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크리스탈 마법학교, 제23화: 예상치 못한 문**

한세아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아… 이놈의 연금술 과제는 대체 언제 끝나?”

지금 시각은 자정을 훌쩍 넘긴 새벽 2시. 크리스탈 마법학교의 고요한 도서관, 그것도 일반 학생들에게는 폐쇄된 심층 고문서고에서 세아는 허리를 굽힌 채 낡은 책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내일 오전까지 제출해야 할 ‘고대 연금술과 생체 마나의 상호작용’ 보고서는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이 학교에서, 그녀는 겨우 상위권에 턱걸이하는 보통 학생이었다. 특히 이런 지루하고 까다로운 이론 과제는 그녀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고대 아르테미스 연금술… 젠장, 그림만 봐도 머리가 아파.”

세아는 책상 위로 머리를 박고 앓는 소리를 냈다. 온갖 고문서들을 뒤져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뭔가 혁신적인 발상, 아무도 생각지 못한 자료가 필요했다. 아니면… 차라리 벼락을 맞고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편이 나을지도.

그때였다. 낡은 고문서고의 가장 깊숙한 곳, 평소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먼지 쌓인 책장 뒤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보았다. 마치 오래된 등불이 꺼질 듯 말 듯 흔들리는 것처럼. 호기심이 발동한 세아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뭐지? 설마… 비밀 문이라도 있나?”

그녀의 손이 낡은 책장에 닿자, 퀴퀴한 먼지가 푹 피어올랐다. 콜록이며 책장을 밀어내자,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책장 뒤의 숨겨진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에는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작고 좁은 통로였다. 통로의 벽면에는 알아보지 못할 고대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고, 그 문자들이 뿜어내는 희미한 녹색 빛이 통로를 간신히 밝히고 있었다. 통로의 끝에는 낡아빠진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중앙에는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마법진에서 방금 보았던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경고: 허가받지 않은 자의 접근을 금함. 위반 시 크리스탈 마법학교의 모든 마법적 보호가 철회됩니다.]**

철문 옆에 새겨진 경고문이 세아의 눈에 들어왔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문구였다. ‘마법적 보호 철회’라니, 이 학교에서 마법적 보호가 없으면 그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이 그녀를 지배했다. 이런 곳에 대체 무엇이 있길래?

“그래, 어쩌면 이 안에 내가 찾던 자료가 있을지도 몰라!”

세아는 용기를 내어 철문으로 손을 뻗었다. 찰칵. 굳게 닫혔던 문이 의외로 쉽게 열렸다. 문이 열리는 순간, 안에서 차가운 공기가 확 끼쳐 나왔다. 동시에 묵직하고 강력한 마나의 파동이 그녀의 온몸을 감쌌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 이건 평범한 마나의 기운이 아니었다.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내뿜는 듯한, 끈적하고 압도적인 기운이었다.

문 안쪽은 길고 어두운 계단이었다. 계단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듯했고, 걷는 내내 스산한 기운이 발목을 잡아끄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건 오직 세아의 발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뿐이었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드디어 계단의 끝이 보였다. 계단 아래는 거대한 동굴과 같은 공간이었다. 천장까지 닿을 듯한 기둥들이 사방에 솟아 있었고, 기둥에는 넝쿨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동굴의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압력은 주변의 모든 것을 짓누르는 듯했다.

“이게… 대체…”

세아는 그 압도적인 기운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맑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한세아. 더 이상 들어가지 마.”

화들짝 놀란 세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계단 끝에 서 있는 그림자.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은발과 날카로운 턱선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 학교에서 이 시간에 이런 곳에 있을 만한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류… 류이안?!”

크리스탈 마법학교 수석이자 학생회장, 그리고 학교의 모든 여학생들의 로망. 류이안이었다. 그는 평소의 완벽한 모습과는 달리, 다소 흐트러진 차림으로 서 있었다. 아무렇게나 걸친 로브 아래로 밤색 셔츠가 살짝 보였다.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동시에 어딘가 깊은 피로감이 서려 있는 듯했다.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군.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네.” 이안이 비웃듯이 말했다.

“그, 그게… 저는 그저 연금술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세아는 말을 더듬었다. 그의 등장은 늘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안은 한숨을 쉬더니, 성큼성큼 세아에게 다가왔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제단으로 향했다. “우연이라고? 이 장소가 어떤 곳인지 알고는 있나?”

“아, 아니요. 그냥… 마나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이곳은… 학교의 ‘심장’이야. 그리고 동시에… 가장 끔찍한 금기가 잠들어 있는 곳이지.” 이안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경멸과 함께 깊은 두려움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였다.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던 마나의 파동이 더욱 거세졌다. 쿵, 쿵, 쿵.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세아의 귓가에, 환청처럼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갈증… 채워줘… 채워줘… 지루해…”***

세아는 깜짝 놀라 이안을 돌아보았다. “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어요?”

이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역시… 너도 들었군.” 그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마. 저것은… 우리의 마나를 갈구하고 있어. 이 학교의 모든 마법을 먹어치우려는 저주받은 존재다.”

이안이 세아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의 손길은 예상외로 따뜻했다. “어서 도망쳐야 해. 이곳은… 잠시도 안전하지 않아.”

그러나 그 순간, 제단 주위의 기둥에 새겨진 문자들이 붉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동굴 전체가 붉은 섬광에 휩싸였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제단 중앙에서 얇은 균열이 생겨났다. 균열 사이로 검붉은 빛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더니, 이내 거대한 눈동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핏빛으로 빛나는 그 눈동자는 마치 심연의 끝에서 올라온 것 같았다. 그 눈동자가 천천히 세아와 이안을 향해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끈적한 속삭임이 세아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오랜만이야… 새로운 먹잇감… 재밌겠네…”***

세아의 심장이 발이 묶인 듯 얼어붙었다. 류이안은 그녀를 자기 뒤로 밀쳐내며 지팡이를 뽑아 들었다. 그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젠장, 벌써 눈을 뜰 때가 아니었는데…! 도망쳐, 한세아!”

동굴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붉은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파동이 너무 강렬해서, 세아는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이곳은, 정말로 ‘금기’ 그 자체였다. 그리고 그 금기가… 막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