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손에 들린 낡은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온 듯, 표면은 마모되고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지만, 잊혀진 과거의 심장 박동처럼 미약하게 고동치는 듯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 어둡고 습한 지하 통로를 헤매온 지 사흘째, 폐허가 된 옛 천문대의 지하 깊숙한 곳에서 그녀가 찾아낸 유일한 단서였다. 안내를 맡은 이들은 하나같이 이곳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라고 말했지만, 윤아는 그들의 시선 너머에 뭔가 숨겨져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펜던트에는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익숙하지 않지만, 어딘가 강렬하게 마음을 잡아끄는 무늬였다. 손가락 끝으로 그 문양을 조심스레 더듬자, 차가운 금속 사이에서 얇은 선을 따라 미세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번개라도 맞은 듯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잃어버린 조각
갑작스러운 이미지의 홍수가 그녀를 덮쳤다. 어둠 속에서 빛 한 줄기가 비쳐들고, 흐릿한 형체가 보인다. 작고 여린 손이 간절하게 무언가를 잡으려 허공을 더듬는다. ‘엄마… 가지 마…’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목이 메어 잠겨버린 듯한, 간절하고 슬픈 울음소리. 비좁은 공간, 퀴퀴한 냄새, 그리고 눈앞에서 멀어져 가는 그림자. 그녀는 그 그림자를 잡으려 했지만, 몸은 돌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무력감, 그리고… 죄책감.
기억은 짧고 잔인했다. 순식간에 사라진 환영은 윤아를 어두운 현실에 홀로 남겨두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했고, 심장은 미친 듯이 울려댔다. 방금 본 것이 무엇이었을까? 꿈인가? 아니, 너무나도 생생했다. 마치 그 순간을 자신이 직접 겪은 것처럼, 어린아이의 절망이 고스란히 그녀의 영혼에 스며드는 듯했다. 아이는 누구였고, 멀어져 가던 그림자는 또 누구였을까? 무엇보다도, 그 죄책감은 왜 그녀의 것이었을까?
윤아는 펜던트를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은 이제 불덩이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오랜 시간을 헤매어왔다. 자신의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이방인으로서, 그녀는 파편들을 쫓아 수많은 시공간을 가로질렀다. 과거를 되찾는 것이 그녀의 존재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의 과거를 두려워했다. 만약 그녀가 찾아 헤매던 것이,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후회의 덩어리라면? 만약 그녀가 잊어버린 것이, 용서받을 수 없는 어떤 것이라면?
그녀의 의지가 흔들리는 사이, 지하 통로 끝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였다. 누군가 오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발자국 소리가 서서히 가까워졌다. 낡은 석조 계단을 밟는 소리, 그리고 낮게 속삭이는 음성. 윤아는 급히 펜던트를 주머니에 숨겼다. 그녀를 찾아온 자는 누구일까? 동료일까, 아니면 이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겨진 또 다른 진실을 지키는 존재일까?
가까워지는 발소리는 리듬을 잃고 멈춰 섰다. 그리고 정적.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윤아는 자신의 심장 소리가 이렇게 크게 울린 적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찾았군, 망각의 시간을 헤매는 자여.”
그 목소리는 분명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