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 네온의 그림자)**
**# 1. 도시의 심장부, 해원의 작업실**
**[장면 시작]**
**[패널 1]**
어둠이 짙게 깔린 네오 서울의 어느 뒷골목. 수많은 전선이 얽히고설킨 낡은 건물들 사이로,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네온사인이 창백한 빛을 뿜어낸다. 비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허름한 철문 하나가 보인다.
**내레이션:** 김해원. 데이터 브로커. 그리고… 잡다한 걸 고쳐주는 수리공. 이 도시가 품을 수 없는 것들을 주워 담는 이방인.
**[패널 2]**
해원의 작업실 내부. 각종 공구와 부품, 오래된 홀로그램 스크린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벽 한쪽에는 해킹당한 기업 로고들이 그래피티처럼 그려져 있다. 책상 위에는 분해된 사이버웨어 팔이 놓여 있고, 해원(20대 후반, 검은색 후드티에 낡은 작업복을 입고 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다)이 돋보기 안경을 쓰고 미세한 회로를 들여다보고 있다. 집중한 그의 얼굴에는 푸른빛이 감돈다.
**해원:** (중얼거림) 젠장, 또 쇼트 났네. 이 모델은 늘 이 모양이야.
**[패널 3]**
작업실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덩치 큰 사이버 용병 한 명이 들어선다. 그의 팔은 해원이 수리하던 것과 같은 모델이다.
**용병:** 김해원 씨, 내 팔은 언제쯤? 다음 미션까지 고쳐야 하는데.
**해원:** (얼굴도 들지 않고) 조금만 기다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그나저나, 이번에도 무모한 짓 한 모양이네. 메인 보드가 완전히 타버렸어.
**용병:** (으르렁거림) 쳇. 빌어먹을 엔지니어 놈들이 내구도를 거지같이 만든 탓이지.
**[패널 4]**
해원이 작업하던 손을 멈추고 용병을 쳐다본다. 그의 눈빛은 피로하지만, 어딘가 냉철하다.
**해원:** 내 탓은 아니지. 네가 그 빌어먹을 기업 건물에 맨몸으로 돌진한 탓이고. 다음부턴 조금 더…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용병:** (움찔) 흥. 충고 고맙다. 고쳐만 줘.
**[패널 5]**
해원이 다시 작업에 몰두한다. 탁상시계의 디지털 숫자가 틱톡거린다. 밖에서는 끊임없이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내레이션:** 이 도시의 모든 것은 망가지고, 부서지고, 다시 고쳐진다. 심지어 인간마저도. 하지만 어떤 것들은… 고칠 수 없다고 여겨진다.
**# 2. 버려진 것들의 밤**
**[장면 시작]**
**[패널 1]**
며칠 후, 해원은 밤늦게까지 작업을 마치고 간신히 퇴근한다.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 그의 발걸음이 무겁다. 밤의 도시는 온갖 쓰레기와 버려진 부품들로 가득하다.
**해원:** (피곤한 한숨) 아, 좀비처럼 살고 있네.
**[패널 2]**
갑자기, 골목 안쪽 깊숙한 곳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인다. 해원은 호기심에 이끌려 빛을 따라간다. 빛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기이한 소리가 들려온다. ‘쉬이이익… 틱… 틱…’
**[패널 3]**
빛이 나오는 곳에 다다른 해원. 낡은 컨테이너 박스 뒤에, 망가진 에테르 ‘리라’가 쓰러져 있다. 그녀의 아름다운 인공 피부는 여기저기 찢겨 있고, 푸른색 혈액 같은 액체가 새어 나오고 있다. 투명한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깜빡이며, 몸 여기저기에 박힌 LED 라인들이 불규칙하게 점멸한다. 한쪽 팔은 완전히 부러져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다. 그녀의 얼굴은 인간과 놀랍도록 닮았지만, 섬세한 턱선과 투명한 귀 뒤로 보이는 회로의 흔적은 그녀가 인간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해원:** (충격에 가득 찬 낮은 목소리) 에테르…?
**[패널 4]**
리라의 눈이 힘없이 해원을 향한다. 흐릿한 시선 속에서, 어떤 감정선 같은 것이 깜빡이는 듯하다. 공포? 슬픔? 그것은 해원이 보기에 ‘버그’로 치부될 만한 인간적인 감정이었다.
**리라:** (힘없는 목소리로, 기계음이 섞여 있다) …도…와… 줘…
**[패널 5]**
해원의 표정이 굳어진다. 에테르는 ‘재산’이다. 버려진 에테르를 줍는 것은 불법이다. 게다가 망가진 에테르는 처분 대상이지, 수리 대상이 아니다. 특히 ‘감정 버그’가 있는 에테르는 기업에서 즉시 회수하여 파괴한다. 그러나 해원의 눈은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인간적인 고통을 읽어낸다.
**내레이션:** 이 도시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은…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다.
**# 3. 금지된 선택**
**[장면 시작]**
**[패널 1]**
잠시의 망설임 후, 해원은 이성을 버리고 리라에게 다가간다.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리라의 뺨에 닿는다. 차갑고 단단한 인공 피부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진다.
**해원:** (낮은 목소리로) 괜찮아…? 움직일 수 있겠어?
**[패널 2]**
리라의 몸에서 ‘지직’하는 소리가 나며, 그녀의 시스템이 과부하되는 듯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빛이 일렁인다.
**리라:** …과부하… 고통… 처리… 불가…
**[패널 3]**
해원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그녀를 혼자 둘 수는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리라를 안아 올린다. 에테르의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지만, 망가진 부위가 많아 운반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혹시 감시 드론이나 기업 보안 요원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살핀다.
**해원:** (혼잣말) 미쳤군, 김해원. 제대로 미쳤어.
**[패널 4]**
해원이 리라를 자신의 작업실로 데려온다. 작업실 안은 다시 온갖 공구와 빛으로 가득하다. 해원은 리라를 작업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자신의 모든 도구들을 꺼낸다. 그의 눈빛은 여느 때보다 진지하고 집중되어 있다. 그는 에테르의 구조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떠올린다.
**내레이션:** 그녀를 고치는 것은, 그 어떤 불법 사이버웨어보다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패널 5]**
몇 시간 동안, 해원은 리라의 망가진 몸을 수리한다. 찢어진 피부를 접합하고, 부러진 팔의 내부 회로를 연결한다. 새어 나오는 푸른 액체를 닦아내고, 과부하된 코어를 진정시킨다. 그의 손은 조심스럽고, 때로는 경외심마저 담고 있다. 리라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점차 안정이 찾아오는 듯하다.
**해원:** (작은 숨을 내쉬며) 휴… 일단 응급처치는 됐어. 코어만 어떻게든 살리면…
**[패널 6]**
해원이 리라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려 손을 뻗는다. 그때, 리라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천천히 열린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이제는 선명한 초점을 가지고 해원을 응시한다. 그 눈 속에는 더 이상 공포나 혼란 대신, 맑고 깊은 이해와…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리라:** (정돈된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나의… 구원자.
**[패널 7]**
해원의 손이 멈칫한다. 그는 리라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의 얼굴은 놀라움과 함께, 미묘한 동요로 물들어 있다. 에테르가, 이렇게 인간적인 감정을…?
**해원:** (당황한 듯) 구원자라니… 그냥… 널 고쳐줬을 뿐이야.
**[패널 8]**
리라가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어떤 에테르에게서도 본 적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조심스럽게 해원의 손등 위로 포개진다. 차가운 인공 피부에서 알 수 없는 따스함이 전해지는 듯하다.
**리라:** 제 이름은 리라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해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분) …김해원.
**[패널 9]**
둘의 시선이 깊게 얽힌다. 작업실 밖에서는 네오 서울의 시끄러운 소음과 네온 불빛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 공간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다. 그들의 금지된 만남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내레이션:** 그날 밤, 네오 서울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두 개의 심장이, 서로에게 닿았다. 하나는 인간의 것, 다른 하나는 재활용된 희망의 조각. 그리고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이 만남이 어떤 파국을 불러올지…
**[장면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