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생 (Isekai)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 엘리안 마법 아카데미: 심연의 맥동

이안은 콧잔등에 걸린 낡은 안경을 고쳐 쓰며 투덜거렸다. 엘리안 마법 아카데미의 2학년생. 이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곳에서 가장 스릴 넘치는 일이라곤, 심야에 몰래 금지 구역에 들어가는 것 정도일까? 물론, 지금 그는 자의가 아니었다. 얄미운 조교가 내준 과제가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고대 아르테미아 문명 시대의 마법 문헌? 제정신인가.”

그가 서 있는 곳은 아카데미 대도서관의 최심부, ‘제3 지하 서고’. 일반 학생은 물론, 교수들도 발걸음을 꺼리는 곳이었다. 퀴퀴한 종이 냄새와 먼지,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이 뒤섞여 코끝을 자극했다. 천장에 달린 마나 램프는 간신히 길을 밝히는 정도였고, 길게 뻗은 서가들은 미로처럼 시야를 가로막았다.

“젠장, ‘고대의 마법 의식과 그 금기’라니. 이런 책이 존재하긴 하는 거야?”

이안은 조교가 건네준 낡은 양피지 지도를 펼쳤다. 손글씨로 삐뚤빼뚤하게 적힌 책의 이름과 대략적인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지도를 따라 굽이진 서가를 몇 번이나 돌았을까.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무거워지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곳의 공기는 다른 서고와 달랐다. 차갑고, 습했으며, 마치 살아있는 무언가가 숨 쉬는 듯한 기시감마저 들었다.

마침내, 지도가 가리키는 곳에 도달했다. 낡은 서가, 빼곡히 꽂힌 책들 사이에서 유독 얇고 검은 가죽으로 된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먼지투성이였지만, 다른 책들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깨끗해 보였다. 책을 꺼내려 손을 뻗는 순간, 서가 뒤편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안은 움찔하며 손을 멈췄다. 서가가 덜컹거리며 옆으로 밀리는 듯했다. 잘못 건드렸나? 조심스럽게 서가를 밀어보니, 뒤편에 숨겨진 좁은 통로가 드러났다. 어둠 속으로 이어지는 계단.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가 통로에서 새어 나왔다. 마치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무덤의 입구처럼.

“이런 곳에 통로가 있었다고?”

아카데미 도서관은 거의 매일 드나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이런 통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호기심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솟아올랐다. 그래도 이안은 쉬이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세계로 전생한 후, 그의 인생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것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 통로는 분명, 그 예측 불가능한 것들 중 하나일 터였다.

“젠장, 들키면 정학이 아니라 퇴학당할 수도 있는데…”

중얼거리면서도 이안은 휴대하고 있던 마나 램프를 밝게 비추며 통로 안으로 발을 들였다. 계단은 끝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듯했다. 낡은 돌계단은 걷는 내내 삐걱거렸고, 눅눅한 이끼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에는 잊힌 문자로 새겨진 고대 마법진들이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마법진들은 흡사 봉인을 위한 것처럼 보였다. 무엇을 봉인하려는 걸까?

한참을 내려갔을까. 계단은 이내 넓은 지하 공간으로 이어졌다. 습한 공기 속에서 희미하게 비린 냄새가 났다. 이안은 마나 램프를 높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거대한 원형의 공간. 그리고 그 중앙에는 기이한 형태로 얽힌 거대한 마법진이 빛나고 있었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불길한 빛. 그 마법진 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확히 형언할 수 없는 형태였다. 거대한 뿌리 같기도 하고, 뒤엉킨 촉수 같기도 했다. 끈적하고 검붉은 액체가 그것의 표면을 감싸고 있었고, 그 액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기적으로 들려오는, 옅지만 분명한 ‘맥박’ 소리. 쿵. 쿵. 쿵.

이안의 심장이 그것과 동기화된 듯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숨 쉬는 것조차 잊었다. 본능적으로, 그는 저것이 ‘금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카데미 지하에 숨겨진, 존재해서는 안 될 무언가.

그때였다. 마법진이 더 강렬하게 번뜩이며, 주변의 벽면에 새겨진 고대 문자들도 함께 빛을 발했다. 그 문자들은 이안의 뇌리에 꿰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_‘세계의 근원, 마나의 심장. 그러나 그 심장은 타락한 존재의 피로 뛰노나니.’_
_‘영겁의 봉인 아래, 탐욕은 싹트고 생명은 시들어 가리라.’_
_‘결코 깨워서는 안 될 심연의 주인을, 결코 풀어주어서는 안 될 파멸의 씨앗을.’_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마나의 심장? 타락한 존재? 이 모든 것이 아카데미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니. 이 거대한 괴물이 아카데미의 마나원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 끔찍한 것이 대체 왜 이곳에, 그리고 이 아카데미의 명성 뒤에는 설마 이런 어둠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 순간, 뒤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석은 학생. 감히 여기까지 발을 들이다니.”

이안은 화들짝 놀라 몸을 돌렸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것은 아카데미의 최고위 마법사이자, 도서관을 총괄하는 대사서인 ‘엘레오노라 교수’였다. 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고, 푸른 눈동자에서는 살벌한 마력이 번뜩였다.

“교수님… 이건… 저는 그저…”

이안은 변명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엘레오노라 교수는 그의 말을 잘라버렸다.

“변명은 필요 없다. 너는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보았고, 들어서는 안 될 것을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이안에게 다가왔다. 발걸음마다 마나의 파동이 공기를 울렸다. 이안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상황, 결코 평범하게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직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엘레오노라 교수의 손끝에서 검은 마력이 일렁였다. 그녀의 표정은 마치 영원히 얼어붙은 빙하 같았다.

“아카데미의 가장 깊은 비밀을 알아버린 자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하나, 영원히 침묵하거나. 혹은… 이 심연의 일부가 되거나.”

이안의 눈앞에서 어둠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차가운 마력이 그의 심장을 조여왔다.
과연, 이안은 이 끔찍한 금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에게 남은 선택지는 정말 두 가지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