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7구역: 심연의 메아리 (21화)

고요는 이미 오래전에 파괴된 잔해처럼 우주선 ‘아스가르드’를 맴돌았다. 망망한 심우주를 가로지르던 거대한 탐사선은 이제 거대한 관처럼 묵직하고 음울했다. 함교의 메인 스크린은 칠흑 같은 우주와 멀리 희미하게 빛나는 은하수의 팔 하나를 비출 뿐이었다. 그 광경은 전에는 경외감을 주었지만, 이제는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를 자극했다.

“함장님, 유물 격리실의 전압 안정화 장치가 또 이상 신호를 보냅니다.”

조작판 앞에서 손가락을 빠르게 놀리던 기술팀장 민준이 침울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의 얼굴에는 며칠 밤낮으로 이어지는 과로와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인한 피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함장 강인한은 턱을 어루만졌다. 그의 눈빛은 메인 스크린 너머의 심연만큼이나 깊었다. “또? 이번 주만 벌써 네 번째잖아. 원인은?”

“분석 중입니다만… 매번 다른 패턴입니다. 어떤 때는 전력 과부하, 어떤 때는 갑작스러운 전력 저하. 마치… 유물 그 자체가 전압을 가지고 노는 것 같습니다.” 민준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감췄다.

옆에 서 있던 부함장 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가지고 논다고? 민준 팀장, 그건 너무 비과학적인 추측 아닌가?”

“압니다, 부함장님. 하지만 저희가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범주를 이미 넘어선 것 같습니다.” 민준의 목소리에는 체념이 섞여 있었다.

그랬다. ‘그것’을 발견한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다. 외계 행성 ‘케르베로스-7’의 깊은 지하 동굴에서 발견된 검고 매끄러운 유물. 인간의 손으로는 도저히 가공할 수 없는 완벽한 구 형태를 하고 있었으며, 표면에는 섬세하고도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어떤 에너지를 품고 있는지도,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단지, 그 주위에 다가가면 알 수 없는 심장이 뛰는 듯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그 진동은 이제 우주선 전체를 서서히 잠식하고 있었다.

“탐사팀장 한별은 지금 어디 있지?” 강인한이 물었다.

유진이 스크린을 확인하며 답했다. “개인 선실에 있습니다. 어제저녁부터 두통을 호소해서 휴식을 취하도록 했습니다.”

강인한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한별. 유물을 처음 발굴한 이후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 그녀는 매일 밤 알 수 없는 꿈을 꾸고, 낮에는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듣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피로 때문이라고 치부했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유물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마저 보이는 지경이었다.

그때, 함교 문이 ‘쉬익’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경비팀장 지혁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공포로 번뜩였다.

“함장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가, 지혁 팀장!” 강인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별 팀장… 한별 팀장이 유물 격리실로 향하고 있습니다! 보안 시스템을 해제하고… 지금 문을 열려고 합니다!”

“뭐라고?!”

모두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유물은 강력한 전자기장으로 격리되어 있었고, 그 주위에는 수십 겹의 강화합금 문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것을 해제하려면 복잡한 보안 프로토콜을 거쳐야만 했다. 평범한 상태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장 막아! 모든 보안 인원을 동원해!” 강인한이 소리쳤다.

지혁은 이미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출동했지만… 이상합니다. 한별 팀장에게 접근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주위에… 그녀의 주위에 뭔가 강력한 장(場)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함교의 메인 스크린에 유물 격리실 내부 영상이 띄워졌다. 굳게 닫힌 강화합금 문 앞에서 한별이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으며, 눈은 검은 유물처럼 깊고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 주위로, 희미하게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에너지처럼 일렁이며, 그녀에게 다가서려는 경비대원들을 저지했다. 대원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듯 뒤로 밀려났다.

“저건… 염력인가?” 유진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민준은 화면을 확대하며 분석했다. “아닙니다, 부함장님. 염력과는 다릅니다. 에너지가… 그녀의 몸 안에서부터 발산되고 있습니다. 유물과 같은 파장입니다!”

강인한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유물. 그 미지의 존재가 한별의 몸속으로, 그녀의 정신 속으로 파고들어 그녀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혹은, 유물이 그녀의 잠재된 무언가를 일깨운 것일 수도 있었다.

“막아야 해. 저 유물은… 저건 살아있어! 그리고 한별을 매개로 우리에게 접근하려는 거야!” 강인한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 순간, 격리실의 거대한 문 하나가 ‘쉬이이익’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어둠 속에서, 미약하지만 분명한 맥동이 느껴졌다. 격리실 내부의 전자기장 방어막이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다.

한별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녀의 손끝에서 푸른빛이 더욱 강렬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은 유물 격리실의 마지막 방어막을 향해 뻗어나갔다.

“안 돼!” 강인한이 소리쳤다.

‘콰앙!’

마지막 방어막이 파열하는 소리와 함께, 우주선 전체가 진동했다. 함교의 불빛이 일순 깜빡였다가 돌아왔다. 민준의 조작판에서 경고음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격리실 내부 영상이 다시 안정되었을 때, 한별은 이미 완전히 열린 문 안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황홀경에 빠진 듯했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마치 연인에게 이끌리듯, 격리실 중앙에 떠 있는 검은 유물에 손을 뻗었다.

유물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강인한은 직감했다. 단순히 미지의 외계 유물이 아니었다. 이 미지의 ‘협객’은 자신들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무공을 지닌 존재였다. 그리고 지금, 그 무공의 진정한 힘이 한별을 통해 발현되려 하고 있었다.

함교 전체에 섬뜩한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마치 거대한 미지의 존재가 숨죽이며 자신들의 운명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유물과 한별의 손이 마침내 닿는 순간…

우주선 ‘아스가르드’ 전체가, 거대한 심장이 뛰는 것처럼, ‘쿵’ 하고 격렬하게 울렸다.
메인 스크린 너머의 칠흑 같은 우주가, 일순간, 강렬한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마치, 우주 자체가 눈을 뜬 것처럼.
혹은, 무언가 거대한 것이 그들의 존재를 인식한 것처럼.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