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공상과학)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 제12화: 흔적

천장이 무너진 고층 건물은 그저 거대한 이빨처럼 앙상하게 하늘을 긁고 있었다. 잔해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흙먼지는 폐허 전체를 삼킬 듯 춤을 추고 있었고, 그 속에서 우리의 시야는 한 뼘도 채 되지 않았다. 삭막한 바람이 텅 빈 창문 구멍들을 휘파람처럼 통과하며 음산한 소리를 냈다.

“이쪽이야.”

강진의 목소리가 찢어지는 바람 소리 사이를 간신히 뚫고 들려왔다. 그는 낡은 방진 마스크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내게 손짓했다. 강진의 손에 들린 탐지기는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녀석의 스캐너가 이렇게 요동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진짜 뭐가 있긴 하네요?” 내가 외쳤다. 내 방진 고글 안으로도 붉은 먼지가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강진은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뭘 기대하든 그 이상이거나 그 이하일 거다. 언제나 그랬지.”

그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이 지긋지긋한 생존에 익숙해진 자의 것이었다. 한때는 연구 시설이었을 법한 이 거대한 폐허는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철골 구조물, 맹독성 가스 주머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 모든 황무지의 주인 행세를 하는 그림자 속의 존재들.

우리는 쓰러진 전선 더미와 깨진 유리 조각들을 피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강진의 등 뒤에 매달린 낡은 배낭은 온갖 잡동사니로 불룩했다. 나 역시 허리에 매단 다용도 도구들과 권총의 무게를 느끼며 주위를 경계했다. 녀석의 탐지기는 여전히 징징거렸고, 그 소리는 우리가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욱 강렬해졌다.

“이 정도 신호는 정말 보기 드문데요.” 내가 흥분 반, 경계 반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혹시 에너지 코어 같은 건 아닐까요? 아니면… 작동하는 의료 포드라도?”

강진은 잠시 멈춰 서서 탐지기를 기울였다. 그의 고글 너머로 보이는 눈빛이 차분하게 주변을 살폈다.

“너무 흥분하지 마, 시아.” 강진이 말했다. “이런 신호일수록 더 위험한 뭔가가 지키고 있을 확률이 높아.”

바로 그때, 바람이 잠시 멎는 순간, 멀리서 둔탁한 금속성 울림이 들려왔다. 쿵, 쿵, 쿵. 마치 거대한 짐승이 발을 내딛는 듯한 소리였다.

“들었어?” 내가 숨을 멈추고 물었다.

강진은 이미 탐지기를 내리고 허리에 찬 돌격 소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있었다. 그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젠장.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군.” 그의 목소리에 날카로움이 묻어났다. “이 건물 안에 다른 생존자가 있을 줄이야.”

“저건… 사람이 내는 소리가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묵직한 소리는…”

쿵! 쿵! 쿵!

소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이제는 건물이 함께 진동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두운 복도 끝, 먼지가 자욱한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실루엣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마치 녹슨 탱크가 기어오는 듯한 덩치였다. 금속성 피부는 곳곳이 부식되어 있었고, 불규칙하게 배열된 여러 개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붉은 섬광을 뿜어냈다.

“타락한 기계병이야.” 강진이 낮게 읊조렸다. “망할, 이런 깊숙한 곳에서 마주칠 줄이야.”

타락한 기계병은 구시대의 전쟁 유물이었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전투 기계들이었는데, 전쟁 후 제어권을 잃고 무작위로 움직이며 모든 생명체를 파괴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 거대한 괴물은 에너지 코어나 귀중한 기술이 있는 곳에 주로 출몰했고, 그만큼 주변의 자원 가치를 증명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생존자들에게는 죽음을 의미했다.

“돌아가야 해요!” 내가 거의 비명처럼 외쳤다.

“너무 늦었어.” 강진은 내 팔을 잡아끌었다. “저 녀석은 열 감지 기능이 있어. 우린 이미 노출됐다. 저 복도는 통과할 수 없어. 지름길로 가야 해.”

강진은 우리 뒤편에 있던, 겨우 사람 하나가 몸을 웅크리고 들어갈 만한 좁은 환풍구 통로를 가리켰다. 녹슨 철제 격자가 간신히 매달려 있었고, 그 안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저 안으로요?” 내가 망설였다. 좁고, 어둡고, 무엇보다 냄새가 좋지 않았다. 썩은 금속과 곰팡이 냄새, 그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역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강진은 이미 격자를 발로 걷어차 부수고 있었다. 굉음과 함께 격자가 떨어져 나가자, 먼지 구름이 솟구쳤다.

쿵! 쿵!

기계병은 이미 우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녀석의 붉은 눈이 섬뜩하게 이쪽을 노려보았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움직임으로, 거대한 몸체가 복도를 따라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빨리!” 강진이 나를 밀어 넣었다. “내가 엄호할 테니 먼저 들어가서 길을 터!”

나는 주저 없이 몸을 구겨 넣었다. 녹슨 철판이 살갯 스치며 긁히는 고통도 잊은 채, 나는 어둠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뒤에서 강진의 소총이 불을 뿜는 소리가 들렸다. 타닥, 타닥! 철갑탄이 기계병의 부식된 몸체를 때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기계병의 붉은 눈에서 섬광이 터져 나오며 복도가 환하게 밝아졌다. 녀석의 무기가 발사된 것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좁은 통로가 답답하게 나를 죄어왔지만, 그 속에서 나는 오직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을 느꼈다. 퀴퀴한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나는 손을 휘저으며 다음 움직임을 더듬었다. 손끝에 차가운 금속이 닿았다.

‘통로가 끊긴 건 아니겠지?’

그 순간, 내 손바닥에 끈적한 것이 닿았다. 축축하고 미끄러운 감촉.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떼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듯, 내 손을 휘감아왔다.

“이게… 뭐야?”

공포가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어둠 속에서 알 수 없는 것이 내 손목을 강하게 붙잡았다. 차가우면서도 끈적이는 감각. 그리고 그 순간, 내 발 밑의 통로가 삐걱거리며 아래로 기울기 시작했다.

나는 균형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강진의 총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대신, 나를 끌어당기는 알 수 없는 힘과, 멀리서 들려오는 섬뜩한 금속 마찰음만이 내 귓가를 채웠다.

어둠 속으로,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스쳤다. 끝이 없는 추락 속에서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쿵.

나는 바닥에 부딪혔다. 예상보다 훨씬 부드러운 충격에 나는 잠시 정신을 차렸다.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느껴지는 촉촉한 흙 냄새. 주위를 더듬자, 손에 잡히는 것은 부드러운 덩굴 같은 것들이었다.

“시아! 시아, 괜찮아?!”

멀리서 강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아마 내가 떨어진 곳을 찾으려 헤매고 있을 터였다. 나는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아까 내 손목을 잡았던 그 끈적한 것이 아직도 나를 붙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주 희미한 빛이 위쪽 통로에서 새어 들어오고 있었지만, 이 아래는 마치 거대한 동굴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나는 기묘한 빛을 발견했다.

천천히,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거대한 뿌리들이 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그 뿌리 사이사이에… 희미하게 빛나는, 마치 수정 같은 것들이 박혀 있었다. 그 빛은 부드럽고 푸르렀다.

그리고, 내 발목을 잡고 있던 것은, 바로 이 거대한 뿌리 중 하나였다. 마치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스스로 움직인 것처럼.

“이게… 뭐지?”

놀라움과 공포가 뒤섞인 감정으로, 나는 주변을 다시 살펴보았다. 사방이 거대한 뿌리들로 뒤덮여 있었다. 마치 지하 깊숙한 곳에 숨겨진, 거대한 생명체의 심장부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발 밑의 흙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부드럽게, 하지만 강력하게. 마치 거대한 존재가 숨을 쉬는 것처럼.

푸른빛을 내는 수정들은 일제히 더욱 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나는 섬뜩한 것을 발견했다.

거대한 뿌리들 사이, 동굴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 마치 거대한 알처럼 웅크리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껍질은 수정처럼 반짝였고, 그 안에서 희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이곳은 단순한 환풍구 아래가 아니었다. 우리가 찾아 헤매던 그 어떤 자원보다도, 혹은 그 어떤 위험보다도, 훨씬 거대하고 미지의 것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제는 더 가까이, 통로 입구에서 들리는 듯했다.

“시아! 거기에 있어? 대답해! 괜찮은 거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내 시선은 오직 그 알 수 없는 거대한 알, 그리고 그 알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쫓던 신호는, 바로 이 거대한 생명체의 숨결이었음을.

그리고 동시에, 나는 이 거대한 유기체가 깨어나려 한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는 이 공포스러운 진실을 강진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이 미지의 존재 앞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알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