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거대한 돌문이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 셋은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천 년은 족히 넘었을 법한 묵은 흙먼지가 폐부에 와 닿는 순간, 강한 부패향과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그런 불쾌함조차 감히 불평할 수 없을 만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압도적이었다.

“세상에….”

학자 특유의 냉철함을 항상 유지하던 서윤아 박사의 입에서도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손에 들린 고성능 랜턴 불빛이 어둠을 가르고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을 비췄다. 마치 심해 속 거대한 괴물의 피부를 뜯어내 벽에 붙여놓은 듯한, 검은색에 가까운 암석들이 거대한 방을 이루고 있었다. 그 암석의 표면에는 난해하고 기괴한 형상의 상형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는데, 어떤 규칙성도 없이 무작위로 뒤얽혀 기분 나쁜 생명력을 뿜어내는 듯했다.

“이건… 우리가 여태껏 봤던 양식과는 완전히 달라.” 윤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벽으로 다가갔다. “지하 300미터에서 이런 유적이 발견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것도 문헌에 단 한 줄도 기록되지 않은, 완전히 잊혀진 문명이라니….”

그녀의 목소리에는 학자로서의 흥분과 더불어, 알 수 없는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내가 손전등을 들어 천장을 비추자, 방의 규모가 더욱 명확히 드러났다. 족히 50미터는 될 법한 높이의 돔형 천장, 그리고 그 중앙에는 기이한 형상의 거대한 돌덩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제단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의 건축물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은 마치 거대한 동물이 사지를 접고 웅크린 모습과 흡사했다. 돌의 표면에도 역시 기괴한 상형문자들이 번개처럼 새겨져 있었다.

“강하준 씨, 이봐요. 느낌이 싸합니다.”

뒤에서 최민혁이 거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인 그는 항상 냉정하고 침착했지만, 이곳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민혁은 주위를 경계하며 허리에 찬 단검의 손잡이를 매만졌다.

“나도 그래, 민혁 씨.”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유적은… 다른 유적들과는 달랐다. 처음 탐사를 시작한 날부터 어렴풋이 느껴졌던 ‘불길한 기운’이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실체가 되어 온몸을 짓누르는 듯했다. 마치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윤아는 벌써 벽에 코를 박고 상형문자를 해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거친 벽면을 스치며 희미한 글자들을 더듬었다.

“이게 무슨… 신을 찬양하는 내용은 아니야. 희생… 저주… 봉인… 그리고… ‘그림자 속의 눈’?”

윤아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윤아 박사, 무슨 뜻이죠?” 내가 물었다.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너무나 파편적이고… 게다가 언어의 형태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고대어와도 일치하지 않아요. 하지만… 부정적인 단어들만 가득해요. 이 문명을 건설한 자들은 무언가를 봉인하려 했던 것 같아요. 아주 거대하고… 끔찍한 것을.”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랜턴 불빛이 일제히 깜빡이기 시작했다. 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민혁이 손전등을 세차게 흔들었지만, 전등은 이내 완전히 꺼져버렸다.

“이런 젠장! 배터리는 만충이었는데!”

완벽한 어둠. 숨통을 조여오는 듯한 정적.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평소라면 당황하지 않았을 상황이었지만, 이곳에서의 어둠은 차원이 달랐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쉬이이…*

귓가에 뱀이 기어가는 듯한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환청인가? 아니, 내 양 옆에 선 윤아와 민혁의 몸이 동시에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도 들었다는 증거였다.

“누구… 누구야!” 민혁이 초조하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어둠 속으로 메아리쳤다.

그때였다. 돔형 천장의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돌덩이, 즉 ‘제단’에서 희미한 빛이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섬뜩한 붉은색을 띠는 그 빛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동공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빛이 강해질수록, 돌덩이에 새겨진 기괴한 상형문자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콰앙!*

갑작스런 충격과 함께 땅이 요동쳤다. 우리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돌과 흙먼지가 천장에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지진인가?!” 민혁이 소리쳤다.

“아니… 지진과는 달라!” 윤아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이건…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야!”

붉은 빛이 더욱 짙어졌다. 이제 제단 전체가 거대한 심장처럼 맥동하는 듯했다. 그 빛은 벽면의 상형문자들에도 옮겨붙어, 방 전체가 기이한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가 거대한 존재의 핏속에 잠겨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어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환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하고, 직접적이었다. 마치 그 소리가 나의 뇌 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잊혀진 자들의 잠을 깨우지 마라….*
*―그림자가 다시 눈을 뜰 것이다….*

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며 고통스러운 두통을 유발했다. 나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하준 씨! 괜찮아요?” 윤아가 나를 흔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없었다. 붉은 빛이 일렁이는 방의 한구석에서, 그림자가 일렁였다. 단순히 어둠이 아니었다. 그림자 자체가 살아있는 듯, 흐느적거리며 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형체가 없었지만, 끔찍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젠장, 도망쳐야 해!” 민혁이 외치며 나를 잡아끌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의 시선은 그림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림자는 서서히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촉수처럼 뻗어 나오더니, 이내 수많은 눈동자가 박힌 끔찍한 형상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온갖 고통과 절망이 뒤섞인 듯한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존재의 중심에서, 하나의 거대한 눈동자가 우리를 응시했다. 무감하고 냉정한, 그리고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 눈은 나에게 직접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너희는 이미 늦었다….*
*―봉인은 깨어났고… 어둠은 다시 돌아왔다.*

숨이 턱 막혔다. 공포가 온몸을 마비시켰다. 나는 이곳이 단지 유적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곳은… 봉인된 재앙의 심장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앞에서, 그림자 속의 눈이 번뜩이며, 고대 유적의 비밀은 잔혹한 실체로 우리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