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호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내려앉은 1308호는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엔 팽팽한 신경줄이 잠식하고 있었다. 이진우는 거실 한가운데 놓인 낡은 테이블 위에서 굴러 떨어진 펜을 멍하니 바라봤다. 분명히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 완벽하게 정돈해 두었던 펜이었다. 이제는 테이블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툭 건드린 것처럼 바닥으로 떨어져 나동그라져 있었다.

“젠장, 또 시작이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지난주부터였다. 처음엔 별거 아니었다. 불이 깜빡인다거나, 문이 저절로 닫힌다거나, 분명 제자리에 두었던 물건이 사라졌다가 엉뚱한 곳에서 발견되는 식이었다. 이진우는 피곤해서 헛것을 본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현상은 더욱 대담해지고 기괴해졌다.

툭. 툭. 툭.

천장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작은 돌멩이가 천천히 굴러다니는 듯한 소리. 이진우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노려봤다. 윗집에서 나는 소리일까? 하지만 윗집은 몇 달째 비어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소리가 단순한 노후 건물 소음이 아니라는 것을.

그의 시선이 벽 한편에 꽂혔다. 지난밤,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읽던 책이 선반에서 떨어져 바닥에 펼쳐져 있었다. 그것도 활짝 펼쳐진 채로. 책장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책이 저절로 떨어질 만한 어떠한 진동도 없었다. 이진우는 조심스럽게 책에 다가갔다. 표지에는 낡은 종이의 냄새와 함께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그는 책을 주워 들었고, 책장이 펼쳐진 곳을 읽었다. 낡은 고서 속에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인 기괴한 문양들이 가득했다. 그 중 한 페이지에는 핏빛으로 그려진 듯한 눈동자 그림이 섬뜩하게 박혀 있었다.

등골이 오싹했다. 이진우는 황급히 책을 덮고 선반 위에 던지듯이 올려놓았다.

“이건… 장난이 아냐.”

그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이건 꿈도, 피로로 인한 환각도 아니었다. 분명히 무언가가 이 아파트에, 아니, 이 1308호에 존재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만질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갑자기 거실 중앙에 놓인 커다란 액자가 ‘쿵’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액자 안에는 이진우의 젊은 시절 사진이 담겨 있었다. 쨍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순간 일그러져 보이는 듯했다. 그는 액자에 손을 뻗으려다 멈칫했다. 액자 주변의 공기가 유난히 차가웠다. 마치 겨울 한기가 들이닥친 것처럼.

이진우는 숨을 들이쉬었다. 입김이 하얗게 뿜어져 나왔다. 여름 한가운데, 에어컨도 켜지 않은 실내에서.

“누구… 누구야?”

그는 겨우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안방 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틈 사이로 칠흑 같은 어둠이 보였다.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에 이진우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는 뒷걸음질 쳤다.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이성적으로는 도망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의 발은 마치 시멘트에 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덜그럭. 덜그럭.

부엌 쪽에서 접시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마치 누군가 접시들을 힘껏 흔드는 듯한 소리. 이어서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안 돼… 안 돼…!”

이진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그의 정신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제발 이 모든 것이 끔찍한 악몽이기를 기도하며 눈을 떴다.

부엌의 싱크대 위에는 모든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 있었다. 그 위로, 마치 피처럼 붉은 액체가 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액체가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형상. 그것은 섬뜩하게 뒤틀린 사람의 얼굴 형상이었다. 눈, 코, 입이 왜곡되어 마치 고통에 일그러진 듯한 표정.

그 순간, 거실의 모든 불이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꺼졌다.
세상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다.
이진우의 비명이 아파트의 고요를 찢었다.
그의 귓가에, 섬뜩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
*
*
“…이곳에…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