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잿빛 하늘은 언제나처럼 수증기로 뿌옇게 흐려 있었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영원한 황혼 속에서, 거대한 대륜 제국의 심장은 멈추지 않고 쿵, 쿵, 하고 진동했다. 저 높은 곳, 황제의 거대한 기함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소리가 수증기 골목의 낡은 건물들을 뒤흔들었다. 구리 파이프들은 제멋대로 얽히고설켜 뜨거운 김을 뿜어냈고, 기름때 낀 철골 구조물 사이로 축축하고 매캐한 냄새가 끈질기게 배어 있었다.

이곳, 수증기 골목은 제국의 심장부가 뱉어낸 모든 찌꺼기가 모이는 곳이었다. 낡은 증기 기관의 부품, 수명이 다한 강철 나사들, 그리고 꿈조차 꿀 수 없는 하층민들.

카인은 이 모든 것을 익숙한 손길로 더듬었다. 닳아 빠진 가죽 장갑을 낀 그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폐기된 증기 압력 조절기 안에서 쓸 만한 코일 몇 개를 골라내고 있었다. 녹슨 망치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조절기의 외피를 깨뜨릴 때마다, 그을린 먼지가 튀어 올랐다. 그의 얼굴은 이미 기름때와 먼지로 범벅되어 있었지만, 날카롭게 빛나는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카인! 이봐, 카인!”

저편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카인은 고개를 들었다. 레나였다. 낡은 작업복 차림이지만,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언제나 골목의 탁한 공기 속에서도 생기 있게 빛났다. 레나는 손에 찢어진 제국 신문 조각을 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왔다.

“이런 젠장! 또 시작이야. 제국 놈들이 이번엔 ‘에너지 효율 증진법’인가 뭔가 하는 걸 공표했대.”

카인은 묵묵히 코일을 꺼내 작은 천 주머니에 담으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증기 난방 온도를 또 2도 낮춘다는 소리야?”

레나는 이를 갈며 신문 조각을 바닥에 내던졌다. “2도? 웃기는 소리! 이번엔 대규모 생산 시설을 제외한 모든 개인 및 소규모 상점의 증기 에너지를 20% 삭감한대! 지금도 덜덜 떨며 지내는데, 그럼 겨울엔 얼어 죽으라는 소리잖아?”

“하긴, 그게 저분들이 바라는 걸지도 모르지.” 카인은 비웃듯이 중얼거렸다. 제국은 언제나 하층민들의 생존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유지하며,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껴 상층부의 화려한 도시를 밝히는 데 썼다.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잿빛 구름을 뚫고 거대한 공중 감시정이 느릿하게 골목 위를 지나가는 소리였다. 정교하게 연마된 황동과 강철로 이루어진 선체는 햇빛 한 줌 없는 이 골목에서도 위압적으로 빛났다. 감시정의 하단에 달린 육중한 망원 렌즈가 수증기 골목의 모든 움직임을 스캔하는 듯 느릿하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거나, 자신의 움막으로 몸을 숨겼다. 감시정의 그림자가 골목을 덮고 지나갈 때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언제까지 이딴 식으로 살아야 해?” 레나가 울분을 토하듯 말했다. “밤에는 통행금지, 낮에는 감시정. 먹을 것도 부족하고, 일할 기회는 더 없어. 제국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마저 세금으로 매길 지경이야.”

카인은 고개를 저었다. “저놈들은 어차피 우릴 사람으로 보지도 않아. 그저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쯤으로 여기는 거지. 고장이 나면 버리고, 필요하면 쥐어짜는.”

그는 폐품 더미에서 낡은 기어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마모되고 뒤틀린 이빨. 그러나 잘 손질하면 아직 쓸모가 있을 터였다. 마치 이 골목의 사람들처럼.

“그럼 그냥 당하고만 있을 거야?” 레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매번 이렇게 참고, 또 참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힘든 내색을 하면, ‘치안 유지’라는 명목으로 강철 병사들이 들이닥치잖아. 지난번 ‘고철 수거 시위’ 때, 늙은 틸 할머니가 어떻게 됐는지 잊었어? 그냥 끌려가서 영영 소식이 끊겼잖아.”

그 말에 카인의 손이 멈칫했다. 틸 할머니는 카인이 어릴 적부터 그를 돌봐주던 이웃이었다. 작고 마른 몸으로 고철을 모아 생계를 이어가던 할머니는, 제국이 ‘고철 자원 독점법’을 내세워 모든 고철 수거를 금지하자 시위에 나섰다가 끌려갔다. 그 이후로 골목의 어떤 누구도 감히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그때와는 달라.” 카인이 낮게 읊조렸다. “지금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겨울은 오고 있고, 저놈들은 우리 목줄을 점점 더 조여 오고 있어. 이러다간 정말 다 죽을지도 몰라.”

“그럼 뭘 할 건데? 우리 같은 쥐새끼들이 뭘 할 수 있는데? 저 거대한 강철의 제국에 맞서서?” 레나의 목소리에는 좌절감이 섞여 있었다.

카인은 주머니에 담아둔 코일들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은 역설적으로 뜨거운 결심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그냥 쥐새끼가 아니야, 레나.” 카인이 고개를 들어 레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수증기 골목의 탁한 공기 속에서도 희미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보였다. “나는 이 거대한 기계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톱니바퀴가 언제 멈출지 아는 쥐새끼지.”

레나는 아무 말 없이 카인을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처음으로 희미한 희망의 빛이 일렁이는 것을 카인은 놓치지 않았다.

“어쩌면 저 거대한 기계의 심장을 멈추는 건, 가장 작은 톱니바퀴 하나에서 시작될지도 몰라.” 카인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아니, 멈추는 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돌리는 거지.”

그의 시선은 하늘의 감시정이 사라진 잿빛 하늘을 향했다. 그 위로는 제국의 황금 궁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불빛이 희미하게 아른거렸다. 그들의 풍요는 이곳의 비참함을 먹고 자란 것이었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돼.” 카인의 목소리가 낮고 단호하게 울렸다. “뭔가를 해야 해. 아주 작더라도,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무언가를.”

그날 저녁, 수증기 골목의 가장 깊숙한 곳, 기름때 묻은 작업장에서는 희미한 램프 불빛 아래로 두 그림자가 밤늦도록 움직였다. 그들의 손끝에서, 버려진 고철과 폐기된 부품들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은 제국이 알지 못하는, 작은 반란의 서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