었다. 피로 얼룩진 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이미 그의 눈동자에는 과거의 빛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제 그곳에는 오직 복수를 향한 맹렬한 광기만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복수.”

    갈라진 목소리였지만, 그의 의지는 그 어떤 강철보다도 단단했다.

    “시온의 모든 것을 부술 힘. 그가 내게서 빼앗아간 모든 것을, 내가 그에게서 빼앗을 수 있는 힘.”

    “네가 원하는 것은 고통인가? 파괴인가? 아니면 죽음인가?” 목소리는 조용히 물었다.

    “그 모든 것. 그리고 그 이상.” 아렌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내게 안겨준 고통보다 더한 고통을 돌려주리라. 그가 내게서 앗아간 삶보다 더 처참한 파멸을 선사하리라.”

    어둠 속의 목소리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다시, 존재 전체를 흔드는 듯한 묵직한 울림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대가는?”

    아렌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잃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내 영혼, 내 존재, 내 모든 것. 이 육신마저도, 당신의 의지대로 사용하소서.”

    그 말이 끝나자마자, 폐허가 된 신전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벽에 박힌 돌들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바닥에는 균열이 생겨났다. 아렌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었다. 혐오스러울 정도로 진하고, 압도적인 힘이었다.

    피부 위로 불타는 듯한 문양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의 심장을 노렸던 상처는 검붉은 빛을 내며 아물어 갔지만,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고 거대한 문신처럼 그의 가슴팍에 새겨졌다.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전율할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그를 휩쓸었다.

    내면에 잠자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소리. 뼈와 살이 뒤틀리는 듯한 감각. 그의 눈동자는 핏빛으로 물들어 갔다. 과거의 순수했던 아렌은 죽었다. 이제 그곳에는 오직 복수만을 위해 존재하는,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고 있었다.

    “시온… 네가 나를 이리 만들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아렌은 천천히 일어섰다. 몸을 휘감던 통증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막대한 힘이 채웠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졌고, 그의 존재는 어둠 그 자체와 동화되어 가는 듯했다.

    폐허의 어둠 속에서 그의 눈이 번뜩였다. 핏빛으로 물든 차가운 광채였다. 그는 부서진 돌기둥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돌은 그의 손길 아래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그는 폐허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처럼 느껴졌다. 긴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발걸음이었다. 피와 증오로 얼룩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서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이제, 아렌의 복수극에 휘말릴 것이다.

  • 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텁텁한 흙먼지와 어딘지 모르게 비릿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퀴퀴한 냄새가 코를 쑤셨다. 강준호는 헬멧의 조명등을 켜고 앞을 비췄다. 그의 조명 불빛을 따라 서지연과 민수의 헬멧에서도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세 개의 빛은 어둠 속을 헤치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조금씩 드러냈다.

    “이런… 세상에.” 서지연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함께 미묘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적어도 족히 20미터는 됨직한 천장은 아득했고,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은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돌 틈새마다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이끼 같은 것이 얼룩덜룩하게 붙어 있었는데, 그 빛이 너무 약해서 오히려 공간을 더욱 기이하고 음침하게 만들었다.

    “이게… 유적이라고요?” 민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어떤 문명도 이렇게 지하 깊숙이 이런 걸 만들었을 리가 없어요. 이건…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도 아니잖아요.”

    “그래. 이 정도 규모의 지하 구조물을 지으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력이 필요했을 거야.” 준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벽면을 훑고 있었다. “지상에 어떤 기록도 없는 문명. 아니, 애초에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존재들일 수도 있어.”

    그들이 뚫고 들어온 것은 불과 몇 시간 전, 지표면에서 500미터 아래의 폐광에서 우연히 발견된 의문의 균열이었다. 그 균열을 따라 내려가자, 마치 누군가가 정교하게 깎아 만든 듯한 지하 통로가 나왔고, 그 통로의 끝에서 이 미지의 원형 공간과 조우한 것이었다.

    “저기 좀 봐요!” 지연이 갑자기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조명은 원형 공간의 중앙을 비추고 있었다.

    거대한 돌 제단이었다. 주변의 검은 돌과는 다른, 붉은빛이 감도는 어두운 돌로 만들어진 제단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맥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표면에는 기괴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동물의 형상을 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아닌 듯한 추상적인 형상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 문양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섬뜩한 힘이 있었다.

    “저 문양… 처음 봐요.” 지연이 제단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어떤 고대 문명의 상형문자와도 달라요. 이질적이야.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준호는 지연의 뒤를 따랐다. 그의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탐사 장비라기보다는 유사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에 가까웠다. 그는 이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서지연 박사님,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민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제단에서 한참 떨어진 입구 쪽에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뭔가… 기분이 나빠요. 마치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환청일 거야, 민수.” 준호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제단의 문양을 훑었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이해할 수 없는 패턴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쉬이이이익…*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분명히 밀폐된 지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듯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 사람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방금… 무슨 소리였죠?” 민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헬멧 조명 불빛이 어둠을 찢고 통로의 입구를 비췄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도 멎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어.” 준호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등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요, 있었어요!” 민수가 소리쳤다. 그의 조명등이 통로 입구의 천장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그림자가 움직였어요. 정말이에요!”

    준호와 지연의 시선이 민수의 조명을 따라갔다. 어둠은 다시 그 자리에 짙게 깔려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민수, 진정해.” 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민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통로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뭔가가 다시 나타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지연은 다시 제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제단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 중 일부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내부에 열이 가해진 것처럼, 붉은 돌의 색조가 더욱 선명해지며, 문양의 틈새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차 강렬해졌다.

    “서지연 박사님! 뒤로 물러나요!” 준호가 급히 외쳤다. 그의 손도끼가 저절로 앞으로 향했다.

    문양의 빛은 이제 확연했다. 제단의 표면에 흐르는 혈관처럼, 기괴한 문양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빛의 떨림과 함께, 잊고 있던 미세한 진동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지하 통로에 들어섰을 때부터 있었던, 그러나 너무나 미미해서 무시했던 그 진동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웅… 웅… 웅…*

    낮게 깔리는 진동음이 온몸을 울렸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이 지하 공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헬멧의 조명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았다.

    “이… 이봐요!” 민수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의 손가락은 벽면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온 입구의 반대편 벽면이었다. 거대한 검은 돌벽의 중앙이 마치 석회반죽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검은 돌의 표면이 일렁이고 뒤틀리면서, 마치 어둠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녹아내린 틈새 저편에는 더욱 짙은, 그야말로 무(無)에 가까운 절대적인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흐으으으으읍… 끄으으으으읍…*

    무언가가 아주 느릿하게, 그러나 깊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였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아득하고 묵직한 소리였다.

    세 사람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버렸다. 준호는 손도끼를 든 손에 힘을 주었지만, 이미 그의 몸은 얼어붙어 있었다.

    지연의 눈은 그 열린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 안에서… 뭔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열린 어둠 속에서 섬광 같은 것이 번쩍였다. 푸르스름하면서도 핏빛이 섞인 기이한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는 순간, 열린 문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듯한 거대한 형체가, 아주 잠시, 아주 흐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돌벽이 닫히기 시작했다. 녹아내렸던 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닫히는 틈새로, 마지막 순간까지 그 거대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숨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아니면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한 *속삭임*이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바로 자신들의 심장박동처럼, 머릿속에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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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텁텁한 흙먼지와 어딘지 모르게 비릿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퀴퀴한 냄새가 코를 쑤셨다. 강준호는 헬멧의 조명등을 켜고 앞을 비췄다. 그의 조명 불빛을 따라 서지연과 민수의 헬멧에서도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세 개의 빛은 어둠 속을 헤치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조금씩 드러냈다.

    “이런… 세상에.” 서지연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함께 미묘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적어도 족히 20미터는 됨직한 천장은 아득했고,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은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돌 틈새마다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이끼 같은 것이 얼룩덜룩하게 붙어 있었는데, 그 빛이 너무 약해서 오히려 공간을 더욱 기이하고 음침하게 만들었다.

    “이게… 유적이라고요?” 민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어떤 문명도 이렇게 지하 깊숙이 이런 걸 만들었을 리가 없어요. 이건…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도 아니잖아요.”

    “그래. 이 정도 규모의 지하 구조물을 지으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력이 필요했을 거야.” 준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벽면을 훑고 있었다. “지상에 어떤 기록도 없는 문명. 아니, 애초에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존재들일 수도 있어.”

    그들이 뚫고 들어온 것은 불과 몇 시간 전, 지표면에서 500미터 아래의 폐광에서 우연히 발견된 의문의 균열이었다. 그 균열을 따라 내려가자, 마치 누군가가 정교하게 깎아 만든 듯한 지하 통로가 나왔고, 그 통로의 끝에서 이 미지의 원형 공간과 조우한 것이었다.

    “저기 좀 봐요!” 지연이 갑자기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조명은 원형 공간의 중앙을 비추고 있었다.

    거대한 돌 제단이었다. 주변의 검은 돌과는 다른, 붉은빛이 감도는 어두운 돌로 만들어진 제단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맥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표면에는 기괴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동물의 형상을 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아닌 듯한 추상적인 형상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 문양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섬뜩한 힘이 있었다.

    “저 문양… 처음 봐요.” 지연이 제단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어떤 고대 문명의 상형문자와도 달라요. 이질적이야.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준호는 지연의 뒤를 따랐다. 그의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탐사 장비라기보다는 유사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에 가까웠다. 그는 이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서지연 박사님,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민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제단에서 한참 떨어진 입구 쪽에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뭔가… 기분이 나빠요. 마치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환청일 거야, 민수.” 준호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제단의 문양을 훑었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이해할 수 없는 패턴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쉬이이이익…*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분명히 밀폐된 지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듯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 사람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방금… 무슨 소리였죠?” 민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헬멧 조명 불빛이 어둠을 찢고 통로의 입구를 비췄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도 멎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어.” 준호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등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요, 있었어요!” 민수가 소리쳤다. 그의 조명등이 통로 입구의 천장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그림자가 움직였어요. 정말이에요!”

    준호와 지연의 시선이 민수의 조명을 따라갔다. 어둠은 다시 그 자리에 짙게 깔려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민수, 진정해.” 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민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통로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뭔가가 다시 나타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지연은 다시 제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제단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 중 일부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내부에 열이 가해진 것처럼, 붉은 돌의 색조가 더욱 선명해지며, 문양의 틈새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차 강렬해졌다.

    “서지연 박사님! 뒤로 물러나요!” 준호가 급히 외쳤다. 그의 손도끼가 저절로 앞으로 향했다.

    문양의 빛은 이제 확연했다. 제단의 표면에 흐르는 혈관처럼, 기괴한 문양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빛의 떨림과 함께, 잊고 있던 미세한 진동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지하 통로에 들어섰을 때부터 있었던, 그러나 너무나 미미해서 무시했던 그 진동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웅… 웅… 웅…*

    낮게 깔리는 진동음이 온몸을 울렸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이 지하 공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헬멧의 조명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았다.

    “이… 이봐요!” 민수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의 손가락은 벽면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온 입구의 반대편 벽면이었다. 거대한 검은 돌벽의 중앙이 마치 석회반죽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검은 돌의 표면이 일렁이고 뒤틀리면서, 마치 어둠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녹아내린 틈새 저편에는 더욱 짙은, 그야말로 무(無)에 가까운 절대적인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흐으으으으읍… 끄으으으으읍…*

    무언가가 아주 느릿하게, 그러나 깊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였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아득하고 묵직한 소리였다.

    세 사람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버렸다. 준호는 손도끼를 든 손에 힘을 주었지만, 이미 그의 몸은 얼어붙어 있었다.

    지연의 눈은 그 열린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 안에서… 뭔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열린 어둠 속에서 섬광 같은 것이 번쩍였다. 푸르스름하면서도 핏빛이 섞인 기이한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는 순간, 열린 문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듯한 거대한 형체가, 아주 잠시, 아주 흐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돌벽이 닫히기 시작했다. 녹아내렸던 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닫히는 틈새로, 마지막 순간까지 그 거대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숨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아니면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한 *속삭임*이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바로 자신들의 심장박동처럼, 머릿속에서 울렸다.

  • 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텁텁한 흙먼지와 어딘지 모르게 비릿한,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퀴퀴한 냄새가 코를 쑤셨다. 강준호는 헬멧의 조명등을 켜고 앞을 비췄다. 그의 조명 불빛을 따라 서지연과 민수의 헬멧에서도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세 개의 빛은 어둠 속을 헤치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조금씩 드러냈다.

    “이런… 세상에.” 서지연의 목소리는 경외감과 함께 미묘한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적어도 족히 20미터는 됨직한 천장은 아득했고,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은 검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돌 틈새마다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 이끼 같은 것이 얼룩덜룩하게 붙어 있었는데, 그 빛이 너무 약해서 오히려 공간을 더욱 기이하고 음침하게 만들었다.

    “이게… 유적이라고요?” 민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어떤 문명도 이렇게 지하 깊숙이 이런 걸 만들었을 리가 없어요. 이건…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도 아니잖아요.”

    “그래. 이 정도 규모의 지하 구조물을 지으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력이 필요했을 거야.” 준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벽면을 훑고 있었다. “지상에 어떤 기록도 없는 문명. 아니, 애초에 문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존재들일 수도 있어.”

    그들이 뚫고 들어온 것은 불과 몇 시간 전, 지표면에서 500미터 아래의 폐광에서 우연히 발견된 의문의 균열이었다. 그 균열을 따라 내려가자, 마치 누군가가 정교하게 깎아 만든 듯한 지하 통로가 나왔고, 그 통로의 끝에서 이 미지의 원형 공간과 조우한 것이었다.

    “저기 좀 봐요!” 지연이 갑자기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조명은 원형 공간의 중앙을 비추고 있었다.

    거대한 돌 제단이었다. 주변의 검은 돌과는 다른, 붉은빛이 감도는 어두운 돌로 만들어진 제단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처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맥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표면에는 기괴한 문양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동물의 형상을 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아닌 듯한 추상적인 형상들이 뒤엉켜 있었다. 그 문양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끄는 섬뜩한 힘이 있었다.

    “저 문양… 처음 봐요.” 지연이 제단으로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어떤 고대 문명의 상형문자와도 달라요. 이질적이야.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준호는 지연의 뒤를 따랐다. 그의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손도끼가 쥐어져 있었다. 탐사 장비라기보다는 유사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에 가까웠다. 그는 이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본능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서지연 박사님,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민수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제단에서 한참 떨어진 입구 쪽에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뭔가… 기분이 나빠요. 마치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환청일 거야, 민수.” 준호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제단의 문양을 훑었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이해할 수 없는 패턴들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쉬이이이익…*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분명히 밀폐된 지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듯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세 사람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방금… 무슨 소리였죠?” 민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다. 헬멧 조명 불빛이 어둠을 찢고 통로의 입구를 비췄다.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도 멎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없어.” 준호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등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요, 있었어요!” 민수가 소리쳤다. 그의 조명등이 통로 입구의 천장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그림자가 움직였어요. 정말이에요!”

    준호와 지연의 시선이 민수의 조명을 따라갔다. 어둠은 다시 그 자리에 짙게 깔려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민수, 진정해.” 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민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은 여전히 통로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뭔가가 다시 나타날까 봐 두려워하는 듯했다.

    지연은 다시 제단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게… 뭐야?” 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제단 표면에 새겨진 문양들 중 일부가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마치 내부에 열이 가해진 것처럼, 붉은 돌의 색조가 더욱 선명해지며, 문양의 틈새로 푸르스름한 빛이 스며 나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차 강렬해졌다.

    “서지연 박사님! 뒤로 물러나요!” 준호가 급히 외쳤다. 그의 손도끼가 저절로 앞으로 향했다.

    문양의 빛은 이제 확연했다. 제단의 표면에 흐르는 혈관처럼, 기괴한 문양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빛의 떨림과 함께, 잊고 있던 미세한 진동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지하 통로에 들어섰을 때부터 있었던, 그러나 너무나 미미해서 무시했던 그 진동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웅… 웅… 웅…*

    낮게 깔리는 진동음이 온몸을 울렸다. 마치 거대한 심장이 이 지하 공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뛰고 있는 것처럼. 헬멧의 조명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전압이 불안정해지는 것 같았다.

    “이… 이봐요!” 민수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그의 손가락은 벽면의 특정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온 입구의 반대편 벽면이었다. 거대한 검은 돌벽의 중앙이 마치 석회반죽처럼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검은 돌의 표면이 일렁이고 뒤틀리면서, 마치 어둠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는 것처럼 보였다. 녹아내린 틈새 저편에는 더욱 짙은, 그야말로 무(無)에 가까운 절대적인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흐으으으으읍… 끄으으으으읍…*

    무언가가 아주 느릿하게, 그러나 깊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였다. 마치 수억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거대한 존재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듯한, 아득하고 묵직한 소리였다.

    세 사람의 얼굴은 공포로 굳어버렸다. 준호는 손도끼를 든 손에 힘을 주었지만, 이미 그의 몸은 얼어붙어 있었다.

    지연의 눈은 그 열린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 안에서… 뭔가… 우리를 부르고 있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열린 어둠 속에서 섬광 같은 것이 번쩍였다. 푸르스름하면서도 핏빛이 섞인 기이한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는 순간, 열린 문의 가장자리에서 무언가 기어 나오는 듯한 거대한 형체가, 아주 잠시, 아주 흐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돌벽이 닫히기 시작했다. 녹아내렸던 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다시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닫히는 틈새로, 마지막 순간까지 그 거대한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숨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아니면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나지막하게 이름을 부르는 듯한,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한 *속삭임*이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바로 자신들의 심장박동처럼, 머릿속에서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