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 (신선) 상세한 애니메이션 대본 및 스토리보드

## 천지개벽록 (天地開闢錄)

**씬 #1**

**장소:** 폐허림, 핏빛 노을이 지는 황혼녘. 뒤틀린 거목들이 숲을 이루고, 뿌리는 갈라진 대지 위로 기괴하게 솟아있다. 땅에서는 탁한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며, 간헐적으로 푸른색 혹은 붉은색 섬광이 터진다. 멀리 폐허가 된 도시의 실루엣이 보인다.

**시간:** 해 질 녘.

**인물:** 류 (19세, 날렵하지만 마른 체형. 초점 없는 듯하지만 깊은 결의가 서린 눈빛. 낡고 해진 의복에 녹슨 철검을 허리에 차고 있다.)

**액션/묘사:**
찢어진 옷자락이 나뭇가지에 걸려 너덜거린다. 류는 깊게 파인 눈 아래 그림자를 드리운 채, 축 늘어진 어깨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숲을 헤치고 나아간다. 그의 발밑에는 수천 년은 묵었을 법한 고목의 뿌리들이 뱀처럼 엉켜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선 핏빛 이끼가 기생하듯 번져 있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부서진 나뭇가지와 마른 흙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숲에 울려 퍼진다. 등 뒤에는 낡은 가죽 배낭이 묵직하게 메어져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지쳐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된 식량도, 마실 물도 구하지 못했음을 짐작게 하는 모습이었다.

류의 시선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너머를 훑었다. 이곳 ‘폐허림’은 대붕괴 이후 가장 오염된 지역 중 하나였다. 공기 중에는 탁한 영기(靈氣)가 가득했고, 그 오염된 영기에 잠식되어 기괴하게 변이한 맹수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순간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허리에 찬 녹슨 철검의 손잡이를 쥐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차가운 쇠붙이의 감촉이 그나마 류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유일한 자극이었다.

그의 시야에 희미한 푸른빛이 감도는 바위틈이 들어왔다. 류의 심장이 미약하게 요동쳤다.
“젠장… 이번엔 제발…”
류는 작게 중얼거렸다. 갈라진 입술 새로 굳은 다짐이 새어 나왔다. 저곳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청정 수정(清净水晶)’이 있기를.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탁한 영기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심신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생존자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보물이었다.

류는 바위틈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푸른빛은 희망인 동시에 미끼였다. 이런 귀한 것이 있는 곳에는, 필연적으로 그것을 노리는 존재들이 나타나기 마련이었다. 그게 사람이든, 짐승이든.

바위틈은 좁고 어두웠다. 류는 몸을 웅크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에는 희미한 영기 광석들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고, 그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청정 수정이 박혀 있었다. 투명한 수정은 주변의 탁한 영기 속에서도 홀로 맑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류의 얼굴에 희미한 안도감이 스쳤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채 몇 초도 가지 못했다.
수정 가까이 다가가려던 순간, 동굴 안쪽에서 섬뜩한 기척이 느껴졌다. 류의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즉시 허리에 찬 철검을 뽑아들고 자세를 낮췄다. 녹슨 철검이 그의 손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냈다.

**대사:**
류 (내면): (젠장… 역시나. 이 좋은 기운이 맹수를 부르지 않을 리 없었어. 문제는… 무엇이냐는 거지.)

**액션/묘사:**
동굴 깊은 곳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단순한 짐승의 숨소리가 아니었다. 쇳소리가 섞인 듯한, 기이한 마찰음이 섞여 있었다. 류의 눈은 어둠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둠이 그의 시야를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여 주변의 기운을 읽으려 노력했다. 오랜 생존 본능으로 익힌, 흐트러진 영기 속에서 미약하게나마 생체 에너지를 감지하는 방법이었다.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붉은 안광이 번쩍였다.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가 동굴 벽에 비쳤다.
‘크다…!’
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그림자는 일반적인 맹수의 크기를 훨씬 상회했다. 적어도 몸길이가 서너 장(丈)은 되어 보였다.

쿠우웅!
거대한 그림자가 한 발짝 움직이자 동굴 전체가 진동했다. 천장에서 잔돌이 우수수 떨어졌다.
드디어 그 모습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거대한 늑대 형상에, 몸 전체가 검붉은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어깨와 등줄기에서는 날카로운 뼈 돌기가 솟아 있었고, 앞발에는 강철 같은 발톱이 번뜩였다. 가장 소름 끼치는 것은, 그 늑대의 입에서 끊임없이 녹색 침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오염된 영기의 상징이었다.

**대사:**
류 (내면): (미쳐버린 야수… ‘철피랑(鐵皮狼)’인가! 이런 곳에… 청정 수정의 기운에 홀려 여기까지 온 건가. 제길, 놈의 비늘은 웬만한 철검으로는 흠집도 내기 힘들 텐데!)

**액션/묘사:**
철피랑은 류를 발견하자마자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르릉거리는 소리는 동굴의 벽을 타고 울리며 고막을 찢을 듯했다. 늑대의 붉은 안광은 청정 수정 대신 류를 향해 있었다. 굶주린 시선이었다. 류의 심장이 발악하듯 뛰었다. 철피랑은 이 폐허림에서도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맹수였다. 류의 어설픈 검술과 미약한 영기 운용으로는 상대하기 벅찬 존재였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저 청정 수정은… 그의 생명이었다.
류는 철검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등 뒤로 청정 수정의 은은한 푸른빛이 번졌다.

철피랑이 몸을 잔뜩 웅크렸다. 사냥 직전의 자세였다.
“크아아아!”
늑대의 포효와 함께, 철피랑이 거대한 몸을 날려 류에게 덤벼들었다. 그 속도는 육중한 몸집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빨랐다. 순식간에 동굴의 절반을 가로질러 류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녹색 침을 질질 흘리는 거대한 주둥이가 열리며 뾰족한 이빨들이 드러났다.

류는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비틀며 철피랑의 돌진을 피했다. 거대한 늑대의 발톱이 스쳐 지나간 바위 벽에서는 섬광과 함께 깊은 자국이 파였다. 류는 피한 직후, 철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철피랑의 옆구리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카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철검이 비늘에 부딪혔다. 예상대로 철피랑의 비늘은 너무나 단단했다. 검은 튕겨 나갔고, 류의 손에는 강렬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손목이 부러질 듯한 충격이었다. 철피랑의 비늘에는 겨우 희미한 흠집만이 생겼을 뿐이었다.

**대사:**
류 (내면): (젠장! 역시 소용없나…!)

**액션/묘사:**
철피랑은 공격이 통하지 않자 더욱 격렬하게 날뛰었다. 거대한 꼬리가 류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류는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옆구리에 충격을 받고 동굴 벽에 강하게 부딪혔다. “크헉!” 짧은 신음과 함께 그의 몸이 벽에 부딪히며 돌멩이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심장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이 온몸을 덮쳤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철피랑은 쓰러진 류를 향해 거대한 앞발을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발톱이 그의 목덜미를 노렸다.
바로 이때였다.
류의 뇌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 철피랑은 오염된 영기에 잠식된 존재. 일반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반대로 순수한 영기는 놈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순수한 영기를 어떻게 온전히 놈에게 타격하느냐였다.

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눈앞에 떨어지는 철피랑의 발톱을 응시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몸을 굴려 발톱을 피하는 동시에, 오른손에 쥐고 있던 철검을 버리고 왼손을 뻗어 바닥에 떨어진 자잘한 영기 광석 조각 하나를 움켜쥐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도 은은한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철피랑의 발톱이 류가 있던 자리를 찢어놓았다. 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그의 움직임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대사:**
류 (내면): (방법은… 이것뿐인가! 이 한 조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액션/묘사:**
류는 주먹 쥔 손안의 영기 광석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미약한 영기를 끌어 모았다. 대붕괴 이후, 영기 수련은 극도로 어려워졌고, 류 역시 제대로 된 사사(師事)를 받지 못해 그저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단련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했다.

손안의 영기 광석이 조금 더 강렬한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류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고, 온몸의 세포가 고통과 함께 활성화되는 느낌이었다.
철피랑은 류의 눈빛이 변한 것을 감지했는지,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거친 포효와 함께 류에게 덤벼들었다. 이번에는 온몸을 흔들며 거대한 육중함으로 류를 덮치려 했다.

류는 눈을 감았다. 모든 감각이 사라지고, 오직 영기의 흐름만이 느껴졌다. 손안의 광석이 뜨거워지면서 그의 손아귀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그는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빛은 더 이상 초조하지 않았다. 확신과 결의가 넘쳤다.
“죽어라, 이 망할 짐승!”

류는 철피랑이 코앞까지 다가오자마자, 손안의 영기 광석을 놈의 붉은 안광 중 하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던졌다.
단순한 투척이 아니었다. 그의 몸속에 모아뒀던 미약한 영기마저 광석에 실어 던졌다.
작은 광석은 마치 푸른 유성처럼 날아가 철피랑의 눈을 향했다.

콰직!
광석이 철피랑의 눈에 박히는 섬뜩한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키에에에엑!”
철피랑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은 이전의 포효와는 차원이 달랐다. 놈의 몸을 덮었던 검붉은 비늘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눈에서 시작된 푸른 빛줄기가 놈의 머리 전체로 번져나갔다. 오염된 영기에 잠식된 놈에게 순수한 영기는 독약과도 같았다.

철피랑은 몸을 바닥에 내던지고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온몸을 뒤틀며 동굴 벽에 거대한 몸을 부딪혔다. 동굴이 붕괴될 것 같은 진동이 이어졌다. 류는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푸른빛이 철피랑의 몸을 잠식하는 속도는 엄청났다. 놈의 거대한 몸은 푸른빛 속에서 점점 더 녹아내리는 듯했고, 이내 거대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 거대한 몸은 서서히 푸른빛으로 변하며 작은 영기 조각들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놈의 존재는 점차 사라져갔다.

**대사:**
류 (내면): (해냈다… 정말 해낸 건가?)

**액션/묘사:**
류는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고, 옆구리의 통증이 다시금 그를 덮쳐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기진맥진함 속에서도 희미한 승리감이 어려 있었다. 폐허림에서 철피랑을 쓰러뜨린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주변은 다시금 고요해졌다. 철피랑이 사라진 자리에는 희미한 영기 광석 조각들만이 흩어져 있었다. 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동굴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여전히 푸른빛을 내며 반짝이는 청정 수정이 있었다.

류는 떨리는 손으로 청정 수정을 움켜쥐었다. 차가우면서도 맑은 기운이 그의 손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 기운은 생존의 희망이었다.

**대사:**
류 (내면): (이제… 이걸로 며칠은 버틸 수 있겠지. 하지만…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아. 세상은 여전히 굶주리고,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액션/묘사:**
류는 청정 수정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동굴 밖으로 나섰다. 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핏빛 노을은 사라지고, 오염된 영기 속에서 기괴하게 빛나는 별들이 하늘에 흩어져 있었다. 폐허림의 밤은 낮보다 훨씬 위험했다.

류는 낡은 배낭에서 미리 준비해둔 물통을 꺼내, 그 안에 청정 수정을 넣었다. 순식간에 물통 안의 탁했던 물이 맑고 투명하게 변했다. 그는 급하게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차가우면서도 생명력이 느껴지는 물이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가자, 온몸에 미약하게나마 기력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폐허가 된 도시의 실루엣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곳은 한때 번성했던 문명의 흔적이었지만, 지금은 죽음과 절망만이 가득한 곳이었다.
류의 눈빛은 다시금 굳건해졌다. 그는 살아남아야 했다. 살아남아서, 이 황폐해진 세상의 진실을 알아내야 했다. 아니면…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칠 뿐이라도.

류는 다시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폐허림의 뒤틀린 숲은 더욱더 깊은 침묵 속으로 잠겨들었다.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이 끝없는 생존의 연대기 속에서, 류는 과연 무엇을 찾게 될까?

**(장면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