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포칼립스 생존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에피소드 1: 균열**

**[장면 1] 폐허 속 일상**

**# 배경:** 잿빛 하늘 아래, 앙상한 철근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이빨처럼 솟아있는 도시의 잔해. 썩어가는 냄새와 먼지가 공기 중에 떠돈다. 지표면에는 녹슨 자동차들과 이름 모를 잡초들이 뒤엉켜 있다. 한때 번화했을 거리는 이제 침묵만이 지배하는 황무지다.

**# 시간:** 황량한 오후. 해는 구름에 가려 희미한 빛만을 흘린다.

**# 인물:** 윤슬 (20대 초반. 낡았지만 몸에 꼭 맞는 회색 작업복을 입고 있다. 등에 맨 배낭은 내용물로 빵빵하고, 땀과 먼지로 얼룩진 얼굴은 피로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을 숨기지 않는다. 한 손에는 언제든 휘두를 수 있게 단단히 잡은 쇠파이프가 들려 있다).

**1. 내레이션 (윤슬):**
숨을 쉬는 모든 순간이 곧 투쟁이다.
무너진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늘 움직여야 했고, 찾아야 했고, 싸워야 했다.
그리고 절대, 멈춰서는 안 됐다.

**2. 컷:** 윤슬이 조심스럽게 무너진 건물 잔해를 밟고 지나간다. 그녀의 시선은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한다. 발밑에서 부서지는 잔해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3. 윤슬 (독백):**
이 지독한 고요함 속에 숨어있는 것들.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뒤, 녹슨 버스 안,
어둠이 스며든 지하.
어디에나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지만 더 지독한 건… 외로움이었다.
내가 이곳에서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

**4. 컷:** 윤슬이 낡은 건물의 균열 사이로 조심스럽게 몸을 밀어 넣는다. 내부의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킬 듯하다. 먼지 섞인 햇빛 한 줄기가 천장의 구멍을 통해 희미하게 비친다.

**5. 윤슬 (독백):**
오늘도 수확은 신통치 않았다.
식량은 언제나 부족하고, 쓸만한 부품은 씨가 말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6. 컷:** 윤슬이 무너진 선반 사이를 뒤지다가 작은 통조림 캔 하나를 발견한다. 그녀의 눈에 실낱같은 희망이 스쳐 지나간다.

**7. 윤슬 (작게 중얼거린다):**
하나라도… 다행이야.

**[장면 2] 예기치 않은 위험**

**# 배경:** 붕괴 직전의 대형 마트 건물 내부. 천장은 곳곳이 무너져 내렸고, 상품 진열대는 쓰러져 잔해와 먼지로 뒤덮여 있다. 어둠이 짙게 깔려 있고, 습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 시간:** 오후 늦게. 해가 기울면서 내부가 더욱 어두워진다.

**# 인물:** 윤슬, 그리고 거대한 돌연변이 쥐 떼.

**8. 컷:** 윤슬이 마트의 식품 코너였을 공간을 조심스럽게 탐색한다. 그녀의 발자국 소리만 희미하게 울린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9. 윤슬 (독백):**
여긴 꽤 오랫동안 아무도 오지 않은 것 같았다.
좋은 징조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주 나쁜 징조일 수도 있었다.
이런 곳일수록 더 조심해야 했다.
미끼가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치워버린 채,
무엇인가가 둥지를 틀었을 가능성.

**10. 컷:** 윤슬이 웅크린 채 바닥에 흩어진 깨진 유리 조각들을 피해 걷는다. 그때, 어둠 속에서 희미한 ‘찍-찍-‘ 소리가 들린다. 윤슬의 눈이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진다. 그녀는 쇠파이프를 고쳐 잡는다.

**11. 윤슬 (독백):**
젠장.

**12. 컷:** 어둠 속에서 수많은 붉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윤슬을 향한다. 작게는 개의 크기, 크게는 송아지만 한 쥐들이 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와 주변의 기둥과 잔해 위에 우글거린다. 그들의 털은 듬성듬성 빠져 있고, 이빨은 비정상적으로 길게 튀어나와 있다. 맹렬한 찍찍거리는 소리가 마트를 가득 채운다.

**13. 윤슬 (내면의 비명):**
이런, 젠장! 쥐 떼라니! 이 정도 규모는…!

**14. 컷:** 쥐 떼가 사방에서 윤슬을 향해 달려든다. 그들의 날카로운 발톱이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린다.

**15. 윤슬 (대사, 이를 악물고):**
크으으…!

**16. 컷:** 윤슬이 쇠파이프를 휘둘러 가장 먼저 달려드는 쥐의 머리를 강타한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쥐가 바닥에 나뒹군다. 하지만 쥐 떼는 멈추지 않고 파도처럼 밀려온다.

**17. 윤슬 (내레이션):**
정신없이 휘둘렀다.
한 마리, 두 마리…
하지만 끝없이 몰려드는 것들 앞에서는
나의 필사적인 저항도 무의미했다.
벽에 등이라도 기댈 수 있다면…!
그러나 사방이 탁 트인 이곳에서,
나는 그저 고립된 먹잇감일 뿐이었다.

**18. 컷:** 윤슬의 다리에 쥐 한 마리가 매달려 살을 뜯으려 한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쥐를 걷어차지만, 그 사이 또 다른 쥐들이 그녀의 몸을 기어오른다. 그녀의 팔과 다리에 붉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번진다.

**19. 윤슬 (대사, 고통에 찬 신음):**
하아… 으윽…!

**20. 컷:** 윤슬의 시야가 흐릿해진다. 숨이 가빠오고, 온몸에 힘이 빠져나간다. 이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녀를 덮친다. 쥐 떼는 그녀의 주변을 겹겹이 에워싸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며 최후의 순간을 기다린다.

**21. 윤슬 (독백):**
이대로… 끝인가…?

**[장면 3] 어둠 속의 그림자**

**# 배경:** 마트 건물 내부, 아비규환의 순간.

**# 시간:** 순식간.

**# 인물:** 윤슬, 돌연변이 쥐 떼, 그리고 카론 (심연족.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형. 날렵하고 단단한 근육질의 몸. 피부색은 일반적인 인간보다 창백하고, 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듯한 기묘한 푸른빛을 띤다. 검은색 계열의 낡았지만 기능적인 옷차림. 맨손).

**22. 컷:** 윤슬의 시선이 바닥으로 향하고, 의식이 희미해진다. 그때, 공기 중에 섬뜩한 정적이 흐른다. 쥐 떼의 맹렬한 찍찍거림이 순간적으로 멎는다. 모든 쥐들이 한 곳을 향해 고개를 든다.

**23. 컷:** 마트 천장의 붕괴된 틈새로 한 줄기 희미한 달빛이 스며든다. 그 빛 아래, 한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내려선다.

**24. 윤슬 (독백, 희미한 의식 속에서):**
뭐지…? 이 기척은…?

**25. 컷:** 카론이 착지하자마자, 주변의 쥐들이 미친 듯이 경련하며 비명을 지른다. 그들의 날카로운 이빨이 서로를 향해 부딪치고, 몇몇은 공포에 질린 채 달아나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제압당한 듯 바닥에 쓰러진다.

**26. 컷:** 카론의 푸른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빛난다. 그의 시선이 윤슬에게 닿는 순간, 윤슬의 몸이 본능적으로 얼어붙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차갑고도 날카로운 기운이 그녀를 짓누른다.

**27. 내레이션 (윤슬):**
그것은 죽음의 그림자보다도 더 본능적인 공포였다.
인간이라면 절대 가질 수 없는,
지독하게 낯설고 이질적인 존재감.
어둠 그 자체가 형상화된 듯한… 심연족.
그들의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공포의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왔다.
인간을 사냥하고, 피를 탐하며,
우리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존재들.

**28. 컷:** 카론이 윤슬을 둘러싼 쥐 떼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그의 움직임은 유연하고 거침없다. 쥐 떼는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면서도, 거대한 먹잇감을 향한 본능적인 욕구와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한다.

**29. 컷:** 카론이 손을 뻗자, 마치 보이지 않는 칼날이 휘둘러진 것처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쥐 몇 마리의 몸이 순식간에 두 동강 난다. 피가 튀고, 끔찍한 비명 소리가 마트를 가득 채운다. 그의 동작은 너무나 빠르고 정확해서, 윤슬은 그가 어떻게 공격했는지조차 인지할 수 없다.

**30. 컷:** 쥐 떼가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흩어진다. 카론은 그들을 쫓지 않고, 여유롭게 걸어 윤슬에게 다가온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여전히 윤슬에게 고정되어 있다.

**31. 윤슬 (독백,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나를… 죽이러 오는 건가…?
쥐 떼를 처리한 건… 먹잇감을 독점하기 위해서…!
그래, 당연한 일이야…!
내 몸은… 이미 끝장났어… 도망칠 수도 없어…

**32. 컷:** 카론이 윤슬의 바로 앞에 멈춰 선다. 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덮는다. 윤슬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그녀는 고통과 공포,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질적인 매혹이 뒤섞인 눈으로 그를 올려다본다. 그의 얼굴은 차갑고 무감각해 보이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그 푸른 눈동자 속에 희미하게 감돌았다.

**[장면 4] 첫 만남의 잔상**

**# 배경:** 마트 건물 주변의 으슥한 골목. 폐기물 더미와 부서진 상자들이 쌓여 있다.

**# 시간:** 해 질 녘.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한다.

**# 인물:** 윤슬, 그리고 카론.

**33. 컷:** 카론이 아무 말 없이 윤슬을 응시한다.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그녀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스치듯 닦아낸다. 그의 손길은 놀랍도록 부드럽고 차가웠다. 윤슬은 충격과 혼란 속에서 몸을 굳힌다.

**34. 윤슬 (독백):**
이건… 뭐지…?
왜… 나를 해치지 않는 거지…?
이게… 심연족의 방식인가…?
아니, 그들은… 이렇게 상냥할 리가 없어.
그들은… 괴물이야…

**35. 카론 (대사, 낮은 목소리, 마치 오래된 돌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
…살아남아라.

**36. 컷:** 카론의 눈빛이 흔들린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윤슬은 그 안에서 언뜻 연민 같은 것을 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고작 세 글자였다. ‘살아남아라.’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엄청났다. 윤슬은 눈을 깜빡인다.

**37. 윤슬 (독백):**
…뭐라고?

**38. 컷:** 카론이 윤슬의 어깨에 메고 있던 배낭을 자신의 손으로 넘겨받아 열더니, 안에 있던 작은 통조림 캔과 낡은 물통을 꺼낸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배낭 안에 집어넣는다. 그것은 윤슬이 본 적 없는,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수정 조각이었다.

**39. 카론 (대사, 무표정하게):**
…이것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피해라.

**40. 컷:** 카론이 배낭을 다시 윤슬의 어깨에 걸어주고는, 아무런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의 움직임은 그림자처럼 자연스럽고 조용했다. 순식간에 그는 윤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41. 컷:** 윤슬은 멍하니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본다.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그녀는 자신의 팔과 다리에 난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본다. 쥐 떼의 잔혹한 공격보다, 지금 이 순간의 혼란이 더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다.

**42. 윤슬 (독백):**
심연족이… 나를 살려줬다…?
그리고… 저 수정은 뭐지…?
날 지켜준다고? 말도 안 돼…
그들은 인간을 증오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그는 왜…?

**[장면 5] 떨림과 의문**

**# 배경:** 윤슬의 임시 은신처. 낡은 상가 건물의 옥상. 허물어진 콘크리트 구조물 뒤에 간이 천막을 쳐 두었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무수히 쏟아져 내린다.

**# 시간:** 깊은 밤.

**# 인물:** 윤슬.

**43. 컷:** 윤슬이 은신처에 도착해 조용히 몸을 눕힌다. 아까의 싸움으로 지쳐있던 몸은 금방이라도 잠들 것 같지만, 그녀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깨어 있다.

**44. 윤슬 (독백):**
오늘 겪은 일은…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악몽이라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그의 눈빛… 그 차가운 손길…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세 마디.
‘살아남아라. 이것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피해라.’
마치… 경고 같았다.

**45. 컷:** 윤슬이 배낭 안에서 카론이 넣어준 수정 조각을 꺼낸다. 그것은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희미한 푸른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46. 윤슬 (독백):**
이게… 날 지켜준다고?
어떻게? 이 작은 돌멩이가?
하지만… 왠지 버릴 수가 없었다.
버려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마치… 그가 남긴 유일한 흔적처럼…

**47. 컷:** 윤슬이 수정 조각을 꽉 쥐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압도적인 절망감을 안겨준다. 그녀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맺힌다.

**48. 윤슬 (독백):**
나는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았다.
배워왔고, 들었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오늘, 그는 나의 적이 아니었다.
나를 구해준… 기묘한 존재였다.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는 이제 무엇을 믿어야 하는 걸까?
그에게서 느꼈던… 그 미묘한 감정은 또 무엇일까?
이 금지된 만남이…
내 삶을 어떻게 뒤흔들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49. 컷:** 윤슬이 수정 조각을 가슴에 품고 눈을 감는다. 푸른빛이 그녀의 뺨을 은은하게 비춘다.

**50. [에피소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