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벽 너머의 숨결

차갑고 끈적한 지하 공기에는 곰팡이 냄새와 눅눅한 흙먼지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천장에서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낡은 양철통 안으로 스며들며 메마른 침묵을 깨뜨렸다. 탁자 위, 기름때 낀 램프의 심지가 위태롭게 흔들리며 주변을 희미하게 비췄다. 램프 불빛 아래 펼쳐진, 조잡하게 그려진 지도는 흑철성 외곽의 빈민가와 공업지대를 잇는 복잡한 골목길을 표시하고 있었다. 지도의 한 귀퉁이에는 붉은 X 표시가 격렬하게 그어져 있었다.

“명화는 이 근처에 잡혀 있어. 흑철성 주둔군의 임시 심문소로 개조된 옛 철공 길드 건물이다.”

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의 얼굴은 램프 불빛 아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과 날카로운 눈매는 좀처럼 풀릴 줄을 몰랐다. 그는 닳아빠진 가죽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지도를 짚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오랜 전투와 노동으로 거칠게 변해 있었다.

이루는 조용히 윤의 옆에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지도를 훑는 대신, 윤의 얼굴과 그 옆에 앉아 낡은 쇠붙이를 연마하는 현우의 얼굴을 번갈아 응시했다. 현우는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단련된 전사의 그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지쳐 있었지만, 동시에 강철 같은 결의를 품고 있었다.

“정보통에 따르면, 길드 건물은 평소보다 삼엄해. 내부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외곽 감시 병력도 두 배로 늘었다고 한다. 아마 내일 아침에 본성으로 이송될 거야.”

윤의 말에 현우가 들고 있던 연마석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내일 아침이라구요? 그럼 오늘 밤이 마지막 기회라는 거네요.” 그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섞여 있었다.

“그래. 하지만 무모하게 덤벼들 순 없어. 명화가 가진 정보는 단순한 지도가 아니야. 제국의 새로운 광물 수송로와 주둔군 배치도까지 담겨 있어. 그게 제국 손에 넘어가면 우린 더 이상 숨을 곳도, 움직일 곳도 없어진다.”

이루는 묵묵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녀의 가슴속에서는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명화는 한때 이루가 속했던 마을에서 함께 지냈던 언니 같은 사람이었다. 제국의 횡포로 마을이 파괴되었을 때, 명화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결국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루의 심장을 옥죄었다.

“이루.”

윤이 그녀를 불렀다. 이루는 고개를 들어 윤을 마주 보았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는 강인함 속에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듯했다.

“네가 나설 때가 올 수도 있다. 네 힘을 최소한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명심해, 우리는 싸우러 가는 게 아니라, 구하러 가는 거야. 그리고 들키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이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손목에 감긴 낡은 가죽 팔찌 아래, 그녀만이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온기가 일렁였다. ‘빛의 조각’.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자 동시에 가장 무거운 족쇄였다. 그녀의 힘은 아직 완벽하지 않았고, 제국군의 마법탐지기에 발각될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밤이 깊어지자, 세 사람은 지하 통로를 통해 빈민가 뒷골목으로 향했다. 거리에는 달빛조차 닿지 않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삭막한 건물들 사이로 스치는 바람은 낡은 철 구조물과 부서진 창문들을 흔들며 으스스한 소리를 냈다. 간간이 멀리서 들려오는 흑철성 감시탑의 쇠사슬 소리와 순찰병들의 발소리가 그들의 심장을 조여왔다.

“이쪽이야.”

현우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는 그림자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좁은 골목길을 안내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옛 철공 길드 건물, 즉 임시 심문소였다. 낡고 거대한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건물 창문마다 쇠창살이 굳게 박혀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창문 안쪽에서 새어 나왔지만, 그 불빛은 오히려 스산함을 더했다.

윤이 손가락으로 건물 외벽을 가리켰다. “저쪽 보초는 현우가 처리하고, 나는 건물 뒤편 비상 통로를 확보한다. 이루, 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한다. 최악의 경우, 시선을 끌어야 할 수도 있다.”

이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그녀의 역할은 마지막 순간의 ‘변수’였다.

현우는 그림자처럼 벽을 타고 올라가 보초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려왔다. 성공이다. 윤은 재빨리 건물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이루는 차가운 벽에 몸을 기댄 채 숨을 죽였다. 그녀의 시선은 건물 정면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골목 끝에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려왔다. 제국군 순찰대였다. 예상보다 빨랐다.

그녀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윤과 현우는 아직 잠입 중이었다. 만약 이대로 순찰대와 마주치면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그들의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쾅, 쾅, 쾅. 굳건한 제국의 발소리가 이 밤의 정적을 찢었다.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이루는 본능적으로 손목의 팔찌를 움켜쥐었다. 팔찌 아래의 ‘빛의 조각’이 격렬하게 고동쳤다. 마치 그녀의 불안감을 읽기라도 한 듯이.

순찰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들의 갑옷에서 나는 금속음이 귀청을 때릴 듯했다. 네 명의 병사들이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이루는 물론, 현우와 윤까지 발각될 터였다.

*안 돼.*

이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망설일 틈도 없이 팔찌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따뜻한 빛이 손바닥을 감싸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별무리!”

낮게 읊조린 주문과 함께, 이루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주변의 모든 그림자를 집어삼킬 듯한 섬광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한 줄기 희미한 잔상처럼, 그녀의 몸을 휘감으며 순식간에 형태를 바꿨다. 낡고 거친 옷 대신, 밤하늘의 별을 담은 듯한 어두운 보라색과 은색이 어우러진 간결한 전투복이 그녀의 몸을 감쌌다. 머리칼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반짝였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결연한 의지가 타올랐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밤의 정령 같았지만, 그 빛은 섬광처럼 강력했다.

“뭐, 뭐야?!”

선두에 섰던 병사가 눈을 가리며 비명을 질렀다. 갑작스러운 섬광에 병사들은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멈칫했다. 이루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땅을 박차고 솟아올랐다.

그녀의 능력이 발휘되었다. ‘별무리’의 힘은 파괴적이지 않았다. 대신, 시야를 혼란시키고 움직임을 방해하는 ‘환영의 장막’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순찰대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섬광과 함께 희미한 빛의 잔상을 여러 개 만들어냈다.

“적이다! 어디야?!”

“젠장, 눈이… 아무것도 안 보여!”

병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이루는 그들의 혼란을 이용해 재빨리 골목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목표는 병사들의 주의를 끄는 것이었다.

“저기다! 저쪽으로 도망친다!”

한 병사가 겨우 눈을 뜨고 이루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켰다. 네 명의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며 이루가 만들어낸 잔상과 빛을 쫓아 골목 깊숙한 곳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격분한 야수처럼 으르렁거렸다.

이루는 좁은 골목길을 빠르게 질주했다. 그녀는 뒤에서 들려오는 병사들의 고함과 발소리를 들으며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이들을 최대한 멀리 유인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문득,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흑철성 임시 심문소는 다시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윤과 현우가 무사히 임무를 수행했기를 바라며, 그녀는 더욱 빠르게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두운 빈민가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한참이나 달렸을까. 뒤쫓던 병사들의 발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이루는 낡은 창고 건물 뒤편에 숨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가슴팍이 찢어질 듯 아팠다. 몸을 감쌌던 ‘별무리’의 빛은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팔찌 아래의 ‘빛의 조각’은 뜨겁게 달아올라 그녀의 맥박과 함께 격렬하게 뛰었다.

“이루!”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이었다. 그는 창고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걱정과 함께 안도감이 서려 있었다. 그의 옆에는 현우도 서 있었다.

“괜찮나? 너무 무리한 것 아니야?” 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루를 살폈다.

이루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런데 명화 언니는…?”

윤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욱 짙어졌다. “아니. 우리가 돌입하기 직전, 심문소에서 급히 명화를 본성으로 이송하는 것을 확인했다. 네가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우리가 발각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늦었어. 경계가 너무 삼엄했다.”

이루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들의 희망이 또 한 번 제국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것이다.

“하지만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모두 그 자리에서 붙잡혔을 거야.” 현우가 이루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사함과 동시에 좌절감이 섞여 있었다.

이루는 차가운 벽에 기대어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목에 감긴 팔찌는 이제 아무런 빛도 내지 않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제국의 그림자는 너무나도 깊고 넓었다. 그 앞에서 그녀의 작은 빛은 고작 한 줌의 섬광에 불과한 것 같았다.

“젠장…!” 윤이 텅 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

이루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응시했다. 무수한 별들이 차가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별들은 너무나도 멀리 있었고, 그녀의 작은 힘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 별들 중 하나가 되어 이 암흑 같은 세상을 비추고 싶다는 갈망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너무나 약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명화 언니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제국의 폭정 아래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더 강해질 것이다. 다음에는 반드시, 벽 너머의 숨결을 구원해 낼 것이다.

그녀의 주먹이 서서히 쥐어졌다.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그녀의 결의가 별빛처럼 희미하게 반짝였다. 제국은 거대했지만, 그녀의 안에 있는 빛은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