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연재 웹소설의 첫 번째 챕터

## 불청객

**1화: 흔들리는 일상**

밤 11시 47분. 현우는 익숙하게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여덟 번째 불이 꺼진 후에도 여전히 침묵만이 짙게 깔린 거실이었다. 강남 한복판에 우뚝 솟은 고층 아파트, 2703호. 그의 세상은 언제나 이 견고한 콘크리트 벽 안에 갇혀 있었다. 퇴근 후 혼자 맞는 밤은 고요했지만, 가끔은 너무 고요해서 숨이 막히는 것 같기도 했다.

현우는 차갑게 식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거실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은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으로 가득했다. 수없이 많은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았지만, 그 불빛들은 그의 외로움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저마다의 속도로 흘러가는 것을 보며 그는 자신의 삶이 마치 정지 화면처럼 느껴졌다.

그때였다.
“……으음?”
주방 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미세한, 무언가가 바닥에 끌리는 듯한 소리.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잠시 귀를 기울였다. 빌딩이 오래되어 삐걱거리는 소리인가? 아니면 윗집에서 늦은 시간 가구를 옮기는 건가?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소리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워낙 낡은 아파트라 밤만 되면 온갖 소음이 들려왔다.

몇 분 후, 현우는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다시 한번 그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좀 더 명확하게. *쓱, 쓱.* 마치 누군가 맨발로 마룻바닥을 걷는 듯한 소리. 그것도 아주 느리고 조심스럽게.

“이 시간에 누가 뭘 하는 거지?”
현우는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윗집은 독거노인이 사는데, 그분은 일찍 주무시는 편이었다. 옆집은 신혼부부인데, 보통 이 시간에는 조용했다. 그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복도를 가로질러 주방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냉기가 발끝부터 올라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주방은 어두웠다. 식탁 위에는 그가 먹다 남긴 인스턴트식품 용기가 놓여 있었고, 싱크대에는 설거지할 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었다. 그는 스위치를 눌러 주방등을 켰다. 환한 불빛 아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젠장, 내가 피곤한가 보다.”
현우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착각이겠거니, 하고 돌아서려던 찰나, 그의 시선이 식탁 위 컵에 닿았다.
그가 방금까지 거실에서 마셨던 커피잔. 분명히 거실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방 식탁 위, 그것도 그가 늘 컵을 두는 자리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현우는 얼어붙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내가… 여기에 뒀던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분명히 거실에서 마셨고, 습관적으로 그 자리에 두었다. 설거지통에 넣으려고 들고 온 것이라면 모를까, 마시던 컵을 다시 주방 식탁에 두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 그의 습관은 완벽하게 정해져 있었으니까.

몸에 소름이 돋았다. 등골을 타고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그는 컵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었다. 아직 차가운 온기가 남아 있었다. 누군가 옮겼다면 분명히 손으로 만졌을 텐데, 아무런 지문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깨끗한, 흔한 유리컵이었다.

“내가 건망증이 심해졌나.”
현우는 애써 자신을 납득시키려 했다. 피곤해서 그랬을 거야. 요즘 일이 많았으니까. 그는 컵을 싱크대에 넣고 다시 침실로 향했다. 그러나 한번 깨진 평온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도 그는 계속 주방에서 들렸던 희미한 소리와 컵의 위치를 떠올렸다.

다음날 아침, 현우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잠을 설쳤다.
그는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파트를 나섰다. 평범한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그날 밤, 퇴근하고 돌아온 현우는 현관문을 열다 말고 그대로 멈춰 섰다.
문이, 아주 살짝 열려 있었다. 현관문의 잠금장치는 굳게 잠겨 있었지만, 미세하게 틈이 벌어져 있었다. 그는 분명히 문을 잠그고 나왔다.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혹시 누가 침입했나? 도둑인가?
현우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고 들어섰다. 어두운 복도에 불을 켰다. 신발장 위에 놓인 택배 상자들, 벽에 걸린 그의 외투.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도둑이 들었다면 분명 흐트러졌을 법한 물건들까지도.

“뭐지? 내가 문을 제대로 안 잠근 건가?”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그의 본능은 아니라고 소리쳤다.
그는 집안 곳곳을 살폈다. 주방, 거실, 침실, 서재. 아무도 없었다.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다. 단 하나, 거실 테이블 위 잡지들만 빼고.

어제 그가 덮어두었던 잡지들이 마치 누군가 읽었던 것처럼 펼쳐져 있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심지어 모서리가 살짝 접혀 있는 곳까지.
현우는 잡지를 집어 들었다. 어제 그가 손대지 않았던 정치 기사가 펼쳐져 있었다. 그것도 그가 관심 없는 분야의 기사가.

현우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제는 착각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이건 아니었다.
누군가 이 집에 들어왔거나, 아니면…

“누구… 없어요?”
그는 목소리를 높여 물었다. 공허한 메아리만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잡지는 누가 읽었을까. 현관문은 누가 살짝 열어두었을까.

그날 밤, 현우는 잠이 오지 않아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아파트는 다시 고요 속으로 잠겼다. 밖에서는 가끔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때였다. 거실 한가운데 놓인 작은 유리 테이블 위에서, 그가 즐겨 마시는 맥주잔이 *스윽* 소리를 내며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우는 숨을 들이켰다. 눈을 비볐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맥주잔은 멈추지 않고 테이블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밀고 가는 것처럼. 그리고는 테이블 가장자리에 다다르자,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유리 파편이 바닥에 흩뿌려졌다.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설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온몸이 굳어버린 것 같았다.
눈앞에서 벌어진 기괴한 현상에 그는 이성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젠장… 이건… 도대체… 뭐야.”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그때였다. 귓가에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섬뜩할 정도로 선명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 왔니?

아주 나지막하고 흐릿했지만, 분명한 목소리였다. 마치 낡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지지직거리는, 차갑고 소름 끼치는 속삭임.
현우는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둠이 짙게 깔린 거실. 그 뒤편, 그의 침실 문이, 아주 느리게, 그리고 소리 없이 열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그를 응시하는 듯한 싸늘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의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았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