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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크네 호의 비극: 미지의 메아리 (4화)

“함장님, 아직도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수석 연구원 한지아의 목소리는 평소의 활기 대신 피로와 깊은 좌절감이 섞여 있었다. 함교의 메인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는 ‘유물’이라 불리는 그것의 3D 이미지가 묵묵히 떠 있었다. 완벽한 구형에, 어떤 빛도 반사하지 않는 칠흑 같은 표면. 마치 우주의 모든 공허를 응축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라크네 호가 심우주에서 발견한, 인류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존재.

“에너지원 분석은?” 함장 서이한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그의 눈가에는 지난 며칠 밤샘 작업의 흔적인 짙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측정 불가입니다. 어떤 스펙트럼에도 반응하지 않고, 자체적인 에너지 방출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있어요. 단순히 ‘덩어리’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입니다.” 지아는 손으로 허공의 유물 이미지를 쓸어보였다. 그녀의 표정은 과학자의 순수한 탐구심과 미지에 대한 막연한 공포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부함장 강민준이 옆에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정말 아무것도 방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의 탐사선이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죠?”

“그 부분이 문제입니다. 유물 자체의 신호가 아니었습니다. 주변 공간에 미묘한 왜곡이 발생했어요. 마치…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처럼요. 하지만 질량은 극히 미미합니다. 우리의 장비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에요.”

침묵이 함교를 짓눌렀다. 며칠째 이어진 이 알 수 없는 상황은 아라크네 호 승무원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긁고 있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흥분은 이미 공포와 불안으로 변색된 지 오래였다.

“박 팀장, 격리 구역 보안 상태는?” 함장이 이번에는 보안팀장 박선우에게 물었다.

“최상입니다. 모든 접근 권한은 제한되어 있고, 격벽은 최대 출력으로 유지 중입니다. 내부 생체 신호 감지기는… 아직도 비정상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이틀 전부터 유물을 격리한 연구실 내부에서 미세한 생체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비 오작동으로 치부했지만, 매시간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신호는 오작동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일관성이 있었다. 문제는 그 신호가 어떤 생명체의 것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DNA는 물론, 기본적인 세포 구조조차 분석되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수치라… 구체적으로 어떤 식이죠?” 민준 부함장이 눈썹을 찌푸렸다.

“심박수가 급격히 상승했다가 다시 안정되고, 뇌파는 마치… 깊은 꿈을 꾸는 사람처럼 불규칙하게 요동칩니다. 그리고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습니다.” 선우의 목소리에 미묘한 긴장감이 실렸다. “마치 그 안에 살아있는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함장과 지아 연구원의 눈이 커졌다.

“말도 안 돼! 우리가 유물을 인양할 때 어떤 생체 반응도 없었어! 게다가 저건 고밀도 광물질이야. 생명체가 존재할 공간이 없다고!” 지아가 흥분하여 반박했다.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연구원님. 하지만 데이터가 그렇습니다.” 선우는 자신의 보고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았지만, 사실만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경고음이 울렸다. 항해사 김유진의 자리에서였다.

“함장님! 함선 내부 시스템에 이상 감지! 격리 구역 쪽 전력 계통에 불안정한 파동이 감지됩니다!” 유진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무슨 문제인가?” 함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갑자기 에너지가 증폭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모되는 에너지는 없어요! 마치… 마치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 같습니다!”

지아 연구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유물이… 변화하고 있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함교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컴퓨터 시스템에서 기계음이 섞인 경고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 `주의: 격리 구역 에너지 유출 감지`
* `경고: 함선 내부 전력 불안정`
* `경고: 통신 장애 발생`

“통신이 안 됩니다!” 민준 부함장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부 통신은 물론이고, 함선 내부 통신망도 일부 마비된 것 같습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상황 보고해!” 함장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동요가 섞여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리더의 의지가 엿보였다.

“선우 팀장! 격리 구역으로 가서 상황 확인해! 절대 유물에 직접 접촉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선우는 총을 든 채 거침없이 함교를 나섰다.

유진 항해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저… 함장님… 뭔가 들리는 것 같아요.”

“뭐가 들려?”

“속삭이는 소리… 누군가가 저를 부르는 것 같아요. ‘돌아와… 돌아와…’ 흐릿하게… 들려요.” 유진은 자신의 귀를 감싸 쥐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지아 연구원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진 씨! 정신 차려요! 그건… 그건 당신의 환청일 겁니다!”

하지만 유진은 지아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점점 더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때, 메인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 떠 있던 유물의 이미지가 갑자기 파르르 떨렸다. 칠흑 같던 표면에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균열이었다. 검은 표면에 거미줄처럼 번져나가는 희미한 빛의 선들.

“함장님! 유물이… 유물이 빛을 내고 있습니다!” 지아의 목소리에 공포가 짙게 깔렸다.

균열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단순한 광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신경망처럼, 섬세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푸른빛이었다. 그 빛이 유물 전체를 뒤덮자, 칠흑 같던 구체는 섬뜩하리만큼 아름다운 푸른색으로 빛나는 심장처럼 보였다.

동시에, 아라크네 호 전체가 심하게 흔들렸다. 중력 제어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듯, 선체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이었다.

“유진 씨! 시스템 안정화해! 함선 전체가 이상해지고 있어!” 함장이 소리쳤다.

하지만 유진은 이미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귀에서 가느다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진!” 민준 부함장이 달려가 유진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바로 그때, 푸른빛으로 빛나는 유물의 이미지가 마치 투명한 막처럼 갑자기 터져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드러났다.

그것은 구형이 아니었다. 어떤 형태도 없었다. 공간 그 자체가 일렁이는 듯한, 비물질적인 존재였다. 마치 우주의 심연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섬뜩함이 지아 연구원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 순간, 함교의 모든 조명이 완전히 나갔다. 절대적인 어둠이 덮쳤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뇌리를 파고드는 듯한, 수많은 목소리의 합창이 들려왔다.

_우리의 흔적을 따라온 자여…_
_환영한다…_
_하지만… 너희는 준비되지 않았다…_

함장 서이한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이 소리는… 환청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유물에서 흘러나오는, 우주를 가득 채울 듯한 거대한 의식의 메아리였다.

**<아라크네 호의 비극: 미지의 메아리>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