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의 유물 (The Abyssal Re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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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추리 미스터리
**대상 독자:** 긴장감 있는 스토리와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성인 독자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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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소개
* **강태준 (40대 후반):** ‘심연호’의 함장. 냉철하고 과묵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내면에는 깊은 책임감과 고독감을 안고 있다.
* **이서진 (30대 중반):** 부함장 겸 과학 담당. 뛰어난 지능과 분석력을 지녔지만, 미지의 것에 대한 탐구욕이 지나치게 강해 때로 위험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유물에 가장 집착하는 인물.
* **박지훈 (30대 후반):** 정비사.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성격. 기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손재주가 뛰어나지만, 종종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다. 승무원들 중 가장 먼저 이상을 감지한다.
* **최아름 (30대 초반):** 의무관.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승무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한다.
* **김민준 (20대 후반):** 항해사. 팀의 막내. 밝고 활기찬 성격으로 분위기 메이커지만, 심약한 면도 있다. 유물에 가장 먼저, 가장 깊이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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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1: 망각의 심연에서
**SCENE 1: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조종실**
**[화면 전환]**
드넓은 우주 공간. 수많은 별들이 차가운 보석처럼 박혀 있는 심연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검은색 우주선 ‘심연호’. 그 존재만으로도 미지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장면 시작]**
**INT. 심연호 조종실 – 낮 (조명 어두움)**
조종실 내부는 어둡고 고요하다. 전면의 투명한 대형 스크린 너머로는 망망한 우주의 검은빛만이 가득하다. 셀 수 없는 홀로그램 패널들이 푸른빛과 붉은빛을 뿜어내며 공간을 은은하게 밝힌다. 정면 조종석에는 강태준 함장이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고, 그 옆 보조석에는 이서진 부함장이 턱을 괸 채 심심하다는 듯 멍하니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다. 김민준 항해사는 후방 항해석에서 피곤한 듯 하품을 한다.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정적을 가르고 있다.
**김민준 (하품하며)**
아, 지루해 죽겠네. 벌써 3개월째 이 빌어먹을 암흑만 보고 있으니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함장님.
강태준은 대꾸 없이 전방 스크린을 응시한다. 그의 표정에는 어떤 동요도 읽히지 않는다.
**이서진**
(느릿하게 시선을 돌려 김민준을 본다)
김 항해사. 우리가 탐험하는 곳은 ‘심연’이야. 미지의 심연에는 지루함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지. 때로는 그 지루함이 광기로 변하기도 하고.
**김민준**
(몸을 흠칫 떤다)
아, 부함장님. 그런 으스스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벌써 3개월째 아무것도 발견 못하고 시간만 죽치고 있는데, 차라리 광기라도 좀 와줬으면 좋겠네요. 물론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요.
**강태준**
(낮고 굵은 목소리)
김 항해사, 장난도 좋지만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해라. 미지의 영역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를 품고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마.
**김민준**
(고개를 숙이며)
네, 함장님. 죄송합니다.
다시 정적이 흐른다. 이서진은 팔짱을 끼고 우주를 바라본다.
**이서진**
정말이지,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존재한다는 건 너무 불합리하지 않습니까? 분명 뭔가 더 있을 텐데.
**강태준**
(눈을 감았다 뜨며)
그 ‘뭔가’를 찾기 위해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지. 서둘러도, 조급해해도 안 된다.
**[장면 전환]**
**SCENE 2: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연구실**
**INT. 심연호 연구실 – 낮**
깔끔하고 정돈된 연구실. 각종 분석 장비들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최아름 의무관이 작은 화분에 물을 주며 조용히 식물을 돌보고 있다. 박지훈 정비사는 커다란 홀로그램 패널 앞에 서서 뭔가를 체크하고 있다.
**박지훈**
(한숨을 쉬며)
젠장. 또 미세한 전파 이상이야. 아주 가끔씩,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잡히는데, 도무지 패턴을 모르겠군. 간섭이라기엔 너무 불규칙적이고…
**최아름**
(화분을 내려놓으며)
지훈 씨, 피곤하세요? 얼굴이 안 좋아 보여요. 휴식은 제대로 취하고 있나요?
**박지훈**
(어깨를 으쓱한다)
휴식요? 이 망망대해 같은 우주 한복판에서 뭘 한답니까. 잠이나 자는 게 전부지. 괜히 이런 알 수 없는 오류만 붙잡고 있자니 속이 터집니다.
**최아름**
스트레스성 증상일 수도 있어요. 함장님께 보고하고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어요.
**박지훈**
(홀로그램 패널을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아뇨, 그냥 제 예민함 때문이겠죠. 별 일 아닐 겁니다. 그런데… 이 전파, 뭔가 기분이 묘해요. 아주 먼 곳에서부터 온, 고대의 속삭임 같달까.
최아름은 박지훈의 얼굴을 잠시 바라본다. 그의 농담 섞인 말투 뒤에 자리한 미묘한 불안감을 읽어낸다.
**[장면 전환]**
**SCENE 3: 우주선 ‘심연호’ 외부 – 소행성대 근처**
**INT. 심연호 조종실 – 낮**
갑자기 조종실의 경보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홀로그램 패널들이 붉은색으로 번쩍인다. 우주선 전체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김민준**
(깜짝 놀라며)
으아악! 뭐야?! 갑자기 왜 이래요?!
**강태준**
(의자 손잡이를 꽉 잡으며)
김 항해사, 상황 보고!
**김민준**
(패널을 빠르게 조작한다)
미확인 물체 접근! 고밀도 에너지 반응 감지! 크기는… 너무 작아서 정확한 측정이 어렵습니다! 예상 이동 경로를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서진**
(몸을 일으켜 스크린을 응시한다)
미확인 물체? 이 좌표에서? 지난 100년간 인류가 탐사한 기록이 없는 곳인데…
**강태준**
(냉철하게 지시한다)
모든 시스템 안정화! 충돌을 피할 수 있나?
**김민준**
(땀을 흘리며)
네! 간발의 차이로 비켜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체가 우리의 중력장에 붙들려 궤도 이탈 중입니다!
**이서진**
(경악한다)
우리 중력장에? 겨우 그만한 크기의 물체가? 말도 안 돼! 에너지 반응이 얼마나 강하길래?!
**강태준**
박 정비사! 함선에 피해는 없나?!
**[무전]**
**박지훈 (O.S.)**
현재까진 없습니다! 하지만 엔진 출력에 불안정성이 감지됩니다! 물체와 강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전방 스크린에 미세한 점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희미했지만, 점차 가까워지며 그 윤곽을 드러낸다. 그것은 소행성 조각이나 우주 파편이 아니었다. 거대한 어둠 속에서, 그것은 기묘한 형태로 빛나고 있었다.
**이서진**
(숨을 들이켠다)
저건…
**김민준**
(넋을 잃은 듯)
세상에… 대체… 뭐야, 저게?
**[화면 전환]**
**EXT. 심연호 외부 – 미지의 물체**
검고 깊은 우주에서, 불규칙하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물체가 홀로 떠 있다. 빛을 흡수하는 듯한 짙은 검은색 표면이지만, 그 틈새에서는 은은하고 기분 나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듯, 아주 느리게 맥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장면 전환]**
**SCENE 4: 우주선 ‘심연호’ 내부 – 브리핑 룸**
**INT. 심연호 브리핑 룸 – 낮**
원형 테이블에 강태준, 이서진, 박지훈, 최아름, 김민준이 둘러앉아 있다. 테이블 중앙 홀로그램에는 방금 발견된 유물의 이미지가 떠 있다. 그 기묘한 형태와 불길한 푸른빛은 모두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서진**
(홀로그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방금 확보한 자료입니다. 공식적인 명칭은 ‘미확인 우주 유물-001’, 코드네임 ‘심연의 눈물’로 임시 지정했습니다. 크기는 대략 가로세로 3미터 정도. 육안으로는 완벽한 검은색이지만, 심층 스캔 결과 표면은 인류가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특이 합금으로 추정됩니다.
**박지훈**
문제는 재질이 아닙니다. 저 물체는 주변 공간의 에너지를 끊임없이 흡수하고 방출하고 있습니다. 우리 함선의 중력장도 왜곡시킬 정도의 강도입니다.
**최아름**
(미간을 찌푸린다)
저 물체에서 측정되는 전파 패턴은… 어떠한 생명체도, 인공적인 장치에서도 감지된 적 없는 형태입니다. 불쾌감을 주는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유혹적인… 그런 느낌이 들어요.
**김민준**
(초조하게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그럼 저게 외계 생명체의 물건이라는 건가요? 아니면… 외계 생명체 그 자체인가요?
**강태준**
(심호흡하며)
어찌 됐든 인류가 마주한 첫 번째 심우주 유물이다. 회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지훈**
회수는 위험합니다, 함장님. 저 물체가 우리 함선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서진**
(흥분한 목소리로)
위험요? 이것이야말로 인류가 진화할 기회입니다! 박 박사,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어떻게 과학이 발전합니까? 저것은 미지의 보고입니다! 이 행성 간 탐사 임무의 가장 큰 성과가 될 겁니다!
**최아름**
하지만 승무원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부함장님. 저 물체의 에너지 방출이 인체에 미칠 영향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강태준**
(모두의 의견을 들은 후, 굳은 표정으로)
우리의 임무는 ‘탐사’다. 이서진 부함장의 말처럼, 이 유물은 인류의 지평을 넓힐 중대한 발견이 될 수 있다.
모두의 시선이 강태준에게 쏠린다.
**강태준**
(결심한 듯)
회수한다. 격납고로 안전하게 옮겨, 밀폐된 공간에서 추가 분석을 실시한다. 박 정비사는 회수 작업에 필요한 모든 안전 조치를 취해라. 김 항해사는 함선 주변을 면밀히 감시하고, 최 의무관은 전 승무원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한다. 이서진 부함장은 유물의 에너지 패턴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박지훈**
(씁쓸한 표정으로)
알겠습니다, 함장님.
**[장면 전환]**
**SCENE 5: 우주선 ‘심연호’ 외부 – 유물 회수 작업**
**EXT. 심연호 외부 – 낮 (우주)**
거대한 심연호의 격납고 문이 육중하게 열린다. 기계음이 우주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박지훈이 조종하는 듯 보이는 거대한 로봇팔이 천천히 우주 밖으로 뻗어 나간다. 로봇팔의 끝에 달린 집게가 떠다니는 ‘심연의 눈물’ 유물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INT. 심연호 조종실 – 낮**
이서진은 모니터에 얼굴을 박고 유물의 에너지 패턴 그래프를 주시하고 있다. 그래프는 미세하게 요동치고 있다. 김민준은 스크린을 통해 회수 작업을 지켜보며 긴장한 표정이다.
**박지훈 (O.S.)**
(무전으로)
집게, 유물과 접촉. 고정 완료. 예상대로 에너지 반응이 더욱 강해집니다.
유물은 로봇팔에 붙들린 채 은은한 푸른빛을 더 강하게 뿜어낸다. 그 빛은 우주 공간을 희미하게 물들이는 듯하다.
**이서진**
그래프가 요동치고 있어… 이건 흡수와 방출이 동시에 이뤄지는 패턴이야. 마치… 반응하는 것 같아.
로봇팔이 유물을 끌어안고 천천히 격납고 안으로 들어간다. 유물이 격납고 문턱을 넘어서는 순간, 함선 전체에 강한 진동이 울리고, 잠시 모든 불빛이 꺼졌다 다시 켜진다. 전력 서지 현상이다.
**김민준**
(깜짝 놀라며)
어어?! 전력 불안정! 일시적인 전압 강하입니다!
**이서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래프를 보며)
흥미롭군. 격납고 내부로 진입하자마자 함선 전체에 영향을 미 미쳐. 정말 보통 물건이 아니야.
**[장면 전환]**
**SCENE 6: 우주선 ‘심연호’ 내부 – 격납고**
**INT. 심연호 격납고 – 낮**
거대한 격납고 중앙에, ‘심연의 눈물’ 유물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사방이 두꺼운 합금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지만, 유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그 어둠을 압도하며 섬뜩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강태준을 비롯한 승무원들 전원이 유물을 둘러싸고 있다. 모두의 얼굴에는 경외감과 함께 짙은 불안감이 서려 있다.
**최아름**
(유물을 바라보며 손으로 입을 막는다)
오, 세상에… 직접 보니 더… 기묘하네요.
유물은 아주 희미하게, 듣는 사람의 심장을 직접 울리는 듯한 저주파 진동음을 내고 있다. ‘우우우웅…’
**박지훈**
(유물 근처로 다가가 스캐너를 들이댄다)
말도 안 돼. 이 밀폐된 공간에서 외부와의 에너지 교환은 불가능한데, 자체적으로 계속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어. 아니, 흡수와 방출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이서진**
(유물을 만지고 싶은 듯 손을 뻗었다가 멈춘다)
아직은 시기상조야, 박 박사. 성급하게 손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강태준**
(낮은 목소리로)
승무원 전원, 유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엄격히 금지한다. 최 의무관, 전 승무원의 생체 리듬을 24시간 감시해라.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보고하도록.
**최아름**
네, 함장님.
김민준은 유물의 푸른빛에 홀린 듯 넋을 잃고 응시한다. 그의 눈동자에 푸른빛이 반사되어 일렁인다.
**김민준**
(중얼거리듯)
정말… 아름답네요.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요.
**이서진**
(김민준의 어깨를 툭 친다)
김 항해사, 넋 놓지 마. 이건 우리의 운명을 바꿀 열쇠가 될지도 몰라.
유물에서 나오는 진동이 미세하게 강해지는 듯하다. 모두는 그 소리에 반응하듯,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장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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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2: 침묵의 메아리
**SCENE 1: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승무원 개인실**
**INT. 심연호 김민준 개인실 – 밤**
김민준은 침대 위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운 표정으로 뒤척인다. 눈을 질끈 감고 있지만, 뭔가에 시달리는 듯하다. 꿈속에서 기하학적인 유물의 형상이 그의 의식을 잠식하는 듯하다. 유물의 푸른빛이 그의 개인실 벽면을 희미하게 물들이는 환영.
**김민준**
(끙끙 앓는 소리)
으윽… 안 돼…
**INT. 심연호 이서진 개인실 – 밤**
이서진은 개인실의 작은 책상 앞에 앉아 홀로그램 패널을 띄워 놓고 유물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그의 눈은 피곤에 절어 붉게 충혈되어 있지만, 집중력은 여전히 날카롭다. 그는 유물의 스캔 데이터를 여러 각도에서 돌려보고 확대한다.
**이서진**
(독백)
이건…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 무기물의 경계선에 있는 것 같아. 에너지 흡수 패턴이… 우리 함선의 생체 유지 시스템과 공명하고 있어. 농담 같은 소리지만.
그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인다. 홀로그램 패널 속 유물 이미지에서 미세한 균열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장면 전환]**
**SCENE 2: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식당**
**INT. 심연호 식당 – 낮**
식당은 평소처럼 소란스럽지 않다. 다섯 명의 승무원들은 각자의 식판을 앞에 두고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다. 분위기는 이전보다 훨씬 무겁고 침묵이 감돈다. 김민준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워진 채 거의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최아름**
(김민준에게 컵을 건네며)
김 항해사, 괜찮아요? 아까부터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 열도 좀 있는 것 같은데…
**김민준**
(억지로 미소 짓는다)
아, 괜찮습니다, 의무관님. 그냥… 며칠 밤 잠을 좀 설쳤더니. 악몽을 너무 많이 꿔서요.
**박지훈**
(입맛 없는 표정으로 스튜를 휘젓는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어제 밤에 함선 시스템 모니터링하는데, 또 그 미세한 전파 이상이 감지되더군. 이번엔 범위가 좀 더 넓어진 것 같았어. 게다가… 환청까지 들리는 것 같아서 말이야.
모두의 시선이 박지훈에게 쏠린다.
**강태준**
환청이라고?
**박지훈**
(어색하게 웃는다)
농담입니다, 함장님. 피곤해서 헛것이 들린 거겠죠. 하하.
하지만 그의 웃음소리에는 불안감이 묻어 있었다.
**최아름**
지훈 씨, 함부로 넘길 일이 아니에요. 유물에 대한 스트레스나 피로가 과도하면 심리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서진**
(아무 말 없이 스튜를 먹던 이서진이 고개를 든다)
유물의 영향이라면, 전파 이상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바뀔 수도 있죠.
이서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유물이 있는 격납고 방향으로 향하는 듯하다. 왠지 모를 한기가 흐른다.
**[장면 전환]**
**SCENE 3: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연구실**
**INT. 심연호 연구실 – 낮**
이서진은 연구실에서 유물을 격리 패널 너머로 면밀히 스캔하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광기 어린 집착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유물에서 방출되는 비정상적인 에너지 패턴을 그래프로 확인한다. 그래프는 불규칙하게 솟구치고 있었다.
**이서진**
(독백)
이건… 진동수 조절 패턴인가? 아니면…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건가? 마치…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아.
그는 데이터 기록을 다시 재생한다. 미세한 저주파 진동 속에, 언뜻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는, 하지만 분명히 인간의 언어가 아닌 웅얼거림이 섞여 있는 듯하다. 이서진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의 눈은 점점 더 짙은 흥분으로 물들어간다.
**[장면 전환]**
**SCENE 4: 우주선 ‘심연호’ 내부 – 복도 & 격납고**
**INT. 심연호 복도 – 낮**
박지훈은 홀로 복도를 걷고 있다. 그의 이어폰에서는 기계음 대신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심하게 들려온다.
**박지훈**
(짜증스럽게 이어폰을 빼며)
젠장! 또 시작이야.
그 순간, 그의 귓가에 희미한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어둠… 빛… 길…’
박지훈은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그는 고개를 젓는다.
**박지훈**
미쳤군. 진짜 피곤해서 헛것이 들리나.
그는 무심코 격납고 방향을 바라본다. 굳게 닫힌 격납고 문틈 사이로,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고 강렬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빛은 마치 살아있는 듯이 맥동하며 복도를 희미하게 일렁이게 한다. 박지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그는 천천히 격납고 문으로 다가간다. 문에 귀를 대자, 이전보다 훨씬 선명한 유물의 진동음이 들려온다. 그 소리는 단순한 진동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멜로디처럼 느껴진다.
**박지훈**
(낮게 읊조린다)
이건… 그냥 돌멩이가 아니야.
**[장면 전환]**
**SCENE 5: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의무실**
**INT. 심연호 의무실 – 낮**
최아름 의무관이 진단 패널을 들여다본다. 박지훈이 맞은편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다.
**최아름**
지훈 씨, 스트레스 지수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요. 수면 부족도 심각하고요. 환각이나 환청을 겪는 건 심리적 압박 때문일 수 있습니다.
**박지훈**
(고개를 젓는다)
아뇨, 의무관님. 이건 단순한 피로가 아닙니다. 제가 기계 전문가인데, 함선 시스템에 감지되는 이상 징후는 명백한 오류입니다. 그리고 그… 유물 때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최아름**
(진지한 표정으로)
저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봅니다. 김 항해사도 악몽에 시달리고, 부함장님은 유물에 대한 집착이 도를 넘어서고 있고요. 함장님도 뭔가 불안해 보이십니다.
**박지훈**
(테이블을 두드리며)
제 말은… 혹시 그 유물이 우리에게 뭔가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떤 정신적인 교란 같은 걸.
**최아름**
(패널을 내려놓으며)
정신 교란이든, 단순한 불안감이든… 일단 함장님께 보고드리고, 유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장면 전환]**
**SCENE 6: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조종실**
**INT. 심연호 조종실 – 낮**
함선 전체에 비상등이 깜빡거린다. 조종실의 홀로그램 패널 하나가 지직거리며 꺼졌다 켜진다. 강태준 함장이 굳은 얼굴로 메인 패널을 응시하고, 이서진 부함장은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옆자리에 앉아 있다.
**강태준**
(낮은 목소리로)
박 정비사에게서 보고가 왔다. 함선 시스템 오류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전파 이상, 전력 불안정. 모두 유물을 회수한 이후의 현상이다.
**이서진**
(어깨를 으쓱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받아들였으니 일시적인 부하가 올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내입니다.
**강태준**
(이서진을 날카롭게 본다)
일시적이라고 보기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승무원들의 정신 상태도 불안정해지고 있어. 최 의무관의 보고에 따르면 김 항해사와 박 정비사가 이미 심리적 이상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유물이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닌가?
**이서진**
(냉정하게)
아직은 그 어떤 과학적인 증거도 없습니다, 함장님. 단지 추측일 뿐이죠. 어쩌면 심우주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유물은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열쇠입니다. 충분한 분석도 없이 섣불리 단정 지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 상황이야말로 유물이 가진 잠재력을 증명하는 반증 아닐까요?
**강태준**
(책상을 쾅 친다)
가능성 때문에 승무원의 안전을 담보로 할 수는 없어! 내 명령이다. 유물에 대한 모든 분석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격납고 접근을 전면 통제한다!
**이서진**
(고집스럽게)
안 됩니다, 함장님. 지금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유물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강태준의 얼굴에 분노와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스쳐 지나간다. 이서진의 눈은 유물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빛나고 있었다. 둘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이 조종실을 채운다.
**[장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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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소드 3: 균열
**SCENE 1: 우주선 ‘심연호’ 내부 – 격납고**
**INT. 심연호 격납고 – 낮**
어둡고 차가운 격납고. 유물은 이전보다 훨씬 강렬한 푸른빛을 뿜어내며 공간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우우우웅…’하는 저주파 진동이 심장을 파고든다.
김민준이 유물 앞에 홀로 서 있다. 그의 눈은 텅 비어 있었고, 얼굴에는 기이한 황홀경이 드리워져 있다. 그는 마치 유물의 일부인 양 유물을 향해 두 팔을 뻗어 마치 기도를 하듯, 혹은 숭배를 하듯 알 수 없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유물의 푸른빛이 김민준의 몸을 감싸는 듯하다.
**김민준**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린다. 낮은 목소리지만 격납고를 가득 채운다)
…그르르르… 샤아흐… 르르르가…
그의 중얼거림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유물의 진동음과 섞여 묘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유물은 더욱 격렬하게 진동하며, 격납고 내부의 공기를 일렁이게 한다. 김민준의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피어오른다.
**[장면 전환]**
**SCENE 2: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조종실**
**INT. 심연호 조종실 – 낮**
함선 전체가 심하게 요동치며 비상 경보음이 굉음처럼 울려 퍼진다. 조종실의 홀로그램 패널들이 하나둘씩 박살 나기 시작한다. 전기 스파크가 튀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박지훈**
(메인 패널을 필사적으로 조작하며)
안 됩니다, 함장님! 시스템 통제 불능! 엔진 출력 급감! 생체 유지 시스템도 과부하가 걸렸습니다! 유물이… 유물이 함선 에너지를 폭주시키고 있습니다!
**강태준**
(의자 손잡이를 꽉 잡으며)
뭐라고?! 이서진 부함장! 격납고 상황은?!
**이서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인다. 그의 얼굴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물의 에너지 방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강태준**
김 항해사는?! 김 항해사, 응답하라!
무전에서는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만 들릴 뿐, 김민준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강태준**
(결심한 듯)
전원, 격납고로 집결! 김 항해사 위치 확인 및 유물 접근 차단! 박 정비사, 격납고 문 수동 잠금 해제 준비!
**[장면 전환]**
**SCENE 3: 우주선 ‘심연호’ 내부 – 격납고 앞 복도**
**INT. 심연호 격납고 앞 복도 – 낮**
강태준, 이서진, 박지훈, 최아름이 격납고 문 앞에 도착한다. 육중한 강철 문은 굳게 닫혀 있지만,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은 복도 전체를 섬뜩하게 물들이고 있다. 격납고 안에서는 기분 나쁜 진동음과 함께 김민준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최아름**
(입을 가린 채)
민준 씨…! 저 소리는…
**박지훈**
(땀을 흘리며 문을 조작한다)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수동으로 잠금 해제를 시도하겠습니다!
강태준은 권총을 뽑아 들고 문을 노려본다. 이서진은 문에 손을 대고 유물의 에너지에 집중하는 듯하다.
**이서진**
이것은… 진화의 과정인가. 유물이… 김 항해사와 공명하고 있어.
**강태준**
헛소리하지 마! 문 열어!
육중한 문이 마침내 “쉬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문이 열리는 틈새로 푸른 섬광이 쏟아져 나온다.
**[장면 전환]**
**SCENE 4: 우주선 ‘심연호’ 내부 – 격납고 내부**
**INT. 심연호 격납고 내부 – 낮**
문이 완전히 열리자, 격납고 안의 충격적인 광경이 드러난다. 유물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빛나며 격납고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주변 공간은 푸른빛 에너지에 의해 일렁이며 왜곡되어 보인다. 그 빛의 중심에 김민준이 유물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서 있다. 그의 눈은 형용할 수 없는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얼굴에는 섬뜩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의 몸 주변에는 유물에서 뻗어 나온 듯한 희미한 에너지 장이 감싸고 있다.
**강태준**
(경악한다)
김민준!
**김민준**
(김민준의 목소리에서 기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유물의 진동과 섞여 마치 여러 목소리가 동시에 말하는 듯하다)
…이제야… 들려요… 심연의… 노래가…
**최아름**
(비명을 지르며)
민준 씨! 정신 차려요!
**박지훈**
(메인 패널을 보고 절규한다)
함장님! 함선 에너지 코어가… 붕괴 직전입니다! 유물이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어요! 이대로면… 몇 분 안에 함선 전체가 폭발합니다!
**이서진**
(김민준과 유물을 번갈아 보며, 오히려 황홀경에 빠진 듯)
놀랍군… 정말 경이로워! 유물이 김 항해사를 매개체로… 우리와 소통하려 하고 있어!
**강태준**
(이서진의 멱살을 잡는다)
소통?! 네놈 제정신이냐?! 지금 함선이 파괴될 위기라고! 박 정비사! 유물을 우주로 방출할 준비를 해!
**[장면 전환]**
**SCENE 5: 우주선 ‘심연호’ 내부 – 격납고 내부 (대치)**
**INT. 심연호 격납고 내부 – 낮**
강태준이 김민준에게 다가가려 하자, 김민준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한다. 유물에서 뻗어 나온 듯한 푸른 에너지 장이 김민준의 몸을 휘감으며 더욱 강해진다. 김민준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비인간적인 속도로 움직여 강태준의 길을 막아선다. 그의 손에는 정체 모를 푸른 에너지가 일렁인다.
**김민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방해하지 마… 그분은… 깨어나고 계셔…
**최아름**
(겁에 질려 외친다)
함장님! 섣불리 건드리지 마세요! 민준 씨가 아닙니다!
**이서진**
(강태준과 김민준 사이에 끼어든다)
함장님! 유물을 파괴해선 안 됩니다! 이것은 인류에게 주어진, 어쩌면 유일한 기회입니다! 그의 말대로 유물은 진화하고 있어요!
**강태준**
(이서진을 밀치며)
기회? 이 함선과 우리 모두를 파괴할 기회인가?!
**박지훈**
(메인 패널을 보며 절규한다)
함장님! 30초! 30초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강태준**
(이를 악문다)
박 정비사, 유물 방출 장치 작동 준비! 김 항해사,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모양인데… 비켜라!
김민준은 강태준의 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물을 보호하려는 듯 완강하게 버틴다. 그의 푸른 눈은 유물의 빛과 완전히 동화된 듯하다.
**[장면 전환]**
**SCENE 6: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조종실 (최종 결정)**
**INT. 심연호 조종실 – 낮**
함선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경보음은 이제 귀가 먹먹할 정도의 굉음이 되어버렸다. 조종실의 홀로그램 패널들은 거의 모두 깨져나가고, 전선에서는 스파크가 끊임없이 튀어 오른다. 강태준, 이서진, 박지훈, 최아름의 얼굴에는 절망과 공포가 뒤섞여 있다.
**박지훈**
(피를 토할 듯 외친다)
함장님! 10초! 10초 남았습니다! 주 엔진이 완전히 과열됐습니다!
**강태준**
(절박한 목소리로)
이서진 부함장! 지금이라도 유물을 포기해야 한다!
**이서진**
(얼굴이 창백해진 채)
…하지만… 이건…
**최아름**
(눈물을 흘리며)
함장님! 민준 씨를… 민준 씨를 살려야 합니다!
**강태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결심한 듯)
박 정비사! 유물 방출! 지금 당장 실행한다! 김 항해사가 안에 있더라도!
**이서진**
(절규한다)
안 돼! 함장님!
**박지훈**
(눈물을 글썽이며)
알겠습니다… 함장님…
**[장면 전환]**
**SCENE 7: 우주선 ‘심연호’ 내부 – 격납고 (최종 조치)**
**INT. 심연호 격납고 – 낮**
강태준과 박지훈이 격납고의 유물 방출 장치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간다. 김민준은 여전히 유물을 감싸고 있지만, 그의 몸을 감싸던 푸른 에너지 장이 점차 약해지는 듯하다. 박지훈이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방출 장치의 레버를 당긴다.
**박지훈**
(이를 악물고)
유물… 방출…!
육중한 격납고 문이 다시 한번 “쉬이이이익—” 하고 열린다. 유물은 마지막으로 강력한 푸른빛을 뿜어내며 우주 밖으로 빨려 나간다. 그 순간, 유물과 연결되어 있던 김민준의 몸에서 푸른빛이 완전히 사라진다. 김민준은 힘없이 주저앉으며, 그의 눈동자에서 푸른빛이 사라지고 공허함만이 남는다.
**김민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어… 제가… 왜 여기 있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최아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김민준에게 달려간다)
민준 씨! 괜찮아요?!
유물이 우주 밖으로 완전히 방출되자, 함선 전체를 뒤흔들던 진동이 거짓말처럼 멈춘다. 비상등도 꺼지고, 시스템 경보음도 잦아든다. 홀로그램 패널들이 다시 정상적인 푸른빛을 내기 시작한다. 함선은 간신히 파멸의 문턱에서 벗어났다.
**박지훈**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쉰다)
살았다…
**[장면 전환]**
**SCENE 8: 우주선 ‘심연호’ 내부 – 조종실 (에필로그)**
**INT. 심연호 조종실 – 밤**
조종실은 깊은 침묵에 잠겨 있다. 망가진 패널들의 잔해가 곳곳에 널려 있지만, 함선은 다시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방 스크린 너머로는 다시 망망한 우주의 검은빛만이 펼쳐져 있다. 승무원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와 함께 지울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김민준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기억을 더듬는 듯하고, 최아름은 그의 옆에서 걱정스럽게 그를 지켜보고 있다. 이서진은 아무 말 없이 우주를 응시하고 있지만, 그의 눈에는 유물을 잃은 깊은 상실감과 미련이 서려 있다. 박지훈은 허탈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다.
**강태준**
(낮고 쓸쓸한 목소리로)
임무… 실패다. 본부와의 연락이 불안정하고, 함선 피해도 막심해. 이제… 귀환해야겠지.
이서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
**김민준**
(최아름에게 속삭이듯)
의무관님… 제가…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것 같아요. 계속… 희미한 푸른빛이… 머릿속을 맴도는데…
**최아름**
(김민준의 손을 잡으며)
괜찮아요, 민준 씨. 다 괜찮아질 거예요.
강태준은 전방 스크린을 응시한다. 그 넓고 어두운 우주 어딘가로, ‘심연의 눈물’ 유물은 다시금 떠내려갔을 것이다. 그 유물이 무엇이었는지, 왜 그곳에 있었는지, 무엇을 원했는지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존재가 ‘심연호’ 승무원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미지의 존재와 마주했고, 그 존재는 그들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렸다.
**강태준**
(독백)
우리는 그저… 망각의 심연을 한 조각 엿봤을 뿐이다. 그리고 그 심연은… 우리를 집어삼키려 했다.
텅 빈 우주. 다시 고요함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유물이 남기고 간 침묵의 메아리가 영원히 울려 퍼지는 듯하다.
**[장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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