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별이 빛나는 은하의 심연, 은빛날개호가 고요히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함교의 통신 패널에서 튀어나온 낮은 경고음이 무한한 정적을 갈랐다. 함장석에 앉아 있던 카이는 길게 하품을 하며 몸을 뒤척였다. 짙은 남색 점프슈트가 그의 탄탄한 어깨선을 따라 구겨졌다 펴졌다. 창밖으로는 수백억 개의 별들이 차가운 보석처럼 박힌 우주의 캔버스가 펼쳐져 있었지만, 카이의 시선은 오직 정면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다.

“셀레네, 또 뭔데? 이번엔 길 잃은 소행성 조각이야? 아니면 배고픈 심해어라도?”

조종석 옆,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앉아 패널들을 정신없이 조작하던 셀레네가 쨍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녀의 짧게 잘린 은발은 무중력 상태에서 살짝 떠올라 있었고, 안경 너머의 두 눈은 레이더 화면에 바싹 붙어 있었다.

“농담할 기분 아니거든, 카이. 이건 심상치 않아. 표준 탐지 프로토콜로는 잡히지 않던 에너지 패턴이야.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했던 어떤 것과도 달라. 심지어… 자연적인 게 아니야.”

카이의 졸음기 가득했던 얼굴에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 자연적이지 않다? 그건 즉, 인공 구조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그것도 일반적인 문명 탐사선이나 버려진 정거장이 아니라, 미지의, 혹은 잊혀진 무엇이라는 뜻이었다.

“어디서 잡힌 건데?”

“좌현 3시 방향, 좌표 델타-753. 그림자 행성의 지하 깊은 곳에서. 대기권을 뚫고 지각을 수백 킬로미터 관통한 후에야 겨우 탐지됐어. 그것도 매우 미약하게.”

그림자 행성. 그 이름처럼 늘 어스름한 그림자에 잠겨 있는, 은하계 변방의 쓸모없다고 여겨지던 바위덩어리 행성. 과거 몇 차례의 탐사선이 착륙을 시도했지만, 거친 대기 폭풍과 불안정한 지각 활동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던 곳이었다. 인류의 기록에 따르면 생명체는 물론, 그 어떤 문명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던 불모의 행성.

“그럼 우린 지금… 유령을 쫓고 있다는 거잖아?”

카이가 팔짱을 끼며 비스듬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모험가의 특유의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셀레네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녀의 눈빛 역시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령이든 뭐든, 이 정도의 에너지 시그널을 내뿜는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 탐사선이 모조리 터져나갔던 이유가 거친 환경 때문이 아니었을 수도 있어. 어쩌면… 뭔가가 숨겨지길 원했을 수도.”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계획 변경이다. 그림자 행성으로 진입한다. 셀레네, 대기권 돌입 준비해. 이번 착륙은 역대급이 될 것 같으니 손가락 단단히 잡고 있어.”

“늘 그랬잖아.” 셀레네가 툴툴거렸지만, 그녀의 손은 이미 조종 패널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

은빛날개호는 거대한 암흑의 괴수처럼 그림자 행성의 대기권으로 빨려 들어갔다. 행성을 뒤덮은 영원한 밤의 장막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체를 휘감았다. 함체 외부를 때리는 거대한 대기 폭풍의 압력이 보호막을 찌르듯 울려 퍼졌다.

“기압 상승! 외부 온도 급강하! 보호막 출력 70%!” 셀레네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났다.

은빛날개호가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조약돌처럼 흔들렸다. 굉음과 진동이 함교를 가득 채웠고, 모니터에는 경고등이 번개처럼 깜빡였다. 카이는 조종간을 꽉 움켜쥐고 전방의 시야 확보에 집중했다. 두 눈에는 핏줄이 서 있었다.

“젠장, 대기 흐름이 예상보다 훨씬 더러워! 고도 유지! 충격 흡수 장치 최대로!”

“이미 최대야! 엔진 출력 120%까지 올리고 있어! 버텨야 해, 카이!”

기체가 비명을 지르듯 삐걱거렸다. 격렬한 흔들림 속에서 고대 유적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이 어리석은 농담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카이의 눈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수많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기체를 제어했다.

수 분간의 사투 끝에, 마침내 폭풍의 핵심을 뚫고 지면에 가까워졌다. 흔들림이 잦아들자 카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랜딩 기어를 내렸다.

“휴우… 겨우 살았다. 역시 그림자 행성이라는 이름값은 하는군.”

“살아남은 걸 축하한다, 카이. 그런데 말이지.” 셀레네가 화면을 응시하며 목소리를 낮췄다. “에너지 패턴이 더 명확해졌어. 착륙 지점에서 불과 50미터 아래, 깊이 약 300미터 지점이야. 지각에 거대한 통로 같은 것이 보이고 있어.”

“통로?”

카이와 셀레네는 서둘러 개인 장비를 착용했다. 강화된 탐사용 슈트와 휴대용 스캐너, 그리고 비상용 플라즈마 블래스터까지. 은빛날개호의 착륙 게이트가 쉬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행성의 표면은 잿빛 암석과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붉은색을 띠는 희미한 번개가 멀리서 번쩍였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듯한 어둠이 그들을 맞이했다.

착륙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캐너가 지목한 곳이 있었다. 거대한 암반이 불규칙하게 솟아 있었는데, 그 중심부에 미세한 금이 가 있었다. 마치 오래된 거울이 깨진 듯한 형태였다.

“이게… 입구인가?” 카이가 손전등을 비추자, 암반 틈새에서 희미하게 푸른빛이 깜빡이는 것이 보였다.

셀레네가 손목의 데이터 패드를 조작하자, 암반의 지질도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분명해. 자연적인 균열이 아니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통로가 그 아래로 이어지고 있어. 그리고… 이 암반 전체가 일종의 위장막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탐사선의 스캔을 회피할 정도로.”

카이가 망설임 없이 암반 틈새에 손을 뻗었다. 차가운 금속성 표면이 느껴졌다. 단순한 바위가 아니었다. 그는 휴대용 스캐너를 틈새에 대고 깊이 분석했다.

“놀랍군. 이건… 어떤 재료인지 알 수 없어. 하지만 수백만 년은 족히 되었을 텐데도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어.”

바로 그때, 틈새를 따라 흐르던 푸른빛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들려오던 낮은 진동이 점점 강해졌다. 윙-하는 기계음이 암반 전체를 뒤흔들었다. 거대한 암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돌덩이가 아닌, 유기적인 어떤 물질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이 서서히 열리는 듯했다.

끼이이잉-!

귀를 찢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문이 안쪽으로 밀려들어갔다. 그 너머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심연이 펼쳐졌다. 오래된 공기가 후욱 하고 불어와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먼지와 함께 알 수 없는 고대의 냄새가 났다.

“맙소사…” 셀레네가 넋을 잃은 채 중얼거렸다.

카이 역시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눈동자는 빛나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스캐너가 포착했던 미약한 에너지 패턴은 이제 그들의 바로 아래에서 강력하게 맥동하고 있었다.

“들어가자, 셀레네. 전례 없는 발견이야. 우리는 지금… 잊혀진 문명의 심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거야.”

***

내려가는 길은 끝없이 이어졌다. 계단 같은 것은 없었다. 거대한 통로의 벽면을 따라 흐르는 푸른빛의 에너지 라인이 그들을 아래로 이끌고 있었다. 중력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통로를 따라 아래로 향하는 미세한 부양 장치 같은 것이 작동하는 듯했다. 그들은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수십 킬로미터를 내려왔을까. 마침내 통로의 끝에 다다랐다. 거대한 지하 동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 아니었다. 거대한 기둥들이 천장을 떠받치고 있었고, 돔 형태의 천장에는 별자리를 닮은 문양들이 푸른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건… 도시잖아?” 셀레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스캐너가 보여주는 홀로그램 지형은 분명 거대한 도시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텅 빈 거리, 높이 솟은 건물들, 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탑.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때, 중앙 탑에서부터 미약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서서히, 탑의 벽면에 새겨진 문양들이 희미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점차 그 빛은 강렬해지며 지하 도시 전체를 밝히기 시작했다.

황금빛과 에메랄드빛이 뒤섞인 환상적인 빛이 도시의 모든 구조물을 비추었다. 먼지가 수백만 년의 잠에서 깨어나는 듯 공중에 떠올랐고, 오래된 건물의 그림자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카이와 셀레네는 경이로운 광경에 압도되어 발걸음을 멈췄다. 도시의 불이 완전히 켜지자, 그들은 비로소 중앙 탑의 심장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탑의 가장 높은 곳에서, 거대한 홀로그램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은하 지도의 일부였다. 그러나 그들이 아는 어떤 은하 지도와도 달랐다. 알려진 항성계는 물론, 미지의 성운과 낯선 은하가 마치 실타래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연결의 중심에, 이곳 그림자 행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셀레네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 지도…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지도가 아니야. 이건… 차원 이동 통로의 좌표거나, 아니면… 우주를 가로지르는 고대 네트워크의 핵심일 수도 있어.”

홀로그램 지도는 회전을 멈추고, 특정 좌표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좌표를 감싸고 있는 흐릿한 기호들 사이로, 고대의 언어들이 반짝이며 나타났다. 셀레네가 자신의 데이터 패드로 빠르게 언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분석 중… 언어 데이터베이스 매칭 중… 젠장, 이건… 완전히 새로운 언어야. 우리 은하의 어떤 기록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는 문명이야.”

셀레네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패드를 두드렸다.

“겨우 몇 개의 단어만 해독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단편적이지만…”

그녀는 숨을 들이켰다.

“이 문명은… 자신들을 ‘별의 파수꾼’이라 불렀던 것 같아. 그리고 이 지도는… ‘대재앙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고 쓰여 있어. 그리고… 그리고… ‘시간이 없어. 거울 너머의 존재가 깨어나고 있다’는 경고가…!”

그 순간, 홀로그램 지도가 붉은빛으로 섬광했다. 지도의 가장자리, 모든 알려진 은하계를 벗어난 미지의 공간에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마치 우주의 찢어진 상처 같았다. 그 그림자는 서서히,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속도로 은하계 전체를 향해 퍼져나가는 듯했다.

카이의 얼굴에서 모든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는 그 거대한 그림자를 멍하니 응시했다. 심장이 발밑으로 곤두박질치는 것 같았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이 아니었다. 잊혀진 문명의 보고도 아니었다.
이곳은… 거대한 재앙의 전조였고, 그들이 그 재앙의 시작점에 서 있었다.
은하의 운명을 뒤바꿀 거대한 비밀이, 지금 막 어둠 속에서 깨어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