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만화 (웹툰) 에피소드 스토리 대본

## 네오-서울의 밀실, 투명한 그림자

**[에피소드 제목]** 네오-서울의 밀실, 투명한 그림자

**[장면 #1] 류 이안의 사무실, 네오-서울 외곽**

**[컷 #1]**
어둑한 조명 아래, 복잡한 회로 기판과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작업 공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투명 스크린에는 네오-서울의 현란한 야경이 흘러간다. 유리 테이블 위에서는 고전적인 찻잔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게임 캐릭터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그 앞에서 한 남자가 무심하게 컨트롤러를 조작하고 있다. 그의 얼굴은 스크린의 푸른빛에 반사되어 날카롭게 빛난다. 헝클어진 은발에 다소 피곤해 보이는 눈매, 그러나 그 안에는 범접할 수 없는 예리함이 담겨 있다. 류 이안이다.

**[류 이안]** (나른한 목소리로) …젠장, 또 버그인가. 아니면 이 개발자가 너무 게으른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구간은 논리적이지 않아.

**[컷 #2]**
이안의 옆에 서서 태블릿을 들여다보던 한 비서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다. 깔끔한 검은색 정장 차림. 냉철하고 지적인 분위기.

**[한 비서]** 탐정님. 잠시 이안님의 지적 유희를 방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 경감님께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엔 정말 심각한 사건인 모양입니다.

**[컷 #3]**
이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컨트롤러를 내려놓는다. 게임 화면이 사라지고, 태블릿 화면이 공중으로 홀로그램처럼 투영된다. 강 경감의 긴장된 얼굴이 떠오른다.

**[류 이안]** (홀로그램을 훑어보며) 긴급? 강 경감님이 긴급이라는 말을 쓸 정도면, 뭔가 골치 아픈 일이 터졌다는 뜻이겠군. 저번처럼 사소한 AI 오작동을 ‘초자연 현상’으로 둔갑시키는 건 아니겠지?

**[한 비서]** (정색하며) 이번엔 아닙니다. 네오-서울 시온 타워 펜트하우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시온 코퍼레이션의 강 회장입니다.

**[류 이안]** (눈썹을 한쪽 치켜올리며) 강 회장? 그 강 회장? 흐음… 흥미롭군. 그 정도 거물이 그렇게 쉽게 살해당할 리가 없는데. 밀실 살인인가?

**[한 비서]** (태블릿을 내밀며) 정보에 따르면, 완벽한 밀실입니다. 외부 침입 흔적은 전혀 없고, 내부 감시 시스템은 강 회장 외에 어떤 인물의 출입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사망 추정 시각 이후에도 모든 출입구는 봉쇄된 상태였습니다.

**[류 이안]**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표정) 완벽한 밀실이라… 오랜만에 제 두뇌가 신선한 자극을 받겠군요. 준비하시죠, 한 비서.

**[장면 #2] 시온 타워 펜트하우스 현장**

**[컷 #4]**
최첨단 자동 비행 택시가 네오-서울의 밤하늘을 가로질러 시온 타워의 전용 헬리포트에 착륙한다. 유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타워는 밤에도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도시를 지배한다. 건물 외벽에는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이 홀로그램으로 흘러가고 있다.

**[컷 #5]**
펜트하우스 내부. 경찰 드론들이 바쁘게 날아다니며 증거를 스캔하고 있고, 홀로그램 분석 패널들이 벽면에 떠 있다. 최신식 경찰 장비들이 현장을 에워싸고 있다. 경감은 이마에 손을 짚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다.
이안과 한 비서가 도착하자 경감이 고개를 들어 그들을 맞이한다.

**[강 경감]** (피곤에 지친 목소리) 류 탐정님, 어서 오십시오. 예상보다 빨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상황은… 보시다시피 개판입니다.

**[류 이안]** (주변을 스캔하며) 개판이라뇨, 경감님. 이 정도면 꽤 정돈된 ‘개판’입니다. 시체 치우기 전까지는요.

**[컷 #6]**
사건 현장인 강 회장의 서재 앞. 강 경감이 서재의 견고한 문을 가리킨다. 문은 티타늄 합금으로 제작되었고, 지문, 망막, 음성 인식까지 삼중 보안 시스템이 작동한다. 문 주변의 벽면은 특수 나노 복합 패널로 되어 있다.

**[강 경감]** 이 문은 강 회장 본인의 생체 인증 없이는 열리지 않습니다. 비상시에는 통합 보안 시스템에서 열 수 있지만, 사망 추정 시각 이후에는 어떤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기록은 깨끗합니다.

**[한 비서]** (홀로그램 태블릿을 조작하며) 펜트하우스 전체 감시 기록에 따르면, 강 회장님은 어제 저녁 10시 32분 서재로 들어갔고, 그 이후로는 누구도 서재에 출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비서가 연락이 닿지 않아 비상 프로토콜로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습니다.

**[컷 #7]**
서재 내부. 화려하지만 차가운 분위기의 공간. 중앙에는 거대한 홀로그램 테이블이 있고, 벽면에는 옅은 파란색 빛을 내는 ‘카멜레온 글라스’ 창문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 아래로 네오-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 회장은 홀로그램 테이블 앞에 앉은 채 쓰러져 있다. 깔끔한 흰색 정장에는 작은 그을음 자국이 선명하다. 그의 얼굴은 평온해 보였지만, 목덜미에는 붉게 타들어 간 듯한 작은 상처가 보였다. 주변에는 어떤 흉기도 보이지 않는다.

**[류 이안]** (시체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관찰) 죽은 지 꽤 되었군요. 사인은?

**[강 경감]** (한숨) 초기 분석으로는 고에너지 펄스 공격으로 추정됩니다. 정교하고 파괴적인 무기죠. 목의 경동맥 부근을 정확히 노렸더군요. 출혈은 거의 없었습니다.

**[컷 #8]**
이안이 장갑을 낀 손으로 강 회장의 목덜미의 그을음 자국을 섬세하게 만진다. 그의 손목에 찬 홀로그램 장치에서 얇은 빛이 뿜어져 나와 자국을 스캔한다. 작은 스파크와 함께 미세한 잔류 입자들이 공중에 홀로그램으로 떠오른다.

**[류 이안]** (읊조리듯) 음… 흔적은 적지만, 에너지가 응축된 형태입니다. 이런 무기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죠. 게다가 이런 깔끔한 처리라니… 전문가의 솜씨군요.

**[컷 #9]**
이안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의 얼굴 위로 홀로그램 데이터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그는 서재의 공기 흐름, 미세한 먼지 입자의 움직임, 그리고 벽면의 나노 복합 패널들을 하나하나 훑어본다.

**[류 이안]** 창문은 전부 잠겨 있겠죠. 이 카멜레온 글라스는 외부 충격에도 견디도록 설계되었을 테고요.

**[강 경감]** 물론입니다. 류 탐정님. 이 방은 완벽한 요새입니다. 안에서 누군가 문을 열거나, 창문을 깼다는 흔적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모든 기록이 그렇고요.

**[컷 #10]**
이안이 홀로그램 테이블 위를 손으로 훑는다. 테이블 위에는 강 회장이 평소 즐겨 마시던 것으로 보이는 한약재 향이 나는 음료 컵이 놓여 있다. 아직 미지근한 온기만 남아있다.

**[류 이안]** (컵을 들어 냄새를 맡으며) 강 회장은 이 방에서 밤에 주로 무슨 일을 했죠?

**[최 비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주로 개인적인 연구나 대외비 업무를 보셨습니다. 가끔은 주치의 박 닥터님과 건강 상담을 하시기도 했고요.

**[컷 #11]**
이안은 서재의 한쪽 벽면, 다른 나노 복합 패널들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듯한 장식용 기둥처럼 보이는 부분을 유심히 바라본다. 빛이 굴절되는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다.

**[류 이안]** (혼잣말처럼) 완벽한 밀실… 누군가 안에서 죽이고 사라졌다? 아니면 애초에 여기에 없었던 건가?

**[컷 #12]**
이안이 서재의 통합 보안 시스템의 홀로그램 패널을 향해 손을 뻗는다. 시스템은 그의 권한을 인식하고 서재의 전체 설계도를 공중에 투영한다. 복잡한 배선과 공조 시스템, 그리고 비상 탈출 경로까지 상세히 나타난다. 이안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류 이안]** (설계도를 뚫어지라 보며) 강 경감님. 이 서재의 공조 시스템, 그리고 이 벽면의 나노 복합 패널에 대한 더 상세한 자료를 볼 수 있겠습니까? 비상 탈출 경로가 있다면, 그에 대한 정보도요.

**[강 경감]** (의아한 표정) 비상 탈출 경로라니요? 이 방은 절대적인 보안을 위해 비상 탈출 경로는 따로 없습니다. 비상시에는 외부에서 강제 개방하는 방식입니다.

**[류 이안]** (피식 웃으며) 흐음… 과연 그럴까요? 강 회장 정도의 인물이라면, 설마 자신을 가두는 요새 안에 작은 ‘비밀 통로’ 하나쯤은 만들어두지 않았을까요? 완벽한 보안은 때로는 맹점이 됩니다. 자신만 아는 맹점.

**[컷 #13]**
이안의 시선이 다시 장식 기둥처럼 보이는 벽면으로 향한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곳을 톡톡 두드린다. 미묘하게 다른 울림이 그의 손끝을 타고 전해진다.

**[류 이안]** (강 경감에게 돌아서며) 이 방은 밀실이 맞습니다. 하지만, 살인범이 들어오고 나갈 수 없었던 밀실은 아니었군요. 트릭이 보입니다.

**[컷 #14]**
강 경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용의자들(강 태훈, 최 비서, 박 닥터)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어진다.

**[강 태훈]** (놀라움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 트릭이라니요?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류 이안]** (용의자들을 스쳐 지나가며, 시선은 여전히 장식 기둥에 고정된 채) 트릭은 항상 가장 ‘완벽한’ 지점에 숨겨져 있죠. 이 방은 완벽하게 외부로부터 봉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길까지 완벽하게 봉쇄된 것은 아니었군요.

**[컷 #15]**
이안이 자신의 홀로그램 장치를 꺼내어 장식 기둥에 대고 미세한 주파수를 방출한다. 벽면에서 미약한 진동과 함께 육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아주 미세한 틈이 홀로그램으로 표시된다.

**[류 이안]** (미소를 지으며) 이 서재는 완벽한 보안을 자랑했지만, 동시에 ‘투명한 그림자’를 품고 있었습니다. 회장님을 죽인 자는 이 그림자를 이용해 유유히 이곳을 빠져나갔을 겁니다.

**[컷 #16]**
이안의 홀로그램 장치에서 벽면 내부의 열화상 스캔 이미지가 투영된다. 이미지에는 벽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사람 하나가 간신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통로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그것은 건물의 유지보수용 코어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통로 안쪽에는 미세한 그을음과 특유의 에너지 펄스 잔류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류 이안]** (강 경감을 돌아보며) 경감님, 이제 이 빌딩의 모든 유지보수 기록과 해당 통로에 접근 권한이 있던 인물들을 확인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 흔적을 만들어낸 무기 제조사를 찾아야겠군요.

**[컷 #17]**
강 경감은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이안과 벽면을 번갈아 본다. 용의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이안은 그들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그의 눈빛은 이미 범인을 지목하고 있는 듯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류 이안]** (나레이션) 완벽한 밀실은 없다. 그저 인간의 시선이 닿지 않거나, 편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맹점만 있을 뿐. 그리고 나는 그 맹점을 찾아내는 것이 취미다.

**[장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