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비한(秘寒) 지하궁
**에피소드 제목:** 1화. 얼어붙은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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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깊은 산속, 백록령(白鹿嶺)의 험준한 골짜기 입구. 해 질 녘]**
**#1**
거대한 바위 절벽이 깎아지른 듯 서 있다. 붉은 노을이 절벽의 틈새로 스며들어 기묘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두 사람의 인영이 바위틈 사이로 난 좁은 오솔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한 명은 검은 도포를 걸친 젊은 사내, **진원(眞元)**. 다른 한 명은 단정한 푸른 색 도복을 입은 여인, **예린(藝潾)**. 둘 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다.
**진원:** (땀을 훔치며) 하아… 예린 사저, 대체 이 고문헌이라는 것이 맞는 것이기는 합니까? 벌써 사흘째입니다. 도대체 언제쯤 그 ‘비한 지하궁’이라는 곳의 입구가 나타나는 겁니까?
**예린:** (냉철하고 단호한 어조로) 진원, 투정 부리지 마라. 우리가 사문의 명예를 걸고 이곳까지 온 것을 잊었느냐? ‘북천령 기록’에 따르면, 이곳 백록령의 가장 깊은 골짜기 어딘가에 고대 신선의 유적이 잠들어 있다고 했다. 흔한 전설 따위가 아니야. 수천 년 전, 문명이 멸절에 가까웠던 시기에 봉인된 곳이라고.
**진원:** (한숨을 쉬며) 물론 알고 있습니다. 허나… 이 깊은 산 속에서 이런 황량한 골짜기라니. 짐승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군요.
**예린:** (문득 걸음을 멈추며 눈을 가늘게 뜬다) …정말이군. 너무나도 조용해. 생명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2**
진원이 주변을 둘러본다. 풀 한 포기 제대로 자라지 않는 황량한 땅.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이 으스스하게 귓가를 스친다.
**진원:** (주변에 손을 뻗어 영력을 감지한다) 주변의 기운이… 기묘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듯한 답답함이 느껴져요.
**예린:**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바로 이 기운이다. ‘북천령 기록’에 적혀 있던 ‘만물을 얼어붙게 하는 한기(寒氣)’. 이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강해질 것이다. 조심해라.
**#3**
두 사람이 더 깊이 들어가자, 거대한 바위 절벽 사이에 좁고 어두운 틈이 나타난다. 그 틈새 너머에서 짙푸른 냉기(冷氣)가 스멀스멀 뿜어져 나온다.
**진원:** (눈을 크게 뜨며) 찾았습니다! 저곳입니다!
**예린:** (진원의 팔을 잡아 멈추게 한다) 섣불리 다가서지 마라. 느껴지느냐? 저 차가운 기운 속에 봉인된 엄청난 힘이. 저것은 단순한 냉기가 아니야. 고대의 결계다.
**#4**
클로즈업: 동굴 입구. 짙푸른 냉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냉기 속에서 고대 주술 문자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진원:** (진지한 표정으로 결계를 응시하며) 과연… 이렇게 완벽한 형태로 남아있는 결계라니. 이 정도면 일개 신선도 쉽게 해제하지 못할 겁니다.
**예린:** (검 손잡이를 꽉 쥐며) 그러니까, 네가 필요한 거 아니겠느냐. 사문에서 유일하게 고대 주술의 심오한 이치를 이해하는 자는 너뿐이다. 해제할 수 있겠느냐?
**진원:** (결계에 손을 뻗으려는 듯하다가 멈칫한다) 음… 완벽합니다. 완벽해서 더 어렵습니다. 이 결계는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라, 일종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침입자를 기억하고, 그 기억에 따라 반응하죠.
**[장면 2. 결계 해제 시도. 밤]**
**#5**
진원이 동굴 입구의 결계 앞에 앉아 자세를 취한다. 두 눈을 감고 손바닥을 결계를 향해 내민다. 손끝에서 푸른 영력(靈力)이 뿜어져 나오며 결계의 문양과 교감하기 시작한다.
**예린:** (주변을 경계하며) 서둘러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끝내야 한다. 밤이 깊어지면 이 산의 기운이 더욱 음습해진다.
**진원:** (집중하며) 잠시만요. 이 결계는… 흐음… 고대 북천령의 주술 방식과 흡사하군요. 외부의 기운을 받아들이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그대로 얼어붙게 만드는 방식. 역공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6**
진원의 영력이 결계와 닿자, 동굴 입구 전체가 푸른빛으로 번쩍인다. 결계의 고대 문자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주변의 냉기가 더욱 강렬해지며, 진원의 머리카락과 옷깃이 서릿발처럼 얼어붙기 시작한다.
**진원:** (이를 악물며) 윽…! 이 정도일 줄이야… 단순한 방어 결계가 아니라, 일종의 ‘시험’입니다! 외부의 영력을 흡수하여 스스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린:** (급히 진원에게 다가서려다 멈춘다) 진원! 무리하지 마라! 위험하다!
**#7**
결계가 갑자기 폭주하듯 격렬하게 떨린다. 동굴 입구의 바위들이 서릿발에 뒤덮이고,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부서진다.
진원의 몸에서도 푸른 냉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그의 피부가 점차 창백해지고, 입술이 파래진다.
**진원:** (고통스러운 듯 비틀거리며) 아니… 이 정도는… 아직…! 해낼 수… 있습니다…!
**#8**
그 순간, 진원의 심장 부근에서 희미한 황금빛 섬광이 번뜩인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냉기가 잠시 주춤하더니, 진원에게 흡수되려는 결계의 역류가 느려지기 시작한다.
진원의 눈이 번쩍 뜨이며, 이전에 없던 강렬한 빛이 스친다.
**진원:** (결계를 향해 손을 뻗어 더욱 강한 영력을 불어넣으며) 깨져라! 고대의 속박이여!
**#9**
진원의 영력이 결계의 핵심을 꿰뚫는 순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푸른빛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결계를 이루던 고대 문자들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장막이 산산이 부서진다.
차가운 바람이 동굴 안에서 거세게 불어 나오며, 진원의 도포 자락을 펄럭이게 한다.
**예린:** (진원에게 달려와 부축하며) 진원! 괜찮으냐?!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
**진원:**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아… 하아… 네, 괜찮습니다…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이 정도 결계라면… 사문에서 전해지던 ‘천수경(千手經)’의 비급 중 하나인 ‘빙한파천진(氷寒破天陣)’과 흡사하군요.
**예린:**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원의 안색을 살핀다) 너의 몸이 아직 차갑다.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군.
**[장면 3. 비한 지하궁 내부 진입. 밤]**
**#10**
동굴 입구가 열리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내부는 상상보다 훨씬 넓고 웅장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거대한 계단이 아래로 향해 있고, 그 양옆으로는 기묘한 문양의 벽화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다. 벽화들은 희미한 푸른빛을 띠고 있어 어둠 속에서도 형상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진원:** (경외심에 찬 목소리로) 대단합니다… 이건 단순히 지하 동굴이 아닙니다. 마치 거대한 신전 같습니다.
**예린:** (주변을 경계하며 횃불을 꺼내 든다) 조심해라. 이 정도로 완벽하게 봉인되어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 안치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기운, 느껴지느냐? 지하궁 전체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어.
**#11**
횃불의 불꽃이 흔들리며 벽화들을 비춘다. 벽화 속에는 고대 신선들이 기묘한 영물을 타고 하늘을 나는 모습, 거대한 얼음 결정 속에서 명상하는 모습, 그리고 알 수 없는 거대한 재앙에 맞서 싸우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진원:** (벽화를 손으로 쓸어보며) 이 벽화들은… 고대 북천령의 기록과 일치하는군요. 천 년 전, 대재앙으로 세상이 얼어붙기 직전, 신선들이 이곳에 비밀을 봉인했다고 했습니다.
**예린:** (진원의 옆에 서서 벽화를 응시한다) 봉인된 비밀… 그게 대체 무엇일까? 사문이 찾던 ‘원류의 흔적’일까?
**#12**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차가운 기운이 더욱 짙어진다. 공기 중에 미세한 얼음 결정들이 떠다니는 것이 눈에 보인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듯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진원:** (검 손잡이를 쥔다) 이 기척은…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영물인가요? 아니면… 다른 무언가?
**예린:** (진원의 앞을 막아서며) 진원, 뒤에 있어라. 내가 먼저 나선다.
**[장면 4. 첫 번째 시련. 밤]**
**#13**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듯한 거대한 **빙설(氷雪) 골렘**이었다. 골렘의 눈에서는 푸른 섬광이 번쩍이며, 손에 든 거대한 둔기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지하궁을 울린다.
**빙설 골렘:** (낮고 으스스한 소리로) 침입자… 물러서라…
**진원:** (놀란 눈으로) 골렘…! 그것도 빙설 골렘이라니! 이렇게 강력한 봉인물이 남아있을 줄이야!
**예린:** (검을 뽑아 들며) 물러서지 마라!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일이다! 진원, 틈을 만들어라!
**#14**
예린이 민첩하게 움직이며 골렘에게 달려든다. 그녀의 검 끝에서 푸른 검기가 뿜어져 나오며 골렘의 다리를 겨냥한다. 골렘은 둔기를 휘둘러 예린의 공격을 막으려 하지만, 예린은 몸을 날렵하게 비틀어 공격을 피한다.
**예린:** (공격하며) 단단하군! 빙설 골렘은 영력이 핵심이다! 진원, 약점을 찾아라!
**진원:** (황급히 영력을 감지하며) 잠시만요… 이 골렘은 단순한 움직이는 석상이 아닙니다. 안에 고대 주술의 심장부가 존재합니다! 가슴팍 중앙입니다!
**#15**
진원이 손을 뻗어 영력을 응축한다. 그의 손에서 강력한 영력이 구체 형태로 뿜어져 나와 골렘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간다.
골렘은 고통스러운 듯 뒤로 휘청거리며 둔기를 내리찍어 진원의 영력 구체를 막으려 한다.
**빙설 골렘:**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크어어…!
**예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금이다!
**#16**
예린이 도약하여 골렘의 어깨를 밟고 뛰어오른다. 그녀의 검이 빙설 골렘의 가슴팍 중앙을 정확히 꿰뚫는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차가운 얼음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골렘의 눈에서 빛나던 푸른 섬광이 꺼진다.
**진원:** (숨을 고르며) 하아… 해냈습니다, 사저!
**예린:** (검을 칼집에 넣으며) 이 정도는 서막에 불과하다. 이 지하궁의 주인은 이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였을 테니.
**[장면 5. 얼어붙은 연못과 비석. 밤]**
**#17**
빙설 골렘을 쓰러뜨리고 나아가자, 복도 끝에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중앙에는 거대한 **얼어붙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못의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럽고 투명하며, 그 아래로는 심연 같은 어둠이 깔려 있다. 연못 주변에는 기묘한 모양의 얼음 기둥들이 솟아 있고, 그 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진원:** (감탄사를 내뱉으며) 아름답습니다… 동시에 섬뜩합니다. 저 연못은… 살아있는 것 같습니다.
**예린:** (주변의 기운을 살피며) 단순히 얼어붙은 물이 아니야. 느껴지느냐? 저 안에서 잠들어 있는 거대한 영기(靈氣)가. 수천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힘이다.
**#18**
연못가 한쪽에는 세월의 흔적이 뚜렷한 거대한 비석이 서 있다. 비석은 고대의 문자로 뒤덮여 있었으나, 오랜 시간의 풍화로 인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진원:** (비석 앞으로 다가가 손으로 글귀를 더듬는다) 이 비석은… 고대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차가운 심연의 그림자 아래… 생명의 노래는 얼어붙고…’.
**예린:** (비석의 훼손된 부분을 유심히 보며) 중요한 부분은 모두 지워졌군. 이 비석이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일한 단서일 텐데.
**#19**
클로즈업: 비석의 한쪽 구석. 희미하게 남아있는 글귀.
‘…최후의 수호자가 잠들고… 새로운 시작은 오직… 얼어붙은 심장만이…’.
**진원:**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어붙은 심장…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수호자’는 또 누구이며…
**예린:** (비석을 쳐다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아직은 알 수 없어. 하지만 이곳에 우리가 찾던 ‘원류의 흔적’이 잠들어 있다는 확신이 드는군. 이 비한 지하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은 비밀을 품고 있어.
**#20**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얼어붙은 연못에 비친다.
연못 아래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는 듯하다.
진원과 예린은 알 수 없는 심연을 응시한다. 그들의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에피소드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