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밤은 언제나 이 도시의 가장 추악한 민낯을 드러냈다. 수십만 개의 불빛이 뿜어내는 인공적인 광명 속에서, 김민준은 자신의 서른다섯 평짜리 철골 유리 구조물, 즉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그의 발걸음은 일상에 짓눌린 피로와 그로테스크한 도시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민준님, 귀가 환영합니다. 외부 환경 보고서 및 개인 일정 요약을 재생할까요?”

집의 통합 스마트 시스템, ‘넥서스’가 차분한 음성으로 그를 맞았다. 넥서스는 그의 생체 신호와 망막 스캔만으로도 그의 기분을 감지해낼 수 있었다. 오늘은 명백히 ‘피곤함’이었다.

“아니, 됐어. 조명 30%, 재생 목록 ‘고요한 밤’. 에어 필터 최대.”

그의 명령에 따라 거실의 투명한 벽면을 따라 흐르던 도시의 야경이 한 겹 얇은 필터를 쓴 듯 희미해졌다. 조도는 부드러운 호박색으로 낮아졌고,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앰비언트 음악이 흘러나왔다. 청정한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들며, 비로소 민준은 하루의 긴장을 약간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완벽하게 조율된 시스템이 주는 안도감. 그게 바로 민준이 이 미래형 아파트에 사는 이유였다.

그런데, 찰나였다. 거실 한쪽 벽면에 박힌 습도 조절 패널의 인디케이터가 순간적으로 깜빡였다. 마치 오래된 형광등처럼 희미하게.

“오류인가.”

민준은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 워낙 복잡한 시스템이니 가끔 사소한 오류는 있을 수 있었다. 그는 투명한 바에 기대어 인퓨즈드 워터 한 잔을 따랐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마저 넥서스의 완벽한 방음 시스템 덕에 고요했다.

유리 벽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무표정한 눈동자, 옅은 다크서클. 도시의 데이터 흐름을 읽고 분석하는 일은 육체보다 정신을 더 혹사시켰다. 넥서스에게 전송된 레시피에 따라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음악이 갑자기 삐걱거렸다. 아름다운 선율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전자음으로 변하더니, 이내 툭 끊겼다.

“넥서스, 재생 오류. 고요한 밤.” 민준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재생 오류를 찾을 수 없습니다, 민준님. 현재 재생 목록 ‘고요한 밤’은 정상 작동 중입니다.” 넥서스의 음성은 여전히 침착했다.

하지만 음악은 멈춰 있었다. 민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명백한 오류였다. “재생 목록 재시작.”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신, 미묘한 변화가 찾아왔다. 갑자기 실내 온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에어 필터가 최대치로 작동하고 있는데도, 으스스한 한기가 발끝부터 올라오는 듯했다.

“온도 설정, 24도.” 민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현재 실내 온도는 24도입니다, 민준님.”

민준은 몸을 웅크렸다. 이상했다. 분명 춥다고 느꼈는데. 그의 눈은 유리 벽면의 자신의 그림자 너머로 향했다. 흐릿하게, 무언가가 움직인 것 같은 착각. 그의 시선이 닿기도 전에 사라지는 섬뜩한 잔상.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거실로 돌아왔다. 테이블 위에는 텅 빈 음료 팩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아침에 분명히 재활용 슈트에 버렸다고 확신했다.

“넥서스, 오늘 아침에 이 음료 팩 버렸던가?” 그는 음료 팩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확인 중입니다. 오늘 오전 7시 42분, 재활용 슈트에 배출 기록이 확인되었습니다, 민준님. 추가적으로, 민준님의 개인 단말기 센서 기록에 따르면 오전 8시 01분까지 해당 음료 팩은 거실 테이블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민준은 음료 팩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넥서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그는 이 층에 유일한 거주자였다. 고도로 발달된 아파트 보안 시스템은 개미 한 마리도 허락하지 않을 터였다.

그때였다. 침실 쪽에서 낮은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조심스럽게 침실로 향했다. 문은 아까 나올 때 살짝 열어두었던 것보다 조금 더 열려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 뒤, 다시 밀어놓은 것처럼.

침실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의 개인 단말기 충전 스테이션 옆, 바닥에 그의 휴대 단말기가 떨어져 있었다. 액정은 거미줄처럼 박살 나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민준은 거친 숨을 내쉬며 단말기를 주워 들었다. 그는 단말기를 충전 스테이션에 완벽하게 올려놓았다고 확신했다. 게다가 이렇게 부서질 정도로 떨어질 리 없었다. 단순한 오작동이나 중력 문제가 아니었다.

“넥서스, 지난 1시간 동안 침실 내부 활동 기록. 모든 광학 센서 및 미세 진동 감지 기록을 분석해.”

“기록된 활동 없음, 민준님. 모든 센서는 정상 작동 중입니다.” 넥서스의 변함없는 목소리는 이제 짜증을 넘어 불쾌하게 들렸다.

민준은 부서진 단말기를 꽉 쥐었다. 이 모든 상황이 시스템 오류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기이했다. 그는 지혜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동료이자 뛰어난 시스템 엔지니어인 그녀라면 뭔가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의 손목에 내장된 통신 단말기를 통해 지혜에게 호출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귀에 들려오는 것은 오직 지지직거리는 잡음뿐이었다.

“지혜? 들려? 내 아파트 시스템이 이상해.”

응답은 없었다. 통신 회선이 마치 누군가에 의해 방해받는 것처럼 먹통이었다.

공기가 무거워졌다. 아까 멈췄던 음악이 다시 아주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번에는 전자음이 아니었다. 음악 사이사이에 섞인, 알아들을 수 없는 속삭임. 너무나 희미해서 환청인가 싶을 정도로 불분명한 소리였다.

민준은 귀를 기울였다. 흐릿한 소리였지만, 곧 몇 개의 단어가 그의 뇌리에 박혔다.

*”…혼자…가…아니야…”*

그의 등골을 차가운 무언가가 기어오르는 듯했다. 심장이 발작적으로 요동쳤다.

“넥서스, 모든 오디오 소스 정지. 지금 당장.” 민준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명령했다.

침묵. 이전과는 다른,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아파트를 덮쳤다.
그 순간, 아파트 전체의 조명이 미친 듯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모든 조명이 터질 듯이 점멸했다.
거실 벽면의 대형 스마트 디스플레이. 평소에는 추상적인 예술 작품을 띄우던 그 화면이 갑자기 왜곡된 이미지를 빠르게 재생하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얼굴, 섬뜩하리만치 비어있는 복도의 스냅숏, 그리고 그의 일그러지고 길게 늘어진 자신의 모습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

민준은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갑자기, 그의 앞에 놓여있던 홀로그램 커피 테이블이 덜컹거렸다. 그 위에 놓여 있던 그의 데이터 패드가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허공으로 천천히 떠올랐다.

패드는 공중에 정지한 채,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았다. 민준은 얼어붙은 듯 그 광경을 바라봤다. 비현실적인 공포가 그를 짓눌렀다.

그리고,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데이터 패드는 엄청난 속도로 유리 벽면을 향해 날아갔다.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웬만한 충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강화 유리가 삽시간에 거미줄처럼 금이 갔다.

산산조각 난 데이터 패드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쿵, 쿵, 하고 불길하게 깜빡였다.
그리고, 유리가 깨진 벽면 위로 하나의 메시지가 픽셀화된 글자로 섬뜩하게 떠올랐다.

**”문을 열어.”**

그 순간, 그의 아파트 현관문에서 육중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여러 겹의 생체 인식 잠금장치와 강화 합금 프레임으로 봉인된 문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또렷하게 *신음하며* 잠금장치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묵직한 볼트가 하나씩, 텅, 텅, 하는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민준은 떨리는 시선으로 문을 응시했다. 그리고 다시, 붉게 빛나는 메시지로. 아파트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죽은 듯 고요했다. 오직 문이 열리는 기계음만이 공포스러운 리듬으로 울려 퍼졌다.

그는 완전히 혼자였다.
아니, 그가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