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챕터 1: 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증오

증기가 가득 찬 새벽이었다. 아이기스 시의 하부 구역은 언제나 그랬듯 회색빛 아침을 맞고 있었다. 수백 년 된 황동 파이프를 타고 뿜어져 나오는 증기가 좁고 굽이진 골목길을 뽀얗게 덮었고, 거대한 증기기관들이 내뿜는 묵직한 맥동 소리가 도시 전체를 흔들었다. 카엘은 그 익숙한 소음 속에서 눈을 떴다.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눅진한 기름 냄새와 녹 냄새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그의 일상, 그의 전부가 되어버린 냄새였다.

창문 밖으로는 고층의 마천루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금속과 유리가 빚어낸 찬란한 탑들. 그곳은 엘리아스의 세상이었다. 빛과 영광, 그리고 그가 훔쳐간 모든 것의 상징.

카엘은 축축한 작업복을 걸치고 작업대 앞에 섰다. 램프의 희미한 불빛 아래, 조립 중이던 기계 장치들이 번뜩였다. 부서진 시계 태엽, 닳아버린 톱니바퀴, 기능을 상실한 증기 압력계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도시의 쓰레기 속에서 건져 올린 파편들을 조합해 새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한때 아이기스 최고의 기술자라 불리던 자의 말로로는 참으로 비참했다.

“젠장, 또 이걸 고쳐야 한다니.”

그는 투덜거리며 손에 든 망치를 내려놓았다. 손가락 마디마디에는 오래된 기름때가 박혀 있었고, 손톱 밑은 언제나 검었다. 정교한 설계도 대신, 이제는 오직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녹슨 부품들을 조립할 뿐이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한때 빛나던 열정은 잿더미처럼 식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오직 하나의 감정, 바로 ‘증오’였다.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정밀한 드릴이 낡은 황동 덩어리에 구멍을 뚫는 소리가 작업실을 채웠다.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외침이 그의 집중을 깨뜨렸다.

“속보! 속보! 아이기스 산업 박람회, 대망의 개막! 엘리아스 쏜 경의 영원핵, 전 세계에 공개!”

카엘의 손이 멈칫했다. 드릴이 허공에서 윙윙거렸다. ‘영원핵’. 그 단어가 그의 귀에 비수처럼 박혔다. 그의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고통과 함께 뜨거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엘리아스… 쏜… 경.”

경멸 가득한 목소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경’이라는 호칭은 마치 칼날처럼 그의 영혼을 찢어발기는 것 같았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그 이름 앞에는 언제나 ‘카엘과 엘리아스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둘은 꿈에 부풀어 밤낮으로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바로 그 ‘영원핵’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증기기관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혁명적인 장치였다. 작은 핵 하나로 도시 전체를 움직이고, 하늘을 나는 거대한 기계 함대를 띄울 수도 있었다. 그들은 영원핵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들은 틀렸다. 세상을 바꾼 것은 영원핵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엘리아스의 배신이었다.

화려한 발표회 날, 엘리아스는 그를 배신했다. “카엘은 나의 연구 조수였을 뿐이며, 그의 터무니없는 실수는 영원핵 개발을 지연시킬 뻔했다”는 거짓말로 그를 한순간에 산업 스파이이자 사기꾼으로 몰아붙였다. 엘리아스의 교묘한 말솜씨와 미리 꾸며놓은 증거들 앞에서, 카엘은 속수무책이었다. 모든 영광은 엘리아스의 것이 되었고, 카엘은 지하 감옥에서 몇 년을 보내고, 결국 이 하부 구역의 진흙탕 속으로 내던져졌다. 그의 이름은 역사 속에서 지워졌다. 엘리아스 쏜 경의 위대한 업적만이 남았다.

카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뼈마디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힘을 주자, 낡은 작업대 위 부품들이 덜컹거렸다. 그는 부러진 드릴을 집어 들고 작업대 구석에 걸려 있는 신문 조각을 거칠게 잡아챘다. 엘리아스의 오만한 얼굴이 인쇄된 지면에는 ‘영원핵, 인류의 새로운 시대를 열다!’라는 거창한 문구가 찍혀 있었다.

“새로운 시대? 네가 감히 나를 짓밟고 일궈낸, 그 더러운 시대 말이냐?”

그는 신문지를 구겨 발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은 작업대 위, 반쯤 조립된 낡은 기계 장치에 닿았다. 누군가가 폐기했던, 고장 난 자동 인형의 잔해였다. 삐져나온 전선들, 깨진 유리 눈, 그리고 망가진 관절들. 하지만 카엘의 눈에는 그것이 단순한 쓰레기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복잡한 회로가 빠르게 그려지고, 새로운 설계도가 펼쳐졌다.

엘리아스는 지금 아이기스 산업 박람회에서 그가 훔친 영원핵의 위용을 뽐내고 있을 터였다. 수많은 귀족과 기업가들이 그에게 찬사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 환호성 속에서, 엘리아스는 더욱 거만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제 끝낼 때가 왔다.

카엘의 눈빛이 싸늘하게 빛났다. 더 이상 패배자의 눈이 아니었다. 잿더미 속에 묻혀 있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엘리아스를 향한 복수를 시작할 참이었다. 그의 손이 낡은 자동 인형의 부서진 몸체를 어루만졌다.

“기다려라, 엘리아스. 네가 가장 높이 날아오를 때, 그때 추락시켜 주마.”

그는 다시 망치를 들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수리가 아니었다. 파괴를 위한 창조의 시작이었다. 아이기스 시의 증기 소음은 여전히 귓가를 때렸지만, 이제 카엘에게는 그 소음이 새로운 맹세의 합창처럼 들렸다. 그는 오랜 침묵을 깨고, 복수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낡은 작업실의 먼지 낀 바닥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