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판타지 라이트 노벨의 흥미진진한 챕터

우주선 ‘카론호’는 심연 속을 유영하는 거대한 망령과도 같았다. 인간의 시선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시간조차 희미해지는 태초의 공간. 명왕성 궤도 너머, 인류가 감히 지도를 그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어둠의 파편들을 가로지르며, ‘카론호’는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캡틴 한서진의 단호한 눈빛은 함교의 희미한 푸른빛 속에서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그녀의 옆에는 늘 침착한 부함장 강태오가 무심히 데이터 패드를 넘기고 있었다.

“캡틴, 7등급 초신성 잔해가 감지되었습니다. 예상 궤도와 일치합니다.”
탐사관 이지영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 생기 넘쳤지만, 그 속에는 이 끝없는 어둠에 대한 미묘한 경외심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이제 겨우 스물여섯이었다. 인류의 미래를 짊어진 탐사선에 탑승하기에는 너무나 젊은 나이였지만, 그녀의 천재성은 그런 우려를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예상대로군. 항해 경로 이탈 없이 그대로 진행해.” 한 캡틴은 짧게 지시했다.

이때였다. 함교 중앙 스크린에 갑자기 ‘삐빅!’ 하는 경고음과 함께 붉은 신호가 번쩍였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이지영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스크린을 노려봤다.

“이게… 뭐죠? 스캔 오류인가요?” 그녀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섞였다.
“오류가 아니야.” 강태오 부함장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표정은 좀처럼 동요하지 않는 그답지 않게 굳어 있었다. “이런 종류의 신호는… 본 적이 없어.”

스크린에 나타난 것은 기이한 형태의 에너지 파동이었다. 그 어떤 알려진 천체 물리적 현상과도 일치하지 않는, 불규칙하면서도 동시에 끔찍할 만큼 정교한 맥동. 마치 거대한 심장이 뛰는 듯한 패턴이었다.

“출처는?” 한 캡틴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긴장감이 함교 전체를 짓눌렀다.
“알 수 없습니다, 캡틴. 너무 멀리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파동의 강도는 엄청납니다. 블랙홀조차 이런 에너지를 방출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지영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듯 바삐 움직였다. “해석 불가능한 주파수입니다. 기존 데이터베이스에 전혀 매치되는 것이 없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우주의 고독함이 한순간 차가운 현실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 신호가… 어디서 오는 건지 좁혀볼 수 있나?” 한 캡틴이 물었다.

이지영은 온 신경을 집중하며 콘솔에 매달렸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네, 캡틴. 하지만… 이상합니다. 신호는 거의 순간이동하듯 위치를 바꿉니다. 마치… 유령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날아온 신호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 그리고 몇 초 뒤, ‘카론호’로부터 불과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다시 감지됐다. 눈앞에.

“젠장!” 기관장 박민준이 욕설을 내뱉었다. “갑자기 동력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보조 동력으로 전환 중입니다!”
함선 전체가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스크린의 붉은 경고등이 더욱 맹렬히 깜빡였다.

“수동 항해로 전환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괴물 같은 것에 접근 속도를 줄여!” 한 캡틴이 소리쳤다.

너무 늦었다.
‘카론호’의 전면 창으로,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빛을 가리는 검은 형상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빛을 *흡수*하는 듯했다. 주변의 모든 별빛이 그 형상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형체는 기이하게도 정육면체에 가까웠지만, 그 표면은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마치 수십억 년간의 우주 먼지와 암흑 에너지가 응축되어 만들어진 듯한, 완벽한 검은색이었다. 모든 빛을 삼키고, 존재 자체로 주변 공간을 왜곡하는 듯한 그 무엇. 거대했다. 함선이 왜소하게 느껴질 만큼.

“스캔 결과입니다, 캡틴.” 이지영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갈라져 있었다. “이… 이 물체는… 질량이 측정되지 않습니다. 밀도도… 영(Zero)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중력 렌즈 현상이 감지됩니다. 빛을 휘게 하고 있어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주의 질서에 대한 능멸이자, 생명체라면 본능적으로 피해야 할 절대적인 공허함이었다.
그 속에서,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접근 각도 0.5도. 거리 3000km, 감소 중.” 강태오 부함장이 기계적으로 보고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그때, 이지영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정육면체의 표면에,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푸른색의 광선이 꿈틀거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신경망처럼, 물체의 표면을 따라 흐르다가 다시 사라지곤 했다. 살아있는 듯한 섬뜩함이었다.

“캡틴… 저걸 보세요. 저 파란 빛… 스캔에는 잡히지 않지만… 저건 분명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지영이 가리킨 곳을 따라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한 캡틴은 망원경을 통해 그것을 응시했다. 거대한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푸른 실핏줄 같은 섬광들. 그것은 마치 잠자는 거인이 꿈을 꾸는 듯한, 혹은 거대한 신경계가 미세하게 활성화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함선 안의 모든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완벽한 암흑.
우주의 심연보다 더 깊은, 먹어버릴 듯한 어둠이 ‘카론호’ 내부를 지배했다.
동시에, 이지영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기이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머릿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는 듯한 환청.
*‘왔구나… 나의 자손들이여….’*
섬뜩하게 달콤하고, 동시에 차갑고 끈적이는 목소리였다. 그것은 언어가 아니었다. 마음속에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태초의 울림.

한 캡틴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암흑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정체불명의 외계 유물이었다. 그 푸른 빛이, 이제는 그녀의 시야를 가득 채운 채, 함선 전체를 감싸는 듯했다.

그리고 유물에서, 거대한 정육면체 표면 한가운데에서, 어둠을 찢고 작은 틈새 하나가 벌어졌다.
그 틈새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광활한 우주가 품은 미지의 공포가 이제 막 그 입을 열기 시작했다.