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 제301화

밤하늘 아래, 숨겨진 약속

안녕하세요, 별밤지기 지우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 여러분의 마음은 어떤 별을 품고 있나요?
301번째 밤입니다. 수많은 사연과 웃음, 그리고 눈물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별이 되어주었죠. 오늘 밤은 유난히 더 많은 별들이 창밖에서 반짝이는 것 같네요. 아마도 우리들의 이야기들이 저 하늘에 닿아 빛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이야기는, 어느 밤 제게 도착한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됩니다. 보낸 이는 ‘은하수 여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셨어요. 제목은 ‘길 잃은 별에게 보내는 지도’.

<별밤지기 지우님께,
저는 매년 이맘때면 같은 꿈을 꿉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꿈이에요. 할머니는 늘 제 손을 잡고 밤하늘의 별들을 가리키며 말씀하셨죠. “이 세상에 길을 잃는 별은 없단다. 저마다의 궤도를 따라 흘러갈 뿐이지. 다만 가끔은 너무 어두워서 제 길을 못 찾는다고 착각할 뿐이야.”
그리고 할머니는 언제나 저 멀리 흐릿하게 빛나는 별 하나를 가리키며 말씀하셨어요. “저 별은 할머니와 네가 나중에 만날 자리란다. 네가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저 별만 보면 할머니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할머니는 제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저 별이 가장 밝게 빛나던 밤에 조용히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저는 매년 이맘때쯤 그 꿈을 꿉니다. 꿈속의 저는 늘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고, 밤하늘은 그때처럼 은하수가 선명하죠. 하지만 늘 같은 지점에서 꿈에서 깨어나요. 할머니가 가리키던 그 별이 어디였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제가 꿈속에서 길을 잃은 별처럼 느껴질 때마다 지우님의 목소리가 저를 잡아주었어요. 혹시 제가 잊어버린 그 별의 지도를, 지우님이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

은하수 여인님의 메일을 읽으며, 저는 한동안 라디오 부스 안의 침묵 속에 잠겼습니다. 길 잃은 별이라…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밤하늘에서 길을 잃었다고 착각하는 별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잠시 궤도를 이탈했을 뿐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다시 제자리를 찾아 빛날 수 있다는 믿음이겠죠.

은하수 여인님, 할머니께서 가리키셨던 그 별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할머니께서 당신에게 남겨주신 그 기억 자체가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꿈속에서 그 별을 찾지 못한다고 느낄 때마다, 할머니의 사랑이 당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 꿈이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요?

어쩌면 할머니는, 당신이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마다 당신의 마음속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기억의 별을 찾아, 다시 행복한 궤도로 돌아오길 바라셨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할머니는, 영원히 당신의 밤하늘을 밝혀주는 가장 아름다운 등대가 되어주셨을 거예요.

저 또한 이따금, 너무나도 그리운 이들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저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의 별을 찾아 헤매는 밤, 이 라디오가 잠시나마 당신의 길을 밝혀주는 한 조각의 빛이 되기를 바랍니다.

자, 그럼 이 밤에 어울리는 곡 하나 듣고 오겠습니다. 은하수 여인님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빛나는 그 별을 위한 노래. 잔잔한 위로가 필요한 모든 분들께 바칩니다.

<음악: [알 수 없는 어느 별에서] – [잊혀지지 않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