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챕터 1: 잿빛 도시의 그림자, 그리고 소녀

어둠이 지평선을 물들이는 시간이었다. 붉은 노을조차 희뿌연 먼지구름에 가려, 한때 빛나던 고층 빌딩의 앙상한 뼈대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다. 쩍쩍 갈라진 아스팔트 위를 걷는 소녀의 발소리는 희미한 메아리처럼 공허한 거리를 울렸다. 세린. 그녀의 낡은 전투화는 끊임없이 발목을 괴롭혔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멈추는 것은 곧 죽음이었다.

“하아… 하아…”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거친 숨소리가 폐허의 침묵을 갈랐다. 며칠째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한 위장은 비명에 가까운 통증을 호소했다. 손에 든 낡은 금속 탐지기는 미약하게 ‘삐빅’ 소리를 냈지만,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신호였다. 대개 그런 소리가 나는 곳은 녹슨 철근 조각이나 쥐들의 배설물뿐이었다. 이곳은 이제 더 이상, 살아있는 것을 품지 않는 곳이었다.

세린의 시선은 날카롭게 주변을 훑었다. 유리창이 깨진 상점들의 시체, 무너진 버스 정류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 듯 자라난 기형적인 덩굴 식물들. 이곳은 한때 ‘활기’라는 단어가 어울리던 곳이었다. 지금은 ‘그림자’와 ‘절망’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잿빛 하늘 아래, 모든 색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그때였다.
“흐읍… 흐윽…”

아주 작고, 희미한 울음소리가 그녀의 귀를 때렸다. 세린의 심장이 순간 얼어붙었다. 이곳에서 생존자는, 특히 어린아이는 발견되기 힘들었다. 아니, 거의 불가능했다. 이 도시의 모든 생명은 그림자 괴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독성 강한 잿빛 공기 속에서 서서히 시들어갔으니까.

세린은 몸을 낮춰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낡은 상점의 잔해 뒤, 뒤집힌 쇼케이스 옆에 웅크린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꼬불꼬불한 머리카락, 낡고 찢어진 옷, 그리고 흙먼지로 뒤덮인 작은 손. 정말, 아이였다. 대여섯 살 정도 되었을까.

“얘… 괜찮니?”

조심스러운 세린의 목소리에 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겁에 질린 두 눈동자가 세린을 응시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작은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아이는 분명 굶주리고 지쳐 보였다. 세린은 품속에서 어렵게 구한, 한 조각 남은 에너지바를 꺼냈다. 반으로 갈라진 그것을 아이에게 내밀었다.

“이거라도… 먹어. 괜찮아. 해치지 않아.”

아이의 눈동자가 조심스럽게 에너지바로 향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아이는 작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에너지바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세린의 가슴 한켠이 아릿하게 저려왔다. 저 작은 생명이 어떻게 여기까지 혼자 살아남았을까. 이 혹독한 폐허에서.

바로 그때였다.
스으으읍―.

주변의 어둠이 한층 더 짙어지는 것을 세린은 느꼈다. 공기 중에 맴돌던 희미한 먼지 냄새 대신, 시큼하고 불쾌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젠장….”

세린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 냄새는 익숙했다. 그림자 괴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풍기는, 죽음의 냄새였다. 그녀는 즉시 아이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쉬잇, 소리 내지 마. 내가 지켜줄게.”

아이의 작은 몸이 세린의 등 뒤에 바싹 붙었다. 공포에 질린 작은 심장이 쿵, 쿵, 하고 세린의 등 너머로 전달되는 듯했다.

끼이이익—!

어둠 속에서 불쾌한 마찰음과 함께, 빌딩의 잔해 속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듯 형체가 나타났다. 사람의 형상을 어렴풋이 닮았지만, 팔다리는 비정상적으로 길고, 몸 전체는 시커먼 연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림자 괴물, 놈들이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어느새 다섯 마리가 세린과 아이를 포위하듯 다가왔다.

“크르르르르…!”

낮은 으르렁거림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놈들의 움직임은 예측 불가능했다. 잔상을 남기며 이리저리 흔들리다가도, 순간적으로 멈춰 서서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눈동자로 먹잇감을 노려봤다.

세린은 주머니 속에서 낡은 팬던트를 꺼냈다. 칙칙한 은색 체인에 매달린 투명한 보석. 평소에는 그저 차가운 돌멩이에 불과했지만, 그녀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별의 파수꾼’이라는 이형의 존재가 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수단.

“망할 것들…”

세린은 아이에게 속삭였다. “눈 감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눈 뜨지 마.”

그리고는 팬던트를 꽉 움켜쥐었다. 팬던트에서부터 미미한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고동쳤다.

“별의 파수꾼, 변신!”

그녀의 입술에서 주문이 흘러나오자, 팬던트의 투명한 보석이 눈부신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빛은 세린의 몸을 감쌌고, 찢어지고 흙먼지 묻은 옷은 한순간에 순백의 전투복으로 변했다. 짧은 스커트와 장갑, 그리고 무릎까지 오는 부츠. 가슴에는 팬던트가 빛나는 심장처럼 박혀 있었다. 머리칼은 마치 은하수를 담은 듯 푸른색으로 빛나며 길게 늘어졌다.

[변신, 완료!]

차가운 기계음 같은 목소리가 그녀의 의식 속을 울렸다. 몸 안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힘은 유한했다. 너무 오래 사용하면 몸이 버티지 못하고, 심지어는 이질적인 존재로 변해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세린은 이 힘을 아껴 쓰고, 필요할 때만 개방했다.

“크아아악!”

그림자 괴물 중 하나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비정상적으로 긴 팔이 세린을 향해 휘둘러졌다.

**콰아앙!**

세린은 재빨리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하고, 허공에 손을 뻗었다. 푸른빛이 손끝에서 응축되더니, 칼날처럼 날카로운 빛의 검이 형성되었다.

“감히… 이 작은 아이를 건드리려 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차갑고 단호했다. 차가운 분노가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빛의 검을 든 세린은 그림자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쉬이이익! 쩌저적!**

검은 연기로 이루어진 괴물의 몸을 빛의 검이 가르고 지나가자, 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하지만 그림자는 다시 모여들며 본래의 형상을 되찾으려 했다. 놈들은 물질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빛을 흡수하고, 생명력을 갉아먹는 악의 결정체였다. 완전히 소멸시키려면 강력한 성질의 에너지가 필요했다.

“흥!”

세린은 발차기로 다른 괴물을 벽으로 날려버렸다. **쾅!** 벽에 부딪힌 괴물이 잠시 형체를 잃는 사이, 그녀는 재빨리 자세를 잡고 빛의 검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별의 맹세, 어둠을 정화하라!”

푸른빛이 검 끝에 응축되기 시작했다. 주위의 모든 어둠을 빨아들이는 듯한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팬던트가 뿜어내는 에너지가 그녀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으는 듯했다.

**즈으으으응―!**

빛의 기운이 모이는 동안, 나머지 그림자 괴물들이 동시에 세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없었다.

“하아아앗!”

세린은 빛의 검을 지면에 내리꽂았다.

**파아아앙!**

거대한 푸른빛 파동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파동이 닿는 모든 그림자 괴물들은 비명을 지르며 잿빛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어둠의 기운이 씻겨나가고, 주변은 잠시 평온을 되찾았다. 공기 중의 곰팡이 냄새도 옅어졌다.

“흐읍… 흐읍…”

빛의 힘이 사라지자, 세린은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나간 듯했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다시 낡고 찢어진 옷으로 돌아온 몸은 여전히 지쳐 있었다. 변신 후의 후유증은 언제나 혹독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그녀는 등 뒤의 아이에게 속삭였다. 아이는 여전히 세린의 등 뒤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세린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품에 안아 올렸다. 작은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조금 전보다는 훨씬 안정되어 보였다.

“무서웠지… 미안해.”

세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작은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야 할까. 이런 폐허에서 아이 혼자 살아남을 수는 없을 터였다. 하지만 자신이 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그곳’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고, 위험했다. 홀로 생존하기도 버거운 마당에, 아이를 데리고는 더더욱.

그녀의 시선은 저 멀리, 무너진 빌딩의 틈새로 보이는 희미한 빛을 향했다. 그곳은 한때 ‘안전구역’이라고 불리던 곳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다.

“가자,” 세린은 아이를 더 꼭 안았다. 작은 어깨에 희미한 온기가 전해졌다. “살아남자. 반드시.”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잿빛 도시 위로, 한 소녀의 작은 발걸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품에는 작은 생명을 안고서. 그녀의 눈동자에는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이 폐허 속에서 피어나는 유일한 희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