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1화: 심연의 등대

광활한 우주의 심연은 잉크처럼 검고, 별들은 그 위에 흩뿌려진 다이아몬드 가루 같았다. 인류가 이 미지의 공간에 던진 한 조각의 의지, 탐사선 ‘갈라테이아’호는 그 고요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함선 내부는 옅은 코발트색 조명 아래,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살아있는 숨결처럼 울렸다.

“예나 씨, 오늘 비번 아니었나? 근무표 바뀌었어?”

중앙 관측창에 코를 박고 앉아 밤하늘보다 더 깊은 심우주를 응시하던 예나의 어깨에 투박한 손이 툭 얹혔다. 기관장 박동수였다. 그의 거친 목소리에는 언제나처럼 친근한 잔소리가 섞여 있었다.

“어차피 잠도 안 오고, 동수 기관장님도 야간 순찰이시잖아요.” 예나는 뒤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그냥… 저 밖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서요.”

“흥, 편해지기는. 저 시커먼 곳이 뭘 품고 있을 줄 알고. 난 그저 얼른 보고서 쓰고 복귀해서 따끈한 밥이나 먹고 싶구만.” 박 기관장은 투덜거리면서도 예나의 옆에 서서 함께 유리 너머의 풍경을 바라봤다. 수십억 년 전의 빛을 품은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이곳은 인류의 지도를 벗어난, 이름 없는 성단 저편이었다. 임무는 심우주 에너지원 탐사.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모호한 목표였다.

그때였다. 관측창 너머, 저 멀리 아득한 어둠 속에서 아주 작은 점 하나가 깜빡였다. 너무 작아 마치 눈의 착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어? 기관장님, 저거… 별인가요?” 예나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박 기관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별은 아닐 텐데? 항성 지도에 없는 위치인데다, 저렇게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별은 없어.” 그는 한 손으로 턱을 문질렀다. “측정 장치 가동해 봐.”

예나는 능숙하게 옆에 놓인 보조 패드를 조작했다. 곧 관측창 한쪽 구석에 작은 데이터 창이 떴다.
[미확인 물체 감지. 위치: 알파-델타 섹터 7734. 거리: 1.2 광분. 에너지 신호: 없음. 형태: 불규칙.]

“에너지 신호가 없다고요? 그럼 뭐지? 그냥 암석 덩어리인가?” 예나의 목소리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암석 덩어리가 저렇게 빛을 내나? 그것도 저렇게 규칙적으로.” 박 기관장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함장님께 보고 올려야겠군.”

수 분 후, 함교에는 선장 강태준, 부함장 겸 과학 장교 서아람, 그리고 예나가 모여 있었다. 갈라테이아호의 핵심 인력들이었다.

“강 선장님, 미확인 물체의 스펙트럼 분석 결과입니다.” 서아람이 보고서를 띄웠다. “일반적인 암석이나 얼음 성분은 전혀 검출되지 않습니다. 금속 성분도 아니고요. 오히려… 어떤 에너지 방출체에 가까워 보입니다만, 이상하게도 에너지가 측정되지 않습니다.”

강 선장은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홀로그램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깜빡이는 점 하나의 영상과 함께 복잡한 데이터들이 흘러갔다. “에너지는 없는데 빛을 낸다? 모순적이군. 착각일 가능성은?”

“초정밀 센서로 반복 측정했습니다. 오류는 아닙니다.” 서아람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다만 그 에너지가 저희 측정 장비로는 감지되지 않는 다른 차원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차원이라…” 강 선장의 눈빛이 깊어졌다. 이 끝없는 어둠 속에서 이런 미스터리한 물체를 발견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위치 추적은 가능한가?”

“네, 다행히 정지 상태인 것 같습니다. 혹은 움직임이 극히 미미해서 저희 센서로는 감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강 선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결정했다. “진로 변경. 해당 물체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한다. 안전거리 확보는 필수다. 서 부함장, 접근 경로 계산해.”

“알겠습니다, 선장님.” 서아람이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갈라테이아호는 거대한 몸체를 틀어 미지의 점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검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함선의 움직임은 웅장하면서도, 저 미지의 존재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대변하는 듯했다.

며칠이 흘렀다. 함선은 미확인 물체에 점차 가까워졌다. 이제는 육안으로도 그 존재를 어렴풋이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예나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함교나 관측실에서 보냈다. 다른 승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약간의 두려움이 함선 전체를 감쌌다.

“선장님, 현재 1,000킬로미터 거리입니다. 더 이상 접근은 위험하다고 판단됩니다.” 서아람이 보고했다.

“음… 좋아. 이 거리에서 정지.” 강 선장의 명령에 갈라테이아호는 최종 정지 궤도에 진입했다.

이제 미지의 물체는 거대한 관측창 너머로 선명하게 보였다. 그것은 예나가 상상했던 어떤 형태와도 달랐다. 육면체도, 구형도 아닌, 마치 거대한 수정이 불규칙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듯한 형상이었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크기에, 표면은 무수히 많은 작은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조각 하나하나가 저마다 다른 색깔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별무리 같았다.

“세상에…” 예나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기묘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게… 대체 뭐지?” 박 기관장의 목소리도 경이로움으로 가득했다.

“접촉 시도해 봐. 최소한의 에너지 주파수를 보내보고 반응을 확인한다.” 강 선장이 지시했다.

서아람이 조심스럽게 특정 주파수의 에너지 펄스를 발사했다. 우주선에서 뻗어 나간 푸른빛이 수정체에 닿자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정체의 모든 조각들이 한순간 섬광처럼 빛났다. 그리고 그 빛은 갈라테이아호를 향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방어막 올려! 뭐 하는 거야!” 강 선장이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수정체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방어막을 뚫고 함선 전체를 뒤덮었다. 빛은 눈부셨지만 뜨겁거나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는 듯한, 알 수 없는 따뜻함과 평온함이 느껴졌다.

예나는 그 빛 속에 잠식되었다. 빛은 그녀의 피부를 뚫고, 혈관을 타고, 영혼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머릿속에는 난생 처음 보는 이미지들이 스쳐 지나갔다. 거대한 우주를 유영하는 빛의 생명체들, 알 수 없는 언어로 속삭이는 목소리들, 그리고… 어떤 소녀의 모습. 은은한 빛을 두른 채 검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소녀.

“예나 씨! 괜찮아요?” 서아람의 다급한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함선 내부의 모든 전자기기가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제어판의 불이 번개처럼 튀었고,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젠장! 시스템 과부하! 전원 내리고 수동 제어로 전환해!” 박 기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예나는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몸은 멀쩡했지만, 머릿속이 묘하게 멍했다. 그리고…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 그녀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펴 보았다. 손바닥 중앙에 아주 작고 투명한, 수정과 같은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치 타고난 것처럼 자연스러운 문양이었다.

“이게… 뭐지?” 예나는 중얼거렸다. 다른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함선 상황을 수습하느라 아무도 그녀의 손바닥을 보지 못했다.

강 선장은 깊은 한숨을 쉬며 망가진 시스템 패널을 주먹으로 쳤다. “빌어먹을… 대체 이 물건의 정체가 뭐야?” 그의 얼굴에는 경이로움 대신 짙은 불안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예나는 다시 관측창 너머의 수정체를 바라봤다. 이제 수정체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처음처럼 고요하게, 검은 우주 속에서 묵묵히 존재할 뿐이었다. 그러나 예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정체불명의 외계 유물은 그들에게 무언가를 ‘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는… 다른 무언가를 주었다는 것을.

손바닥의 문양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예나의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그녀는 왠지 모르게, 이제부터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을 느꼈다. 이 광활한 심우주 속에서, 그녀의 운명은 방금 막 새로운 페이지를 넘긴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