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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에 맞서는 불꽃: 핏빛 궤도 – 27화. 철갑의 심장을 찢어라

짙푸른 어둠이 사방을 집어삼킨 카론의 눈물 성운. 그 심장부에 박힌 폐광 행성 ‘제라’의 썩어가는 지표면 아래, 제국군의 비밀 보급 기지 ‘강철 요람’은 거대한 강철 거미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반란군 ‘새벽의 별’ 소속 침투조의 소형 강습선은 완벽한 스텔스 모드로 기지 외곽의 폐기물 하역장 입구에 몰래 착륙했다. 내부로 통하는 거대한 강철 해치는 녹슨 이빨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세라, 해치 상태는?”

칼렌의 나직한 목소리가 헬멧 내부 통신망을 통해 울렸다. 그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맹수처럼 번뜩였다. 전직 제국군 특수부대 출신다운 냉철함과 노련함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해치 잠금장치… 구식 보안 프로토콜입니다. 30초 안에 해킹 가능해요.”

세라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했지만, 미세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휴대용 데이터 패드의 홀로그램 키보드 위를 춤추듯 움직였다. 푸른 빛이 그녀의 얼굴을 창백하게 비췄다.

“알았어. 릭스, 후방 경계.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걱정 마십시오, 대장님! 벌레 한 마리도 못 들어오게 막겠습니다!”

덩치 큰 릭스가 묵직한 돌격소총을 고쳐 쥐며 대답했다. 그의 어깨엔 녹슨 철근도 한 번에 부러뜨릴 듯한 근육이 우람하게 솟아 있었다. 제국군 무기고를 털어 얻은 장비들이었지만, 그들 몸에 익숙하게 맞춰져 있었다.

삑- 삐빅-!

경쾌한 전자음과 함께 거대한 해치가 ‘쉬이이익’ 하는 마찰음을 내며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습하고 퀴퀴한 공기가 폐광의 깊은 냄새와 함께 그들을 맞았다. 어둠 저편에서 차가운 기계음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다.

“진입한다. 조심해.”

칼렌이 먼저 그림자처럼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의 발걸음은 먼지 한 톨 일으키지 않을 듯 조용했다. 세라와 릭스도 뒤를 따랐다. 내부 통로는 제국의 기술력과는 동떨어진, 낡고 부식된 모습이었다. 이곳이 정말 제국군 기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대장님, 여기 에너지 신호가… 뭔가 이상합니다.”

세라가 데이터 패드를 들여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어떤 식이지?”

“일반적인 기지 운영 에너지가 아니에요. 아주 오래된, 하지만 강력한 무언가… 마치 수십 년 전에 폐기된 고대 제국 유물에서나 나올 법한 신호예요.”

칼렌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들이 이곳에 침투한 목적은 제국이 개발 중인 신형 무기 ‘궤도 파괴자’의 설계도를 탈취하는 것이었다. 제국은 이 무기로 반란의 불씨를 완전히 짓밟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라의 말은 예상 밖의 변수를 암시했다.

그들이 좁고 긴 통로를 따라 수백 미터를 이동했을 때였다. 갑자기 앞쪽의 어둠 속에서 섬광이 번쩍였다. 동시에 날카로운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정지! 미확인 개체! 신원 확인… 실패! 제거 개시!”

시야에 들어온 것은 팔다리가 여럿 달린 거대한 거미형 로봇이었다. 붉은색 감지 센서가 그들을 향해 번뜩였고, 몸체에 달린 플라즈마 캐논이 위협적으로 겨눠졌다. 제국군 자동 경비 로봇, ‘감시자’였다. 이곳까지 올 동안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던 존재였다.

“젠장! 구형 모델이잖아! 경비 시스템엔 기록도 없던 녀석인데!”

릭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플라즈마 캐논의 충전음이 섬뜩하게 울렸다.

“세라, 해킹!”

칼렌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세라가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감시자는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붉은 플라즈마 덩어리가 굉음을 내며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대장님, 피하세요!”

릭스가 온몸을 던져 칼렌과 세라를 밀쳤다. 플라즈마 탄은 릭스가 방금 전까지 서 있던 벽을 정확히 강타했다. 굉음과 함께 붉은 섬광이 터져 나갔고, 강철 벽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세라! 속도 올려!” 칼렌이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그는 곧바로 돌격소총을 겨눴다. ‘타타타타!’ 불꽃을 뿜는 총열에서 탄환이 쏟아져 나갔지만, 감시자의 두꺼운 장갑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안 돼요! 이 모델은 방어막이…!” 세라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이어졌다.

감시자가 두 번째 플라즈마 탄을 발사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 찰나의 순간, 칼렌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릭스, 저쪽 폐기물 컨테이너로! 유인해!”

“예, 대장님!” 릭스는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폐기물 더미 뒤로 숨었다. 플라즈마 탄은 릭스를 따라 컨테이너를 강타했고, 내부의 폐기물들이 폭발하며 엄청난 연기를 피워 올렸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가려졌다.

“지금이야, 세라! 최대한 빨리!”

세라는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데이터 패드를 거의 부술 듯이 쥐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거의 다 됐어요! 보안 코어 접근…! 젠장, 놈이 다시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연기 속에서 감시자의 붉은 눈이 다시 그들을 찾아 번뜩였다. 플라즈마 캐논이 서서히 세라를 향해 기울어지는 것이 보였다.

“세라!” 칼렌이 외치며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폐기물 더미 뒤에서 릭스가 튀어나왔다.

“야, 이 고철 덩어리! 이리 와서 날 잡아 보시지!”

릭스는 감시자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리기 위해 전속력으로 다른 통로를 향해 달렸다. 감시자는 잠시 주춤하더니, 릭스의 거대한 체구를 쫓아 방향을 틀었다.

‘제발… 제발…’ 세라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며 마지막 코드를 입력했다.

삐리리릭- 삑-!

“성공했어요! 시스템 다운…!”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감시자의 붉은 눈이 꺼지고 육중한 몸체가 굉음을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통로 전체가 진동했다.

“릭스! 괜찮아?!” 칼렌이 통신망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하하! 이 덩치에 뭘요! 식은 죽 먹기입니다, 대장님!” 릭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숨소리에는 거친 기색이 역력했다.

“시간 없다. 서둘러.” 칼렌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예상치 못한 복병에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원통형 강철문이 우뚝 서 있는 통로의 끝이었다. 문에는 제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옆에는 복잡한 보안 패널이 붙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궤도 파괴자’의 설계도가 보관된 핵심 데이터 코어실이었다.

“이거… 만만치 않은데요.” 세라가 패널을 스캔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최신 제국군 보안 시스템입니다. 시간 좀 걸릴 거예요.”

“얼마나?” 칼렌이 물었다.

“최소 10분… 어쩌면 15분도 더 걸릴 수도 있어요.”

10분. 이곳에서 10분은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릭스가 감시자를 유인하느라 소란을 피운 것은 분명 제국군에게 포착되었을 터였다.

“세라,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해. 릭스, 후방 엄호. 나는 이쪽 문을 주시하겠다.”

칼렌은 무기를 고쳐 쥐고 문에 바싹 다가섰다. 차가운 강철의 기운이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듯했다. 그들이 이 강철의 심장을 찢고 들어갈 수 있을까. 아니, 찢고 나온다 해도 무사할 수 있을까.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