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독립적인 단편 소설

아크튜러스 마법 학원은 별빛 아래에서 빛나는 거대한 수정체 같았다. 수십 킬로미터 상공에 떠 있는 그 위용은 지상의 잿빛 빌딩 숲 위에서 언제나 완벽한 오만함을 뽐냈다. 우리는 그 수정체의 조각들이었고, 매일 아침 에테르 광선을 맞으며 심신을 단련했다. 이곳의 학생이라면 누구든 최신 사이버네틱스와 고대 마법 주문을 동시에 다룰 줄 알아야 했다. 나는 시아, 특기라면 불필요한 호기심과 그걸 해결할 수 있는 나름의 기술이었다.

“오늘 에테르 유동 그래프 봤어? 어제보다 3%나 낮아졌어.” 내가 태블릿을 류에게 들이밀며 속삭였다. 류는 교실 중앙에서 голо그램으로 펼쳐진 고대의 마법진 해독에 몰두하다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뭐? 매번 있는 일인데. 전력 효율 개선 중이래잖아. 넌 너무 쓸데없는 데 에너지를 쏟아.”
류는 현실적이었다. 이 학원에서는 오직 실력만이 중요했고, 시험 성적이 곧 계급이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지난 몇 주간, 학원 내부 시스템의 에테르 유동량이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였다. 특히 밤이 되면 특정 구역의 에테르 수치가 급격히 치솟았다가 다시 안정되는 기이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구역은 바로, 학생들에게는 영원히 봉쇄된 학원 최하층, ‘제0구역’이었다.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어. 이건 단순한 효율 개선이 아니야. 뭔가… 에테르를 흡수하고 배출하는 패턴 같아.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처럼.”
류가 한숨을 쉬었다. “네 말대로라면 그 심장이 있는 곳은 제0구역이겠네. 거긴 출입금지 구역이야. 교수를 포함해서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넌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
“사고가 아니야, 류. 이건 너무 이상해. 게다가, 요즘 잊어버린 듯한 학생들이 많지 않아? 얼마 전까지 같이 수업 듣던 릴리나 에단… 아무도 그들의 행방에 대해 묻지 않아.”
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소문에 의하면, 졸업 시험에 통과하지 못했거나, 재능이 부족하다고 판명되면… 외부로 보내진대. 재활 치료를 받거나, 재능에 맞는 다른 곳으로 배치된다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나는 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릴리는 재능이 넘쳤어. 에단은 시스템 해킹에 천재적이었고. 그들이 ‘외부’로 보내졌다면, 최소한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가족에게 연락이라도 가야지. 그런데… 아무것도 없어. 그냥 사라졌어.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내 태블릿의 에테르 유동 그래프는 제0구역의 수치가 다시금 최고점을 향해 치솟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준비해. 오늘 밤, 제0구역으로 갈 거야.’ 류의 답장은 한참 뒤에 도착했다. ‘미쳤어? 나 못 가.’ 그리고 몇 분 후, 다시 메시지가 왔다. ‘…진짜 갈 거야?’

자정, 학원의 모든 시스템이 정지 상태로 들어서는 시간. 류와 나는 그림자처럼 복도를 미끄러져 나갔다. 제0구역으로 가는 비밀 통로는 구내 식당 뒤편의 오래된 전력 제어실 안에 있었다. 류의 특기인 전력망 조작으로 보안 시스템을 우회하고, 나는 내 신경 임플란트와 연결된 소형 해킹 툴로 잠긴 문을 열었다. 철컥, 굉음과 함께 굳게 닫혔던 육중한 문이 열렸다.

“여기 정말 아무도 안 온 지 수십 년은 된 것 같아.” 류가 코를 막으며 중얼거렸다. 내부 공기는 눅눅하고 곰팡이 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금속성 냄새가 섞여 있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계단은 지하 깊은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빛을 최소화하며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계속 내려갈수록 학원의 첨단 기술과는 동떨어진, 고대의 유적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에는 정교한 에테르 전송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그 안에서 푸른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그리고 그 빛 아래로, 알 수 없는 형상의 기계들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유기물과 무기물이 기괴하게 융합된 형태였다. 금속 프레임 안에는 핏줄처럼 꿈틀거리는 관들이 들어있었고, 그 관들은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었다.

“저것 봐.” 내가 손전등을 비춘 곳에는, 거대한 원형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 중심에는 셀 수 없는 수의 캡슐들이 층층이 쌓여 거대한 탑을 이루고 있었다. 캡슐 하나하나에서는 푸른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고, 그 안에는… 액체 속에 잠겨 있는 인간의 형상이 있었다.
“이게… 뭐야.” 류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캡슐 속의 사람들은 마치 잠들어 있는 듯 보였지만, 그들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의 머리에는 복잡한 전극과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케이블들은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에테르 전송관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 모든 시스템의 중심에는 거대한 수정 기둥이 우뚝 솟아 있었고, 그 기둥은 이 모든 캡슐에서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듯 빛나고 있었다.

“이게… 학원의 에테르 공급원이라고?” 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니, 그 이상이야.” 나는 캡슐 중 하나에 다가가 태블릿을 갖다 댔다. 캡슐에 연결된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익숙한 학생의 얼굴이 스캔되었다. 릴리였다. 그녀의 이름과 함께, 그녀의 에테르 파동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녀는 ‘에테르 코어’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들은 에테르를 공급하는 코어인 거야.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그 마법 에너지를…”
그때, 캡슐 속의 릴리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는 생기가 없었지만, 흐릿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도… 와…”
그 순간, 나는 온몸의 피가 식는 것을 느꼈다. 릴리는 살아있었다. 의식은 있었지만, 이 캡슐 속에 영원히 갇혀 고통받고 있었다. 학원에서 ‘사라졌다’고 말하던 학생들은, 재능이 부족하거나 졸업 시험에 실패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곳으로 끌려와 학원을 위한 살아있는 에테르 배터리가 된 것이었다. 그들의 의식은 고통 속에서 에테르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건… 금기야. 끔찍한 금기라고!” 류가 비명을 지르려 하자, 나는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때, 멀리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누가 오는 것 같아. 숨어!” 나는 류를 끌고 거대한 기계 장치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정적 속에서 발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이윽고, 흰색 학원 제복을 입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 학원장, 닥터 이그니스였다. 그의 뒤에는 사이버네틱 강화 병사 두 명이 그림자처럼 따르고 있었다.
닥터 이그니스는 수정 기둥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냉정한 만족감이 서려 있었다.
“오늘도 에테르 수확은 성공적이었군. 릴리, 에단, 그리고 나머지 코어들… 그들의 ‘희생’ 덕분에 아크튜러스의 영광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손을 들어 수정 기둥을 어루만졌다. 기둥은 그의 손길에 반응하듯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결국, 하등한 존재들의 고통이 진정한 마법을 창조하는 법이지. 이 세계의 균형을 위해서… 누군가는 더러운 일을 해야만 한다.”
그의 말은 칼날처럼 우리를 꿰뚫었다. 우리가 존경하던 학원장은, 우리에게 마법의 진리를 가르치던 그 위대한 스승은, 살아있는 인간을 착취하는 괴물이었다.

“당신은 괴물이야…!” 류가 충동적으로 외쳤다.
우리의 존재가 발각되었다. 닥터 이그니스의 시선이 정확히 우리가 숨어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오호, 예상치 못한 손님이로군.”
병사들이 무기를 겨누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는 미친 듯이 달렸다. 류의 빠른 판단력으로 전력망을 교란시켜 병사들의 시야를 잠시 방해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맹렬히 추격해왔다.
“계획이 뭐야, 시아? 어떻게 할 거야!” 류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려야 해. 이 끔찍한 비밀을 모두에게 알려야 해!”
우리는 필사적으로 제0구역을 벗어나기 위해 달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총성 소리가 우리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살아있는 코어들의 희미한 외침이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우리는 가까스로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의 문을 다시 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닥터 이그니스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크튜러스의 비밀은 영원히 봉인되어야 한다. 너희도 곧 알게 될 거야… 가장 위대한 마법은 희생으로 탄생한다는 것을.”

문이 닫히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우리는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채, 지하의 끔찍한 진실을 가슴에 품고 숨을 골랐다. 아크튜러스 마법 학원은 여전히 별빛 아래에서 빛나는 거대한 수정체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 빛은 우리에게 끔찍한 피로 물든 환영처럼 보였다. 우리 몸에 흐르는 에테르도, 우리가 배웠던 모든 마법도, 누군가의 고통 위에서 피어난 것이었다.

우리는 이제 이 비밀을 알았다. 그리고 이 비밀은 우리를 영원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학원의 아름다운 외관 뒤에 숨겨진 끔찍한 금기. 우리가 살아있는 한, 그 진실은 반드시 세상에 드러나야 했다. 그것이 이 모든 희생에 대한 유일한 속죄가 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