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하이 판타지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드넓은 심연, 그 끝없는 흑백의 점멸 속에서 ‘카시오페이아 호’는 마치 작디작은 숨결처럼 나아가고 있었다. 200년 전 인류가 개척의 깃발을 꽂았던 마지막 행성계조차 아득히 등진 채, 미지의 영역을 향한 일곱 번째 탐사 임무. 우주의 심장부에 닿겠다는 원대한 꿈은 고작 몇 미터 두께의 금속판으로 둘러싸인 이 작은 선체 안에서, 늙고 지친 선장 강은하의 어깨를 짓누르는 고독한 무게로 존재했다.

“선장님, 정체불명의 에너지원 감지. 규모가… 엄청납니다.”

조용한 함교의 침묵을 깬 건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였다. 과학 책임자 류진이 홀로그램 스크린을 노려보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학자 특유의 호기심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경외가 뒤섞여 있었다.

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 항해로 뻣뻣해진 관절을 움직이며 스크린으로 다가갔다. 화면에는 광활한 우주의 배경을 찢고 나타난 듯한, 불안정한 에너지 파형이 춤추고 있었다. 그것은 기존의 어떤 물리 법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하고 이질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어떤 종류의 에너지지?” 은하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눈동자 속에는 미세한 긴장감이 일렁였다. 수십 년간 우주를 떠돌며 수많은 기이한 현상을 겪었음에도, 지금 스크린에 펼쳐진 것은 그녀의 경험치를 아득히 초월하는 무언가였다.

“측정 불가능합니다, 선장님. 마치… 존재 자체가 모순인 것처럼요. 파동의 형태는 안정적인데, 그 진폭은 은하계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만큼 거대합니다. 이런 식의 에너지 패턴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해야 할… 고대의 흔적과 비슷합니다.” 류진의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흥분과 공포 사이의 얇은 경계에 서 있는 듯했다.

“고대의 흔적이라니, 무슨 말인가?” 그때까지 함교 한구석에서 훈련 모의전을 시뮬레이션하던 보안 책임자 이한이 스크린으로 다가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에너지 파형을 꿰뚫어 보려 애썼다. 그는 과학자들의 추상적인 설명보다는 눈앞의 위협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오래 전, 그러니까… 인류가 우주로 발을 뻗기 시작할 무렵부터 전해지던 전설 같은 겁니다. 어떤 지적 생명체가 우주의 근원에 가까운 존재를 발견했고,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불렸다는… 하지만 이건 단순한 전설과는 다릅니다. 이 에너지 파동은… 실재합니다.” 류진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건… 차원 자체를 뒤틀 수 있는 힘, 혹은… 생명의 기원을 조작할 수 있는 힘밖에는 없습니다.”

은하의 미간이 깊어졌다. “좌표를 확인해. 그리고 즉시 함선 속도 감속, 비상 방어막 가동. 무엇이든 예상해야 한다.”

카시오페이아 호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미지의 에너지원을 향해 나아갔다. 수 시간 후, 희미한 빛이 망원경 시야에 포착되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점에 불과했지만, 접근할수록 그 윤곽은 선명해졌다.

“선장님… 육안으로 확인됩니다.” 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은하는 메인 스크린에 시야를 집중했다. 거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금속도, 암석도, 플라스마도 아니었다.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크기는 소행성만 했고, 불규칙하게 솟아오른 결정체들이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그 결정체들 사이에서 섬광처럼 푸른빛이 끊임없이 발현되고 있었다. 빛은 주변의 어둠을 집어삼키는 듯했고, 그 주변의 시공간마저 미세하게 일렁이는 것처럼 보였다.

“설마… 우리가 발견한 게 저건가?” 이한이 넋을 잃은 듯 중얼거렸다. 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옆구리의 블래스터 손잡이를 감쌌다.

“이런 물질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빛을 흡수하면서도 동시에 방출하고, 시공간을 왜곡하면서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류진은 키보드를 미친 듯이 두드리며 데이터를 분석했다. “측정값들이 전부 뒤죽박죽입니다. 중력, 전자기장, 양자역학… 모든 기본 원리가 저 물체 앞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은하의 시선은 굳건히 그 ‘물체’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름을 붙여라, 류진. 저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발견을 한 것이다.”

류진은 잠시 망설였다. 그의 지식으로는 저 존재를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 그러다 그의 눈이 빛났다. “어떤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지만… 마치 우주의 심장에서 솟아난 심장 박동 같습니다. 그렇다면… ‘코스모스 하트’라고 부르겠습니다.”

코스모스 하트. 우주의 심장. 그 이름처럼, 그 물체는 생명이 있는 듯 미묘하게 진동했다. 카시오페이아 호가 코스모스 하트의 약 500미터 지점까지 접근했을 때였다.

**쿵-!**

함선 전체가 거대한 충격파에 휩쓸린 듯 흔들렸다.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은하가 다급하게 외쳤다.

“외부 충격은 없습니다, 선장님! 하지만… 함선 시스템이… 이상합니다!” 류진이 스크린을 붙잡고 외쳤다. 함교 내부의 조명들이 불안정하게 깜빡거렸고, 몇몇 보조 스크린이 지지직거리며 꺼졌다.

“내부 전력 댐퍼 가동! 비상 전력으로 전환해!” 은하가 명령했다.

그때, 코스모스 하트에서 뿜어져 나오던 푸른빛이 더욱 강렬해지며 순식간에 카시오페이아 호를 감쌌다. 함선 외부 카메라 영상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함교 내부를 감싸던 비상 조명마저 꺼지며 암흑이 들이닥쳤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류진의 희미한 비명과 함께 이한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은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그녀의 눈앞에… 환영이 펼쳐졌다.

거대한 푸른빛의 바다. 그 바다 속에서 수억 개의 별들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장대한 광경. 그리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존재. 그것은 빛이자 어둠이었고, 생명이자 죽음이었으며, 시간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그 존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녀의 내면 가장 깊은 곳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너희는 누구인가. 무엇을 찾아왔는가.*

정신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언어가 아닌, 순수한 개념의 형태로 그녀에게 전달되었다. 압도적인 힘과 지혜가 담긴 목소리였다. 은하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이 존재는… 인류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우주 그 자체의 의식인가?

“선장님! 정신 차리세요!”

이한의 거친 외침에 은하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플래시가 비스듬히 함교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뇌리에는 여전히 그 거대한 환영과 목소리가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류진! 괜찮은가? 함선 상태는?!” 은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력은… 간신히 복구됐습니다. 외부 카메라도 다시 작동합니다.” 류진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선장님… 코스모스 하트가… 변했습니다.”

은하는 메인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푸른빛이 사라지고, 스크린에는 다시 코스모스 하트의 모습이 잡혔다.

하지만 그것은 이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소행성만 했던 거대한 물체는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그 자리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마치 순수한 어둠과 빛이 엉겨 붙어 만들어진 듯한 작은 입방체가 떠 있었다. 검은색 결정 속에 박힌 듯한 푸른빛이 불길하게 깜빡거렸다. 그리고 그 입방체는, 마치 카시오페이아 호를 부르는 듯, 미세하게 회전하며 서서히 함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함교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전의 경고음도, 동요도 사라진 침묵. 오직 그 작은 입방체의 존재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지?” 이한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은하는 얼어붙은 듯 입방체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심장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아까 들었던 그 목소리, 그 환영이 다시금 그녀의 의식을 잠식하려 했다.

“류진… 저 물체가… 우리 함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 은하의 목소리가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작은 입방체는 카시오페이아 호의 방어막을 아무런 저항 없이 통과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곧바로, 함선의 가장 두꺼운 외벽을 마치 종잇장처럼 뚫고 내부로 침투했다.

함선 전체에, 심장이 쿵쿵거리는 듯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코드 델타! 전원 전투 배치! 침입자가 발생했다!” 이한이 외치며 블래스터를 뽑아 들었다.

하지만 은하는 아무런 명령도 내릴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스크린에 희미하게 잡히는, 함선 내부로 들어선 푸른빛의 작은 섬광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 빛은… 그녀를 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뇌리에, 다시금 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희의 심장을 열어라.*

차가운 금속으로 둘러싸인 함선 내부, 미지의 존재가 서서히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막을 수 없었다. 그 존재는 이미, 가장 깊은 곳부터… 모든 것을 침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