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각의 잔해 (The Remnants of Oblivion)
**로그라인:** 독으로 물든 세계에서 숨조차 쉬기 버거운 시대. 생존을 위해 폐허 깊은 곳으로 향한 아린과 강현은, 단순한 자원이 아닌 잊혀진 과거의 그림자와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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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새벽, 폐허가 된 도시 외곽 – 수색대 임시 거점**
**[FADE IN]**
**카메라:** 낡은 금속판과 방수포로 얼기설기 지어진 간이 막사를 천천히 팬한다. 막사 틈새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새벽빛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먼지 입자들을 비춘다. 간간이 [낡은 기계음]과 [낮게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내레이션 (아린의 목소리):** 세상은 변했다. 우리가 알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대정화’라고 불리는 거대한 재앙 이후, 살아남은 인간들은 숨쉬는 것조차 투쟁이 되어버린 폐허 속에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도시의 잔해는 우리에게 자원이자 동시에 죽음의 그림자였다.
**카메라:** 막사 안쪽, 낡은 침낭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장비를 점검하는 아린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그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왜소한 체구지만, 단단한 눈빛을 지녔다. 닳아 해진 작업복 위에 허름한 방탄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그녀의 손은 익숙하게 작은 공구와 나이프를 다듬는다. 옆에는 그녀의 생명줄과 같은 복잡한 필터가 달린 호흡기가 놓여 있다.
**아린:** (작은 혼잣말, 중얼거림) 젠장… 이 낡아빠진 장비로 이번엔 또 뭘 버텨내야 할까.
**카메라:** 아린의 옆으로 40대 후반의 건장한 체격의 강현이 다가온다. 그의 얼굴은 깊은 주름과 굳은살로 뒤덮여 있고, 낡은 방독면을 쓰고 있지만, 그 너머로도 그의 피로가 느껴진다. 그는 아린이 점검하는 호흡기를 무심히 바라본다.
**강현:** (낮고 거친 목소리) 아직도 걱정이냐? 네 호흡기는 이 공동체에서 제일 새것 같은 물건이다. 저 밖의 공기보단 백배 나을 거야.
**아린:** (호흡기 필터를 톡톡 두드리며) 새것 같은 거요? 강현 아저씨 말이 그렇다면야… 하지만 이 필터, 한계가 보여요. 이번 임무에서 구형 전도체를 못 찾으면, 우리 정화 시스템은…
**강현:** (아린의 말을 자르며) 그럼 찾아야지. 다른 선택지가 있나? 이젠 너까지 불안해하면 안 된다, 아린.
**카메라:** 강현의 손이 아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그의 손길은 거칠지만 묘한 위로가 느껴진다.
**아린:** (고개를 들어 강현을 바라보며) 알아요. 하지만… 이번 수색 구역, ‘망자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곳이잖아요. 소문만 무성하고, 다들 꺼리는 곳이에요.
**강현:**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위험한 건 맞지만, 그만큼 얻을 것도 있을 거다. 그리고… 이곳 정화 시스템이 멈추면 우리 모두가 망자가 되는 거야.
**카메라:** 강현의 시선이 막사 천장의 틈새로 보이는 희뿌연 하늘을 향한다. 그의 눈빛에 알 수 없는 고뇌가 스친다.
**강현:** (독백처럼) 너무 오래되었어. 모든 게… 서서히 썩어가는구나.
**카메라:** 아린은 강현의 시선을 따라 천장을 올려다본다. 그곳에는 희미하게 먼지 폭풍이 일고 있는 듯한 붉은빛 하늘이 보인다.
**아린:** (호흡기를 조립하며) 준비됐어요.
**강현:**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해라. 보급품은 충분하고?
**아린:** 네. 물통, 비상식량, 응급처치 키트… 다 챙겼어요. 통신기는… (통신기를 확인하려 하지만 찌직거리는 노이즈가 들린다) 아, 또 이러네.
**강현:** (자신의 낡은 통신기를 꺼내들며) 내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다. 이젠 기대하지 않는 게 편해. 폐허 안쪽에선 거의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야. 정해진 주파수 외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거다.
**카메라:** 강현이 자신의 허리춤에서 낡은 지도를 꺼내 펼친다. 지도는 찢어지고 낡았으며, 손때가 묻어 지명이 희미하다. 그는 붉은색 펜으로 표시된 특정 구역을 손가락으로 짚는다.
**강현:** 여기다. 폐쇄된 연구 시설. 예전에 ‘생체 에너지 연구소’라고 불렸던 곳. 소문에 의하면 구형 전도체뿐만 아니라,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데 필요한 귀한 재료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문제는… 시설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거지.
**아린:** (지도 위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주변 지형이 너무 변했어요. 지도와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강현:** 그래서 너와 내가 가는 거다. 네 뛰어난 직감과 내 경험이 합쳐지면 못할 것도 없어.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번엔 평소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아린:** (강현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왜요? 뭔가 감지했어요?
**강현:** (한숨을 쉬며) 최근 공동체 주변에서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탐색대가 보낸 통신이 갑자기 끊기거나, 돌아온 탐색꾼들이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는 경우도 늘었어. 녀석들… ‘그림자’라고 부르더군.
**아린:** (표정이 굳어진다) 그림자…
**카메라:** 아린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녀의 머릿속에 과거의 어둡고 끔찍한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강현:** (아린의 표정을 읽었는지)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그저 조심하라는 말이다. 우리 외에는 누구도 믿지 마라. 알겠나?
**아린:** (고개를 끄덕이며) 네.
**카메라:** 아린이 호흡기를 착용한다. 필터를 통해 거친 숨소리가 들린다. 강현도 낡은 방독면을 쓰고, 묵직한 탐사용 배낭을 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을 한 번 더 확인한 후, 굳은 표정으로 막사의 출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SCEN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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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2
**새벽, 폐허가 된 도시 외곽 – 망자의 심장부 입구**
**카메라:** 짙은 먼지 폭풍이 부는 황량한 폐허 지대가 펼쳐진다. 무너진 고층 빌딩의 뼈대들이 기괴하게 솟아 있고, 그 사이로 자라난 이름 모를 덩굴 식물들이 건물 전체를 뒤덮고 있다. 공기는 황갈색 빛을 띠며 시야가 탁하다. [금속성 바람 소리]가 귀를 때린다.
**내레이션 (아린의 목소리):** 이곳은 죽은 자들의 무덤이었다. 아니, 어쩌면 죽어가는 자들의 마지막 안식처일지도. 모든 생명이 숨쉬기를 포기한 땅에서, 우리는 삶을 구걸하고 있었다.
**카메라:** 아린과 강현이 무너진 도로 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그들의 발걸음은 흙먼지를 일으키고, [돌 조각 밟는 소리]가 적막을 깬다. 둘 다 방독면과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아린:** (작은 소리로, 마이크를 통해) 이곳 공기, 평소보다 더 탁한 것 같아요. 필터도 금방 한계에 도달할지도 모르겠어요.
**강현:** (같은 방식으로) 그래서 최대한 빨리 목표물을 찾아야 한다. 이젠 주변에 남은 것도 거의 없으니… 희망이 있는 곳은 이런 곳뿐이다.
**카메라:** 강현이 손에 든 구형 스캐너를 작동시킨다. [스캐너의 삐 소리]와 함께 액정에 희미한 파형이 나타난다.
**강현:** (스캐너를 보며) 미세한 에너지 반응이 감지된다. 이 방향이야.
**카메라:** 두 사람은 스캐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거대한 빌딩의 잔해로, 전체가 검붉은 덩굴로 뒤덮여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아린:** (덩굴을 올려다보며) 저 덩굴… 전에 보던 것과는 달라요. 더 단단하고, 더… 거칠어요.
**강현:** (덩굴에 손을 대어보려다 멈칫한다) 만지지 마라. 저런 것들은 늘 독성을 품고 있다.
**카메라:** 그들은 덩굴 사이의 좁은 틈새를 찾아 빌딩 안쪽으로 진입한다. 빌딩 내부는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고, [물 떨어지는 소리], [어딘가에서 새어 들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린다. 강현이 헤드라이트를 켜자, 희미한 빛이 썩어가는 내부를 비춘다.
**강현:** 조용히 움직여라. 여기서부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
**카메라:** 아린은 나이프를 꺼내 들고 경계 태세를 취한다. 그녀의 눈은 어둠 속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아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강현 아저씨,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강현:** 뭐가?
**아린:** 너무… 고요해요. 동물의 흔적도, 다른 탐색꾼들의 흔적도 없어요. 보통 이런 곳엔 쥐나 벌레라도 있기 마련인데…
**카메라:** 아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쿵]하는 둔탁한 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온다.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굳는다.
**강현:** (헤드라이트를 소리 방향으로 돌린다) 뭐지?
**카메라:** 빛이 닿은 곳에는 거대한 금속 문이 녹슨 채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문에는 알 수 없는 기호들이 새겨져 있고, 문틈 사이로 짙은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다.
**아린:** (숨을 죽이며) 저 문… 이 지도에는 없는 곳이에요.
**강현:** (고개를 갸웃하며) 구형 연구 시설이 맞다면, 보안 구역이었을지도 모르겠군. (스캐너를 다시 작동시킨다) 에너지 반응이 여기서 훨씬 강하게 잡힌다. 우리가 찾는 게 저 안에 있을 수도 있어.
**카메라:** 강현이 문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문에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힌 금속 케이블들이 매달려 있다. 그는 케이블 중 하나를 만져본다. [찌릿]하는 스파크가 튀는 소리.
**강현:** (작은 소리로) 아직 살아있는 전선이군. 조심해.
**카메라:** 아린이 문틈으로 헤드라이트를 비춰본다. 어둠 속에서 빛이 닿은 곳에, 녹슨 기계 장치들과 함께 뼈대가 앙상하게 남은 **인골**이 보인다. 인골의 손에는 낡은 PDA 같은 것이 쥐어져 있다.
**아린:** (움찔하며) 사람…
**강현:** (표정이 굳는다) 망자군. 얼마나 오래되었지?
**카메라:** 아린은 조심스럽게 인골에게 다가가 PDA를 집어 든다. PDA는 전원이 나간 상태였지만, 그녀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삐비빅]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액정에 불이 들어온다. 액정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빠르게 스크롤 되다가, 정지한다.
**PDA 화면 (클로즈업):**
`[기록 207년 3월 12일]`
`…이변 발생. 외부 오염도 급증. 통제 불능.`
`[기록 207년 3월 14일]`
`정화 시스템 오류. 제2 필터 손상. 제3 필터… 이상 반응.`
`[기록 207년 3월 16일]`
`격리 구역 붕괴. 생존자 없음. 외부 생명체 유입 확인.`
`[기록 207년 3월 17일]`
`놈들이… 놈들이 말을 한다. 속삭인다. ‘정화는… 끝났다.’`
**아린:** (PDA 내용을 읽다가 경악한 목소리로) 강현 아저씨, 이거… 이게 뭐죠? ‘정화는 끝났다’니…
**카메라:** 아린의 목소리가 떨린다. 그녀가 PDA를 강현에게 넘기려는 순간, [끼이이이익!]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금속 문이 천천히, 저절로 열리기 시작한다. 문 너머의 어둠이 그들을 집어삼킬 듯이 확장된다.
**강현:** (다급하게) 젠장! 문이 열린다!
**카메라:** 문이 완전히 열리자, 안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잿빛 안개가 그들을 향해 밀려온다. 안개 속에서는 희미하게, 사람의 형상 같은 그림자들이 일렁이는 듯하다. 동시에 [낮게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안개 속에서 들려온다.
**아린:** (뒷걸음질 치며) 이게 뭐예요…!
**강현:** (아린을 뒤로 밀치며 총을 겨눈다) 물러서!
**카메라:** 강현이 총을 발사하지만, 총알은 안개 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안개는 점점 짙어지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붉은색의 섬광**이 번뜩인다. 마치 수많은 눈동자들이 그들을 응시하는 것처럼.
**강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빌어먹을… 이건 우리가 아는 ‘그림자’가 아니야.
**카메라:**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웅얼거림이 점점 또렷해진다. 그것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목소리가 겹쳐진 **속삭임**이었다.
**목소리들 (속삭임, 에코):** “…오랜만이야… 새로운… 숨결…”
**아린:** (공포에 질려) 이 소리… 제 머릿속에서 들려요…
**카메라:** 아린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그녀의 방독면 유리 너머로 공포에 질린 표정이 비친다. 안개 속에서 붉은 섬광들이 더욱 강렬하게 번뜩이며 다가온다.
**강현:** (아린의 손을 붙잡고) 도망쳐, 아린! 빨리!
**카메라:** 강현은 아린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잿빛 안개가 그들을 뒤쫓고, 붉은 섬광들이 어둠 속에서 번뜩이며 그들을 압박한다.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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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3
**아침, 폐허 속 좁은 골목길**
**카메라:** 낡은 건물 잔해들 사이의 좁고 어두운 골목길. 아린과 강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숨기고 있다. 그들의 등 뒤에서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다 멈춘다. [거친 숨소리]와 [심장이 격렬하게 뛰는 소리]가 오디오를 채운다.
**아린:** (방독면을 벗고 콜록거린다) 하아… 하아… 그게… 대체 뭐였죠?
**카메라:** 강현은 여전히 방독면을 쓴 채 주변을 경계한다. 그의 손에는 총이 굳게 쥐어져 있다.
**강현:** (총구를 아래로 내리며 한숨을 쉰다)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가 찾는 구형 전도체가 그 안에 있었다고 해도, 절대로 다시 돌아가선 안 된다. 저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야.
**아린:** (주저앉으며) ‘정화는 끝났다’… 그 PDA에 쓰여있던 말이 자꾸 맴돌아요. 마치 세상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 같아요.
**카메라:** 아린의 손에서 PDA가 바닥에 떨어져 [짤랑] 소리를 낸다. 액정은 다시 꺼져 있다.
**강현:** (PDA를 집어 들며) 이 기록은 우리가 아는 대정화보다 훨씬 전에 작성된 것 같군. 그리고 ‘격리 구역 붕괴’, ‘외부 생명체 유입 확인’…
**카메라:** 강현의 시선이 PDA의 액정에서 천천히 위로 향한다. 그의 눈은 텅 빈 폐허 저편, 방금 그들이 도망쳐 나온 ‘망자의 심장부’를 응시한다.
**강현:** 어쩌면… 이 도시가 죽은 게 아닐 수도 있겠군. 그저… 우리가 알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된 것일지도 몰라.
**아린:** (고개를 들어 강현을 바라본다) 무슨 뜻이에요?
**강현:** (담담한 목소리로) 이 폐허… 어쩌면 살아있는 거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생명체가 숨 쉬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거고.
**카메라:** 강현의 말에 아린의 얼굴에 혼란스러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한번 어둠이 가득한 골목길 저편으로 향한다.
**아린:** 그럼…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하죠? 정화 시스템이 멈추면…
**강현:** (아린의 눈을 똑바로 보며) 다른 길을 찾아야지. 우리가 살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이 도시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자원만을 내어주지 않을 거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어.
**카메라:** 강현은 다시 PDA를 주머니에 넣고, 아린에게 손을 내민다.
**강현:** 자, 일단 여기서 벗어나자. 해가 뜨면 주변 오염도가 더 심해질 거야.
**카메라:** 아린은 강현의 손을 잡고 일어선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결심 같은 것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폐허는 이제 단순한 자원 창고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비밀을 품은 거대한 미궁처럼 보인다.
**내레이션 (아린의 목소리):** 우리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을 뿐이었다. 하지만 폐허는 우리에게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다른 진실을 요구하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 망각의 잔해 속에서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그 끝을.
**카메라:** 아린과 강현이 낡은 건물 잔해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간다. 그들의 실루엣이 황량한 폐허 속으로 사라져 간다. [바람 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폐허는 또다시 침묵 속에 잠긴다.
**[FADE OUT]**
**[END OF EPISOD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