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 신화 독립적인 단편 소설

## 잊혀진 심연의 노래

산맥은 거대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은 겨울의 앙상한 가지들처럼 서로 뒤얽혀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박힌 깊은 골짜기들은 햇빛조차 쉬이 허락하지 않는 검은 아가리 같았다. 나는 그 짐승의 목덜미쯤 되는 곳에 서서, 손에 든 낡은 지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종이의 가장자리는 헤지고 변색되어 있었지만, 그 위에 희미하게 그려진 기묘한 문양과 비정형적인 선들은 여전히 섬뜩한 생명력을 띠고 있었다.

“교수님, 정말 이 길이 맞습니까? 벌써 해가 질 것 같은데요.”

박선우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역력했다. 곁에 선 그녀는 두툼한 패딩 점퍼를 입고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20대 후반의 젊은 지질학도인 그녀는 처음에는 이 탐사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는 피로와 짜증만이 남은 듯했다. 무리도 아니었다. 한 달 내내 전국을 헤매다 찾아낸 이 험한 산길의 끝은, 세상의 끝처럼 느껴지는 오지였으니까.

“맞아. 고대 문헌의 기록이 오류만 아니라면, 우리가 찾던 곳은 바로 이 근처야.”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사실 내 심장도 불안감으로 바싹 조여들고 있었다. 3년 전, 나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정체불명의 상형문자로 가득 찬 낡은 양피지 한 장에 매료되었다. 수백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그 양피지에는 알려지지 않은 지명과 함께,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모든 것을 걸고 그 양피지 속 비밀을 추적했고, 마침내 ‘어둠골’이라 불리는 이 잊힌 산악 지대가 그 단서와 이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저… 교수님. 저 산봉우리 보세요.”

선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저 멀리, 가장 험준해 보이는 봉우리였다. 짙은 먹구름이 그 위를 낮게 깔고 있었고,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드러난 산허리에는 기괴하게 깎인 바위들이 병풍처럼 서 있었다. 그 바위의 형상이 어딘가 익숙했다. 그래, 양피지 속에서 보았던, 비정형적인 뼈대와 뒤틀린 면들이 만들어내는 형상과 흡사했다.

“찾았다…!”

내 입에서 터져 나온 탄성에 선우가 화들짝 놀랐다. 나는 거의 달리다시피 산을 올랐다. 선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따라왔다. 마침내 바위 병풍 아래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거대한 바위들이 무너져 내린 흔적을 발견했다. 분명 몇 년 전 일어났던 산사태의 흔적이었다. 그 너머에는… 거대한 동굴 입구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곳이… 그 양피지에서 말한 ‘심연의 입구’인가?”

선우가 중얼거렸다. 어두컴컴한 동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의 목구멍 같았다.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침묵과 어둠만이 우리를 집어삼킬 듯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헤드램프를 켰고, 선우도 망설이다가 같은 동작을 취했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찌르고 들어왔다. 축축한 흙냄새와 함께 알 수 없는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들어가자.”

내 목소리는 어쩐지 들떠 있었다. 미지의 것에 대한 갈망, 학자로서의 호기심, 그리고 알 수 없는 충동이 뒤섞여 나를 이끌었다. 선우는 머뭇거렸지만, 결국 묵묵히 내 뒤를 따랐다.

동굴 안은 예상보다 훨씬 넓었다. 천장은 끝없이 높이 솟아 있었고, 벽면은 매끄럽게 다듬어져 있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라고는 믿기 힘든 완벽한 곡선들이 이어졌다. 헤드램프 빛이 닿는 곳마다, 벽에는 기묘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어떤 문명의 흔적도 아닙니다. 이집트도, 마야도, 어떤 고대 부족의 양식도 아니에요.”

선우가 조심스럽게 벽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경외감과 함께 서서히 공포가 깃들기 시작했다. 문양들은 분명 그림이었지만, 그 형상들은 어떤 고정된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뒤틀리고 변형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것들은 뼈였고, 촉수였으며, 동시에 거대한 눈동자였다.

“이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야.”

나는 중얼거렸다. 양피지에서 보았던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벽면의 문양들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것은 지도가 아니었다. 일종의 경고, 혹은 기록이었다.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갈수록, 공기는 더욱 무거워졌다. 헤드램프 빛이 비추는 통로의 끝은 어둠 속으로 녹아들어 사라지는 듯했다. 우리가 걷는 발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바람 소리조차 없었다. 완벽한 침묵은 오히려 우리의 귀를 찢을 듯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교수님… 저기, 뭔가 이상한데요.”

선우가 갑자기 멈춰 서서 손전등으로 한 지점을 비췄다. 벽의 한 부분이 다른 곳과 확연히 달랐다. 거대한 균열이 벽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그 균열의 틈새로 미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벽 저편에 미지의 우주가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빛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손을 뻗어 벽의 균열을 만졌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 하지만 빛이 새어 나오는 부분에서는 미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순간, 내 머릿속으로 알 수 없는 이미지들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비명 소리…

“젠장!”

나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선우는 내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세요, 교수님? 얼굴이 새파래요.”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가자.”

나는 애써 침착한 척했지만, 이미 균열 속에서 본 환영은 내 정신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 환영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나의 불안감이 만들어낸 허상이었을까?

얼마나 더 걸었을까. 마침내 우리는 넓은 공간에 도달했다. 그곳은 자연적인 동굴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건축물에 가까웠다. 셀 수 없이 많은 기둥들이 천장을 받치고 있었고, 그 기둥들은 모두 뒤틀리고 비정상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거대한 제단이 솟아 있었다. 흑요석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제단 위에는, 어떤 형상도 정의할 수 없는 거대한 물체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얼어붙은 파도 같기도 했고, 수많은 촉수들이 뒤얽힌 덩어리 같기도 했다. 그 표면에는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는데,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심장이 뛰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수축하고 팽창했다.

선우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눈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교수님… 저게… 저게 도대체 뭡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미약한 속삭임에 가까웠다. 나 역시 말을 할 수 없었다. 내 이성은 저 물체가 어떤 존재인지 필사적으로 부정하려 했지만, 내 본능은 이미 그것의 정체를 직감하고 있었다. 양피지 속에서 묘사되었던, 세상의 시작보다도 오래된 존재. 인간의 언어로는 감히 정의할 수 없는, 우주적 공포의 한 조각이었다.

나는 홀린 듯 제단으로 다가갔다. 물체 주변에는 역시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 있었다. 양피지에서 보았던 바로 그 문자들. 나는 빛나는 물체에 손을 뻗었다. 선우가 비명을 지르며 나를 말렸지만, 내 몸은 이미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끝이 차가운 표면에 닿는 순간, 나는 온몸이 전기로 지져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내 머릿속으로 거대한 정보의 흐름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었다. 수억 년의 시간, 우주의 태동, 별들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어둠 속 존재들의 기원…

나는 보았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크기의 존재들이 무한한 우주를 유영하는 것을. 그들은 이름도 없고 형상도 없었지만, 그 존재 자체로 모든 법칙을 무효화시키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지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것은, 그들의 그림자 중 하나, 혹은 그들을 섬기던 어떤 존재의 흔적이었다.

나는 그들이 남긴 비명과 절규를 들었다. 영겁의 시간 동안 갇혀 있던 존재들의 고통이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내 정신은 격렬하게 요동쳤다. 거대한 진실이 작은 인간의 정신을 찢어발기는 듯했다. 모든 지식과 이성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안 돼… 안 돼…!”

나는 이를 악물고 그 정보를 거부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내 정신은 이미 오염되었다. 깨져버린 거울처럼,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때, 제단 위의 물체가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고, 기괴한 저음의 울림이 동굴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 울림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언어였고, 동시에 존재의 외침이었다.

*“깨어나라… 문이 열리고 있다… 너희는 들을 것이다… 우리의 노래를…”*

나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내 뇌를 직접 울리는 듯한, 차가우면서도 무한한 그 목소리. 선우는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아니면 그 공포에 완전히 압도되었는지, 제단 아래에 쓰러져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적인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보았고, 들었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되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동굴 밖으로 기어 나왔다. 햇빛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차가운 달빛이 산등성이를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는 흙투성이가 된 채, 온몸을 떨며 겨우 숨을 쉬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영상들이 끊임없이 재생되었고, 알 수 없는 비명 소리가 맴돌았다.

선우는…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 돌아볼 수 없었다.

며칠 후, 나는 산 아래의 작은 마을에서 발견되었다. 누더기가 된 옷차림, 텅 빈 눈동자, 그리고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알 수 없는 언어. 사람들은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고, 결국 병원에 수용되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김준호 교수가 아니었다. 나는 잊혀진 심연의 노래를 들은 자였다. 밤마다 나는 꿈속에서 거대한 어둠을 본다. 그 어둠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존재들이 나를 부르고 있다. 그들은 내가 보았던 고대 유적 아래에서, 영겁의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노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노래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저 기다릴 뿐이다. 인간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진정한 주인이 깨어나 심연에서 기어 나올 그 날을.

내 정신은 산산조각 났지만, 그 조각들은 여전히 내가 본 진실의 일부를 간직하고 있었다. 언젠가, 심연의 노래가 온 세상을 뒤덮을 때, 나는 아마도 그들의 첫 번째 합창단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