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천하제일 무림 대회가 열리는 강철 봉황의 전당. 거대한 원형 경기장은 수만 명의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었고, 그들의 뜨거운 열기는 하늘을 뚫을 기세였다. 이곳은 단순한 무술 대회가 아니었다. 혼돈에 빠진 강호를 구원하고, 천하의 운명을 결정할 단 하나의 영웅을 가리는 성스러운 전장이었다.

경기장 중앙에 우뚝 선 비무대 위에서, 심판의 우렁찬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다음 대련! 동방 문파의 빙설검녀(氷雪劍女) 설아! 그리고… 서쪽 강호의 유랑 기인, 강호!”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경기장은 극명하게 다른 두 종류의 반응으로 나뉘었다. ‘빙설검녀 설아’의 이름에는 환호성이 폭풍처럼 터져 나왔다. 그녀는 동방 문파 최고의 검술 천재로, 은백색 검기를 휘두를 때마다 마치 눈보라가 치는 듯한 절경을 연출하며 적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냉철하고 아름다운 외모는 수많은 무림인들의 찬사와 동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반면, ‘유랑 기인 강호’라는 이름이 불렸을 때는 곳곳에서 수군거림과 의아함이 터져 나왔다.
“강호? 저 듣보잡은 또 뭐야? 무림 대회에 왜 저런 잡졸이 끼어있는 거야?”
“빙설검녀님의 상대가 고작 저 정도라니… 너무 싱겁잖아!”

강호는 그런 싸늘한 시선과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마치 봄날의 햇살 아래 졸고 있는 고양이처럼 여유로웠다. 그는 낡아 보이는 도포 차림에, 한 손에는 큼지막한 만두를 우물거리고 있었다. 어쩐지 살짝 부스스한 머리카락과 게슴츠레 뜬 눈은 그가 방금 꿀잠에서 깨어난 듯한 인상을 주었다.

무심하게 마지막 만두 한 조각을 입에 털어 넣으며 강호는 비무대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 가벼웠다.

설아는 비무대 중앙에서 강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하얀 도복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녀의 곧은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허리춤에는 은은한 검은색 손잡이가 인상적인 보검, ‘설화검(雪花劍)’이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은 강호를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상대를 분석하기보다는 그 존재 자체에 대한 경멸에 가까웠다.

“흥. 만두나 먹으면서 비무대에 오르다니. 이 대회가 만만하게 보이시오?” 설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음량은 크지 않았지만, 그 울림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강호는 남은 만두 부스러기를 털어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미안합니다. 배가 고파서. 경기는 배를 든든히 채우고 해야 집중이 잘 되잖아요? 혹시… 만두 드릴까요?”
그는 주머니에서 슬쩍 만두 한 개를 더 꺼내 보였다.

설아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찌푸려졌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감히 ‘짜증’이라는 감정이 스치는 것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감히 나를 희롱하려는 수작이오? 이 얼음처럼 차가운 비무대 위에서, 그 더러운 만두 냄새가 내 오감을 더럽히는군.”
설아는 설화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쥐었다. 쨍그랑! 맑은 쇳소리가 울리며 검이 검집에서 뽑혔다. 날카로운 검날이 햇빛을 받아 은빛 섬광을 뿜어냈다. 공기가 갑자기 차가워지는 것을 강호는 느꼈다.

“에이, 더럽다니. 이거 정말 유명한 만두집 건데… 어흠. 아무튼 죄송합니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강호는 만두를 다시 주머니에 넣고는, 여전히 빈손인 채로 가볍게 어깨를 풀었다.

설아는 강호의 태도에 더욱 기가 막혔다. 무기가 없다는 것은 상대를 무시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맨손이라? 나를 능멸하는 건가?”
“아뇨.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서요. 솔직히 뭘 들고 다니는 게 좀 귀찮아서 말입니다.” 강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너무 솔직해서 무례할 지경이었다.

“건방진!”
설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발이 지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순간, 주변의 공기가 급격히 냉각되며 서리가 피어났다. 검 끝이 강호를 향해 번개처럼 뻗어나갔다. 그것은 마치 한겨울 밤하늘에 쏟아지는 유성처럼 아름답고도 치명적이었다.

‘빙설검법(氷雪劍法)’ 제1식, ‘설화개화(雪花開花)’!

검날이 강호의 심장을 겨냥하며 파고들었다. 일반적인 무림인이라면 그 속도와 냉기에 이미 얼어붙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호는 그저 고개를 살짝 기울였을 뿐이었다. 휙! 검날이 그의 뺨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잘려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오오… 아깝네. 머리카락 한 가닥이… 저것도 다 돈인데.” 강호는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설아의 눈썹이 살짝 들썩였다. 그녀의 공격을 이렇게 가볍게 피한 자는 거의 없었다. 더구나 저 태평한 말투라니! 분노가 그녀의 차가운 심장을 조금씩 녹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훨씬 빠르고 강렬하게! 검기(劍氣)가 검날을 따라 뻗어나가며 강호의 전신을 노렸다. 수십 개의 은빛 섬광이 마치 춤을 추듯 강호에게 쏟아졌다.

‘빙설검법’ 제3식, ‘만설천광(萬雪千光)’!

강호는 이번에도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팔을 들어 휘두르는 수많은 검기를 하나하나 손으로 쳐내거나, 아주 미세한 움직임으로 피할 뿐이었다. 쨍그랑! 쨍그랑! 그의 손바닥과 설아의 검날이 부딪힐 때마다 맑고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관중들은 경악했다. 맨손으로 보검의 검기를 막아내다니!

“음… 검술이 꽤 화려하시네요. 춤을 추는 것 같아 보기도 좋고.” 강호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 말에 설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검끝이 강렬하게 빛나며 비무대 전체를 얼어붙게 할 듯한 한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주위의 온도가 급강하하며 관중석에서도 입김이 서렸다.

“닥쳐라! 내 검술을 감히 농담 따먹기에 사용하다니!” 설아는 분노로 빛나는 눈으로 외쳤다.
그녀의 온몸에서 서늘한 기운이 솟아올랐고, 설화검은 푸른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검 끝에서 강력한 냉기가 응축되더니, 거대한 얼음 검으로 변모했다. 그 크기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었고, 끝에는 날카로운 송곳니처럼 얼음 조각들이 돋아나 있었다.

‘빙설검법’ 최고 비기, ‘빙한절명검(氷寒絕命劍)’!

이 기술은 설아의 모든 내공(內功)과 검술의 정수를 담고 있었다. 한 번 발동하면 비무대 전체를 얼려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녔다. 그녀는 얼음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강호를 향해 돌진했다. 거대한 얼음 검이 마치 눈사태처럼 강호를 덮쳤다.

“와우, 이거 꽤 근사한데요? 진짜 검이 아니라 얼음으로 만든 검이라니, 예술이네요!” 강호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순간적으로 진지해졌다.

쾅!
거대한 얼음 검이 강호가 서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비무대의 단단한 바닥이 얼어붙음과 동시에 산산조각 났다. 얼음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차가운 안개가 시야를 가렸다.

관중들은 숨을 죽였다. 설마 저 정도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그 누구도 맨몸으로 저 일격을 버텨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안개가 걷히고, 설아가 숨을 헐떡이며 얼음 검을 든 채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강호가 사라진 자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끝인가?” 누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설아의 등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이거 생각보다 엄청 시원하네요. 더운 날씨에 딱인데.”

설아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강호는 어느새 그녀의 바로 등 뒤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고, 도포 한 자락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만 그의 머리카락 몇 가닥에 얇은 서리가 맺혀 있을 뿐이었다.

“대체… 언제…!” 설아는 경악했다. 자신의 비기를 정면으로 받아낸 것도 모자라, 자신의 뒤까지 돌아와 버리다니!
강호는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평소의 게으름뱅이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광채가 서려 있었다.

“음, 아까 그 얼음 검… 정말 예뻤습니다. 마치 당신처럼요.” 강호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설아의 설화검 쪽으로 움직였다. 설아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자신의 검을 빼앗으려 하는 것인가? 아니면…

강호의 손이 설화검의 은빛 손잡이에 닿았다. 검은 강호의 손길에 놀란 듯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강호는 아주 부드럽게, 설아의 손에서 검을 뽑아냈다. 그녀는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텅!
강호는 설화검을 뽑아든 채, 그 검으로 자신의 뺨을 가볍게 툭툭 건드렸다.
“흠. 검날이 얼음처럼 차갑네요. 주인 닮아서 그런가?”

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감정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평생 타인에게 이토록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었다. 특히 이 무례하고 능글맞은 사내에게는 더더욱.

“감히… 감히 내 검을…!”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려는 순간, 강호의 손이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아직 끝난 거 아니죠? 이 아름다운 검이 너무 일찍 검집에 돌아가기엔 아깝잖아요.” 강호의 눈동자가 깊고 끈질기게 설아를 응시했다. 그의 시선은 그녀의 얼어붙은 심장을 녹여버릴 듯 뜨거웠다.

경기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모두가 이 예상치 못한 전개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설아는 강호의 눈빛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림 역사상 가장 차갑고 고고한 빙설검녀가, 한낱 유랑 기인에게 이토록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자… 이제 누가 진짜 ‘칼날’인지 보여주세요, 빙설검녀님.”

강호는 여유롭게 웃으며 설화검을 다시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의 손길이 닿았던 검날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미지근한 온기를 머금고 있는 듯했다. 설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의 검을 받아들었다. 아직까지도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은 마치 한 송이 붉은 꽃 같았다.

그리고 강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 다음엔 만두 말고 따뜻한 차 한잔 같이 할까요?”

그 말과 함께, 경기장의 침묵은 깨졌다. 관중석에서는 경악과 흥분, 그리고 알 수 없는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설아는 얼어붙은 채 강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얼음 같은 심장에, 처음으로 뜨거운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