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심연의 틈새: 03화 – 알 수 없는 균열

고요는 언제나 가장 잔인한 전조였다.
인류가 ‘아레스 7호’라는 거대한 강철 심장을 우주로 쏘아 올린 지 오백 년. 망각된 지평선 너머의 생명체를 찾아 헤매던 이 고독한 거함은, 이제 그 고요가 파열음을 내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심우주 탐사선 ‘아레스 7호’의 함교는 붉은 경고등이 번뜩이는 가운데, 숙련된 승무원들의 굳건한 표정 아래로 미세한 불안감이 스며들고 있었다.

“함장님, 이건… 전에 본 적 없는 패턴입니다.”
탐사대장이자 항해사인 윤미라 소령의 목소리는 평소의 침착함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턱선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홀로그램 지도를 가득 채운 이상 신호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우주 이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명백한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었다.
“지점은?” 강태준 함장의 낮은 음성이 함교의 웅성거림을 단번에 잠재웠다. 그의 눈은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어낸 노련한 함장에게는, 본능적인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좌표 X-305, Y-988, Z-451입니다. 예상 이동 경로와 완전히 엇나간 위치에서 감지되었습니다. 스캔 결과, 측정 불가능한 에너지 서지가 반복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윤미라 소령의 손이 떨리는 건,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가 아니었다. 500년간의 기록에도 없는, 말 그대로 ‘미지’였다.

함장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접근 궤도 재조정. 최대 출력으로 항진한다. 안전 거리 유지하면서 육안 관측 준비.”
“함장님!” 기관장 박선우 소령이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불쑥 끼어들었다. “이런 에너지 서지는… 동력 코어에 심각한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함선의 전자 장비들이 알 수 없는 간섭을 받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알고 있다.” 강태준 함장은 박선우를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칠 수는 없어. 인류의 존재 이유가 바로 저 미지의 영역을 밝히는 데 있다.”
그의 말에 함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들은 모두 그를 따라 500년이라는 시간을 견뎌온 존재들이었다. 그의 말이 곧 그들의 신념이었다.

아레스 7호가 서서히 속도를 올려 미지의 신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광년 단위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고, 마침내 메인 스크린에 흐릿한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접근 중… 거리는 5만 킬로미터.” 윤미라 소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함교의 모든 이들이 숨을 들이켰다.
그것은 차가운 우주의 심연 한가운데서 홀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검은색도 아니고, 흰색도 아니며, 그 어떤 알려진 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묘한 색깔. 불규칙하면서도 완벽하게 대칭적인 면들이 끊임없이 뒤틀리고 변형되는 육면체, 아니, 팔면체, 아니, 그 어떤 기하학적 형태로도 정의할 수 없는 덩어리였다. 마치 우주 공간 자체가 찢어져서 드러난 균열 같았다.
“이게… 대체….” 박선우 기관장의 눈은 공포와 경외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측정되는 정보가 없습니다. 모든 센서가 오류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관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에너지 스파이크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함선 내부의 중력장이 불안정합니다!”

그 순간, 아레스 7호 전체가 거대한 진동에 휩싸였다. 굉음과 함께 천장 패널이 떨어져 나가고, 스크린에는 지직거리는 노이즈가 가득 찼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강태준 함장이 자세를 낮추며 소리쳤다.
“알 수 없습니다! 유물… 유물에서 강력한 파동이 방출되고 있습니다! 실드 최대치로 올립니다!” 윤미라 소령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함선의 방어막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더니, 경고음과 함께 완전히 소멸했다.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 수 없는 에너지는 방어막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뚫고 아레스 7호의 선체를 강타하고 있었다.
함선 내부의 모든 조명이 깜빡이더니 완전히 나가버렸다. 비상등의 붉은 불빛만이 혼돈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였다.

“함장님! 승무원들의 생체 신호가 이상합니다! 심박수가 급격히 올라가고, 일부 승무원들은 의식 불명 상태입니다!” 의무관 최지혜 중위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뚫고 불안하게 들려왔다.
강태준 함장은 자신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팔의 피부가 마치 수만 개의 바늘에 찔리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시달리고 있었다. 눈앞의 풍경은 마치 물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일렁였다.
“모든 인원, 비상 착륙 대비! 충격에 대비하라!”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하지만 비상 착륙할 행성조차 없었다. 그들이 존재하고 있던 곳은 그저 끝없이 펼쳐진 암흑의 우주 공간뿐이었다.
유물은 거대한 블랙홀처럼 아레스 7호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함선 주변의 공간 자체가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뒤틀리며, 폭발하는 듯했다.
“함장님! 메인 스크린이… 메인 스크린에….” 윤미라 소령의 목소리가 완전히 끊겼다.

강태준 함장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메인 스크린을 바라봤다. 화면은 온통 백색 노이즈로 가득했지만, 그 틈새로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있었다.
그것은 별들의 바다가 아니었다.
푸른 하늘과 짙은 녹음이 가득한 거대한 숲. 아득히 높은 산맥, 그리고 그 산맥을 타고 흐르는 수정처럼 맑은 강물. 태양은 너무나도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빛은 그들이 알던 태양의 색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세계의 풍경 같았다.
동시에 그의 정신을 꿰뚫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아레스 7호의 강철 외피가 찢어지는 소리도, 기계들이 폭발하는 소리도 아니었다.
마치… 그의 몸이, 그의 존재 자체가 무언가에 의해 산산이 찢겨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강한 빛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함교를, 아레스 7호를, 그리고 그 안에 있던 모든 승무원들을.
강태준 함장의 의식은 무너져 내리는 파도처럼 부서져 갔다. 그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차가운 우주의 공허함이 아니라, 따뜻하고 축축한, 생명력 넘치는 흙냄새였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