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 제480화

밤하늘이 벨벳처럼 부드러운 오늘, 다시 마이크 앞에 앉았습니다. 숨소리마저 별빛 아래 고요히 잠드는 시간,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지우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반짝이지만, 고개를 조금만 더 들어 올리면 그 모든 빛을 압도하는 은하수가 흐르는 계절입니다. 오늘 밤, 여러분의 마음속에는 어떤 별이 뜨고 지고 있나요?

잠시 후 들려드릴 사연은, 마치 오래된 서랍 속에서 발견한 낡은 편지처럼 아련한 향기를 풍기는 이야기입니다. 익명으로 보내주신, ‘별을 헤던 아이’님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DJ 지우님.

저는 이제 막 서른 중반에 접어든, 어쩌면 삶의 가장 시끄러운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사람입니다. 매일 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창밖의 별 하나에 시선을 고정하고 지우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제 시간을 찾곤 합니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찾아갔습니다. 재개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희미하게나마 기억 속 그 골목길을 찾아냈을 때의 기분은 형언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희만의 비밀 아지트였던 낡은 옥상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을 발견했을 때,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곳은 저와 어릴 적 단짝 친구, 준이가 여름밤마다 별을 헤던 곳이었어요. 낡은 벽돌 틈새로 핀 잡초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부서진 시멘트 조각들이 발에 채였지만, 제 눈에는 스무 해 전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우리는 늘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누가 먼저 별똥별을 보는지 내기를 하곤 했죠.

“야, 저기! 방금 봤어? 저거 내 별똥별이다!”

“무슨 소리야! 내가 먼저 봤거든? 소원도 벌써 빌었어!”

서로 자기 것이라 우기며 웃다가, 문득 진지한 얼굴로 말했어요.

“우리 커서도 여기 와서 별 보자. 그때는 정말 멋진 어른이 돼서.”

“당연하지! 내가 우주선 만들어서 너 우주여행도 시켜줄게!”

그 약속은, 준이가 부모님과 함께 멀리 이사를 가면서 희미해졌고, 바쁜 생활 속에서 잊혀 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텅 빈 옥상에 서서 그때의 별을 올려다보니, 모든 것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준이의 까까머리, 저의 해맑은 웃음소리, 그리고 밤하늘을 가득 채웠던 무수히 많은 별들까지.

그때 저는, 과연 멋진 어른이 되었을까요? 우주선은커녕, 오늘 하루도 버텨내는 것에 급급한 제가, 그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요?

문득, 준이는 어디에서 어떤 밤하늘을 보며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 아이도 가끔 이 낡은 옥상을, 그리고 그때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흐릿한 기억 속의 별똥별처럼, 그렇게 스쳐 지나간 인연이 그저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아야 하는 걸까요?

별이 빛나는 밤에, 문득 너무나 그리워져서 사연을 보냅니다.

별을 헤던 아이 드림.


가슴 한편이 아릿해지는 사연입니다. ‘별을 헤던 아이’님, 그리고 준이. 어릴 적의 약속은 시간이 흐르면서 때론 빛을 잃기도 하지만, 그 약속을 품었던 순수한 마음만은 영원히 반짝이는 별처럼 우리의 가슴속에 남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쩌면 과거의 나에게서 온 편지를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그 편지를 잊고 지내다가, 문득 오래된 장소를 다시 찾거나, 익숙한 노랫말 한 소절에, 혹은 이렇게 밤하늘의 별을 보다가 불현듯 기억의 물결에 휩싸이곤 하죠.

‘별을 헤던 아이’님은 이미 그때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주선을 만들지 못했더라도, 오늘 하루를 묵묵히 살아내고, 별을 올려다보며 과거의 자신과 대화하는 그 모습 자체가, 가장 멋진 어른의 모습이니까요.

준이도 분명, 어딘가에서 ‘별을 헤던 아이’님처럼 밤하늘을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고 있을 겁니다. 스쳐 지나간 인연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도 좋지만, 저는 가끔, 이런 사연들이 우연한 계기로 다시금 연결되기를 조용히 바라곤 합니다.

두 아이의 추억이 담긴 별똥별처럼, 이 사연이 어딘가에 있을 준이에게 닿기를 바라며, 이 곡을 신청합니다. 조용한 밤,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그리움을 꺼내어 볼 수 있는 노래이기를 바랍니다. 노을의 ‘함께’.

[음악: 노을 – 함께]


밤하늘이 더 깊어지는 시간, ‘함께’라는 노래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별을 헤던 아이’님께서는 아마도 오늘 밤, 그때 그 옥상에서 보았던 별들을 다시 마음속에 새기고 계실 겁니다. 빛바랜 추억은 결코 빛을 잃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을 거쳐 더욱 깊고 찬란한 빛을 띠게 되죠.

오늘 밤 여러분의 별은 안녕한가요? 혹시 마음속에 잠시 잊고 있었던 별이 있다면, 잠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봐 주세요. 그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테니까요.

내일 밤에도 이 자리에서, 또 다른 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의 라디오’, DJ 지우였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