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미스터리 긴장감 넘치는 연재 웹소설의 최신 화

어둠이 아르카나 마법 학원의 첨탑을 휘감았다. 고풍스러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너머로 옅은 달빛이 스며들었지만, 리엘의 마음속에 드리운 그림자는 그보다 훨씬 짙었다. 손에 든 낡은 양피지 지도는 비스듬히 기울어진 글씨와 이해할 수 없는 기호들로 가득했다. 어제, 금지된 서고의 가장 깊은 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한 그것은 단순한 고문서가 아니었다. 지도, 그것도 아르카나 학원 지하에 숨겨진 미지의 공간을 가리키는 지도였다.

“진정해, 리엘. 이걸로 뭘 하려는 건데?”

뒤따라온 카인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리는 것을 겨우 막았다. 그의 얼굴은 걱정과 의심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언제나 신중한 카인에게 이런 무모한 탐험은 달갑지 않은 일일 테다.

“이건 단순한 지도가 아니야. 봐, 이 부분. 학원 설계도엔 없는 구역이야. 게다가 이 기호들… 고대 마법 문양 같아. 뭔가 중요한 게 숨겨져 있어.”

리엘은 손전등 마법으로 지도의 한 부분을 비췄다 흙먼지 낀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지도는 학원 지하의 알려진 창고 구역을 지나, 어떤 ‘봉인된 통로’로 이어진 후, ‘심연의 뿌리’라는 알 수 없는 장소로 연결되어 있었다.

“심연의 뿌리? 대체 무슨 소리야. 그냥 잊혀진 창고일 수도 있잖아. 괜히 금기를 건드려서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카인은 고개를 저으며 리엘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리엘의 눈은 이미 불타오르는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마법 실력은 학년 최고 수준이었지만,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는 대담함 또한 뛰어났다.

“창고였으면 이딴 고대 마법으로 봉인되어 있지도 않았을 거야. 분명 학원에서 숨기고 있는 거야. 너도 느꼈잖아, 요즘 학원 분위기 이상한 거. 밤마다 들리는 저 낮은 웅성거림, 그리고 사라진 선배들까지.”

리엘의 말에 카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근 몇 달 새, 학원 내에서 몇몇 학생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학원 측은 개인적인 일탈이나 전학으로 둘러댔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길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좋아… 하지만 딱 한 시간이야. 문제가 생기면 바로 돌아오는 거야. 내 경고를 무시했다가 네가 혼자 잡혀가는 일은 없을 거야.”

카인이 한숨을 쉬며 결국 리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리엘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고,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도는 학원 지하의 오래된 기숙사 건물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곰팡이 냄새와 축축한 공기가 그들을 맞았다. 녹슨 쇠문을 지나자, 익숙했던 지하 창고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벽면에는 이끼가 두껍게 피어 있었고, 거미줄이 천장을 뒤덮고 있었다. 리엘은 지팡이 끝에서 빛 마법을 뿜어내며 길을 밝혔다.

“지하 창고는 여기까지잖아. 여긴… 어디지?”

카인의 목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들의 발소리만이 정적을 깨며 희미하게 울렸다. 습한 공기 속에서 기분 나쁜 비린내가 희미하게 풍겨왔다. 오래된 혈액과 흙이 뒤섞인 듯한 냄새였다.

지도는 그들을 굽이진 통로로 이끌었다. 바닥은 울퉁불퉁했고, 어딘가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려왔다. 통로 중간중간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진 석판들이 벽에 박혀 있었는데, 그 문양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기이하게 꿈틀거리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문양들… 왠지 낯설지가 않아. 어디서 봤더라…”

리엘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마법 지식이 풍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고대 문양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마치 존재 자체가 금지된 듯한 문양들이었다.

이때, 카인이 갑자기 숨을 들이켰다.

“리엘, 저기 봐.”

카인이 손전등 마법으로 통로 끝을 비췄다. 어둠 속에서 거대한 아치형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은 검은 암석으로 만들어진 듯했으며, 그 표면에는 더욱 기괴하고 섬뜩한 문양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문양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희미하게 붉은빛이 깜빡이는 듯했다.

“봉인된 통로… 여기인가 봐.”

리엘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도에 표시된 ‘봉인된 통로’가 바로 이곳임이 분명했다. 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냉기가 살갗을 파고들었다.

“이 문양들…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고대 봉인 마법이야. 단순한 통로가 아니야.”

리엘의 얼굴에서 장난기는 사라지고, 진지함과 미약한 공포가 자리 잡았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어 문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댔다. 지팡이 끝에서 푸른 마력이 뿜어져 나왔지만, 문은 굳건히 마력을 흡수하는 듯 요지부동이었다.

“너무 강력해… 이걸 풀려면 엄청난 마력이 필요할 거야.”

리엘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때, 문에 새겨진 붉은 원형 문양이 깜빡이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들리던 기분 나쁜 비린내도 점점 더 선명해졌다. 마치 문 저편에서 어떤 존재가 그들의 존재를 감지한 듯했다.

“리엘, 돌아가자. 뭔가 위험해.”

카인이 리엘의 어깨를 붙잡고 뒤로 끌어당겼다.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공포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리엘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 때문이었다.

‘흐윽… 흐윽…’

낮고 눅진한 흐느낌이었다. 마치 고통받는 존재가 울부짖는 것 같기도 했고, 거대한 무언가가 천천히 숨 쉬는 소리 같기도 했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쾅!

갑자기 문이 크게 흔들렸다. 그들을 향해 충격파가 덮쳐왔다. 문에 새겨진 봉인 마법의 문양들이 섬뜩하게 발광했다.

“도망쳐!”

카인이 리엘의 손목을 잡고 뒤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신없이 통로를 거슬러 올라갔다. 뒤에서는 문이 부서질 듯 쿵쿵거리는 소리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겨우 지하 창고 입구까지 도달했을 때, 그들은 숨을 헐떡이며 벽에 기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리엘은 공포에 질린 채 카인을 바라봤다.

“대체… 저 안에 뭐가 있는 거야…?”

그때였다.

쿵… 쿠구궁…

지하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거대한 울림이 발아래에서부터 전해졌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공포가 절정에 달했다.

바로 그때, 리엘의 눈에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건 지도가 아니었다. 그들이 뛰쳐나오며 떨어진 듯한, 작은 은색 비늘 조각이었다. 기묘하게 빛나는 비늘은 기분 나쁜 비린내를 더욱 강하게 풍겼다.

그리고 비늘이 떨어진 곳, 축축한 바닥에는 희미하게 스며든 붉은 자국이 보였다. 마치… 어떤 존재가 기어 지나간 듯한 흔적이었다.

그때, 그들의 뒤편, 방금 그들이 뛰쳐나온 지하 창고의 낡은 철문이…

끼이이익-

천천히,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비릿한 공기가 훅 끼쳐 들어왔다. 그 안에서, 리엘은 섬뜩한 두 눈과 마주쳤다.

붉게 빛나는, 거대한 눈.

그것은 그녀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설마…”

리엘은 몸이 굳어버렸다.

그것은… 그 봉인된 통로 안에서만 존재해야 할 ‘무언가’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지도의 ‘심연의 뿌리’라는 것은… 단순히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것은… 살아있는, 학원 지하에 잠들어 있던 끔찍한 금기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