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 마법 학교, 그 밑바닥의 심연**
**제12화: 잊힌 자들의 노래**
서하준은 축축한 벽에 손을 짚었다. 손바닥에 닿는 차가운 돌의 감촉이 소름 끼치도록 익숙했다. 몇 주째, 그들은 학교 지하의 금지된 통로를 탐색하고 있었다. 어둠은 진했다. 평범한 마법 등불로는 간신히 앞만 비출 뿐, 양옆과 위아래는 미지의 심연으로 남아있었다.
“하준아, 정말 여기까지 와야겠어?”
뒤에서 들려오는 윤채림의 목소리는 희미한 떨림을 담고 있었다. 늘 냉정하고 이성적인 그녀답지 않은 불안감이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고대 문자 판독 마법구는 미약하게 빛나며 진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법구는 며칠 전부터 이곳, 바로 이 아래에서 강렬한 금기 마법의 파동을 감지하고 있었다. 학교 역사서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말 그대로 ‘금지된’ 영역이었다.
“채림아, 저 진동을 봐. 이건 단순한 유적이 아니야.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
하준은 나직이 속삭였다. 공기 중에 희미하게 느껴지는 으스스한 마력의 흐름이 그의 마법 감각을 자극했다. 그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느껴본 어떤 마력과도 달랐다. 차갑고, 날카로우며, 동시에 지독히도 오래된.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압도적인 무게감이 심장을 짓눌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먼지가 풀썩이며 희미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묘한 쇠 비린내가 섞여 올라왔다.
통로는 점차 넓어졌다. 이내 그들은 거대한 원형 공간에 다다랐다.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사방의 벽은 검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암석 표면에는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문양들이 빽빽하게 새겨져 있었다. 하준의 마법 등불이 닿는 곳마다, 문양들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마치 꿈틀거리는 생명체처럼 보였다. 중앙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니, *무언가였던 것*이 있었다. 거대한 제단. 하지만 그 위에 놓인 것은 희생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제단 자체가 거대한 마법진의 중심이었다. 수많은 마력선이 제단을 중심으로 뻗어나가 벽면의 문양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제단 위, 마치 거대한 알껍데기처럼 생긴 짙은 보라색 수정체가 어렴풋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수정체 안에서는 흐릿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듯했다. 어떤 기묘한 에너지가 주변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세상에…….”
채림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고대 문자 판독 마법구는 이제 격렬하게 떨리며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빛의 강도는 한계치를 넘어 마치 폭발할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이건 기록에 없어. 어떤 학교의 역사에도 이런 마법은 존재하지 않아. 이건…… 존재해서는 안 되는 금기 마법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갈라졌다. 하준 역시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그 수정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은 일반적인 마력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그것은 생명을 왜곡하고, 현실을 뒤틀어버릴 것 같은 불길한 힘이었다. 마치 우주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끌어올린 듯한, 형태 없는 공포가 그들의 심장을 잠식했다.
그때였다. 수정체 안의 그림자가 더욱 선명해지더니, 섬뜩한 낮은 소리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마치 수많은 목소리가 동시에 속삭이는 듯한 소리, 그러나 어떤 언어로도 해석되지 않는 혼돈의 노랫소리였다. 귀를 파고드는 불협화음은 듣는 이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듯했다.
*웅…… 웅…… 쉬이이…….*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준은 본능적으로 채림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
“도망쳐야 해, 채림아! 지금 당장!”
그 순간, 거대한 원형 공간의 벽면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그들이 들어왔던 통로가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거대한 돌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그들의 유일한 탈출구를 막아버린 것이다. 동시에, 공간의 중앙에 있는 제단에서 보라색 빛이 더욱 강렬하게 뿜어져 나왔다. 마력의 파동이 공기를 뒤흔들었다.
“젠장!”
하준의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들은 갇혔다. 정확히 말하면, *그것*과 함께 갇힌 것이다. 수정체 안에서 일렁이던 그림자가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치 잠에서 깨어난 거대한 존재처럼.
“하준아, 저 문양들을 봐!” 채림이 떨리는 손가락으로 벽면을 가리켰다. 그녀의 눈은 공포로 가득했다. “이건…… 봉인 마법이야. 누군가 이 안에 있는 것을 봉인해 둔 거야!”
봉인? 그렇다면 이 끔찍한 마력의 근원은 봉인되어 있던 존재였다는 말인가? 그리고 지금, 그 봉인이 풀리려 하고 있었다. 대체 누가, 무엇을, 그리고 왜 이 학교의 가장 깊은 곳에 가둬두었던 것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답을 찾을 시간은 없었다.
수정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너무 강렬해져 눈을 뜨기 힘들었다. 혼돈의 노랫소리는 이제 귀를 찢을 듯이 커졌다. 하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수정체 안을 응시했다. 흐릿했던 그림자의 형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날카로운 뿔, 뒤틀린 팔다리, 그리고 셀 수 없는 눈동자들이 섬뜩하게 빛나고 있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불경한 존재였다.
*콰앙!*
정적을 깨고 거대한 충격음이 울렸다. 수정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보라색 섬광이 터져 나왔다. 압도적인 마력의 파동이 공간을 휩쓸었다. 하준과 채림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귀에서는 이명이 울리고 온몸이 마비되는 듯했다.
“안 돼……!”
채림의 절규와 함께, 마지막 균열이 수정체를 갈랐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그것은 학교의 전설, 아니, 세상의 모든 마법서에서 ‘결코 소환되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묘사되었던 존재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들의 눈앞에서, 봉인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지하에 숨겨져 있던 청람 마법 학교의 가장 끔찍한 금기가, 이제 세상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쉬이이익…….*
날카로운 숨소리가 귓전을 스쳤다.
그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존재는 대체 무엇이며, 누가 이 아래에 봉인해 두었던 것인가?
청람 마법 학교의 오랜 역사 속, 감춰진 진실이 그들의 눈앞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것의 수많은 눈동자가 불길하게 빛났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