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아이들 – 제85화

메마른 바람이 뼈까지 파고들었다. 하윤은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손바닥으로 마른 입술을 짓눌렀다.
발밑의 흙은 오래된 기억처럼 단단히 굳어 있었고, 균열 사이로는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 채
희미한 그림자만이 길게 뻗어 있었다. 지평선 너머로 희뿌옇게 사라지는 태양의 잔광은
마치 이 세계가 뱉어내는 마지막 한숨 같았다.

“벌써 밤이 오네.” 지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어둠에 익숙한 짐승처럼 날카로웠지만,
그 안에 서린 피로와 절망은 숨길 수 없었다.

하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수많은 밤을 이렇게 맞았다.
별들이 사라진 하늘 아래, 그림자처럼 떠도는 삶이었다.
별을 쫓는다는 꿈은 때로는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눌렀고,
때로는 꺼져가는 심장에 불씨를 지피는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어제 찾은 ‘제5 봉화대’의 흔적은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인 동시에,
더 큰 미스터리를 안겨주었다. 낡은 석판에 새겨진 희미한 문양은
선조들이 남긴 길의 일부처럼 보였지만,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게 정말 마지막 봉화대일까?” 지우가 석판을 손끝으로 더듬었다.
차가운 돌의 감촉이 마치 과거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어머니는 말씀하셨지. 별은 사라진 게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게 된 거라고.
이 봉화대가 모두 이어지면, 다시 별이 보일 거라고.”

하윤은 기억 속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따뜻한 눈빛, 나지막한 목소리, 그리고 밤하늘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
그녀는 하윤에게 별의 지도를 가르쳐 주었고,
세상이 어둠에 잠기더라도 희망의 빛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별들을 향한 여정의 첫걸음을 떼던 그 날,
거대한 균열이 세상을 갈랐을 때.

하윤은 석판 옆에 놓인 작은 조각상에 시선이 멈췄다.
새의 형상을 한 그것은 한쪽 날개가 부러져 있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조각상이었다.
“아마도… 마지막이 맞을 거야.” 하윤이 나지막이 말했다.
“이 새는 ‘별을 부르는 새’라고 했어.
봉화대가 모두 이어지면, 이 새가 날아올라 별의 길을 열어준다고.”

지우가 조각상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그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봉화대를 이었다는 건…
어머니가 찾던 그곳에 거의 다 왔다는 뜻일까?”

그 순간, 멀리서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땅이 낮게 울리고, 먼지가 흩날렸다.
하윤과 지우는 동시에 고개를 들어 멀리 어둠이 드리워진
지평선을 응시했다. 그곳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불빛은 점점 강렬해지더니, 거대한 기계음과 함께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밤의 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은 별을 쫓는 자들을 이단이라 부르며 끈질기게 추격해왔다.
세상이 멸망한 후, 살아남은 자들은 어둠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세웠고, 잃어버린 과거와
하늘의 진실을 찾는 행위는 금기시되었다.
별의 노래를 부르는 자들은 끌려가거나,
더 이상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게 되었다.

“숨어야 해!” 하윤이 지우의 팔을 잡아끌었다.
“저들은 우리가 이곳을 찾은 걸 알았어.”

그들은 서둘러 석판과 조각상을 챙겨 바위틈으로 몸을 숨겼다.
기계음은 찢어지는 듯한 굉음으로 변했고,
사냥꾼들의 탐조등이 사정없이 주변을 훑었다.
하윤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수많은 동료들이 저들에게 잡혀갔다.
그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별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들의 눈빛이,
공포와 체념으로 바뀌던 순간들이.

지우는 숨을 죽인 채 조각상을 꽉 움켜쥐었다.
차가운 조각상에서 미약하게나마 온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하윤아, 이 봉화대가 마지막이라면…
그럼 우리가 틀린 건 아니잖아?”

하윤은 지우의 눈을 보았다.
그의 물기 어린 눈빛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보았다.
그것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 황량한 땅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이었다.

“그래, 지우야.” 하윤은 조용히 속삭였다.
“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별은… 분명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탐조등이 그들이 숨은 바위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
두 아이는 서로의 손을 꽉 잡았다.
바깥에서는 사냥꾼들의 거친 발소리가
황량한 대지를 뒤흔들었다.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
별을 찾아야 한다는 숙명이 뒤섞여
그들의 작은 가슴을 짓눌렀다.
다시 한번,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이 마지막 봉화대가 이끄는
미지의 길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별을 쫓는 아이들의 여정은,
새로운 밤을 맞아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