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철컥, 촤아아악!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쉼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굉음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증기가 투기장을 거대한 구름처럼 감쌌고, 붉게 달아오른 증기 파이프들은 꿈틀거리는 살아있는 혈관처럼 보였다. 수만 개의 기계 관중석은 이미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찬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들의 열광적인 함성이 쇠와 증기로 이루어진 도시, ‘기공성(機工城)’의 하늘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오늘은 바로 천하의 운명을 가를 ‘천륜대회(天輪大會)’의 준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승자는 고대의 비보이자 모든 문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고 알려진 ‘천륜경(天輪鏡)’에 접근할 권한을 얻게 된다. 천륜경은 단순한 거울이 아니었다. 시공간을 비틀고, 멈춰버린 역사를 되감을 수도, 혹은 단숨에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있는 미지의 힘을 품고 있었다. 그 힘을 탐하는 자들이 무수했지만, 오직 무림의 정점에 선 자만이 그 문을 열 수 있었다.

이진은 투기장 중앙으로 향하는 거대한 태엽 계단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그의 발걸음은 조용했지만, 내딛는 한 걸음마다 굳건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낡아 보이지만 단단한 무명 도포 자락이 증기 바람에 나부꼈다. 그의 허리에는 오직 한 자루의 묵직한 강철검만이 매달려 있을 뿐, 여느 참가자들처럼 화려한 기계 장치나 증기 동력 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눈빛은 맑고 깊었으며, 시끄러운 금속성 소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아라! 저자는 바로 ‘무영검(無影劍)’ 이진! 폐쇄적인 심산에서 수련했다고 알려진 신비로운 고수다!”
“그의 검술은 마치 유성 같다고 하더군! 하지만 저 육체로 강철환을 막아낼 수 있을까?”

이진은 주변의 수군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이미 대련장 반대편에 우뚝 선 거대한 인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다음 대련자! 기공성 최강의 철권! ‘강철환(姜鐵丸)’!”

사회자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거대한 강철 팔을 가진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팔은 단순한 의수가 아니었다.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밸브와 정교하게 맞물린 기어들이 움직이며 금속성 마찰음을 냈다. 그의 육체 또한 마치 증기 압력으로 부풀어 오른 듯 단단했고, 얼굴에는 흉터와 함께 기계 부품이 박혀 있어 기괴하면서도 위압적인 인상을 풍겼다. 강철환의 등 뒤에는 거대한 증기 배낭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웅웅거리는 소리는 그의 힘의 원천을 짐작하게 했다.

강철환은 이진을 향해 비릿하게 웃었다. “촌구석에서 굴러온 놈이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제법이군. 하지만 여기까지다. 천륜경은 오직 기공성, 그리고 나 강철환의 것이 될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금속이 갈리는 듯한 거친 소음이 섞여 있었다.

이진은 강철환의 도발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검자루에 손을 올릴 뿐이었다.

“준비! 시작!”

우렁찬 징 소리와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투기장 바닥의 거대한 기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이 솟아오르고 내려가며 예측 불가능한 지형을 만들어냈고, 솟아나는 증기 기둥들이 시야를 가렸다.

강철환은 묵직한 발걸음으로 바닥을 박차고 나섰다. 그의 거대한 강철 팔이 증기 동력으로 가속하며 엄청난 속도로 이진을 향해 날아왔다. “크하하! 이 정도 속도도 감당 못하면 천륜경은 꿈도 꾸지 마라!”

이진은 날아오는 강철 주먹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강철권(鋼鐵拳)’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서 뜨거운 증기가 폭발하며 강철 바닥을 움푹 패이게 만들었다. 그는 날아오는 주먹의 궤적을 예측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회피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가볍고 빨랐다.

“흥! 잔기술은!” 강철환은 팔의 밸브를 최대로 열었다. ‘쉬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 압력이 더욱 강력해졌다. 연쇄적으로 솟아나는 강철 주먹들이 이진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땅이 갈라지고, 금속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이진은 순간적으로 나타난 증기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가, 강철환의 등 뒤로 튀어나왔다.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검을 뽑아내고 있었다. ‘무영검(無影劍)’. 이름 그대로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는 속도였다. ‘치이이익!’ 날카로운 검기가 강철환의 등 뒤, 증기 배낭을 노렸다.

“어림없다!” 강철환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몸을 틀며 강철 팔로 검을 막아냈다. ‘콰앙!’ 금속이 부딪히는 굉음이 투기장을 흔들었다. 이진의 검이 강철환의 팔에 닿는 순간, 거대한 스파크가 튀었다. 강철환은 이진의 검을 완력으로 밀쳐내며 다시 한번 맹렬한 펀치를 날렸다.

이진은 뒤로 물러서며 거대한 톱니바퀴 위로 몸을 날렸다. 톱니바퀴는 시계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는 그 위에서 발을 굴러 반대 방향으로 가속하며 강철환과의 거리를 벌렸다.

“도망칠 곳은 없다!” 강철환은 거대한 강철 발로 바닥을 박차고 튀어 올랐다. 그의 몸이 공중에서 회전하며 거대한 풍차처럼 돌진해왔다. 그 압도적인 질량과 속도에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이진은 톱니바퀴 위에서 몸을 낮췄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 ‘내공(內功)’. 그는 자신의 몸 안에 흐르는 기(氣)를 끌어올렸다. 심장이 강하게 고동치고, 전신의 혈관에 뜨거운 에너지가 응축되었다. 외부의 소음과 증기, 그리고 강철환의 공격은 그의 의식 속에서 모두 사라지고 오직 하나의 점, 그의 검 끝에만 집중했다.

강철환의 거대한 몸이 거의 닿으려는 찰나, 이진은 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검은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번개처럼 빠르게, 그러나 흐르는 물처럼 유연하게. 단순한 베기가 아니었다. 그의 검에는 엉켜버린 세상의 이치를 풀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듯한 오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심검(心劍)’. 외부의 어떤 힘도 아닌, 오직 내면의 의지와 깨달음으로 완성된 검술.

철컥, 콰아앙!

검과 강철 팔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부딪혔다. 이번에는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니었다. 이진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기(氣)가 강철환의 강철 팔 내부로 파고들었다. 마치 단단한 둑에 생긴 작은 균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강철환의 팔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강철환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그의 증기 동력으로 움직이던 팔의 기어들이 비명을 지르며 삐걱거렸다. 파이프에서 증기가 터져 나왔고, 팔 전체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의 막강한 힘의 원천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이진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검을 돌려 강철환의 증기 배낭을 향해 다시 한번 쇄도했다. 그의 검은 이제 단순한 검이 아니었다.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하고, 강철의 이면을 꿰뚫어 보는 지혜의 칼날처럼 빛났다.

과연 이진은 기공성의 철권을 무너뜨리고 천륜경의 문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강철환의 맹렬한 반격에 무릎을 꿇게 될까? 투기장을 가득 채운 증기 속에서 두 고수의 운명을 건 대결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